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ada :: Riding Mountain National Park

Adventures in Riding Mountain National Park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 어드벤처
매니토바의 주도 위니펙에서 초록 밀밭과 카놀라 꽃밭으로 뒤덮인 대초원을 달리고 달리면 사시나무가 무성한 야생의 땅에 닿는다. 매니토반이 아니면 캐나다 사람들에게조차 생소한 곳. 상대적으로 인간의 손을 덜 탄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로컬들에게도 역시 홈 스위트 홈이고.
글과 사진 함희선 기자 취재협조 주한캐나다관광청 02-733-7790, www.keepexploring.kr

1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을 채우고 있는 빽빽한 냉대림. 숲을 누비는 트레일이 400킬로미터나 연결되어 있다. 
2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 본 공원 풍광. 지상에서는 몰랐던 엄청난 밀도가 느껴진다.
3 레이크 오디 곁의 들판에서 마주친 바이슨. 앞모습은 늘씬한데, 옆에서 보면 어깨가 정말 미식 축구 선수처럼 건장하다. 
4 팍스 캐나다에서 2년 전, 새롭게 런칭한 캠핑 방식인 오텐틱. 
5 레이크 오디의 고요한 풍광. 라이딩 마운틴에는 호수가 정말 많다.

쿵쿵쿵.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새벽 6시. 지금 나는 900킬로그램짜리 시커먼 바이슨Bison과 코앞에서 대치중이다. 한 놈이 아니다. 어림잡아 스무 마리가 넘는다. 킁킁킁. 녀석들이 콧구멍으로 내뿜는 콧바람의 습기가 내 살결에 내려앉는다. 비릿한 털 냄새가 티셔츠 안에 스며들어 바이슨과 내가 한 몸이 될 지경이다. “덩치는 저렇게 산만해도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민첩한 놈들이라오. 여차하면 차에 올라탈 수 있게 트럭 옆에 몸을 바싹 붙이시게!” 평생을 자연과 어울려 살아온 동물학자 팻 할아버지가 내 곁에서 그들의 동태를 예민하게 살펴주지만 미식축구 선수마냥 솟아오른 바이슨의 건장한 어깨를 보아하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야생동물을 마주하고 섰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보통 이렇다. 너무 신기함. 하지만 비현실적이라 감동하는데 시간이 걸림, 그러나 또 곧 적응된 후 엄청나게 흥분됨. 그 동물이 힘센 포식자일수록 아슬아슬한 공포는 더 짜릿하다. 바이슨이 먼저 자리를 뜨지 않는 이상 나도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들이 내 쪽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만약 바이슨이 나를 치받으면 하늘로 뻥-하고 솟아오르겠지.’라는 공포감이 변태처럼 좋다. 결국 길 잃은 새끼 고양이가 되어 트럭아래 웅크리고서 녀석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를 자처한다. 들판을 채운 노랑, 보라, 분홍 꽃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아침식사를 즐기는 바이슨 떼. 어찌나 꽃을 뜯어먹는지 저러다 똥에서도 꽃향기가 나겠지 싶다. 투박한 털도 살랑살랑 참 곱게도 바람에 나부낀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바이슨과 나. 우리의 아침은 이곳에서 이렇게 시작했다.

대초원 위의 냉대림 숲

바이슨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 곳은 캐나다의 중부 매니토바Manitoba 주 남부에 위치한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Riding Mountain National Park이다. 주도인 위니펙Winnipeg에서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리면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빽빽한 나무 숲. 끝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밀밭과 노란 카놀라 꽃밭을 지겹도록 구경하고 나면 키 큰 나무들이 단체로 등장해 하늘을 찌르는 풍광으로 변한다. 오로지 대초원만이 기대되는 곳이라 그 등장은 더 극적이다. ‘자, 이제 농경지 끝! 여기부터 야생.’라는 표식이기도 하고. 3천제곱킬로미터의 거대한 땅 덩어리를 채우고 있는 건 사시나무가 가득한 냉대림Boreal Forest이다. 그 사이마다 호수와 해변이 자리한다. 특히 호숫가는 흑곰, 늑대, 코요테, 비버, 사슴, 무스, 엘크, 쿠거, 링스 등 포유동물의 파라다이스다. 종류를 가름할 수 없는 새들과 파충류도 발끝마다 마주친다. 캐나다 최초의 환경운동가였던 인디언 그레이 아울Grey Owl도 이곳 오두막에서 6개월간 살면서 비버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또 자연에 대해 연구했을 정도. 입구에 조성된 타운을 제외하고는 정말 완전한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사파리처럼 엄청난 동물을 찾아다니는 건 아니지만, 공원 어디서든 운이 좋으면 야생동물과 인사할 수 있다. 다만 한여름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뜨거운 낮에는 그들도 더위를 피해 숲속에 몸을 꼭꼭 숨기고 있으므로.

