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ga :: Architecture

Perfect Puzzle with Various Cultures  세 문화로 맞춰진 완벽한 퍼즐

말라가는 무척 아름다운 만큼 깊숙한 내공까지 지니는 땅이다. 외향적인 화려함이 자칫 정말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할지도 모르지만, 말라가는 유럽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는 도시 중 하나다. 처음 이 도시에 문명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 최소 2,000년 전의 일이다. 가톨릭 왕국이 다시 말라가를 점령하기 전까지 도시에 수백 년간 뿌리내렸던 아랍 문화는 오직 말라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문화를 탄생시켰다. 말라가에서는 아직도 그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멋진 건축물들이 자리를 지킨다. 그곳들을 따라 걸어보자.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최은주 기자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com, 말라가 관광청 www.malagaturismo.com

1 말라가 대성당의 뒷문을 걸어 나오면 만키타의 한쪽 팔과 멋진 건물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2 말라가 대성당의 44미터 높이 천장은 입장하는 순간 웅장함을 더해 경건한 겸손함마저 들게 한다. 
3 대성당 전체를 밝히는 밤의 조명 덕분에 말라가 대성당에게는 밤에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4 말라가 대성당의 또 다른 이름인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라는 이름은 모두 이 조각상에서 유래한다. 신이 보낸 천사가 마리아에게 그녀가 
   곧 예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는 순간이 정교하게 조각된 작품.

말라가는 거대한 하나의 퍼즐 작품과도 같다. 아주 오래 전 페니키아와 로마인들이 말라가에 왕국을 건설했었고, 중세 후반 이후로는 이슬람의 그라나다 왕국으로 번영했다. 수백 년 동안 이슬람 문화가 뿌리박혔지만 15세기에 가톨릭 군주들에 의해 다시 주인 자리를 빼앗기며 지금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말라가의 문화가 특별한 점은 그리스, 페니키아, 로마, 이슬람 등 다양한 종교와 군주들이 이 땅에 발을 들였어도 모두 기존에 남아있던 다른 문화를 파괴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부분에 있다. 덕분에 말라가에서는 이 모든 문화들이 상상치 못한 아름다움으로 하나의 완벽한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런 신비로운 역사에 대한 산 증인들은 여전히 말라가 도심에서 살아 숨 쉬는 중이다.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항상 눈에 띨 만큼 거대하고 멋진 모습으로. 말라가의 역사를 대변함과 동시에 도시를 채우는 가장 아름다운 장식품인 세 건축물들을 향해 진지한 걸음을 옮긴다.

한쪽 팔을 기부한 성자, 말라가 대성당

라리오스 거리는 아름드리나무의 튼실한 기둥과도 같다. 말라가 도심에서 가장 넓고 세련된 길거리의 주변으로 크고 작은 가지가 돋아나듯 수많은 골목들이 퍼져나간다. 길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일단 내려놓고 아무 길로나 들어가 걷다 보면 언젠간 또는 금세 환호성을 지르게 될지 모른다. 골목골목을 탐구하다보면 분명 어느 순간 보물찾기에 성공하는 때가 찾아온다. 좁은 골목 사이로 시야를 채우는 말라가 대성당 탑의 모습이 바로 보물이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점이 눈에 띤다. 아직 아주 많은 유럽의 대성당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적은 경험을 미뤄볼 때 대부분의 대성당은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탑이 세워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말라가 대성당에는 현재 탑이 하나이며, 나머지 하나의 탑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지금의 모습으로 개조되기 전 본래의 건물은 아랍인들이 사원으로 쓰던 모스크였다. 하지만 가톨릭 국왕에게 도시가 탈환된 이후, 가톨릭 대성당으로 쓰이게 되면서 외관 역시 르네상스 스타일로 새로 건설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의 도시 사정이었다.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 전염병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성행하던 와중에 도시의 예산을 성당 건물을 짓는데 더 많이 투자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대성당을 재건할 돈을 덜어 말라가 시민들을 구하는 데 쓰기로 결정한 이후 지금까지 말라가 대성당은 나머지 하나의 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붙여진 별명은 만키타Manquita, 한 팔이 다른 쪽 팔보다 더 짧거나 없는 외팔이 여인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2유로인 관광객들의 입장료를 조금씩 모아 나머지 탑의 공사를 천천히 이어가고 있다. 조금은 짓궂은 말라가 대성당의 별명에는 말라가 사람의 목숨을 성당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시했던 대성당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듯하다. 대성당의 희생정신 덕분인지 성당의 내부에서
느낀 경건함은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것이었다. 성당은 세로 110미터, 가로 50미터, 높이 44미터의 광활한 넓이이다. 과거 이슬람의 모스크로 먼저 쓰였던 건물이기 때문인지 유독 높은 천장은 대성당이 아니라 하나의 큰 광장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대성당 내부의 테두리로는 18개의 크고 작은 채플들이 주르륵 자리하고 있다. 이는 본래 특정 가족들의 개인적인 예배 공간이자 소장품들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그 예술적 가치를 고려해 방문하는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19세기의 부자들이 익명으로 대성당을 위해 기부한 귀중한 예술 작품으로 꾸며진 채플들은 말라가 현지에서 바로 공수한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장식한 채, 세계적인 작가들이 만든 조각상과 그림들이 마치 박물관처럼 걸려있다. 그 중에는 스페인 조각계의 거장 페드로 데메나Pedro de Mena의 작품도 보인다. 말라가 대성당은 일요일이면 오비스뽀Obispo 광장과 마주보고 있는 정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더불어 오후 1시가 되면 1,000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으로 아름다운 음악까지 연주하기 시작한다고. 말라가의 멋진 골목과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종교의 경건함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해진다.

