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way :: Tour

Closer to People & Nature

아름다운 사람과 풍요로운 자연이 함께하는 여행

바다 위와 산등성이를 달리며 노르웨이를 여행했다. 분명 후티루튼과 노르웨이 인 어 넛셸은 가속화 시대에 가장 빠른 여행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하늘과 사람과 한가지로 숨쉬며 한없이 여유롭게 노르웨이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강건호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02-777-5943, 한진관광 www.kaltour.com

노르웨이 전체 인구는 500만 정돈데, 한국은 얼마나 되나요?” 가이드의 질문에 오천만이 넘는다고 대답하니 잘못 말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다시 한번 밀리언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를 위해 노트에 50,000,000을 적어줬다. 그다음 이어진 것은 일정 중 어떤 사람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리액션. 미국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오-마이 갓’을 몇 번이나 외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한국의 인구가 오천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며 이야기를 하더라. 나조차도 번화한 곳에 갈 때마다 두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니 그녀의 격양된
목소리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인구는 우리가 열 배 이상 많은 것에 비해 노르웨이는 한반도의 1.7배, 남한과 비교해서는 4배나 크다. 또한 500미터가 채 넘지 않은 낮은 산들이 전체 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문화와 자연환경에서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같으면서도 다른,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노르웨이를 후티루튼 크루즈와 노르웨이 인 어 넛셸을 이용해 여행했다. 짧은 시간 안에 더욱 많은 것을 보고 여행자들과 함께 감동을 나누고 싶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저 편안하게 다음 지역으로 가는 이동수단을 뛰어넘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연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고,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행에서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수많은 풍경을 담을 맑은 두 눈과 마주치는 사람들과 다정하게 주고받을 미소. 어려운 건 하나도 없었다.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과 동화 같은 마을 앞에서는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으므로.

단순한 교통패스라 생각하지 마세요

열차 안,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다. 전문가용 Dslr를 창문에 붙이고 서 있는 사람도 여럿 있다. 기차가 잠시 정차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가방을 두고 출구를 향해 걸음을 바삐 한다. 거대한 폭포를 마주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에 탄성을 터트린다. 열차에서 내려도 페리와 버스로 갈아타는 이동의 연속. 몸은 조금 지쳤을지언정 숙면을 취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깨끗한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거나 피오르를 유람하는 배에서 유유자적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만끽하는 여행. 인 어 넛셸의 뜻만큼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노르웨이 인 어 넛셸Norway In a Nutshell은 갖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눈으로보기에는 열차, 페리,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에 지나지 않지만 단순히 교통패스라 생각하지는 말길. 지금껏 많은 여행자가 하루 꼬박 걸리는 시간을 오직 이동수단에만 투자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행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루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예이랑에르 피오르, 하르당에르 피오르, 송네 피오르 인 어 넛 셸을 제치고 당당히 국명을 따 만들어진 노르웨이 인 어 넛셸. 노르웨이 대표도시 오슬로와 베르겐에서 시작하며 다음 출발 시각에 딱딱 맞춰 움직인다면 두 도시를 오가는 데에는 약 11시간이 소요된다. 긴 시간 가만히 앉아 있어 지루할 것이라는 걱정이라면 접어두어도 좋다. 오슬로 출발 기준으로 뮈르달Myrdal까지는 기차여행의 편안함을, 플롬스바나Flamsbana 산악열차를 타고 1시간가량 대자연의 신비를, 플롬Flam에서 구드방엔Gudvangen까지 크루즈 위에서 피오르의 절경을, 보스Voss까지는 버스 안에서 굽이진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스릴을 모두 느끼게 될 테니. 넛 셸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용 가방이나 묵직한 배낭을 가지고 있어 한눈에 구분이 됐다. 이들은 옆자리와 맞은편에 앉아 바깥 풍경을 즐기다 그 풍경의 일부가 되기 위해 열차에서 내렸다. 특히 많은 사람이 하룻밤을 묵어가는 곳은 플롬과 보스. 그만큼 이곳에서 다시 탑승해 새로이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여행자들로 열차 안은 언제나 붐빈다. 1분 1초라도 이동에 드는 시간을 아꼈던 전과 달리,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이동하는데 하루를 소비했다. 그러나 창밖으로 펼쳐진 낭만적인 풍경에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타고 있는 이동수단이 좀 더 천천히 가기를 간절히 바랬을 뿐. 어김없이 예정된 시각 정확하게 베르겐 역에 들어선 열차에 야속한 마음마저 들었다.

후티루튼과 함께 한 풍경

인 어 넛셸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것이라면 후티루튼Hurtigruten은 오직 배로 노르웨이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120년 역사의 후티루튼은 노르웨이 서부의 긴 해안을 따라 항해하는 크루즈로 100개 이상의 피오르와 34개의 크고 작은 항구를 지나며 훼손되지 않은 자연, 문화 그리고 전통을 경험하게 한다. 초기에는 노르웨이 북쪽과 나머지 지역을 연결하는 화물선 역할에 충실했지만 현재는 화물보다 승객 비율이 더 높다. 후티루튼의 여정은 베르겐에서 시작해 6일째 북쪽의 키르케네스Kirkenes에 도착, 다시 베르겐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온전히 배의 일정만 두고 본다면 12일이지만 타고 내리는 것이 자유로워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뿐만 아니라 짧은 휴가나 주말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기자는 베르겐에서 출발해 올레순으로 가는 단 하룻밤만을 후티루튼에서 보냈는데, 취재 중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을 만큼 단잠에 빠졌다. 그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크루즈라고나 할까. 꿈도 없는 숙면에서 깨어났을 때, 짧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와있었다.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카페, 채광이 좋은 라운지의 명당은 모두 일찍 일어난 사람들의 차지.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선데크에는 물기가 남아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옷을 단단히 차려입었기에 바깥에서 맑게 갠 하늘과 피오르를 감상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천천히, 느리게 즐길수록 이 여행은 더 재미있다. 화려한 파티가 매일 이어지는 크루즈가 아니기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신비로운 풍광에 집중하게 됐고 노르웨이의 자연만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옆자리 여행자가 어디서 왔는지, 몇 살 인지, 어디까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몸을 뒤로 넘어가게 하는 거센 바람을 함께 견뎌내고 폭포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피하는 서로를 보며 웃을 때, 그런 것들은 더 이상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잠시나마 내가 누구인지 의미가 없어지더라도 산과 물 안에서 그들과 오래도록 호흡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