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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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시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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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찰랑찰랑 시코쿠

Go Splashing Through the Shikoku

찰랑찰랑 시코쿠

 

섬과 바다로 둘러싸인 섬 시코쿠는 천혜의 자연이라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찰랑찰랑 맑은 움직임으로 여행자의 목구멍과 몸을 간질이는 시코쿠의 ‘물’들이 궁금해졌다. 섬을 이루는 4개의 현 중 서쪽에 나란히 붙은 에히메현과 고치현이 자랑하는 물은 무엇 무엇이 있을까? 두 현의 물길을 따르는 여행이 궁금하다면 따라오시라.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시코쿠 투어리즘 창조기구 www.tourismshikoku.kr, ㈜브라이트 스푼 www.japaninside.co.kr

 

 

역사와 예술이 우려낸 온천수, 도고온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 가장 처음 접한 작품이었다. 희안한 모습의 손님들이 끝도 없이 들어오지만 김이 모락 나는 온천수는 그 누구도 차별 없이 케케묵은 때를 속 시원히 씻어낸다. 서민들뿐만 아니라 위대한 신들에게도 둘도 없는 휴식처인 온천은 매일 놀라운 사건사고를 만들어내며 아이에 불과했던 센을 용감한 소녀로 성장하게 한 배경이었다. 이 의미심장한 온천의 실제 모델이 바로 시코쿠 에히메 현이 자랑하는 ‘도고온천’이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봤던 엄청난 고층의 입이 떡 벌어질만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마주한 본관 건물이 퍽 비장한 분위기였다. 이 건물은 1894년에 성곽풍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인데 정문의 기와지붕들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기사의 투구를 쓰고 있는 듯 모양새가 웅장하다. 건물은 120년 전에 지어졌지만 온천수는 그보다 3,000년 전부터 . 왕과 서민 가릴 것 없이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의 휴식처로 여겨진 이곳이 예술적 영감을 준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뿐이 아니었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1906년 작품 <도련님> 또한 작가가 온천에 머무르는 동안 구상해 탄생시킨 소설인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일본 내에서 국민소설로 여겨지고 있어 도고온천 근처에는 어디나 일본어로 도련님을 뜻하는 ‘봇짱ぼっちゃん’이 적혀 있거나 이를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방문하는 이마다 그 마음을 녹여놓으면 이토록 수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할까. 도고온천에서는 나쓰메 소세키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휴식을 취하며 소설을 구상하던 ‘봇짱의 방’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이 온천의 아름다움은 겉과 속 모두에 있다. 본관에 들어서면 신발장에 신발을 벗고 발걸음이 울리는 목조건물을 거닐게 되는데, 올라가는 계단이며 휴식하는 공간들에 딸린 매점 등 구석구석이 과거의 건축 약식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특유의 운치에 빠져들어 버린다. 하나 특이한 점은 흔히들 생각하는 일본의 노천탕이 도고온천에는 없다는 것이다. 본관 주변에 위치한 료칸 자체에서 같은 온천수로 꾸며놓은 노천탕들은 있지만 도고온천 본관에는 남녀 별도로 마련된 두 종류의 욕실이 있다. 널찍하고 대중적인 ‘가미노유’ 탕은 800엔으로 2층 휴게실까지 사용할 수 있고, 아담하고 고급스러운 ‘다마노유’ 탕은 1,200~1,500엔으로 2층 휴게실과 3층 개인실 중 선택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도고온천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부담 없는 알칼리성 온천수이기에 얼었던 몸을 담그면 그새 몸도 매끈 마음도 매끈, 모든 것이 가뿐해진다.