말라가 대성당은 세로 110미터, 가로 50미터, 높이 44미터의 광활한 넓이이다.과거 이슬람의 모스크로 먼저 쓰였던 건물이기 때문인지 유독 높은 천장은 대성당이 아니라 하나의 큰 광장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19세기의 부자들이 익명으로 대성당을 위해 기부한 귀중한 예술 작품으로 꾸며진 18개의 크고 작은 채플들은 말라가 현지에서 바로 공수한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장식한 채, 세계적인 작가들이 만든 조각상과 그림들이 마치 박물관처럼 걸려있다. 그 중에는 스페인 조각계의 거장 페드로 데메나Pedro de Mena의 작품도 보인다. 말라가 대성당은 일요일이면 오비스뽀Obispo 광장과 마주보고 있는 정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1 2 히브랄파로 성의 아담한 규모와 섬세한 장식들은 동양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익숙함을 안겨준다. 
3 인어공주가 사는 궁전이라면 이토록 아름다울까? 중동에서 직접 초대한 세라믹 장인들이 손수 제작한 궁전의 신비로운 창문들. 
4 5 궁전을 모두 둘러봤다면 알카자바 요새를 따라 도심으로 돌아간다. 내려가는 길은 부드러운 모래 빛으로 튼튼하게 쌓인 성벽덕분에 
      묘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6 요새 위 궁전에서 쾌활한 커플 도밍고와 이또니를 만났다. 말라가로 휴가를 즐기러 온 그들은 궁전 정원에 핀 장미들처럼 싱그럽다.

