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eformer Ahead of the Times,

Charles Dickens

시대를 앞서간 사회개혁가, 찰스 디킨스
내가 어느 글에서 ‘세상 사람들은 보통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가져서 행운이라고 하는데,나는 찰스 디킨스를 가져서 더 행복하다’라고 하는 한 영국인의 말을 통해 디킨스를 사랑하는 영국인의 심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제 다음과 같은 말로 디킨스에 대한 영국인의 사랑을 한 번 더 말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는 존경하지만 디킨스는 사랑한다’. 맞다! 디킨스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임이 분명하다.디킨스만큼 영국인을 잘 표현한 작가도 없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영국인 재발견 저자)

1 기념품. 
2 런던 집 유리창 그림.
3 브로트스테어 우체통과 전화박스. 
4 소설 속 인물들. 
5 런던 박물관 입구. 
6 작품집. 
7 디킨스 박물관을 알리는 표지판. 
8 브로트스테어 해변가 상점 모래밭 놀이기구. 
9 디킨스의 모습.

디킨스 탄생 200주년, 디킨스 제대로 보기!

디킨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보통 영국인의 고달픈 삶의 애환을 시대를 넘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가감 없이 그대로 잘도 표현해 놓았다. 디킨스의 작품은 대중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에 연재되었던 관계로 평이하고 흥미진진해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영연방 국가들에서의 디킨스의 인기는 그의 사후 거의 1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높다. 작년 2012년이 디킨스 탄생 200주년이었다. 그 때 다시 세계적으로 일었던 디킨스 바람은 아직도 꺼질 줄 모른다. 때맞춰 나온 영국 디킨스의 작품을 다시 제작한 BBC TV의
‘위대한 유산’과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은 공전의 히트를 쳐서 영국 내에서만 300만 명이 시청했다. 이 바람에 디킨스 소설책이 서점에서 고전서적 판매대가 아닌 최근 출간된 신간서적 옆에서 팔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디킨스 소설은 작가 사후 70년이 지난 작품들이라 인세를 줄
필요가 없어 출판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이다.

디킨스의 소설은 단행본이 아니고 당시 신문에 연재되거나 팜플렛 형식으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요즘 TV 드라마 주말 연속극 시리즈처럼
일정 기간을 두고 나왔다. 디킨스는 연재물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소설의 끝부분을 독자들이 그 다음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몸살이 나게 만들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청년 디킨스의 머리를 떠나 본 적이 없었다. 디킨스는 독자들을 붙잡아 놓고 인기를 얻어야 자기 수입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한 때 신문들이 연재소설로 독자를 끌어들였듯이 디킨스 시대의 언론도 이런 흥미소설로 독자를 유지했다. 그래서 독자들의 흥미를 최대한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 유행했다. 그 중에서도 디킨스의 소설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심지어는 미국으로 디킨스 소설을 실은 신문이 배달되는 항구에는 배를 기다리는 독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집까지 배달되는 신문을 기다리지 못하고 부두에 나와 신문이 내려지자 말자 그 자리에 서서 읽었다는 것이다.

강연가로도 이름을 날리다

디킨스는 또 소설로만 독자를 만난 것이 아니다. 전국 순회 소설 낭독회나 강연회를 하고 다녔다. 낭독회를 통해 다음 소설을 발표하기도
하고 강연회를 통해 자신이 주장하는 빈곤퇴치 운동을 설파하러 다녔다. 디킨스는 당시로서는 대단한 대중스타였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옷에 관심을 쏟았고 구레나룻을 비롯해 턱수염, 머리 같은 용모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신경을 썼다. 이런 강연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인기 유지를 위해서 필요했지만 수입도 상당히 좋았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도 순회강연을 떠나기도 했다. 디킨스는 자신의 소설을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1867년 ~ 1868년 미국 순회 강연을 가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64년에는 <에드 셜리반 쇼>에 출연했는데 이 쇼는 미국인구 중 40%인 7400만 명을 시청하게 만든 비틀즈의 미국 투어 <영국의 대침공British Invasion>의 빅토리안 시대판이다. 그러나 대단한 명성과 돈을 얻고 돌아 온 디킨스는 정작 미국인들에게서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듯 했다. 특히 식탁 매너에는 머리를 흔들었다. 또 씹는 담배를 즐기는 미국인들을 이해 못 했고 아무 곳에서나 씹던 담배를 뱉는 모습에 경악했다고. 거기다가 과도하게 치장된 미국 건물의 내부 장식의 천함에 질렸고, 절제 없이 떠들고 웃는 미국 숙녀들의 언행에는 전혀 매력을 못 느꼈다고 토로했다. 디킨스는 미국 투어 기간 동안 관광보다는 미국 내의 감옥, 정신병자 수용소, 빈민구호소 같은 곳을 찾아 다니면서 관심을 표명했다. 당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내의 사회복지 시설들과 비교를 하고 개선할 점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미국에서 배우기도 했다.

