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발행구분

[2013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안도라]

기사제목

[OUTFIELD] 알쏭달쏭 미지의 나라 안도라

Mysterious Unknown Country Andorra
알쏭달쏭 미지의 나라 안도라

안도라는 왠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 중의 하나였다. 안도라? 그게 어딘데? 하는 독자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정확한 국가 명은 안도라 공국(公國: Principality of Andorra)이다. 지금은 의회국가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왕으로부터 통치위임권을 받은 공작(公爵)이 지배하던 나라라고 하면 될 듯 하다.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 사이 피레네 산맥 안에 숨어 있는 듯 위치한 나라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

유럽에는 이런 공국들이 몇 개 있다. 독일어를 쓰면서도 독일과 국경을 마주 하지 않은 나라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리히텐슈타인 공국, 이탈리아 동북부 해안 플로렌스와 볼료냐 사이에 위치하는 산 마리노 공화국(여긴 그래도 별 차이는 없지만 공화국이라 부른다), 도박과 왕년의 명 여배우 그레이스 캘리 왕비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해변의 모나코 공국 그리고 세계 12억의 가톨릭 교도들의 수장 교황이 사는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시국(市國) 등이 있다. 사실 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기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나라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 중 바티칸과 모나코를 제외한 세 나라는 유엔에도 독립 멤버로 가입이 되어 있고, 심지어는 축구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이런 전통은 오래 되었다. 제노아와 베니스 같은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소 국가들이 중세에는 유럽 역사에 끼친 영향은 크기만 큰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클 때도 있었다. 그렇게 유럽의 복잡한 역사의 파편의 소국들 중 일부가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유럽인도 모르는 안도라
안도라는 유럽인들에게마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좀 안다고 해도 면세국가라서 쇼핑천국이고 스키와 온천을 즐기러 간다고 하는 정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스키와 온천은 맞는데 쇼핑은 아니다. 보통 관광 안내서에 안도라를 소개하는 난을 보면 명품 면세점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가보고 쓴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안도라가 면세지역인 것은 분명 맞다. 그렇다고 공항 대형 면세점처럼 세계 최고의 명품들 가게가 즐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안도라에서의 쇼핑은 딱 세 물품이다. 고가의 명품시계, 술, 담배이다. 안도라의 수도 안도라 라 베야의 중심가 가게들도 이 세 종류의 물품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디자이너 명품들 가게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는다. 명품 옷이나 신발 핸드백 등은 세금이 비싸지 않아 면세의 매력이 없어서 일 것 같다. 또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유럽서민들이 오는 공항도 없는 이런 산골 도시에 가게를 허용할 리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면 이해할 듯도 하다. 프랑스에서 들어 가는 안도라 입구 지역의 스키 리조트에 운집한 상가들에는 이류 명품 그것도 철 지난 물건들로 가득 찬 구질구질한 상점뿐이었다. 왜 이런 쇼핑 천국이라는 명성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지도 상당히 안타깝고 궁금하기도 했다. 하긴 안도라는 보기 보다는 약아 빠지지는 않다. 이런 나라들이 가장 돈이 될만한 산업으로 쳐서 유치 할 만한 카지노가 안도라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안도라에는 모나코와는 달리 카지노와 클럽이 전혀 없다. 철저한 가톨릭 국가이어서인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클럽이 없어서 무슨 재미로 사는가 하는 궁금증도 든다.

