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 Australia

새해를 밝히는 시드니의 불꽃축제

이제 곧 올해의 마지막 날, 나는 시드니의 불꽃축제만을 위해 몇 년을 기다려왔다.매년 12월 31일이면 시드니의 사람들은 오페라하우스 앞으로 가 자리부터 잡는다.새해를 가장 밝게 반기기 위해서.
글과 사진 조대현 에디팅 이소윤 기자    조대현 l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대학 시절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여행에세이를 잡지에 기고하면서 여행과의 끈끈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현재 투어유 투어플랜연구소장으로 여행코스를 개발하고 있으며,다양한 여행책자를 집필했다. 저서로 <매력적인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산티아고가 어디에요?> 등이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여행자의 쉼터

남반구라 계절이 반대인 호주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여름이기 때문에 여행시즌이다. 이맘때면 여행하기 좋은 따뜻한 계절에 다양한 볼거리까지 넘쳐난다. 그리하여 나는 호주의 중심, 시드니를 12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여행했다. 개인적으로 호주를 여행할 때는 호텔보다 유스호스텔이나 백팩커스에 묵기를 추천하고 싶다.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친구를 사귀며 관광지만 보는 여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12월과 1월의 시드니는 축제기간이기 때문에 12월 31일의 새해 불꽃축제부터 다양한 볼거리가 더욱 많아져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방문한다.

센트럴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잡고 슬슬 걸으며 오페라하우스로 향했다. 꽤 먼 거리이지만 쉬면서 이동하면 얼마든지 걸을 만하다. 오페라하우스에 도착해서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오페라하우스 야경사진을 찍기 위한 방법으로는 맨리비치Manly Beach로 가는 크루즈를 타는 것이 있다. 선상에서 석양의오페라하우스와 밤의 오페라하우스를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오페라하우스는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건물 주변에는 시드니의 야경을 즐기는 시민과 여행객들을 위해 다양한 바와 펍이 많이 자리하고 있어,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함께 여행 온 친구, 연인이나 부부가 수많은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시드니 근교 여행 첫 번째, 포트스테판 투어

시드니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투어는 두 가지가 있다.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 투어’와 ‘포트스테판Port Stephens 투어’가 그것이다. 그중 포트스테판 투어는 와인 농장에서 와인을 시음하고, 야생 돌고래를 보는 돌핀 크루즈에 탑승한 후, 사막의 모래 썰매를 타고 돌아오는 투어인데 세부 일정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일단 세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기에 좋고,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다면 모래 썰매를 타는 것이 정말 재미가 있다. 야생 돌고래를 볼 수 있는 돌핀크루즈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특히 아이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는다. 물론 야생 돌고래를 매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드니 시내에서 포트스테판까지는 3시간이 넘게 걸린다. 포트스테판 와이너리에서는 3가지 종류의 와인을 모두 시음하고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점심식사 후 야생 돌고래를 위해 나서는 돌핀크루즈. 배 위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바닷바람을 맞다 보면 어느새 돌고래가 저 멀리 보인다. 배에 탄 사람들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배가 돌고래 근처까지 다가가면 정말 수면 바로 아래로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어린 애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가족여행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흥분된 기분으로 배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모래 썰매를 타러 간다. ‘호주 시드니에 어떻게 사막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보면 매우 큰 사막이 아니라 해변 근처의 넓은 지역에 걸쳐 모래만 있는 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사막인지라 모래가 무척 고와 언덕에 올라갈 때는 발이 푹푹 빠진다. 날씨가 더운 날이면 모래가 너무 뜨거워져서 썰매를 두 번 정도 타면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날씨가 시원하다면 정말 타기 좋다. 모래도 많이 안 날리고 탈 때마다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어서 모래 썰매에는 날씨가 중요하다.

시드니 근교 여행 두 번째, 블루마운틴 투어

블루마운틴 투어는 시드니 근교로 떠나는 투어 중에 인기가 많은 코스이다. 한인여행사와 현지여행사가 운영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나는 한인여행사를 선택했다. 일단 설명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했다. 투어를 선택할 때는 되도록 가기 전에 날짜를 정해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비용은 약 95호주달러이고 센트럴과 한인타운이 있는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다. 블루마운틴까지는 이동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도록 중간에 동물원에 잠시 들렀다. 동물원이라고 해도 큰 곳은 아니고,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와 캥거루, 양털 깎는 것을 볼 수 있는 조그만 동물원이었다.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와 캥거루 두 동물을 모두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동물원에서도 버스로 1시간을 더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블루마운틴. 가이드가 도착 전에 설명해 준 블루마운틴과 ‘세 자매 바위’에 대한 이야기와 블루마운틴을 개척한 사람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세자매 바위는 블루마운틴의 상징으로 안타까운 전설을 지니고 있다.

여행의 화룡점정, 새해 불꽃축제

시드니는 지금 여름이다. 한국은 추워서 난리지만 호주는 더워서 난리이다. 12월 31일이 되면 시드니에서는 오페라하우스 앞으로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새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준비라고 해봐야 일찍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자리를 잡고 밤 12시까지 기다리는 일이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더운 날씨도 힘들고 자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일찍 가지 않으면 나중엔 서큘러Circular 선착장에서부터 차단을 해 입장 자체가 힘들다. 10월에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축제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좋은 자리를 잡는 것과 비슷하다. 불꽃축제를 보려면 반드시 철저한 대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텐트가 있으면 좋고 아니면 돗자리와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아무 것도 없다면 버티는 끈기라도 있어야 한다. 새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시드니로 몰려들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찾았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매우 오래 기다려야 해서 그냥 돌아갈까를 수없이 고민하게 되지만, 일단 보고 나면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팁을 적자면 혼자보다는 최대한 많은 일행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자리도 유지되고 서로 이야기하고 게임도 하면서 밤 12시까지 버틸 수 있다는 점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서 불꽃축제를 봐야겠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봐야 한다고 꼭 볼 필요가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낮 12시 30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무리를 헤치고 최대한 오페라하우스로 가까이 다가갔다. 일단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으니 다른 일행이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아 놓고 더 좋은 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페라하우스 옆의 하버브릿지Harbour Bridge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서큘러 키 입구는 차단되었고, 8시 이후에는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조금 있으면 새해가 시작된다는 기대만으로 버텼다. 마침내 시작한 불꽃축제는 20분 정도 이어지는데 정말 멋지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기다리는 인파는 사진과 동영상을 더 잘 찍기 위해 모두 카메라를 하늘 높이 들고 함성과 감탄사를 발산했다. 따가운 햇볕에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불꽃축제를 운이 좋게도 볼 수 있어서 새해의 첫 새벽에는 감동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들 참 힘든 한해였다. 새해에는 기쁜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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