통속 소설가로서의 오해

이렇게 디킨스는 소설가로서도 유명하지만 영국에서는 사회개혁가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부처가 찰스 디킨스가 설립한 언론인 자선 재단 창립 1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 기사가 된 적이 있다. 이렇게 디킨스가 세우고 만든 자선단체나 사회복지시설 관련 법규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워진 지금 영국은 사회복지를 줄이려 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디킨스가 세운 제도인데 이제 어렵다고 150년전으로 돌아 갈 것이냐는 말이다. 디킨스는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의 수형생활로 고통을 받은 바 있어 그늘진 곳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다. 특히 고아, 빈민자녀 교육에 관심을 많이 쏟았고 말년에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넣어 그런 기관들을 설립하고 도왔다.

디킨스는 해군 경리국의 하급 회계원의 여덟 자식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존은 디킨스가 12살 때 빚을 져서 당시 유명한 마샬시 채무자 감옥에 잡혀 들어갔다. 그 바람에 사립학교를 다니던 디킨스는 한 때 아버지와 같이 감옥에도 있었고 나중에는 구두약 공장에서 노동을 해야 했다. 그때의 가혹한 공장 경험은 디킨스의 뇌리에 평생 남아있었다. 필설로 다 묘사가 안 되는 빅토리아 시대의 서민들의 참혹한 삶과 빈민가의 참상 그리고 열악한 공장 환경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그의 작품 여러 곳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디킨스는 평생 금전관념이 투철했다. 어떡하던 돈을 벌려고 노력했다. 구두약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고픈 배를 잡고 집으로 돌아 가던 디킨스의 눈에 골목길 창문으로 보이던 부잣집의 저녁 식사 장면은 바로 천국의 모습 같았었다고 자신의 글에 쓴 적이 있다. 그래서 반드시 돈을 벌겠다고 일찍이 결심했다. 자식들에게는 절대 자신과 같은 가난의 경험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이후 10명의 자식을 아주 잘 보살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디킨스는 아주 상업적 작가가 되어야만 했다. 다른 한편으로 얘기하면 그는 철저한 통속소설가였다. 지금은 영국 정통문학작가의 한 명으로
치기도 하지만 당시의 지식인들은 디킨스를 벌레 보듯이 한 사람도 많았다. 그를 독자들의 구미에 영합해 스토리를 바꾸고 조작하는데 천재라고 비꼬았다. 그 중에는 요절한 천재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테판 경의 ‘만일 문학이 어설프게 교육된 대중 사이의 인기로만 판단된다면 당연히 디킨스의 것이 영국 소설 중에는 가장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꼼이 제일 유명하다. 그의 말 중에 나오는 ‘어설프게 교육된half educated ’이라는 말은 말이 ‘반half ’ 이지 전혀 교육 받지 못한 무식한 대중이라는 뜻이다. 영국인은 대 놓고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니 디킨스 소설에 열광하는 독자들은 다 무식한 군중이라는 뜻이다. 그의 말이 옳고 그르냐는 판단은 디킨스의 소설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문학작품이란 반드시 머리를 쥐어 뜯고 읽어야 하고 예술영화란 무슨 내용인지 몰라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봐야 하는 요령부득의 어려운 것이어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지금 디킨스의 작품성에 대해 감히 입을 댈 것인가 말이다. 한 작품의 작품성은 시간을 두고 이렇게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매우 독특했던 디킨스의 유언

디킨스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영국 남부 켄트지방 히검 마을의 가드힐 플레이스 가의 집도 9살 때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면 저런 집에 살 수 있다고 했을 때부터 마음에 두었던 집이었다. 디킨스는 그 때부터 자주 그 집 앞을 지나면서 나중에 커서 돈을 벌어 저 집에서 살게 있는 자신을 상상했었다 한다. 그러다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은 44살의 디킨스는 드디어 그 집을 사게 된다. 그 이후 이 집은 디킨스의 별장이 되었고 결국은 거기서 숨을 거둔다. 자신의 모든 꿈을 이루고 죽은 것이다. 돈도 멀고 명예도 얻고 가족들도 잘 돌보고……

