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for People who Loved Winter, Alberta

겨울여행자의 천국 알버타

 

사계절을 통틀어 단 하루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 그러나 다채로운 풍경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주는 캐나다 알버타의 겨울은 좀 더 특별하다. 도시에서도 어느 방향으로든 한 시간만 운전해 가면 겨울에도 살아 숨쉬는 대자연을 만날 수 있는 알버타는 겨울여행자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천국이었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자료제공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kr

 

 

눈 앞에 펼쳐지는 순백의 미학

6개월 전,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의 중심에서 겨울을 그리워했었다. 앉아만 있어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던 땀에 곤란했던 적이 어디 반년 전 한 번뿐이었을까. 짧은 가을을 지나 드디어 겨울이 왔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는 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쓰는 건지 싶다. 그토록 기다리던 겨울의 찬 공기가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뚱뚱한 패딩점퍼 없이는 도통 밖을 나갈 수 없으니 이제는 메이크업이 지워질 정도로 흐르던 땀이 그립기까지 하다. 한국의 겨울이 이렇게 추운데 적도에서 더 먼 캐나다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산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나라의 이름을 달고 출시한 오리털 점퍼 브랜드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란다. 백만원을 훌쩍 넘는 구스다운이 없다면 아침에 나가는 것이 두려울 만큼 뼛속까지 시린 찬바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적인 농담도 덧붙이며 말이다. 캐나다는 아메키라 원주민의 말로 Kanata, 작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러시아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지만 광활한 자연과 비교하면 사람이 사는 지역이 적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국토를 횡단하려면 차로 며칠이나 걸릴 정도로 절대적인 면적을 가지고 있어 캐나다는 같은 겨울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기후를 보인다. 사계절이 비교적 온화한 밴쿠버와 같은 지역이 있는 반면에 위니펙이나 매니토바는 그저 춥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매일 영하의 기온을 기록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사는 캐나다인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추위를 온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 티 한 장을 걸치고 다닌다거나, 역시 겨울에는 동면이 최고라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아니다. 설피를 신고 눈 덮인 숲 속을 걷기도 하고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등 계절이 바뀌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겨울을 즐긴다. 이토록 겨울과 가까운 캐나다 중에서도 현지인을 비롯한 여행자들에게 천국으로 꼽히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알버타Alberta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공주인 루이스 캐롤린 알버타Louise Caroline Alberta의 이름을 딴 이곳은 캐나다 내에서도 일조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Sunny Alberta’로도 불린다. 서쪽으로는 로키 산맥, 동쪽으로는 배드랜드, 북쪽으로는 노스웨스트 테리토리의 경계에 맞닿은 알버타는 겨울이 주는 낭만을 가득 품고 있다. 만년설로 뒤덮인 로키Rocky와 레이크루이즈Lake Louise를 비롯해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겨울레포츠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알버타와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또한 평소에 마주하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광활하고 깨끗한 자연은 소복이 쌓인 눈과 어우러지며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까지도 들게 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솟구친 산봉우리, 신비로운 빙하와 사람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상록수림을 뒤로 스키와 스노우슈잉 등 다채로운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알버타만이 가진 자랑거리일 테다. 하지만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풍경만이 이곳의 전부는 아니다. 1988년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캘거리Calgary와 축제가 펼쳐지는 애드먼튼Edmonton은 조용한 겨울의 정적을 깨트린다. 알버타 인구의 70퍼센트 이상이 살고 있는 두 도시의 겨울은 활기가 넘쳐난다. 그러나 이 역시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처럼 답답하거나 산만하지 않다. 인구밀도가 서울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옷만 따뜻하게 갖춰 입었다면 도심 속에서도 언제든 겨울이 주는 낭만에 젖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300개가 넘는 주립 공원과 5개의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은 알버타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나타낸다. 관광지임과 동시에 야생동물의 터전인 공원은 오랜 과거부터 수 차례 대립해온 인간과 자연이 영원한 공생을 이어나가는 공간이다. 산업화 이후로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야 할 것이라 말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지만 발전하는 사회에서 도태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아직도 자연은 무분별한 파괴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알버타는 예부터 끊임없이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해왔다. 그 덕에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은 이보다 더 눈부신 자연이다. 설원의 아름다움에 취해 코끝을 톡 쏘는 찬 공기마저 시원하게 느껴지게 하는 알버타. 이곳의 겨울은 온 세상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순수함을 닮아 하얗게 빛난다.

 

Alberta in Movies

브래드 피트는 알버타를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닌 아름다운 곳’이라 표현했고 로버트 알트만은 ‘알버타에서 우리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수 많은 헐리우드 스타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인 만큼 대표적인 영화 세 편을 통해 알버타의 곳곳을 파헤쳐 보았다.

