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 Money Story ⑦

Norway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경이로운 노르웨이

4월에도 눈이 쌓인 북부지방, 장엄한 대자연, 세련된 도시 이외에도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신선한 충격을 주는 물가가 아닐까. 크로네 통화를 사용하는 노르웨이 역시 마찬가지지만 매혹적인 피오르드는 주머니 얇은 여행자들도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끔 한다. 경이로운 자연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의 화폐, 크로네를 소개한다.
글 김수현 기자 자료제공 노르웨이관광청

각국어에 따라 표기상의 차이는 있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주요 통화는 크로네, 크로나 등 그 명칭이 비슷하다. 이는 영어 크라운Crown에서 유래된 것으로 초기 화폐에 왕의 초상이나 왕관을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크로네 통화는 스웨덴, 덴마크가 설립한 스칸디나비아 통화동맹에서 출발했다. 동맹의 목적은 하나였다. 고정환율제를 통해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 1873년 5월 5일 금본위제로 양국 통화를 고정하면서 출범한 이 단체에 노르웨이가 가입한 것은 이로부터 2년 뒤였다. 동맹 가입 조건으로 해당 국가들은 화폐 단위를 크로네 혹은 크로나로 바꿨고 이는 19세기 스칸디나비아 국가가 결합해 이뤄낸 몇 안 되는 활동 중 하나에 속한다. 1905년에는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이전부터 추진하던 정치연합이 해산됐지만 통화 동맹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동맹은 1914년으로 막을 내렸다. 

현재 북유럽은 과거와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전처럼 고정화폐로서의 가치는 상실했다. 그러나 아직도 스칸디나비아 통화동맹의 큰 공통점이 남아있다면 아마도 높은 물가가 아닐까. 북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하루에 사용할 경비를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높게 잡는 것이 현명하다.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노르웨이 역시 지속적으로 매년 4%의 물가 상승률을 보여왔다. 크로네 이외에도 외레라는 보조통화가 있지만 2012년부터 50외레Øre의 발행을 중지했고 2022년부터는 통용중지가 예정돼있다. 현재 환율이 1크로네당 약 180원이고 50외레면 딱 절반인 90원. 노르웨이 현금인출기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것이 200크로네, 500크로네인 것을 고려한다면 외레 발행을 중지한 것은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일 거다. 또한 당국에서는 50크로네 권, 즉 1만원 가까이 되는 지폐를 동전으로 교체할지를 심각하게 의논 중이라고 하니 이제 이곳의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짐작이 가려나.
1994년부터 현재까지 통용되는 7차 지폐는 50, 100, 200, 500, 1,000크로네. 앞면에는 여타 국가들과 유사하게 자국의 명사들이, 뒷면에는 그들의 작품 혹은 업적이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1.000크로네가 무려 18만원에 달하기에 수집용으로 가지고 있기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노르웨이인이 사랑하는 유명 인물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는 장점은 금액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현행권 화폐

50Krone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Peter Christen Asbjornsen

노르웨이의 민담과 신화를 수집한 민속연구자이자 소설가. 스무 살 무렵 동부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며 민담을 수집하기 시작해 <노르웨이 전래동화>를 발표하고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그를 이야기할 때 항상 함께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의형제를 맺을 만큼 절친한 친구였던 모에. 모에와 아르비에른센은 신화, 요정, 트롤의 이야기를 모아 현대 노르웨이어로 <노르웨이 민화집> 등을 펴냈고 이는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00Krone 키르스텐 플라크스타 Kirsten Flagstad
20세기 중반 바그너 가수로 유명한 플라크스타는 음악가 가문의 출신으로 오슬로에서 성악을 공부했고 초기에는 라이트 소프라노로 활약했다. 2번째 결혼을 한 뒤 은퇴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바그너의 작품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193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 1년 후 <발퀴레>의 이졸데 역과 <니벨룽겐의 반지>의 브룬힐데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바그너 악극의 주요 배역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200Krone 크리스티안 비르켈란 Christian Birkeland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비르켈란의 업적을 나열한다면 오로라가 발생하는 원리 발견, 지구의 자기장 연구, 태양 내부구조 및 흑점에 관한 연구 등 앞으로의 역사에도 길이 남을 것들이 상당수다. 18세의 과학 논문을 작성할 만큼 천재였던 그는 오로라 연구를 위해 여러 번 극지방을 탐험했다. 20세기 이후 우주선이 진출하며 비르켈란의 연구는 사후에 비로소 진가를 인정받았고 1994년 200크로네의 모델이 됐다. 뒷면에는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오로라가 새겨져 있다.

500Krone 시그리드 운세트 Sigrid Undset
덴마크 출생의 노르웨이 소설가로서 정부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로마에서 공부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그녀 작품의 주 소재는 중세시대 노르웨이였다. 고고학자인 아버지 덕분에 노르웨이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연애, 결혼 등 사회와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192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그리드 운세트의 대표작품은 <크리스틴 라브란스다터>, <신부의 화환>.

1,000Krone 에드바르트 뭉크 Edvard Munch
위에 소개한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생소했더라도 그는 익숙할 테다. 불안과 공포를 그림으로 표현한 <절규>의 작가 뭉크.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인간이 지닌 욕망, 슬픔, 고독에서 비롯됐다. 때로는 강박관념을 이기지 못해 신경쇠약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뛰어난 표현력과 예술감각은 뭉크를 초기 현대 미술발전에 중요한 인물로 이름을 올리게 했다. 뒷면 도안은 작품 <멜랑꼴리>의 태양 부분으로 그의 또 다른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