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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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시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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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FIELD] 찰랑찰랑 시코쿠 Ⅱ

Go Splashing Through the Shikoku Ⅱ

찰랑찰랑 시코쿠 Ⅱ

 

섬나라 속의 섬 시코쿠를 물길 따라 여행하는 방법, 이번엔 가가와현과 도쿠시마현이다. 지난 달 에히메현의 명약 온천수로 몸을 데우고, 고치현 강물로 빚은 사케가 마음을 녹였다면 가가와현과 도쿠시마현의 찰랑거림은 어떤 특별함을 지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힌트를 건네자면 둘 다 초록빛 일색이라는 점이다.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시코쿠 투어리즘 창조기구 www.tourismshikoku.kr, ㈜브라이트 스푼 www.japaninside.co.kr

 

시코쿠는 그 아름다움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원석 같은 섬이다. 하지만 이미 섬 안에만 3개의 공항이 있어 원한다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공항 규모가 작아 비행편이 자주 있는 편은 아니라 기자는 이번에도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을 이용했다. 이럴 경우 시코쿠의 네 현 중 가장 먼저 발을 디디게 되는 곳이 도쿠시마현이다. 오사카와 시코쿠 사이의 작은 아와지 섬을 가르는 도로를 따라 2시간여 달리면 도쿠시마 품속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도쿠시마를 대표하는 ‘물’을 찾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 할까. 아기자기한 도쿠시마 시내를 과감히 포기하고 서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갔다. ‘시코쿠의 배꼽’이라 불리는 시코쿠 섬의 깊고 깊은 내륙에서 오염되지 않은 산과 물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육중한 산들이 빼곡히 겹쳐지는 배꼽을 향해 구불구불 길을 넘고 또 넘으면 나오는 곳이 ‘이야계곡’. 말 그대로 첩첩이 산중인지라 이동편이 자유롭지 않았던 과거에는 외부와의 교류가 매우 적었던 지역이다. 가는 길은 고생이지만 이야계곡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느낀다. 공기 속에 탄산이라도 섞은 것처럼 쾌청한 산속 공기를 들이키자마자 이 산골의 물은 맑을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더라.

 

 

이야계곡엔 도깨비가 산다?

깨끗하다고 모두 얌전한 것은 아니다. 이야계곡은 청정자연 그 자체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보케 고보케大歩危小歩危’라는 계곡의 지명만 봐도 알 수 있다. 직역하자면 작은 걸음, 큰 걸음이라는 뜻인데 산세가 험하고 암벽이 가파른 이 지역에서는 작은 걸음으로 걸어도, 큰 걸음으로 걸어도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 한다. 또 이와 함께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든 선의의 거짓말 중 도깨비 이야기도 있다. 툭하면 물이 범람하고 물살이 하루도 얌전하지 않은 오보케 고보케 계곡에는 도깨비가 산다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물살 무서운 줄은 몰라도 도깨비는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이 계곡의 유명한 설화가 되었다.

오보케 협곡에서 드디어 유람선에 올라탄다. 오보케 협곡은 고보케 협곡에 비해 물살이 잔잔한 구역의 요시노강 상류를 뜻한다. 유람선으로 15분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같은 길을 돌아 올라오는 여정이다. 일단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짙은 녹색의 강물. 물속 물고기들을 시원하게 훔쳐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물살이 아무리 거세도 물의 투명함 때문에 그저 깨끗해 보일뿐이다. 유람선이 출발한 이후에는 계곡 양쪽의 웅장한 절벽에 넋이 나간다. 이미 도쿠시마현 지정 천연기념물인 암벽들은 오랜 옛날 이 주변이 바다 속에 잠겨있을 때 엄청난 기압의 압력을 받아 탄생하게 되었다고. 기이한 무늬의 암벽과 일 년 중 한정된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잔잔한 오보케 협곡 이외에도 이 유람을 즐겁게 하는 것은 다양한 동물들이다. 엄청난 몸집을 수면 위로 자랑하는 물고기들과 개구쟁이처럼 배 주변을 맴도는 천둥오리, 암벽과 하나가 된 것처럼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가마우지, 그리고 독수리까지. 도심에선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한 조류들을 유람선 승선비용 1,050엔(대인 기준)만 내면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출발 시간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고 사람이 차는 대로 물길을 나서는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일본의 지중해에서 갓 짜낸 올리브오일

