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wan :: Taipei

Looking for Peace of Mind and Happiness, Taipei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타이베이식 여유
뻔한 여행지인데도 전혀 식상하지 않다. 오히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더 커진 사랑으로 또 다시 그리워지는 곳이 타이베이다. 분주한 풍경에 익숙해질 때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사소한 데에서 오는 익숙한 행복과 여유를 찾아 타이베이와 베이터우, 딴수이의 봄을 거닐었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www.taiwan.net.tw, 스쿠트항공 www.flyscoot.com

빼곡한 빌딩 사이로 경쟁이라도 하듯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공사현장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타이베이는 매혹적이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도시의 발전은 다른 지역과 가히 비교가 불가능하니까. 역설적이게도 화려하고 분주함으로 대표되는 타이베이에서 여유를 찾고 싶었다. 조용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나고 싶었다.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에서 벗어나 중심가의 골목과 타이베이 근교로 눈을 돌려보니 그토록 찾던 휴식과 여유, 이 도시에도 분명 있더라.

 

 

도심 속에서 찾은 커피 한 잔의 여유

“한국에는 커피숍이 엄청나게 많다던데 정말이에요?” 부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스물다섯 살의 레코드가게 점원의 질문에 머릿속으로 집 근처 커피전문점 개수를 세어봤다. 5분 거리만 해도 다섯 개. 역 주변까지 포함하면 열 개를 훌쩍 넘긴다. 몇 년 전에 우리가 그랬듯이, 타이완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피숍이 점차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중산中山역 주변 작은 골목길들은 타이완식 커피문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 멜란지 카페Melange Cafe에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수다를 떠는 연인부터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가족까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주말 낮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고급 카페 이외에도 골목을 따라 부티크샵,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있으니 20대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중산에서 머무른다. 타이완 개발이 막 시작하던 1950년대부터 이 지역은 긴 시간 동안 타이완의 패션과 문화를 선도했었다. 지금은 이런 흐름이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과거보다 한산하지만 그래서 더 좋은 곳이 중산이다. 

동취東區는 현재 타이베이 신세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지역 중 하나. 큰길 양옆으로는 명품샵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으며 안쪽 골목으로는 중산과 마찬가지로 고급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해 맛있는 음식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좋다. 언젠가부터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던 바쁜 일상을 벗어나 울창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향긋한 커피에 타이베이에서의 시간은 고맙게도 천천히 흘러갔다.

 

 

오래된 담배공장의 새로운 발견

중산, 동취지역이 일상에서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었다면 송산문화창조단지松山創意園區에서는 예술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타이완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와는 다르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외세 침략 시절에 지어진 수많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단 거다. 송산문화창조단지 역시 일본이 남기고 간 흔적. 1937년에 설립된 타이완 최초의 담배공장으로 도시 재정비와 함께 잠시 문을 닫았었다. 그리고 현재 이곳은 지역의 경제를 담당하는 공장에서 종합예술센터로 탈바꿈했고 문화적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며 타이베이시의 새로운 명소가 됐다. 공장이었던 부지를 그대로 활용한 터라 입구만 총 다섯 개일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고 창고건물 대부분은 훌륭한 전시공간과 아트샵으로 활용할 만큼 넓다.

오래된 창고들 사이로 눈에 띄는 새 건축물이 하나 있다. 타이완 사람들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소인 서점. 서점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청핀Eslite의 청핀생활誠品生活이다. 건물 안에는 타이베이 대표서점 브랜드답게 다양한 종류의 책이 구비되어 있고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잘 활용했다. 서점 이외에도 층별로 인테리어샵, 소품샵, 음반매장, 음식점 등이 있어 하루 꼬박 문화창조단지 안에서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길지 않은 오전 시간이었지만 충분한 리프레쉬를 경험했으니 아마 하루라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 따위는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1 한자로 인행도. 아이와 어른이 손을 잡고 있는 귀여운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다.
2 3 동취 주변 거리의 모습. 카페와 고급 레스토랑이 많은데 여자 손님들이나 연인으로 붐빈다. 대부분은 20대에서 30대 사이.
4 송산문화창조단지의 옛 공장건물로 건물 위 이어진 컨베이어벨트로 물건을 쉽게 먼 곳까지 이동시켰다.
5 예술공간 이외에도 송산문화창조단지 안에서는 예쁜 정원과 울창한 나무들이 있어 편히 쉴 수 있다.
6 7 청핀서점과 청핀생활 내 인테리어샵. 건물 안에는 호텔도 있다. 마찬가지로 청핀 계열이다.