피레네 산맥 너머 안도라로
안도라를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주 오래되었다. 왠지 산 속의 나라라 다른 곳에서는 못 볼 특이한 유적이나 역사를 볼 듯도 했다. 피레네 산맥 속의 나라이니 스위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낭만적이거나 목가적일 것 같기도 했고. 프랑스 남부로 가는 김에 일행을 설득해 일정에 조금 무리를 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쉽게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프랑스 남부의 몽펠리어에서 안도라까지의 350km의 운전은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냥 4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하리라 예상했는데 2,407m의 엔발리라 고갯길이 워낙 길고 꼬불꼬불해서 거의 6시간도 더 걸려서 도착을 했다. 안도라의 주도 안도라 라 베야에서 숙박하기로 되어 있었으니 언제 도착해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넘어 가는 산길이 워낙 아름답기로 유명해 날이 어둡지 않을 때 넘고 싶어서 마음이 급하기만 했다. 역시 피레네 산맥의 아름다움은 결코 알프스에 못지 않았다. 굽이굽이 돌아 가는 길은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잘 닦여있어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운전 초보자들은 그래도 오금이 저릴 만한 그런 경사가 수도 없었다. 거의 재를 넘어 도착할 때쯤에 마침 뜬 보름달 빛에 비친 산골 마을들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눈 덮인 하얀 산정 밑에 붉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산골 마을은 아직 어둠이 덜 들어 검푸르게 빛나는 하늘 빛깔과 함께 정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산정의 온도는 칼바람과 함께 뺨이 시릴 정도였다. 차 세울 곳도 마땅치 않아 비상등을 켜고 길가에 주차하고 그리고는 길을 건너 찍은 위험을 감수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넘어 온 엘발리라 고갯길을 지나고 나니 멀리 목적지 안도라 라 베야 불빛이 보이는 뎅바이야(Port d’Envalira) 고갯마루에 올랐다.

좌충우돌 안도라에서 헤매다
완전히 어둠이 내린 뒤 안도라 라 베야에 들어 섰는데 문제는 왜 그리 호텔 찾기가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도 달랑 지도만 들고도 잘도 찾아 다녔는데 이 문명의 이기로부터 도움을 받고도 헤매었으니 말이다. 이런 경험은 아주 오래 전 브뤼셀을 갔을 때 이후에는 처음이었다. 그 때는 결국 택시를 앞세우고 찾아 갈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긴 했다.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주소로 가도 호텔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더군다나 시내는 거의 일방통행이라 한번 놓치면 다시 좁은 골목을 한참을 돌아 와야 했다. 나중에 도착해 보니 그 길이 우리가 돈 끝 지점에서 조금 더 나가서 있은 것을 몰랐다. 중간에 사람들에게 열 번도 더 물었다. 시골사람들이 길 가르쳐 주듯 대수롭지 않게 이렇게 저렇게 가면 있다고 쉽게들 얘기했지만 가로등이 별로 밝지 않고 사람들 마저 없는 어두운 길을 찾는 길손들에게는 정말 짜증 나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급하게 달려 오는 바람에 저녁도 못 먹었으나 호텔부터 찾고 그 다음에 식당에 가리라 했는데 식당 문 닫을 시간은 다 되어 가고 호텔은 나오지 않고……결국 찾은 호텔은 그 옆길을 몇 번 지나친 곳에 있었다. 정말 한번 콕 쥐어 박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네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고 말았다. 결국 호텔 방에서 지참하고 있던 바게트와 치즈로 요기를 할 수 밖에. 인구 22000 명의 별 것 아닌 조그만 산골 마을에서 호된 텃세를 겪은 셈이다. 1년 중 6개월이 겨울인 안도라는 그래서 스키 천국이다. 수도인 안도라 라 베야가 벌써 해발 1000m가 넘어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일 정도이고 거의 3000m에 달하는 7개의 고산이 즐비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인구 85,000명의 국가에 1년에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오고, 겨울에는 300만 명의 스키어들이 방문한다. 크기도 468㎢ 밖에 안되니 서울의 600㎢의 약 2/3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겨울이 되면 거의 인구의 40배가 넘는 인원이 안도라를 스키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온다. 결국 안도라의 최고의 산업이 무엇이냐 물으면 관광산업 중에서도 스키산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국민소득은 53,000불에 달해 소득 순위로는 세계 9번 째이고 평균 수명도 세계 2번째로 길다. 결국 자연을 이용한 소득과 자연이 주는 혜택 때문에 그 두 가지의 특혜를 안도라 국민들이 누리게 된 셈이다.

