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ynyard Quarter,

 과거 고깃배가 드나들며 항구와 창고로 쓰이던 낡은 부두는 최근 몇 년간 로컬들이 사랑하는 아지트로 변신했다.윈야드 쿼터의 거리에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도서관, 힙한 레스토랑, 야외 시네마, 일광욕을 위한거대한 나무 의자들이 길 위에서의 시간을 유혹한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최은주 기자 취재협조 뉴질랜드관광청 www.newzealand.com/kr

1 바이아덕트 하버 앞의 요트들. 럭셔리하고 멋진 요트 위에 직접 오르지 않아도, 그 곁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2 항구에서 바라본 오클랜드 도심. 오른쪽에 솟아있는 게 스카이 타워다. 
3 거리 한가운데에서 일광욕 중인 시민들. 윈야드 쿼터의 시작 포인트인 카란가 광장에는 나무로 만든 넓은 의자들이 줄지어 있다. 
4 윈야드 쿼터의 북쪽 부둣가. 여기에서부터 세련된 레스토랑의 시리즈가 이어진다.
5 바이아덕트 하버와 윈야드 쿼터를 이어주는 도개교인 윈야드 크로싱.
6 카란가 광장. 오래된 항구를 개조한 곳답게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공간을 구성했다.

Wynyard Quarter

여행할 때마다 수면으로 떠오르는 뻔한 호기심이 있다. 유럽의 도시라면 “가장 오래된 것이 무엇일까?”, 북미나 아시아의 도시라면 “가장 새로운 것이 무엇일까?”라는 것.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Auckland에서 던진 첫 질문도 당연히 그거였다. 이 도시에서 새것이라 부를 수 있는 따끈따끈한 일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당연히 윈야드 쿼터라고 해야겠네요. 최근 몇 년 동안 오클랜드의 워터프론트에서 서서히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 로컬들의 반응이 핫하거든요. 유럽인이 처음 정착한 이래로 늘 항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완벽하게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하더니 어느새 누구든지 여유와 재미를 즐길 수 공동의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오클랜드 관광청의 미디어 담당자인 샤론은 짧은 설명 뒤에 이제 윈야드 쿼터가 로컬들의 애정뿐 아니라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녀를 졸랐다. 오클랜드에서 떠오르는 샛별을 소개시켜달라고.

오래된 부두의 변신

오클랜드를 찾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바이아덕트 하버Viaduct Harbour로 향한다. 얼마 전에 방영되었던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뉴질랜드 편에서도 아빠와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 시간을 보냈던 곳도 바이아덕트 하버였다. 럭셔리한 요트와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항구를 따라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해 여유로운 오클랜드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는 곳. 샤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윈야드 크로싱Wynyard Crossing 너머로 이끌었다. 새하얀 횡단교를 넘어서야 윈야드 쿼터Wynyard Quarter가 짜잔-하고 나타나므로. 그런데 다리를 건너는 순간 “삐삐삐-이.”하고 무서운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뭘 잘못 했나 당황하고 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표정이 참으로 편안하다. 다른 여행자들은 나처럼 놀라지 말길. 윈야드 크로싱은 도개교다. 배들이 항구를 드나들 때마다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는 다리 말이다. 너비 6미터, 길이 100미터에 지나지 않는 귀여운 다리는 1분 30초 동안 하늘로 향했다가 다시 1분에 걸쳐 제자리로 돌아온다.

바이아덕트 하버가 화이트 컬러의 세련된 느낌이라면 윈야드 쿼터는 오픈된 공간 곳곳에서 트렌디하고 힙한 기운이 맴돈다. 워터프론트 지역으로 퀸스와프Queens Warf와 바이아덕트 하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빅토리아 공원에서 바닷가 쪽으로 뷰몬트 거리Beaumont St.와 핼시 거리Halsey St., 젤리코 거리Jellicoe St.가 둘러싸고 있는 직사각형 형태의 지역을 지칭한다. 37헥타르의 면적에 해안선과 맞닿은 부분은 약 3킬로미터. 거리 곳곳에 해양역사가 스며들어 있는데, 거리명과 지명들이 모두 보통 해군이나 항구와 관련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윈야드 쿼터는 1854년 해군 58연대를 책임졌었던 해군 대령 로버트 윈야드에서 따온 것이다.

과거 고깃배가 드나들던 항구와 창고의 역할을 수행하던 낡은 산업시설에 다양한 개발의 손이 뻗치면서 2011년 8월 1차적으로 모두를 위한 공공의 공간이자, 오클랜드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의 윈야드 쿼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추상적으로 설명하자면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지역. 개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년 후까지 벌써 계획되어 있다니 앞으로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겠다. 샤론은 윈야드 쿼터를 오클랜드에 사는 시민의 입장으로도 해석했다. “사람들은 윈야드 쿼터를 오클랜드의 미래라고도 불러요. 재미있는 공간과 그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또 일자리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