 

애주가를 위한 처방, 고치의 술

시코쿠에서 태평양과 가장 가까운 땅의 주인인 고치현은 예부터 쾌활하고 역동적이기로 유명했다. 이는 아마 고치현에서 태어나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카모토 료마’의 호탕함에서 많은 부분이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에도시대 때부터 그는 많은 세력가들과 모여 끝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나라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벌이길 즐겼기 때문이다. 고치현 사람들은 31세에 운명을 달리한 젊은 영웅을 여전히 살아있듯 칭송하면서 그처럼 활력 넘치는 술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고치현은 12개 시에 걸쳐 여전히 20곳 남짓한 전통 양조장을 자랑스럽게 유지한다. 그 중 사카와정에 위치한 ‘츠카사보탄司牡丹’은 1603년 에도시대 때부터 대를 잇고 있는 고치현 최장수 양조장이다. 여전히 고치현의 맑은 물과 탐스러운 쌀로 고품격 사케를 빚어내는 이 양조장을 직접 견학하고 술도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기에 방문했다. 대문에 거대한 사카바야시酒林가 걸려있는 양조장. 둥근 형태로 촘촘하게도 꽂힌 삼나무 잎들이 갈색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니 이곳의 술도 꽤나 숙성이 이루어졌을 테다. 1년 내내 15도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케 숙성실에 들어가니 사람도 하찮아 보일만큼 육중한 크기의 저장고들이 즐비하다. 이 한통에만 1.8리터 짜리 사케가 5000병은 나오는 양의 술이 저장된다고.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평생 이 한통을 다 마시기는 힘들다고 한다. 물론 고치사람이라면 두 통도 너끈하겠지만 말이다. 견학 내내 양조장 대표가 너털웃음을 보이며 설명한 고치사람들의 술 사랑을 들으니 한국의 술 사랑이 떠올라 괜한 친근감에 젖었다. 츠카사보탄의 공장견학은 최소 10명만 모이면 이곳의 사이트(www.tsukasabotan.co.jp)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생맥주와 다타키의 천국, 히로메 시장

고치사람들에게 술이란? 예의와 배려로 항상 깍듯한 일본인데도 고치현에서는 술 마시는데 특별한 예절이나 순서를 두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식 피로연에서조차 사회자가 진행을 시작함과 동시에 각자 테이블에서 술잔을 부딪혀대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고장에 여행을 왔다면 한번 쯤 그 문화 속에 풍덩 빠져 놀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고치현의 중심 고치시에 이를 위한 완벽한 공간이 있다. 고치지역의 향토요리는 물론이고 이국적인 음식들까지 다양한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60개 이상의 포장마차가 한 곳에 모여 있는 밤의 천국 히로메 시장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음식과 술을 사와 즐겁게 먹고 마신 후, 마지막엔 몸만 훌쩍 떠나면 그만이다. 히로메 시장 내의 몇몇 바나 음식점을 제외하고는 전용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유롭다. 실내가 뻥 뚫린 덕분에 저 끝까지 자리를 메운 사람들이 일제히 생맥주잔을 들이키며 수다를 쏟아내는 진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테이블 위에 술잔만 놓여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 개인의 기호에 따라 간편한 음식들을 사와 자랑하듯 테이블을 채워놓았는데, 그 중에 당연하게도 가장 자주 눈에 보이던 음식은 고치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다타키 요리였다. 고치현의 전통요리인 다타키는 껍질을 벗긴 가다랑어를 먹기 좋게 세 등분으로 잘라 볏짚 불에다가 겉을 익혀내는 것이다. 겉이 하얗게 익으면 이내 젖은 수건으로 덮어 식히기 때문에 참치의 속은 익지 않고 부드럽다. 거기에다 소금을 뿌리거나 특제 소스를 발라 생마늘과 파에 곁들이면 다타키 한 조각만으로도 두 볼은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다. 볏짚 불 특유의 향이 감돌자마자 입을 채우는 가다랑어 회가 어찌나 풍성한지 함께 들어간 생마늘 조각은 끝에 희미한 개운함만 안겨줄 뿐이다. 사실 냄새에 민감한 일본 음식에서 생마늘이 있는 그대로 접시 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술과 식문화에서 한국과 많은 것이 흡사한 고치현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술이면 술, 금쪽같은 음식이면 음식, 혹은 해방의 웃음까지 그곳에 앉아있는 이들 중 입속에 무언가가 들지 않은 사람은 단연코 한 사람도 없었다. 정갈하고 온화한 일본의 모습만이 매력이라 생각했다면 이곳에 꼭 한번은 들려 고치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매료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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