안도라의 특이한 개울? 발리나 강
그런데 수도의 모습은 이외로 초라하다. 다른 유럽 나라의 고도들처럼 유서 깊은 건물이나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보이지도 않는다. 오랜 역사와는 달리 시내 한복판의 건물들은 거의가 다 현대식 건물뿐이다.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으로 지어진 사무실 빌딩들만이 있다. 그나마 그 건물들마저도 그렇게 새 것 같지 않고 관리가 잘 안되어서 그런지 오래되어 낡은 듯한 분위기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일행을 설득해 먼 길을 왔는데 나의 대단히 실망은 고사하고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못 가 본 유럽의 소국 하나를 드디어 와 봐서 이제 이탈리아의 산 마리노 공화국만 보면 된다는 이상한 위안을 하면서 내색은 못하고 속으로는 투덜거릴 수 밖에 없었다.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발리나 강은 강이라기 보다는 개울인데 수량도 수량이지만 속도가 대단했다. 도시 자체가 계곡 위에서 아래로 경사가 지게 위치하고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빨랐다. 일직선으로 지어진 좁은 개울 시멘트 바닥을 흘러 내리는 물을 보고 있노라니 현기증이 나고 딛고 서 있는 다리가 막 떠 내려가는 듯 한 착각이 날 정도로 빨랐다. 만일 거기 어쩌다 떨어지면 수영은커녕 그냥 휩쓸려 내려가다 어딘가 부딪쳐 산산조각이 날듯한 그런 공포감 마저 들었다. 시내에 흐르는 물이 이렇게 빠른 것은 정말 처음 봤고 이후에도 안도라 하면 이상하게 생각나는 특이한 개울이었다.
시내에 위치한 칼데아 온천은 한번 들어 가면 쉽게 나오기 힘들다는 정도로 여러 가지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온천수는 나트륨, 유황, 미네랄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건강에 좋다. 온천 건물 자체가 아주 큰 실내 수영장 같고 거기에다 각종 위락시설도 많아 시간 보내기는 그저 그만이다. 시간마다 나오는 각종 쇼는 사람들로 하여금 온천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왔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 중에도 스타워즈 쇼를 방불하게 하는 밤 하늘의 스타쇼는 안 보면 후회 할 정도이다. 야외 탕을 비롯해 각종 다른 종류의 탕들이 있어 여기 저기를 다니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건축물은 이미 얘기했듯이 별 것도 없다. 안도라 라 베야 시 끝에 있는 조그만 언덕 위의 반은 폐허 같은 건물이 인터넷에서 안도라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성요한 성당이다. 유럽 조그만 동네 성당만한 건물이 안도라에서는 가장 유명한 건물이라는 말이다. 12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형식 건물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도시라서 그런지 시내 골목에 산재한 골동품 가게들은 상당히 쓸만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 물건들을 골고루 갖춰 놓고 있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관광지답게 가격이 비싸긴 해도 워낙 소품들만 취급을 해 여행 중이라 해도 욕심을 내 볼만도 하다. 안도라에서 역사를 찾는 사람은 이런 골동품 골목으로 만족해야 한다.

비운의 나라 안도라
안도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두 나라 사이에서 두 상전 사이를 줄다리기를 하면서 살아 온 비운의 역사의 나라이다. 지금도 국가의 최종 통치자는 프랑스 대통령과 스페인의 우르헬 대주교이다. 인구 분포는 스페인 계열의 카탈루냐인이 43%, 안도라인(33%), 포르투갈인(11%), 프랑스인(7%) 등으로 프랑스인이 가장 소수인데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영향력이 가장 크다. 축구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주도인 카탈로니아어가 공식언어이고 동시에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통용된다. 화폐는 유로를 쓴다. 1992년 국민투표에서 71%의 국민들이 신헌법에 찬성해서 의회제도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그 다음해 프랑스와 스페인이 국가승인을 하고 그리고는 바로 유엔 회원국이 됨으로 해서 국제사회에 제대로 등장했다. 국경을 면한 스페인과 프랑스와도 국경자체가 특별 나게 정해진 것도 아니다. 이유는 워낙 산악지형이 험난해 굳이 정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국경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안도라를 포함한 국경협정이 이루어질 때도 당사자인 안도라의 양해를 구한 적도 없을 정도로 발언권이 전혀 없다. 그래도 스위스처럼 국민 모두가 총기를 휴대할 수 있고, 산악민족이라 상당히 강한 성품이라 인근 국가들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국기에 ‘뭉치면 강해진다(Virtus Unita Fortior)가 적혀 있다. 대국 사이에서 소국이 살아 남는 길은 역시 국민들의 단결 밖에 없음을 역사에서 배운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이고 가족 중심의결속력을 통해 사회가 유지되어 왔다.