여기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건 1929년이다. 매니토바 주 첫 번째 국립공원의 타이틀이다. 그 후 1986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지구로 지정되었다. 워낙 광활한 땅을 가진 캐나다라서 40개가 넘는 국립공원 가운데 규모로서 손꼽히는 건 아니지만, 주요한 곳만 둘러보려 해도 최소 2일은 필요하다. 물론 점찍듯이 볼 때 2일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주일정도 머물면 좋겠다. 공간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자연이라는 건 언제나 타이밍이라서 지금, 그리고 당장의 10분 뒤가 완전히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시간, 다른 날씨, 다른 상황 속에서의 경험은 또 완벽하게 새로울 테니.

1.커다란 나무 아래 잔디밭이 무성하다. 아이들은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하고, 어른들은 낚시 의자를 늘어 놓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 
2 와사가밍 타운에는 아이스크림, 크레페, 베이커리 등 간식거리를 사먹을 수 있는 숍이 많다. 
3 커다란 규모의 클리어 레이크. 공원입구와 와사가밍 타운에 맞닿아 있다. 
4 클리어 레이크의 해변. 매니토바가 내륙지방이라 그런지 호숫가의 모래사장에도 비키니 미녀들이 많다.

로컬들의 환상적인 휴양지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캐나다 사람이에요. 그것도 매니토바 주 남부에 거주하는 로컬들이죠. 캐나다를 찾는 여행자들은 무조건 로키 산맥 같은 압도적인 자연으로 향하지 않나요? 나라도 처음부터 중부 대초원을 꿈꾸진 않을 거 같아요.” 셔틀 벅Shuttle Bug이라는 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젊은 여사장 니키타가 내게 하필 왜 이곳에 왔냐며 했던 말이다. 그녀의이야기도 맞는 소리지만, 반대로 진정한 로컬들만 찾는 곳이라 더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3시간 떨어져 있는 위니펙을 포함해 30분 거리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는 이들의 환상적인 아지트로서 말이다.

공원 입구와 맞닿아 있는 와사가밍Wasagaming은 개인별장, 펜션, 레스토랑, 부티크, 기념품 숍, 아이스크림 가게, 펍, 주유소 등이 들어서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전력질주해도 10분이면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앙증맞아서 방문자 센터와 호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있는 도로를 따라 산책하듯 걸으며 구경하기 좋다. 라이딩 마운틴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명의 맛을 보여주는 고마운 마을. 짧게는 3-4일, 길게는 한 달씩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며 자연을 즐기더라도 기본적인 편안함은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다. 와사가밍 캠핑장은 매니토바 주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파이어 박스, 피크닉 테이블, 화장실, 샤워장, 베어 프루프 쓰레기통, 푸드 컨테이너 등의 시설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공원 구석구석에 이런 풀 서비스 캠핑장부터 베어 프루프 쓰레기통 달랑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생야생까지 총 22개의 캠핑장이 있다. 참고로 나는 팍스 캐나다Parks Canada에서 2년 전에 새롭게 런칭한 오텐틱oTENTik에서 잠을 청했다. 가구까지 갖춘 오두막이라 캠핑의 무드는 잃지 않으면서도 불편함 없는 밤을 꿈꾸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잠자리다.

