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Virginia Woolf

Sad Story of Virginia Woolf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

이번에는 우리에게는 요절 시인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라고 인용되어 더 유명해진 영국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 부부의 집을 찾아 그녀의 ‘서러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려고 한다. 몽크스 하우스Monk's House라 불리는둘의 집은 런던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이스트 서섹스 지방의 조그만 마을 로드멜Rodemell에 있다. 부부가 결혼한 지 7년 뒤인 1919년에 사서 1941년 버지니아와 사별한 뒤에도 남편 레어니드는 이 집에서 숨을 거둔 1969년까지 28년을 더 살았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영국인 재발견 저자)

몽크스 하우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몽크스 하우스Monk’s House는 1700년대에 지어진 터라 전기, 가스는 고사하고 수도조차 없었다. 버지니아는 가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관계로 지금도 몽크스 하우스에는 가구는 물론 장식도 별로 없다. 심지어는 버지니아의 일기에는 비가 오면 부엌 바닥으로 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서술했을 정도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동쪽 끝에 붙은 버지니아의 침실에는 창문 쪽으로 싱글 베드가 하나 놓여있어 부부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침대 발치에 작은 책상이 하나 놓여 있을 뿐 아무런 가구도 없이 휑하다. 필자가 갔을 때는 침대 끝 의자 위에 버지니아가 늙었으면 바로 그랬을 듯한 할머니 한 분이 그 방에 영원히 속한 가구처럼 앉아 지키고 있었다. 벽 중간의 벽난로는 언니 바네사가 그린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버지니아의 소설 제목 ‘등대를 향하여’처럼 등대를 향해 가는 보트가 하나 그려져 있다. 버지니아는 13살 때 잃어 버린 어머니와 같이 휴가를 갔던 영국 서남부 휴양지 콘월 지방의 센트 아이브의 등대를 떠 올리고 소설을 썼다고 했다. 소설을 쓰고 나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서 좀 벗어 났다고 고백했다. 그 등대와 보트가 그려진 타일을 바라 보면서 버지니아는 계속 어머니를 그리워했을까?

3주 동안의 실종… 그리고……

4명의 의붓형제자매를 비롯해 10명의 식구와 하인들을 합쳐서 북적거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으로 버지니아는 유독 자신 만의 방을 특별히 원했다.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신만의 방’이라는 유명한 말이 여기서 나왔다. 원문은 ‘Five hundred a year and a room with a lock on the door’이다. 그래서인지 버지니아는 정원에 목재로 된 영국인들이 서머하우스라 부르는 오두막 집필실 ‘그 방’을 지었다. 아침 9시 30분에 그리로 들어 가면 오후 1시나 되어서야 나왔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나중에 투신자살한 오즈 강가를 비롯해 집 근처 산천을 두 세시간 혼자서 산책을 했다. 저녁이 되서야 부부는 같이 모여 벽 난로 가에 앉아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대화를 했다. 몽크스 하우스의 거실 벽난로 옆에 가면 아직도 두 부부의 소파가 놓여져 있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몽크스 하우스는 특이하게 버지니아의 책을 전혀 팔지 않는다. 그냥 버지니아의 얼굴이 들어간 엽서나 몇 종류 있을 뿐이다. 차라리 근처의 언니 바네사 벨의 찰스턴 하우스에는 여러 종류의 책을 팔고 있다.

평생을 우울증과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던 59살의 버지니아는 정원의 집필실에서 작성한 유서를 집 안의 책상에 꽂아 놓고는 걸어서 근처의 우즈강으로 갔다. 강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동안 생각할 여유가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돌아 보지 않았다. 당시에는 워낙 귀했던 여류 유명작가의 실종이라 영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에서 난리가 났다. 강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적은 개울 같은 크기인데도 3주 동안이나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에 의해 주머니에 돌이 든 버지니아가 발견되었다. 그리고는 화장되어 정원의 느릅나무 밑에 뿌려졌다. 지금도 나무는 서 있고 레어니드도 28년 뒤 그 옆에 뿌려졌다.

순애보의 전형, 레어니드

사람들은 버지니아의 남편 레어니드를 일러 당대 최고의 순애보의 전형이라고 이른다. 29년의 결혼 동안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 결혼 후 10년도 넘어 배운 요리를 하려다가 푸딩 반죽 밀가루 안에 결혼반지를 넣은 채 오븐에 구어 망칠 정도로 가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끝도 없이 우울증과 정신병에 시달리는 여인을 아내로 맞아 결국 그녀가 자살 할 때까지 옆을 지켰으니 그런 명예를 받아도 마땅하다. 더욱이 당시 유행처럼 번졌던 풍조를 따라 애인을 두지도 않았다. 아내인 버지니아가 동성연애를 해도 묵묵히 지켜 볼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버지니아는 참을 수 없는 정신질환 때문에 평생 고통 받고 그로 인해 비록 자살을 해서 비극의 여인으로 비쳐지지만 적어도 불행한 여인은 아니었다. 한 남자의 전적인 사랑을 평생 한 없이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 사랑을 받아서인지 버지니아는 유서에서 언니에게 누누이 이른다. 이 자살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 끔찍한 증상이 생긴 수주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했었어. 언니가 그이에게 이 점을 꼭 좀 알려 줄래요?’ 그리고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레어니드가 내게 언제나 그리고 매일 놀랄 정도로 너무나 잘 해 주었었다는 점이야. 누가 그렇게 내게 더 잘해 줄 수 있는지를 나는 상상할 수 없어’라고 말하면서 간곡하게 부탁한다.