안도라를 이해하는 몇 가지 방법
안도라의 첫째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에스큐델라(Esqudella)’라고 부르는 스프이다. 원래 카탈루니아 요리의 일종이다. 소시지, 흰콩, 돼지뼈, 닭날개, 감자, 쌀, 국수, 마늘을 마구잡이로 넣어 그냥 푹푹 끓여서 내 놓는다.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으면 속이 확 터지는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 고춧가루만 넣으면 딱 육개장이다. 어떻게 이런 맛의 스프가 유럽에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안도라인들은 거의 매일 이 스프로 식사를 한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음식은 ‘트린자트(Trinxat)’라는 피자 같은 형태의 음식이다. 모양을 보면 피자보다는 흡사 우리 파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양배추, 감자, 베이컨, 마늘을 집어 넣어 두껍게 만들어 낸다. 한 판만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인데 이들은 이것 말고도 에스큐델라와 빵을 곁들여 먹어야 한끼를 제대로 먹었다고 한다.
안도라는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지난 9월 11일 네덜란드와의 유럽예선 d조 경기에서 안도라는 한 골도 못 넣었다. 결국 네덜란드는 영국 맨유 소속의 로빈 반 퍼시가 두 골을 넣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했다. 그래도 안도라 국민들은 유럽 어느 나라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축구에 열광한다.
안도라는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가 없다. 그래서 조세피난처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EU의 압력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소득세 법안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 세금 수준을 국제적 기준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하겠다고 프랑스에 약속한 상태이다. 결국 조세피난처로 유명하던 리히텐슈타인 공국을 비롯해 모나코, 산 마리노 등도 이제 서서히 세금을 부과하는 길로 들어 서고 있다. 특히 모나코는 유럽 부호나 유명인들의 거주지로 유명하다. 소득세가 없어서 거주지를 모나코로 하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유럽대국들은 유럽 전체에서 이렇게 빠져 나가던 1조 유로에 달하는 탈루소득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나 더 예를 들어 보면 영국 근해에는 영국령이면서도 이상한 조세피난지역(tax heaven)이 있다. 버진 아일랜드, 아일 오부 만 같은 섬이 그런 곳이다. 영국 회사들이 이 곳에 본사를 두고 본토에서 영업을 하는데 부가세 지방세 같은 제세는 내나 모든 영업 소득에서 경비를 빼고 남은 이익에 대한 소득세금인 법인세는 내지 않는다. 분명히 세금 탈루가 이렇게 이루어지는데도 영국 정부는 이를 허용을 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런 섬들은 계좌유지 수수료와 법인 설립 및 유지 연간 수수료만 받는다. 워낙 그런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들이 많아 그 금액만으로도 섬을 유지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이제 이런 제도마저도 슬슬 사라지고 있어 부자들이 갈 곳이 점점 더 없어지는 셈이다.

알듯 모를 요상한 아쉬움의 안도라
안도라는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운전을 해서 갈만한 곳은 절대 아니다. 만일 스키를 타러 간다든지 정말 아주 고가의 시계를 사러 간다면 몰라도(그것마저도 과연 여기가 다른데 보다 얼마나 더 싼지는 알 수 없다.) 안도라는 일반적인 쇼핑을 위해서는 결코 갈 곳은 아니다. 그래도 안도라 인근 국가 스페인 프랑스 사람들 중 주당이나 골초들은 겨울에 안도라로 스키를 타러 와서 즐기고 차 한대 가득 술과 담배를 사가지고 가면 경비가 다 빠진다고 한다. 호텔비니 음식값을 비롯한 일반 물가도 자국보다 싸고 하니 그들에게는 면세천국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안도라는 결코 면세천국이 아니다.
필자로서도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 왔다는 성취감 말고는 별로 건진 것이 없다. 정말 관광안내서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한탄을 다시 한번 한 경우이다. 안도라를 다녀 오고 나서 자료를 찾다가 땅을 친 일이 있다. 안도라에서 지난 36년간 태권도를 가르친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안 것이다. 안도라에서 거의 한국 대사로 불리는 문 사범은 2,000여명의 제자를 배출한 대단한 사람이다. 25살에 들어가 지금까지 온 생애를 안도라에서 보낸 문 사범을 한번 보고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래서 여행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가야하고 그래야 정말 아는 것만큼 더 보일 것 같다.

▲ 다음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다이나믹하게 즐기는 태국

▼ 이전글

[스페셜] 하늘과 바다의 끝에 행복하게 머물다, 하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