1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 카약. 클리어 레이크를 비롯해 월풀 레이크, 문 레이크 등에서 카약을 즐길 수 있다. 
2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 공원에서 지시하는 표지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 주변에 옹달샘이 있는 덕에 바닥에 이끼가 가득 생겨서 침대처럼 폭신 폭신했던 숲길. 
4 숲속에는 사스캐툰, 촉베리, 핀베리, 라즈베리 등 곰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들이 즐비하다. 
5 고지 크릭 트레일을 걷고 난 뒤 마침내 마주한 풍경. 오밀조밀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냉대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와일드 라이프 어드벤처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얼스 리듬Earth Rythm을 운영하고 있는 동식물 연구가 샐래스씨와 와일드 라이프 어드벤처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아주 오래전 빙하가 깎아놓은 땅이에요. 매니토바 주에는 물 반, 땅 반이라고 해도 될 만큼 호수가 많아요. 위니펙의 이름도 레이크 위니펙Lake Winnipeg을 따라 지은 거랍니다.” 권총모양으로 생긴 라이딩 마운팅 국립공원에도 호수가 많다. 그 중의 스타는 와사가밍 타운에 위치한 클리어 레이크Clear Lake다. 바다가 먼 내륙이라 그런지 모래사장은 비키니 입은 여인들과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가득하고,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산책하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동네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청명한 호수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카약과 요트다. 고요한 야생의 카약킹은 클리어 레이크보다는 서쪽의 월풀 레이크Whirlpool Lake가 좋다. 비버가 쌓아놓은 나뭇가지 집과 캐나다에서 쉽게 보는 수생조류 룬Loon을 호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감동이 있다. 패들을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꺼낼 때 또르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감동도.클리어레이크가 인간에게 친화적이라면 레이크 오디Lake Audy는 야생 친화적이다. 특히 아침의 호숫가는 녀석들이 물도 마시고 풀도 뜯어먹는 환상의 밥상이다. 바이슨 떼를 마주한 것도 바로 오디 호수 근처였다. 들새 전문가인 칼씨가 이상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새들을 불러들였고, 샐래스씨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파악해가며 트럭을 뒷길로 몰았다.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 동안 무려 바이슨, 엘크, 사슴, 링스를 보았다. 마지막 돌아오는 길에 엄마 흑곰과 아기 곰 세 마리가 우리 차 앞으로 지나갈 때는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샐래스씨도 이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박수까지 쳤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건 절대 허락받지 못했다. “여긴 저들의 집이에요. 우리는 잠시 방문하는 것뿐이죠. 녀석들의 삶을 방해하지 맙시다.”

한번은 고지 크릭Gorge Creek을 따라 걸었다.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에는 400킬로미터 이상의 트레일이 있다. 아주 가파른 계곡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숲은 정말이지 울창했다. 메이플, 아메리칸 느릅나무, 흰 자작나무, 사시나무, 개암나무 등 빽빽한 저 숲 어딘가에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짜릿했다. “곰 똥이다! 여기도 곰 똥이다!” 금광을 발견한 듯이 여기저기서 외침이 들렸다. 평소라면 더러워했을 똥을 코앞에 두고 관찰했다. “베리를 많이 먹었군. 씨가 많이 박혀있어. 아직도 똥이 후레시해! 멀리 가지 않았을 거 같아. 혹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 아냐?” 트레킹 루트를 따라 블루베리를 닮은 사스캐툰을 비롯해 촉체리, 핀체리, 라즈베리가 길 양쪽 수풀에 가득했다. 나도 곰처럼 양손을 휘두르며 베리를 따서 입안으로 집어넣다가 아침에 본 곰 생각이 나서 급히 멈췄다. 아기 곰 세 마리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초원과 야생 사이, 그 경계의 마을

라이딩 마운틴 국립공원의 생야생과 매니토바 주의 대초원 사이의 경계에는 작은 마을들이 많다. 주민들의 직업은 주로 농부다. 시골에 무엇이 있을까 하겠지만 그들이 이루는 커뮤니티는 의외로 재미나다. 공원 안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와사가밍 타운에서만 놀게 되는데, 10분만 더 투자해 차를 타고 밖으로 나오면 오나놀Onanole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인구가 400명 남짓이라면 어떤 규모일지 짐작할 수 있을 터. 가장 흥미진진한 남의 집 구경으로 시작해 엘크 동상이 있는 마을 입구부터 상점, 채소가게, 호텔, 기념품 숍, 옷가게, 미용실 등 동네 마실을 나가보자.

들려볼만한 가장 힙한 장소는 폭스페일 카페Foxtail Cafe다. 젊은 사장 타일러Tyler와 줄리Julie 커플이 최근에 오픈한 피자집으로 시골식당 같지 않게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되어 인기 만점이다. 전부 로컬에서 재배한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들며 화덕에서 1-2분 안에 구워낸다. 운 좋게도 주말이라면 스포츠맨 파크Sportsman Park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서 진짜 주민들과 엉켜서 채소, 달걀, 쨈, 베리, 수제맥주, 앤티크 등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오나놀 마실에서 빼먹으면 절대 안 되는 곳은 푸어 마이클스 북숍Poor Michael’s Bookshop이다. 1930년대 오두막 스타일의 카페 겸 중고 서점으로 이 근처 온 동네 사람들이 커피 마시러 오는 곳. 캐나다의 클래식한 문학과 자연사, 예술, 여행 등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독서를 즐기며 이 동네 최고의 커피를 음미하기 좋다.

1 4 오나놀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파는 푸어 마이클스 북숍. 온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다. 
2 로컬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들판에서 먹는 서퍼 인 더 필드의 마지막 디저트를 손에 들고 있다. 
3 서퍼 인 더 필드의 아름다운 메인 메뉴. 
5 하비스트 썬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 필드의 캠핑장 풍경. 
6 오나놀에서 주말 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 규모는 소박하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좋다.