디킨스의 유언은 정말 유별나다. 특히 그 중에도 자신의 장례식은 정말 특이하다. ‘나는 검소하고 간소한 조용한 장례식을 정말 원한다. 나의 장례식의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 내 장례식에 오는 조문객은 검은 스카프, 검은 나비넥타이, 긴 검은 리본 같은 구역질 나는 어리석은 것들로 치장하고 오지 마라. 내 묘비에는 미스터니 신사(Esq.)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호칭을 쓰지 마라. 기념비나 동상이나 나를 기억할 어떤 것도 만들지 마라. 내 조국 사람들에게 나는 그냥 나의 책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가 그의 유언 중 장례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만 읽으면 가히 결벽증 환자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대를 앞선 사회개혁가로서의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유언이다. 과연 당대는 물론 그 후에도 이렇게 당당하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이 유언은 허례와 허식이 판치는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다. 디킨스는 유서에 비석에는 그냥 ‘평이한 영어plain English’로 간단하게만 새겨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조용한 자신의 집 근처 교회에 묻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로체스타시의 성당에 묻으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에는 디킨스는 너무 유명했다. 타임스지의 선도로 시작된 ‘디킨스는 반드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혀야 한다’는 여론은 나중에는 디킨스의 열렬 독자인 빅토리아 여왕도 개입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국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웨스트민스터 성당 내 남쪽 벽 쪽 ‘시인의 코너poet’s corner’에 묻혔다. ‘시인의 코너’는 영국 최초의 작가시인 제프리 초서(1343-1400)가 처음으로 묻히기 시작해서 이후 토마스 하디 알프레드 테니슨 같은 영국의 수많은 저명 작가들이 뒤를 따라 시인의 코너로 불리기 시작 했다. 시인의 코너에는 이름과는 달리 헨리 어빙, 로렌스 올리비에 같은 영국 배우들도 같이 묻혀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북쪽 벽 밑에는 공전의 히트를 친 ‘다빈치코드’에도 나오는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찰스 다윈 같은 영국 과학자들의 무덤이 있는 과학자의 코너도 있고 서쪽 출입구 옆에는 정치인의 코너 등이 있다. 유명인은 자기의 마지막 영면장소도 맘대로 선택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 대신 디킨스의 묘비는 그의 소원대로 정말 간단하게 ‘찰스 디킨스 1812년 2월 7일 출생 1870년 6월 9일 사망’으로만 적혀있다. 대문호의 비문으로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는 작가의 소원대로 아침 일찍 가족친지 12명만 참석한 가운데 철저하게 가족장으로 ‘비밀리’(당시 영국 신문 표현)에 치러졌다. 그 대신 무덤은 닫지 않고 열어 놓아 소식을 듣고 온 조문객 수 십만 명이 작가에게 마지막 존경을 표시할 기회는 주었다.

1 노년의 작가와 두 딸. 
2 런던 집 거실. 
3 5 런던 집 응접실.
4 브로트스테어 작가 집필실. 
6 브로트스테어 집. 
7 브로트스테어 해변가.

빈자의 수호자

사회개혁가로서의 세간의 평가를 조금 더 살펴 보자. ‘마르크시트들은 디킨스를 가장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공산주의 혁명의 화신으로 보고,
가톨릭에서는 가장 가톨릭적인 인물로 본다. 이 두 그룹 모두 디킨스가 빈자의 수호자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사회정의라는 말 조차 없던 약육강식의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 몇 세대를 앞서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레닌은 난로 가의 귀뚜라미 공연을 보다가 디킨스의 중산층 감상주의가 너무 역겨워 중간에 뛰쳐 나가고 말았다는 레닌 연구자의 기록도 있다.

런던 대영박물관 옆 도티가Doughty Street 48번지의 런던 집에서 디킨스는 1837년 3월 25일부터 1839년 12월까지 살았다. 현재 이 주소에는
디킨스 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디킨스의 1837년은 결혼 후 1년 밖에 안된 달콤한 신혼시절이었다. 1836년 4월 2일 캐서린 호가스와 결혼해서 이 집에서 10명의 자녀 중 위로 2명이 태어났다. 아담한 조지안 시대에 지어진 집이다. 바깥 장식이 전혀 없는, 인간의 욕망을 철저하게 억제하던, 조지안 하우스들은 대개 지상 3층이고 반지하의 4층 건물이다. 반지하는 부엌이고 1층은 응접실, 2층은 주인 가족의 거실 겸 침실, 3층은 하인들 방이다. 영국 TV인기 드라마 중에는 ‘업스테어 다운스테어’가 있었다. 에드워디안 시기(1900년대초)의 위층의 하인과 아래층의 주인들의 관계를 다룬 전형적인 영국의 계급관계를 나타내던 시리즈였다. 거기에 보면 도티가 박물관과 똑 같은 건물이 나온다. 이 집에서 디킨스의 미혼의 처제 메리가 같이 살았다. 이 시대에는 미혼의 여동생이