도쿠시마현과 함께 시코쿠의 동쪽을 지키는 가가와현은 유명한 섬 부자다. 가가와현과 에히메현 위로 펼쳐지는 세토내해 국립공원 덕분인데, 이곳은 아름다운 바다와 1,000개도 넘는 다도해가 절경이다. 세토내해에서 특히 가가와현에 속한 12개의 섬들은 서로 끈끈한 유대를 유지하며 마치 하나의 섬 같은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동시에 각자 고유의 매력을 잘 유지해가면서 말이다. 쇼도시마小豆島는 그 중 몸집이 가장 큰 섬이다.

이 섬으로 가기 위해 다카마츠항에서 쇼도시마행 페리를 탔다. 1시간 남짓 세토내해의 섬들이 이루는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도착하는 이 섬. 첫인상은 단 하나였다. ‘올리브의 천국이 여기로구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쇼도시마까지 타고 온 페리에도 거대한 올리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기후가 따뜻한 시코쿠 내에서도 쇼도시마는 좋은 일조량과 토양의 질, 적당히 적은 강우량으로 올리브를 생산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와 해산물이 친근한 일본에서는 원래부터 방부제로도 쓰이던 올리브오일을 직접 생산하기 위한 노력들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생선을 올리브오일에 담아 오랜 기간 비축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올리브나무를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직접 재배를 시도해왔다. 그 결과 가고시마와 미에현, 쇼도시마에 심어진 나무 중 유일하게 올리브가 열린 곳이 쇼도시마였다. 그렇게 쇼도시마가 올리브의 천국이 된지 100년째 되던 해가 2008년의 일이다. 지금도 이 섬은 올리브의 일본 총생산량 95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 올리브 산지다.

 

올리브오일 많이 먹기 운동

실제로 올리브 공원의 햇빛은 일반적인 일본의 것이 아니었다. 비스듬히 경사진 언덕에 빼곡하게 심어진 올리브나무들의 부드러운 올리브 그린빛은 잠시 지중해로 번개여행을 온 듯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공원에만 2천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심어져있고 섬 전체에서 7만~8만 그루가 자라난다. 초록색에 부드러운 크림을 섞은 것 같은 온화한 빛깔의 올리브나무 사이사이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감흥이 새롭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나무들에 진짜 재배될 예정인 올리브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는 사실이다. 올리브나무 한 그루는 2년에 한 번씩 열매를 맺는데 5월 하순부터 6월 사이 나무에 꽃이 피고 그 자리에서 올리브가 서서히 통통해진다. 먹기에 충분할만한 크기로 자라는 때가 9월이지만 이때까지는 그린 올리브가 더욱 많다. 이때 소량으로 미리 수확하는 그린 올리브는 통째로 먹는 소금 절임용으로 사용한다. 그 이후 올리브가 향과 맛을 키우는 숙성 시간이 지나고 나면 11월~12월쯤에 올리브오일을 짜내기 위한 블랙 올리브를 수확하는 것이다. 쇼도시마 전체에서 거둬지는 올리브만 1년에 120만 톤이 넘는다. 쇼도시마산 올리브로 직접 만들어낸 올리브오일은 워낙 인기가 좋아 매년 초에 판매를 시작했다가도 금세 구하기 힘들어진다. 쇼도시마 내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방문하면 이 올리브오일을 음식에 마음껏 뿌려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곳이 많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맛과 향은 물론이지만 오레인산이 가득 들어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익히 알려진 항산화 효과로 피부미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이유로 쇼도시마를 거쳐 간 사람들은 너도나도 올리브오일 많이 먹기 운동에 돌입한다고 한다. 운 좋게 올리브 공원을 두 번 방문한 기자 역시 이곳을 찾을 때마다 올리브오일을 사재기했다.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올리브오일에 허브솔트를 쳐서 빵이라도 찍어먹으면 그 부드러운 맛에 오일 한 병을 일주일 만에 비우게 되더라. 다시금 쇼도시마의 지중해 태양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새로운 해의 건강과 미식을 위해 쇼도시마로 향기로운 올리브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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