로마와 아랍 양식이 함께 세운 알카자바 요새, 그리고 히브랄파로 성

알카자바 성은 말라가에 과거 아랍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게 꽃 피웠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이다. 말라가에 어둠이 내리면 도시의 동쪽으로 가장 화려하게 눈에 띠던 바로 그 요새다. 알카자바 성은 고대 페니키안인들이 지었다. 그 요새가 감싸고 있는 산의 정상에는 아랍의 음악이 물씬 들려올 것만 같은 성, 히브랄파로Gibralfaro 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궁전은 아랍 문화가 한창 번성하던 11세기와 14세기에 걸쳐 지어졌다. 히브랄파로라는 이름은 산을 뜻하는 아랍어 ‘히브랄’과 등대를 뜻하는 ‘파로’를 합성해 산에 있는 등대를 의미한다. 이 역시 도심의 축인 라리오스 거리에서 얼마든지 걸어볼만한 거리에 위치한다. 요새 옆 계단을 따라 히브랄파로 성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간편하게 성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만약 말라가가 한창 뜨거울 8월에 방문했다면 이처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르고, 내려올 때는 요새를 따라 걸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그래야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공기를 흘리는 성과 요새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미 알카자바 요새의 웅장함은 도심의 밤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서 매일 보았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도 왠지 모르게 친숙했다. 하지만 히브랄파로 성의 아름다움은 조금은 충격이었다. 말라가에서 수백 년을 살아 숨 쉬었던 이슬람 문화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성의 소박한 규모 때문에 첫 인상만으로는 그리 대단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동양적인 단정함까지 느껴지는 고요하고 절제된 분위기의 궁전 내부를 걸으며 만나는 벽과 창의 화려한 세라믹 장식들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슬람은 자기 문화가 발달된 민족 중 하나였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도자기 기술을 이용해 가마에 구운 섬세한 장식들을 벽과 창틀로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실제로 성 내부에서는 실제 아랍식 자기를 굽던 가마와 도자기들이 보존되어 있는 공간도 있다. 바다 속 인어공주가 사는 궁전이라면 이 정도로 신비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온통 새하얀 건물을 꾸민 세라믹 장식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이 모든 것들은 이집트나 시리아에서 직접 이곳까지 발걸음한 세라믹 아티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산 정상의 궁전에서 내려다보는 말라가 시내와 그 너머 푸른 지중해 바다의 풍경은 또 어떠한가. 왜 그토록 많은 군주와 민족들이 이 땅을 흠모해왔는지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하는 순간 조금씩 이해가 쉬어진다.

땅 속에 숨어 있던 로마의 고대 도시

로만 극장은 아랍인들이 히브랄파로 성보다도 페니키아인들이 지은 알카자바 요새보다도 훨씬 전 이 땅을 거느렸던 로마인들이 건설해놓은 원형극장이다. 본래 셀 수 없이 오랜 시간을 산에 덮여 있다가 건물을 짓기 위해 주변 땅을 탐색하면서 발견됐다. 최근 10여 년간 말라가에서는 이런 식으로 땅 속에 묻혀 있던 고고학적 발굴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역사지구로 선포되기도 했다. 로만 극장은 기원전 1세기, 아우구스투스 1세가 집권하던 당시에 지어져 기원 후 3세기까지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토록 둥근 형태의 계단식 극장은 흙바닥에서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이뤄지던 투우를 위한 경기장이 처음 지을 때 많은 참고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얼핏만 봐도 비슷한 모양새를 지닌다. 현재의 로만 극장에서는 간간히 야외 음악회도 가지며 말라가를 더욱 특별한 도시로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히브랄파로 성에서 요새를 따라 내려오는 길 중간에 만나는 게이트들이다. 요새 위에 성을 짓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던 아랍인들은 요새 지하에 지어졌던 로마의 고대 도시 흔적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 발견을 숨기는 대신 로마의 고대 도시에서 관찰한 건축물의 특징과 장식 스타일 등을 아랍 양식에 수용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요새의 내려오는 길에는 이렇게 로마 양식과 아랍 양식을 적절히 섞어 지은 관문이 있는데, 반드시 놓치지 말고 봐야할 포인트이다.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로마와 아랍 두 문화의 융합체는 스페인 남부에서 단 두 개뿐이다. 아랍인들이 로마의 고대 도시에서 구한 건물 잔해를 직접 사용해 지었기에 더욱 특별하다. 결국 알카자바 요새 부근에서는 매일 이렇게 로마와 페니키아, 아랍의 세 문화가 사이좋게 서로의 볼을 부비고 있다. 더욱 아름다운 건 문화재들을 감싸는 말라가 시내를 바라보며 그 모든 것을 자신들 삶 속에 자연스럽게 품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1 말라가 전역의 지하에서 끊임없이 발굴되고 있는 고대 로마 도시의 흔적들 때문에 말라가는 얼마 전 역사지구로 등록됐다. 말라가 내의 주요
   건물들 중에는 지하에 그 흔적을 품고 있는 곳들이 아주 많다. 
2 알카자바 요새의 정상에선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이 멋진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할 수 있는 건 탄식뿐이니. 
3 알카자바 성과 로만 극장은 말라가 시내의 심장과도 같다. 요새를 내려오자마자 다시 화려한 거리들이 펼쳐진다. 
4 로만 극장과 마주보는 길거리에선 말라가 페어를 맞아 다양한 구경거리들이 몰려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앙증맞은 플라멩코 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