새롭게 가족을 이루고 힘들게 살림을 꾸려 가는 언니를 도우면서 같이 사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결혼 후 1년 뒤 메리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병에 걸려 디킨스의 품에서 죽었다. 디킨스는 평생 어린 처제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플라토닉 러브에 얽매여 고통을 겪었다고 여러 명의 친지들에게 고백했다. 처제가 끼던 반지를 평생 몸에 지녔고 머리카락을 넣은 목걸이도 목에 걸고 다녔을 정도였다. 더욱 특이한 일은 부인 캐서린의 다른 동생 조지나도 같이 살았는데 디킨스가 이혼한 뒤에도 조지나는 디킨스를 떠나지 않고 같이 살면서 조카들을 돌보았다. 그래서 둘의 사이에 대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으나 많은 확인되지 않는 풍문을 나았다.

디킨스를 만나는 방법? 블리크 하우스!

이 집은 디킨스가 살았던 런던 집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 있는 집이다. 이 집에서 디킨스는 픽윅 페이퍼, 올리버 트위스트, 니콜라스 니클비, 바나비 러지 같은 작품을 썼다. 작가로서의 이름이 이런 작품들에서 나고부터 비로서 경제적인 풍족함을 여기서부터 맛보기 시작했으니 디킨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집인 셈이다. 1923년에 철거되어 새로운 건물이 들어 설 예정이었으나 디킨스 협회에서 나서서 모금해 구입해서 지금의 박물관으로 유지하고 있다. 디킨스에 관한 한 제일 많은 수집품을 자랑한다는 박물관은 디킨스 초상화 그림, 작품 등장 인물 그림, 초기 소설집, 자필원고, 디킨스 소장 가구 및 필기도구 같은 개인 소장품 등이 정말 꼼꼼히도 수집되어 4층에 걸쳐 전시 되고 있다.

영국 남동부 해변가 브로드스테어 마을에 있는 블릭크 하우스는 해변을 내려다 보는 절벽 위에 있다. 원래는 포트 하우스라고 불렸는데 해변을 방어하는 성의 대위가 살려고 만든 집이다. 디킨스는 여기서 여름을 나기를 좋아해서 1850년부터 10년간의 여름을 거의 여기서 보냈다. 이리로 여름에 오면 휴가 와 있던 인근 호텔과 여관의 손님들이 디킨스를 보러 와서 항상 블릭크 하우스 응접실은 붐볐다고 한다. 여기서 디킨스는 그의 작품 중 가장 걸작이라는 데비드 코퍼필드를 썼다.
그리고 그의 작품 ‘황폐한 집Bleak House’의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한다. 블릭크 하우스에도 수집품은 상당히 알차다. 수십 장의 친필편지며 디킨스가 쓰던 돋보기, 펜, 책상, 찻잔을 비롯한 식기들 디킨스의 손때가 묻은 많은 수장품 들을 자랑하고 있다. 더군다나 백발이 허연 안내인은 오랜만에 보는 동양인의 내방이 반가워서 인지 쉬지 않고 설명을 한다. 런던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도 더 걸리는 동쪽 해변가 시골마을 누가 찾아 쉽게 찾아 오겠는가?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집을 방문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필자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활자로만 봐오던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더욱 실감나게 느껴 보고 싶어서이다. 막연하게만 상상하던 가나안 지방, 갈릴리 호수, 산상수훈을 있었다는 언덕을 보고 나서는 더욱 생생하게 성경구절이 와 닿았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가 쓰던 물건들과 작가가 한 때 숨 쉬던 공간을 비록 시차는 있으나 같이 나누어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면 쉽게 하지 못하는 시공간체험을 하는 셈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때로는 나는 이렇게 해서 아주 실감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녀와서 다시 읽은 작품에서 전에는 못 느끼던 작가의 숨결을 강하게 느끼는 때도 상당히 많다. 그런 체험 때문에 오랜 운전이 고달프지만은 않다.



1 소설 속 인물들. 
2 작품 속 거리 풍경. 
3 작가의 사진과 초상화들. 
4 디킨스의 친필 편지.
5 젊은 작가와 소설 속 인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