보통의 유서는 자신의 자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데 여기서는 버지니아는 완벽하게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확실하게 밝힌다. 세상이 레어니드를 비난할 까 싶어서 기록을 남기는 투가 역력하다. 언니에게 쓴 유서는 요일이 일요일이니 자살한 날(1941년 3월 28일 금요일)로부터 5일전이다. 이를 보면 그녀의 자살이 정신병으로 인한 충동적인 자살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확신에 찬 결행이었다는 뜻이다. 남긴 유서도 아주 정상적이고 감사와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살 이유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글씨체도 별로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버지니아는

1 정원에서 바라보는 집 전경. 
2 식당. 
3 정원의 서머하우스 집필실에 있는 책상. 
4 버지니아 울프의 침실전경. 남편과 함께 지내지 않은 탓에 휑하게 놓인 싱글 침대가 눈에 띈다. 
5 침실 벽난로에 소설의 제목처럼 등대를 향해 가는 작은 보트가 그려진 타일이 보인다. 
6 정원의 섬머하우스 집필실. 7 버지니아와 남편. 

자신이 죽고 나면 남편인 레어니드가 더 일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했다. 레어니드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말자는 뜻이라고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렇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끝내 애통해 했다. 버지니아 사후 29년 뒤, 레어니드 본인 역시 죽은 지 1년 후에 나온 ‘도착지가 상관없는 여행The Journey Not the Arrival Matters’이란 비장한 제목이 붙은 자서전에서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엄청난 충격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은 듯’ 했다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깊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소리가 되지 못한 사랑…

버지니아는 두 개의 유서 오른쪽 위에 모두 요일을 썼다. 죽기 바로 하루 전인 목요일로 표시된 남편에게 남긴 유서는 언니에게 남긴 유서와 거의 동일하다. 거기에서도 버지니아는 ‘당신은 당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을 내게 주었어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당신은 다 했어요. 이 끔찍한 병이 닥쳐 오기 전까지 세상의 어떤 두 사람도 우리가 지내 온 이상으로 어떻게 더 행복할 수가 있었을 지를 나는 생각할 수 없어요’라고 하면서 ‘내가 없다면 당신은 자신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어요’라고 한다. ‘당신에게 나는 내 인생의 모든 행복을 빚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당신은 내게 언제나 잘 참았고 정말 친절하게 대해 줬어요. 나는 이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말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의 어떤 두 사람도 우리가 지내 온 이상으로 어떻게 더 행복할 수가 있었을 지를 나는 생각할 수 없어요’라고 자신들이 너무나 행복했었음을 강조하고 유서의 끝을 맺는다. 그러나 29년의 결혼 생활을 한 부부로서 평소에는 안 해주었더라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해 주었을 법한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하지 않는다. 정말 인색한 건지 마음을 아꼈는지는 모르겠다. 결국 버지니아는 레어니드의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정하고 정말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은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었는지는 모르나 사랑이 반드시 말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은 말로 시작되는 것보다 어딘가로부터 조용히 와서 우리도 모르게 우리들의 몸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버지니아는 어쨌는지 몰라도 평생을 그런 아내를 옆에서 지켜 보면서 같이 아파한 레어니드의 사랑이 정말 가슴이 아리도록 눈물겹다.

‘한 사람의 멍청함과 이기심’

버지니아가 죽은 후 레어니드는 수많은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그래도 그 어느 것도 레어니드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못한다. 그래
서 ‘모두들 와서 차나 한 잔하고 자기네들이 나를 위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자신의 십자가는 자신이 져야 한다One must be crucified on one’s own private cross. 정말 우스운 일은 이런 가슴 찢어지는 큰 아픔도 아주 작은 고통인 오른발의 넷째 발가락의 상처 때문에 방해 받는 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버지니아가 정원 집필실에서 정원을 건너 이리로 오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쪽을 자꾸 바라 본다. 그녀가 이미 영원히 가버렸는데도 그 문을 열고 곧 그녀가 들어 오고 있는 것 같은 소리를 필자는 여전히 듣는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페이지인 줄 알면서도 아직도 넘기려 하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의 멍청함과 이기심은 끝을 모른다’라고 노트에 적으면서 애통해 한다. 레어니드가 여기서 적은 ‘한 사람의 멍청함과 이기심’이 누굴 지칭하는지가 애매하다. ‘멍청함과 이기심’으로 자신을 버리고 떠난 버지니아를 말하는지 아니면 이미 자신이 원해 영원히 곁을 떠난 버지니아를 아직도 놓아주지 못하고 붙들어 잡아 놓고 있는 자신이 ‘멍청하고 이기적’인지.