맛있는 시골라이프

“오나놀 인구가 400명이라면 여기는 100명도 안될 걸요?” 캐나다의 동쪽 끝 뉴펀들랜드 주 출신으로 이곳이 좋아 30년 넘게 살고 있는, 나와 함께 야생동물을 찾아 헤맸던 샐래스씨는 캘우드Kelwood 이야기에 침을 튀겼다. 최근 젊은 사람들이 오면서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농경지만 가득한 대초원에서 마주친 앙증맞은 캘우드는 예상외로 시끌벅적했다. 밭을 오가는 농부들의 트랙터 때문이 아니라 들판에서 밥을 먹는 서퍼 인 더 필드Supper in the Field라는 축제 때문이었다. 솔직히 참가인원이 30-40명에 불과해 축제라고 부르기에는 살짝 민망하나 흥겨움은 못지않았다. 2003년부터 셰프 팀 테일러Tim Talyor의 지휘로 <Close to Home>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 중인데,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로 시골생활에서 먹을 수 있는 전형적인 리얼 매니토반 가정식을 선보인다. 건강하고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건 꽤 뭉클한 감동이었다. 농부가 1년 동안 농사짓고 밥상에 올리는 그 과정을 모두가 아주 중요하고 신성한 것이라 여기고 있었으므로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도 재미있다. 이 콩은 저기 허친스네 조카 농장에서 재배한 거다, 리암 집에서 키운 라즈베리가 제일 맛있다더라, 오크 아일랜드에서 염소치즈를 제대로 만든다더라, 혹은 웬델의 집에서 만든 꿀이 제일 달더라. 이런 과정을 통해 로컬 셰프와 푸드 생산자들이 자연스럽게 주목받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로컬 비어인 파머리Farmery를 마시며 먹는 들판 위의 식사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미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내 생애 최고의 밥상에 꼽힐 정도로 훌륭했다.

우리 동네 음악축제

서퍼 인 더 필드 옆의 또 다른 필드는 난리도 아니었다. 귀여운 RV 캠핑카 수백 대에 점령당했다. 우리나라 캠핑과 달리 마치 피난이라도 떠나온 듯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싸온 형색이더라. 낡은데다가 엄청 무거워 보이는 냄비와 주전자, 접시, 포크 할 것 없이 잔디밭 위에 아예 집을 차렸다. 그래도 얼마나 정겹고 예쁘던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색색의 담요 위는 어디 비할 데 없는 파라다이스다.

“8월의 끝 무렵이면 캘우드에서는 하비스트 썬 뮤직 페스티벌Harvest Sun Music Festival이 매년 열려요. 그 시기에 맞춰 이동네 사람들은 거의 다 일주일 쯤 캠핑을 하죠.” 1시간 거리의 브랜든Brandon에서 왔다는 아저씨도 축제기간을 포함해 5일 동안 놀다갈 거라고 했다. 이 음악축제에는 매니토바 주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가한다. 피쉬 앤 버드Fish&Bird, 더 노블 티프스The Noble Thiefs를 포함해 올해도 21명의 라인업이 모두 매니토바 주 출신이거나 현재 매니토바 주에 거주하는 이들이었다. 물론 주로 주도인 위니펙에 사는 도시사람들이지만 어쨌거나 ‘홈Home’이라고 부르는 이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대초원에서 자란 사람들이라 그런가. 무대도, 그리고 무대를 즐기는 사람들도 한없이 자유롭다. 연인은 잔디밭에 뒹굴며 키스를 하고, 엄마는 갓난아기를 들쳐 업고 춤을 추고, 꼬마들은 훌라후프를 하고 덤블링을 한다. 음악이 컨트리든, 재즈든, 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거기에 매니토바 주의 유명한 키즈 앤터테이너 알 시몬스Al Simmons의 사회 덕에 캘우드는 동네 전체가 주말 내내 떠나갈 듯 깔깔 거렸다. 이 동네를 통째로 훔쳐갈 수 없을까. 안되면 동네 사람 아무나 꼬셔서 캠핑카를 얻어 타고 싶은 주말 밤이었다.

1 머리에 직접 만든 예쁜 꽃 헤어핀을 두르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중. 
2 표지의 주인공이기도 한, 축제의 인물들. 가운데는 알 시몬스, 나머지 젊은 청년은 노블 티츠스라는 밴드다. 
3 무대를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4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스스로 좀비와 마녀라고 부르며 신나하는 아이들. 
5 매년 8월 필드에서 열리는 하비스트 썬 페스티벌. 6 남자 보컬의 목소리가 정말 멋진, 피시 앤 버드의 공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