 

1 5 7 베이터우 온천박물관. 박물관을 방문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현지 타이완 사람들이다.
2 높은 곳에서 바라본 베이터우 마을의 전경. 아래 낮은 건물들은 모두 일본식으로 일본의 온천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3 베이터우에서는 길을 헤맬 일이 없다.역에서부터 이어진 중산루를 따라 올라가면 곳곳에서 이런 표지판을 쉽게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4 6 마을을 타고 흐르는 계곡은 디러구의 온천수와 만난다. 좁은 간격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젊은 사람보다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베이터우 온천마을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 걷다가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타이베이시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베이터우北投로 향하도록 하자. 타이베이 중심에서 MRT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타이베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은 마을이다. 신베이터우新北投역 출구를 나가기도 전, 공기 중에 떠다니는 전혀 다른 냄새를 코가 감지한다. 베이터우의 자랑거리인 온천의 유황냄새. 낯선 향을 따라 중산루中山路를 올라가면 타이완식 온천마을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온천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온천박물관北投溫泉博物館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입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입장하면 한때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중목욕탕을 비롯해 베이터우의 발전과정 등을 볼 수 있다. 내부는 일본식이지만 건물 외관은 영국식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이터우에 왔다면 역시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 한 휴식은 없다. 고급 호텔에서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지만 중산루 주변으로 온천이 많아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아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단, 반드시 수영복을 입고 입장해야 하니 입구에서 구입하거나 미리 준비하자. 베이터우가 온천으로 유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온천욕을 즐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막상 묵직한 향이 마을에 가득하니 세 번째 서랍에서 여름만을 기다리는 수영복 생각이 간절하다. 수영복 구입을 원치 않거나 충분한 시간이 없는 이들이라도 온천수를 즐기는 간편한 방법이 있다. 길 끝자락에 있는 디러구地熱谷에서 뜨끈한 온천수가 계곡을 타고 마을 전체를 가로질러 흐르기 때문에 베이터우에 있다면 언제든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비록 물은 차가운 계곡과 만나 미지근했지만 지친 몸과 마음은 어느새 재충전 완료다.

 

항구도시의 낭만이 깃든 평화로운 딴수이

바다와 맞닿은 딴수이淡水는 오래전부터 외국 상인이 드나들던 곳. 교역량이 증가하자 본격적으로 외국과 항로를 이어 북부지역의 무역을 담당했었다. 현재 항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볼거리, 먹거리가 넘쳐나 현지인들도 타이베이 근교로 나들이를 갈 때 딴수이로 향한다. 파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이 유명해서 해가 저물어갈 시간이 되니 해변산책로는 하루 중 어떤 때보다 가장 붐볐다. 산책로 한쪽 구석,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의 끝에는 페리 선착장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노을이 주는 운치를 즐기기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뱃놀이가 일등인가 보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딴수이지만 이곳에는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있다. 결코 불쾌하지 않은 인파와 번잡함은 해변산책로뿐만 아니라 옛 거리인 라오제淡水老街에서도 이어졌다. 길을 따라 지어진 사원과 사찰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리얼한 삶을 만날 수 있다.

작은 항구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까닭은 아마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인 전리다쉐眞理大學와 담강중학교淡江中學校가 한몫을 하지 않을까. 전리다쉐 캠퍼스 안에서 하늘을 이고 앉아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겼다. 속도의 시대를 벗어난 듯한 느긋함에 영화 속 로맨틱함이 더해지니 모두가 딴수이를 사랑할 수밖에. 그렇게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는 타이베이를 향한 새로운 사랑이 함께 피어올랐다.

