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zech’s Beer Life!

체코, 지금 마시러 갑니다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국민이 사는 나라 체코. 체코의 정통 필스너 맥주의 고향 플젠에 머물며 밤낮으로 황금빛 물을 탐했다. 1842년 첫 맥주를 뽑아냈던 바로 그 양조장에서 신선한 맥주를 실컷 들이켜고,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는 씁쓰름한 맛에 취해 플젠의 골목을 헤맸다.남들은 2-3시간 머물러간다는 작은 도시에서 3일을 보내며 체코 맥주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임성훈, 함희선 기자 취재협조 체코관광청 한국사무소 www.czechtourism.com

1 프라하의 슈퍼스타 까를교.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자꾸만 봐도 예쁘다. 
2 프라하의 거리를 산책 중인 멋쟁이들. 
3 플젠의 아름다운 건물들. 
4 마차타고 프라하 구경하기. 
5 까를교 위에서 초상화 그리는 커플. 
6 천문시계 탑에 올라 내려다본 프라하의 전형적인 풍경. 
7 까를교 위의 성 네포무크의 동상. 

8 저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 
9 까를교 위의 음악가 할아버지. 
10 도시에 운치를 더하는 빨간 트램. 
11 플젠의 벼룩시장에서 마주친 마리오네트 인형들.
12 13 천문 시계 탑의 꼭대기 풍경.

1 플젠의 소규모 양조장 푸르크미스트르. 탭에서 뽑아내는 맥주가 시원해 보인다. 
2 체코 맥주의 자랑이자 전설인 필스너 우르켈. 
3 체코에서 맥주는 물과도 같다. 어디에서든 맥주가 눈에 아른거리지 않는 곳이 없다. 
4 맥주는 가장 아름다운 배 라인을 만든다지. 
5 한 잔에 33 코루나. 맛도 좋은 맥주가 값도 싸니 행복하다. 
6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에서 만난 독일 남자들. 
7 플젠 구시가지에 있는 맥주 박물관.

이 술술 들어간다. 몇 잔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손가락을 꼽은 지 오래다. 너무 많이 마셔서 숫자를 놓친 건지 아니면 취해서 잊은 건지도 모르겠다. 대신 기분은 좋다. 좋은 맥주라 머리도 아프지 않고, 그리 취하지도 않는다. 평생 이렇게 많은 맥주를 끊임없이 마신 적이 있던가. 플젠에서는 아침부터 맥주 박물관에서 뽑아준 맥주를 마시고, 점심 먹으면서 물 대신 한잔하고, 또 오후에 돌아다니다가 목마르면 맥주 사마시고, 저녁에도 식사하며 한잔 곁들이고, 밤마다 훌륭한 펍 찾아보겠다며 들른 술집에서는 한잔 아닌 여러 잔. 하루는 온전히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을
헤집고 다니며 황금빛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게 바로 오크통에서 갓 뽑아낸 저온 살균되지 않은 신선한 맥주야!”하며 신비의 묘약이라도 마시듯이 경건하게 두 손으로.

그렇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리얼 체코인처럼’이다. 맥주의 나라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사실 연간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명백하게 체코다. 맥주 사랑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이 바로 체코 사람들이란 말이다. 1년에 마시는 양이 평균 157리터. 맥주 맛이 별로 였다면 국민들이 그렇게나 많은 맥주를 마실 수 있을까? 체코 사람에게 맥주란 자랑이고 기쁨인 동시에 열정의 대상이다. ‘맥주는 액체 빵’이라는 공식을 믿으며 하나의 음식으로서 맥주를 대접하는 이들. 체코를 알려면 체코 맥주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여행과 달리 맥주만 찾아 마시는 길을 택했다. 일정도 파격적으로 프라하가 아닌 플젠을 먼저 중심에 두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프라하와 까를로비 바리로 떠났던 지난 체코여행도 잊지 못할 감동이었지만, 필스너의 고향인 플젠까지 직접 찾아가 체코 맥주의 전설을 오크통에서 직접 따라 마셨던 순간은 그에 못지않게 짜릿했다. 1842년 새로운 라거의 탄생에 환호했던 플젠 사람들처럼 호들갑떨며 맥주 한잔 한잔을 소중하게 영접했던 시간들. 관광지하나 보지 않고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한 뿌듯함이 훅-하고 밀려왔다. 체코인들에게 맥주 없는 인생이 시시한 것처럼 맥주 없는 체코여행은 의미가 없다. 자, 이제 플젠으로 가서 물처럼 맥주를 마시며 여행하자. 리얼 체코인처럼.

Czech’s Beer Top 5

Pilsner Urquell
세계 최초의 황금빛 라거 맥주. 1842년 첫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전 세계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라거 맥주의 효시다. 필스, 필스너, 혹은 필제너라고 부르는 다른 맥주와 구분하기 위해 독일어로 오리지널을 뜻하는 ‘우르켈’을 붙여 부르고 있다. 필스너 우르켈을 완벽하게 만드는 3대 요소는 체코 사츠 지역의 홉, 전통을 따르는 하면 발효공법, 플젠 지방의 연수. 세밀하고 풍부한 거품이 보기 좋으며, 사츠 홉의 씁쓰름한 맛과 강한 끝 맛이 특징이다.

Gambrinus
국민 맥주 필스너 우르켈의 자매 브랜드로 1869년부터 플젠의 같은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체코 내에서 맥주 시장 점유율 36퍼센트를 차지하는 체코의 대표 맥주 중 하나로 근엄함이 느껴지는 이름인 감브리너스는 맥주를 발명하고 또 맥주를 많이 마셨다는 전설상의 플랑드르 왕을 따라 지은 것이다. 탄산이 적고 끝 맛이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으며, 은근하게 레몬향도 풍긴다. 그중에서도 12도짜리 버라이어티가 체코 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Budejovicky Budvar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는 붉은 레터링 디자인에서 눈치챘듯 미국 맥주의 자부심과도 같은 버드와이저의 원조다. 그러나 부드바 맥주와 버드와이저는 서로 다른 맥주로 영어 발음상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상표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동부의 모라비아 지방에서 재배한 보리, 사츠 홉, 그리고 깨끗한 천연수를 재료로 체스케 부드요비체라는 마을에서 생산된다. 달콤한 맥아와 쓴 홉의 조화, 풍부하고 진한 거품이 매력.

Kozel
거품이 가득한 맥주를 손에 쥔 염소 그림의 라벨이 인상적인 코젤. 체코어로 코젤이 바로 염소를 뜻한다. 맥주 한 모금이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원생활이 주는 포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 프라하 인근의 벨코포포비체 마을에서 체코산 흑맥아를 주원료로 빚고 있다. ‘올해의 흑맥주상’을 7번이나 수상한 체코의 대표 흑맥주로 기존 흑맥주의 쓰고 진한 맛에 거부감이 있었던 이들도 부드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

Staropramen
1869년부터 스미초프 블타바 강변에 있는 큰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프라하의 자랑. 체코어로 ‘오래된 샘물’이라는 뜻의 스타로프라멘은 매년 ‘체코 최고의 맥주’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체코 3대 맥주다. 보통의 황금빛 라거보다 색이 살짝 짙고, 맛은 구수하며 홉의 향이 강한 편이다. 맥아, 홉, 물 이외에도 맥아당 시럽을 넣어 캐러멜 맛이 은근하게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