윈야드 쿼터 놀이는 카란가 플라자Karanga Plaza에서 시작한다. 윈야드 크로싱을 건너자마자 등장하는 광장으로 마오리의 언어로 ‘환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둣가 아니랄까봐 넓은 오픈 스페이스에 놓여있는 녹슨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윈야드 쿼터에 대한 정보들을 갖추고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본격적인 탐험을 준비하기 좋은 출발점이다. 광장에 있는 거대한 비치 배드 역할의 너른 나무 판자 위에 누워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자. 하릴없이 일광욕을 해도 훌륭하다. 걸어서 산책하기에도 전혀 무리 없지만, 혹여 37헥타르에 달하는 윈야드 쿼터에 대한 완전 정복욕이 끓어오른다면 자전거를 빌릴 것. 반가운 소식은 2시간 동안의 자전거 대여는 무료라는 거다. 카란가 플라자의 키오스크에서도 빌릴 수 있고, 퀸스 와프Queens Wharf의 끝에 있는 콰이 거리Quay St.에도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첫 2시간
이후, 추가로 이용하는 데에도 시간당 4달러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 2 5 윈야드 쿼터의 북쪽, 노스 와프에는 레스토랑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 잭타르는 실내 야외 할 것 없이 항상 복작거린다. 
3 피시마켓. 고깃배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진열대로 직행하므로 생선의 신선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4 알록달록하게 페인트칠 되어있는 시멘트 저장고. 여기가 바로 야외 시네마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실로 파크다. 
6 이탈리안 홈메이드 미트볼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바두찌의 부엌 풍경. 

7 윈야드 쿼터 거리위에 있는 야외 도서관. 컨테이너 박스 안에 꾸며놓은 게 인상적이다.

일단 윈야드 쿼터에 들어섰다면 정처 없이 걸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게 좋더라.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면 잠시 앉아서 쉬었다가 또 움직이는 것이 제대로 된 구경법. 물론 주요한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워터 프론트 컨테이너 도서관Waterfront Container Library은 그중에서도 눈길을 확 잡아끄는 곳. 해안가 도로 위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있는데, 그 안에 책들이 가득하다. 그 앞으로 예쁘게 꾸며놓은 인조잔디며 형형색색의 가구들이 사랑스럽게 유혹한다. 책을 읽어도 좋고, 잠깐 쉬었다 가기에도 그만이다. 예술적으로 페인트칠 되어있는 35미터 높이의 시멘트 저장고 곁의 실로 파크Silo Park도 윈야드 쿼터의 상징 중 하나다. 여름밤이면 나이트마켓이 열리고, 매주 금요일 밤에는 무료 야외 시네마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플레이 스페이스Play Space라고 불리는 놀이터도 있다. 오래된 부두의 바닥 위에 모래, 조개, 바위와 기증 받은 물건들을 모던한 스타일로 개조해 꾸며놓았다. 도시 중심의 유일한 놀이터라 항상 아이들로 복작거린다. 과거 이곳을 달리곤 했던 트램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독라인 트램 루프Dockline Tram Loop라고 지금 잠시 공사 중인데, 1920년대 스타일의 트램에 올라타면 핼시Halsey, 간트Gaunt, 달디Daldy, 젤리코Jellicoe 거리를 둥글게 돌면서 윈야드 쿼터의 오랜 해양시대 속으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윈야드 쿼터의 하이라이트

어쩌면 이곳으로 발걸음을 이끌어온 진정한 목적은 본능적으로 맛집이었을 지도. 윈야드 쿼터의 북쪽 끝에 있는 노스 와프North Wharf에는 9개의 레스토랑이 한 지붕 아래 줄지어 들어서 있다. 지붕을 공유하는 건물은 페론 헤이Fearon Hay라는 건축가가 1930년대까지 창고이자 작업장으로 쓰인 두 개의 건물을 부두에서 모티브를 따오되 모던한 방식으로 변신시킨 것. 노스 와프의 레스토랑들은 이탈리안, 스패니시, 아메리칸,
재패니즈 등 모두 인터내셔널한 퀴진을 선보이는데, 여기 레스토랑의 커다란 특징은 모두 다 오픈 키친이라는 것과 예약 따위는 절대 없다는 거다. 최근 TV 요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의 프로세스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오픈 키친이 유행하고 있으며, 또 먹고 싶으면 빨리 와서 자리 잡으라는 심보가 숨어있다. 실제로 평일이든 주말이든 해가 쨍쨍한 날이면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실내부터 야외 데크까지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닷바람을 쐬며 먹고 이야기하며 여유를 누리기에는 오클랜드에서 이만한 곳이 없을 테다. 사람들의 발길을 유난히 끄는 곳은 이탈리안 홈메이드 미트볼을 선보이는 바두찌Baduzzi와 가스트로 펍 잭타르Jacktar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씨푸드를 사랑하는 건 비밀이 아니다. 노스 와프의 뒤쪽에 있는 피시 마켓Fish Market에 가면 그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마켓에서 판매하는 풍요로운 양과 종류의 해산물은 고깃배에서부터 항구로, 그리고 다시 시장으로 직행해 진열되기 때문의 의심할 여지없이 도시 최고의 신선함과 퀄리티를 자부한다. 같은 건물 2층에는 프로페셔널한 셰프가 해산물 요리를 가르치는 오클랜드 씨푸드 스쿨Auckland
Seafood School이 있다. 심각한 코스는 아니고, 단 몇 시간에 요리를 끝내고 맛있게 먹고 즐기는 속성코스라서 로컬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만 여행자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Auckland's Newest Urban Scene

오클랜드의 새로운 아지트, 윈야드 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