 

 

 

Information

General
개요
공식국호는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지만 통상적으로 대만 혹은 타이완이라고 한다. 본토 이외 펑후, 마쭈 등 79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으며 수도는 타이베이. 타이완 섬의 지형은 한국과 비슷한 동고서저형으로 국토의 2/3가 산으로 덮여있어 낮고 평탄한 서부 해안지역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인구밀도는 높은 편이다. 아열대와 열대기후로 나뉘어 3월에서 5월 사이에는 따뜻하고 화창하나 종종 비가 내린다. 사계절 온난한 기후 덕에 여행하기에 불편함이 없지만 선선한 날씨의 9월에서 11월 사이가 가장 좋다. 단 고산지대는 온도가 낮아 한여름에도 반드시 긴 소매 옷을 챙겨야 한다. 타이완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드러난 것은 네덜란드가 타이난 지역에 상륙하고 실질적으로 섬을 점유한 뒤다. 이후 청나라, 일본의 오랜 지배가 이어지다 1949년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장제스 정권이 이전하며 지금의 타이완으로 거듭났다.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해외무역이 발달했다. 수출과 수입 규모 모두 현재까지도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과도 상품을 비롯해 문화적 교류가 활발하다.

언어
타이완의 공식 언어는 만다린 중국어. 약간의 차이가 있는 타이완어도 함께 사용한다. 원주민은 전체 인구의 2%가량이지만 13개 부족에는 각기 다른 고유언어가 존재한다.

시차
중국과 동일하며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전압
110V 전압으로 220V 제품을 사용하려면 멀티탭을 준비해야 한다.

화폐
타이완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뉴타이완달러(TWD), 보통 위안(元)으로 읽는다. 2014년 4월 기준으로 현재 1타이완달러는 35원이다.

전화
타이완의 국가번호는 886이다.

Airline
대한민국 국적기를 비롯해 많은 항공사가 타이완 행 노선을 운항 중이며 평균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스쿠트항공을 통해서도 인천-타이페이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수, 금, 일 주 3회를 운항하기 때문에 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일요일 밤에 한국에 도착하는 2박 3일 여행을 계획하기 좋다.
문의 스쿠트항공 070-7686-0077, www.flyscoot.com

Tourism Center
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타이완 관광을 계획 중이라면 직접 서울사무소에 방문해 관광자료와 지도 등을
무료로 제공받고 서적을 열람하거나 영상 자료를 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니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기에도 좋다.
문의 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32-2357, www.tourtaiwan.or.kr

Sightseeing

녹색터널 綠色隧道
타이완의 역사를 대표하는 타이난 안핑지구에서 초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다면 홍슈린 녹색터널로 향하기를 추천한다. 타이완에서 유일한 자연터널로 물길을 따라 양옆으로는 맹그로브가 펼쳐져 있다. 작은 배에 탑승해 약
40분가량 천천히 돌며 역사의 도시와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주소 360, Dazhong Rd, Annan District, Tainan City
문의 www.4grass.com, +886-06-284-1610

치구염산 七股鹽山
338년 염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타이난 치구의 명소. 설산처럼 눈부신 소금산이 가장 눈에 띈다. 멀리서 보기에는 회색빛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안은
하얀 소금으로 차있다. 초기에는 약 7층 높이였지만 자연현상으로 녹아 현재는 5층 높이. 그러나 지금도 산을 이루고 있는 소금의 양은 무려 3만 9천 톤에
달한다. 주변에는 염전과 소금 조각 전시관, 소금 박물관 등이 있다.
주소 66, yanchengli, Qigu District, Tainan City
문의 www.cigu.tybio.com.tw, +886-6-780-0511

국립해양생물박물관 國立海洋生物博物館
컨딩에 위치한 타이완 최고의 해양박물관. 대만수역관, 산호왕국관, 세계수역관 총 3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흰돌고래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동물과 산호초를 관람할 수 있다. 숙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인데 별도의 공간, 시설을 갖춘 것이 아니라 수족관 내 해저터널 등에서 잘 수
있다. 위치에 따라 가격차이는 있지만 특별한 경험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주소 2 Houwan Rd, Checheng, Pingtung
문의 www.nmmba.gov.tw, +886-8-882-5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