 

브로크백 마운틴, 2005 – 캐나디언 로키

두 남자의 사랑이 자연을 만나 더욱 아름답게 그려졌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캐나다의 광활한 자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 영화 속 ‘브로크백 마운틴’은 가상의 지명이며 실제로는 알버타를 배경으로 한다. 에드먼튼에서 네 시간 반, 캘거리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로키의 카나나스키스는 야생의 자연을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곳. 에메랄드 빛 호수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폭포, 그 뒤로 펼쳐진 만년설의 봉우리들은 외로운 잭과 애니스의 사랑을 깊어지게 만든다. 로키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밴프 국립공원이며 알버타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레이크루이즈의 환상적인 경관 또한 로키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 1992 – 캘거리

서부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흥행 뒤에는 캘거리라는 아름다운 배경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캐나다 서부의 활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도시는 수려한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낮에는 로키산맥에서 야생의 매력을 마음껏 누리고 해가 지면 도시의 화려한 밤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캐나다의 문화수도로 불릴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비는 다운타운과 산책로는 캘거리를 이야기하며 절대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로키산맥에서부터 대평원까지 경이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이곳에 푹 빠졌었다고 한다. 영화 <수퍼맨>의 활동 무대 또한 캘거리라는 사실!

 

굿 럭 척, 2007 – 애드먼튼

유쾌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 <굿 럭 척>의 배경은 알버타주 중심에 위치한 활기 넘치는 도시 애드먼튼이다. 대평원과 보레알 삼림대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도시는 일 년 내내 축제가 끊기지 않아 낮에도 밤에도 추운 겨울을 녹일 만큼의 열기로 뜨겁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웨스트 애드먼튼 몰은 애드먼튼에서 꼭 방문해야 할 도시의 자랑거리. 영화 속 주인공 캠의 직업은 펭귄 전문가로 당시 촬영에 필요한 펭귄들은 모두 웨스트 애드먼튼 몰에서 데려왔다고 한다. 인파가 몰리는 다운타운을 떠나고 싶다면 강변의 공원을 찾는 것만으로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 날 수 있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만난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그 어느 곳보다 짧게 느껴진다.

 

Various Activities in Winter Alberta

캐나다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눈부신 설원이라면 주목하자.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는 알버타를 이야기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겨울여행자를 위한 알버타의 선물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스키, 스노우보드

명실공히 겨울 레저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스키와 스노우보드. 잘 꾸며놓은 국내의 스키장도 좋지만 진정한 대자연의 품 안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를 꿈꾸고 있다면 알버타가 답이다. 전 세계 스키어와 스노우보드들이 바라는 샴페인 파우더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이들에게 알버타는 축복받은 땅인 셈.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곳에서의 스키와 보드는 초보자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장면을 연출하게끔 만든다.

 

스노우슈잉

스키나 스노우보드에 비해 생소한 스노우슈잉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들게 한다. 두껍게 쌓인 눈을 두 발로 가볍게 딛는 액티비티는 눈의 왕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에서 그 진수를 보여준다. 고요한 숲을 가득 울리는 것은 오직 발걸음 소리뿐. 화창한 날, 눈부실 정도의 순백을 마주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 눈이 내리며 아무도 밟지 않은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 또한 환상적일 테다. 자연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가이드와 함께라면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개썰매

아름다운 설경을 두 눈에 담기에 이만큼 특별한 방법이 또 있을지 싶다. 알버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개썰매는 상쾌한 겨울바람을 느끼며 자연으로 들어가는 진귀한 경험을 선물한다. 가끔 개들이 짖으며 차가운 정적을 깨곤 하는데 그 소리에 한마음이 되어 함께 눈 속의 질주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썰매를 즐기는 지혜다. 이 순간만큼은 하얀 풍광 속을 내달리는 용감한 탐험가로 둔갑해 묵혀두던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벗어나자.

 

오로라

극지방에 가지 않고도 겨울철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를 보고자 한다면 알버타로 떠나자. 오로라감상으로 널리 알려진 옐로나이프도 좋지만 북부 알버타에서도 그 신비함을 만끽할 수 있다. 에드먼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포트 맥머리는 숙박과 교통이 편리해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다. 컬러풀한 빛은 하늘에서 물결처럼 움직이며 두 눈으로 봤음에도 믿기 힘든 환상적인 경관을 만들어낸다. 알버타의 여행 목적이 오로라 체험이라면 12월부터 3월 사이에 방문하도록 할 것.

 

온천

진정한 겨울 여행의 종점은 온천이다. 액티비티로 쌓인 피로를 녹여줄 뜨거운 온도에 몸을 담그면 그제야 겨울만이 지닌 차가운 매력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특히나 밴프에 위치한 어퍼 핫 스프링스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온천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뒤로 펼쳐진 로키의 경관을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활기찬 알버타의 기운을 좀 더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면 내 몸에 필요한 휴식을 선사하는 온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