현실과는 달랐던 오르페우스의 절망

버지니아의 장례식에는 작곡가 크리스토퍼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나오는 ‘정령들의 춤’이 연주되었다. 뱀에 물려 저승에 간 아내를 구해서 돌아 오는데 뒤를 돌아 보지 말라는 당부를 아내가 어겨서 다시 죽는다. 오르페우스가 너무 절망한 나머지 자신도 죽으려 하자 사랑의 여신이 그 사랑에 감복해 에우리디케를 다시 살려 준다. 아내를 잃어버린 레어니드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하는 선곡이다. 자신도 오르페우스처럼 그렇게 아내를 찾아서 돌아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 와서 레어니드는 친구와 오래 걷는다. 친구는 레어니드에게 그녀의 편지에 있는 대로 이번에는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 수도 있다고 위로했다. 또 이번에는 반드시 미쳐버리고 말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고통에서 해방된 것이 더 좋은 일이 아니냐고 위로하자 레어니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히 우리는 전처럼 같이 이겨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녀는 이제 죽고 없고 오페라와는 달리 전혀 돌아 올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도저히 어떤 말과 위로로도 치유될 수 없는 고독감과 상실감으로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죽기 전날 같이 의사한테 갔다가 돌아 오면서 레어니드는 버지니아의 길고 하얗고 파리한 손을 잡고 ‘당신이 협조만 한다면 나는 온 잉글랜드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음을 당신은 알지?’라고 의사의 치료에도 차도가 없어 절망하는 버지니아를 간곡하게 달랬다. 그런대도 그 다음 날 버지니아는 자살을 감행한다.

‘자살은 용기 있는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자살은 비겁한 자의 마지막 피난처이다’ 라고 말이 갈린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자살한 사람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 그들이 삶의 지옥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들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지금 그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평화의 안식을 거기에서 누리고 있을지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들이 어떤 분노에 졌는지 절망에 쓰러졌는지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그들이 우리 곁에 없고 저 먼 어딘가에 있다는 점만 안다. 지금은 몰라도 우리가 언젠가 그들과 같은 곳에 있게 되었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그들의 절실했던 아픔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알던 버지니아의 유서는 가짜다!

알다시피 버지니아와 레어니드의 관계도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아니다. 버지니아는 남자에게서는 전혀 육체적인 감정을 전혀 못 느꼈다. 어릴 때 의붓오빠들로부터의 성폭행 때문이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버지니아는 레어니드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전혀 육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게 된다. 한국의 인터넷상에는 이것이 결혼의 전제조건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사실 버지니아도 아이를 낳고 싶어 했지만 의사가 그녀의 정신병력을 들어 말렸다고. 그러다가 결혼 10년 뒤인 1922년 버지니아는 근처에 사는, 영국 귀족 부인이자 현재까지도 거의 따라 갈 사람이 없을 정도의 최고의 정원설계사이고 작가였던 비타 섹크빌-웨스트와 육체관계까지 가는 깊은 동성연애를 하게 된다. 그런데 버지니아와 섹크빌-웨스트와의 관계에서도 반전이 하나 있다. 바로 섹크빌-웨스트의 외교관이자 작가인 남편 해럴드도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도 자신의 아내와 버지니아의 관계를 묵인했다. 비록 이들 사이에는 아들이 둘 있었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부부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사회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결혼 생활이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연애 사건에 따른 있을 수 있는 비난에서 서로를 보호하며 끝까지 관계를 지속해 나갔다. 버지니아도 한 때 불룸즈버리 그룹의 멤버 리톤 스트라치와 결혼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여서 결혼하면 편할 것 같아서였다. 블룸즈버리 그룹의 남자 멤버 9명 중 3명이 동성애자였다. 당시는 이렇게 사회적인 시선을 피하면서 동성연애자들이 결혼을 해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일반화된 모습이기도 했다. 당시 최고 지성인의 모임이었던 블룸즈버리 그룹 멤버들의 성 해방 분위기는 워낙 특별 나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보면 버지니아 주의 사람들 중 통상적인 표현으로 정상적인 애정관계를 가진 사람은 남편 레어니드 밖에 없다. 물론 그도 평생을 여성과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고 가톨릭 사제처럼 살았으니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인지 그들의 집 이름 ‘몽크스 하우스’ 가 ‘가톨릭 수사monk의 집’이라는 뜻이라 더욱 장난스러워 보인다.

또 하나 한국의 인터넷상에 떠도는 버지니아의 마지막 유서라는 글도 근거 없는 정말 코미디 같은 완전 창작이다. 너무 그럴 듯 한지 심지어 유력신문의 기자들 마저 기사에 인용한다.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며 당신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 봅니다’라고 시작하는 부분부터 너무 멜로 드라마 대사 같이 통속적이라 의심이 갔는데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저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라고 끝나는 부분을 보고는 분명 이건 아니다라는 확신이 섰다. 결국 찾아 보니 완전 창작이었다. 버지니아는 남편과 언니에게 두 편의 유서를 남겼는데 그렇게 길지 않고 간략하다. 인터넷의 유서는 일종의 간단한 자서전이다. 어릴 때 의붓오빠로부터 성폭행 당한 얘기부터 해서 주절주절 자신의 인생을 늘어 놓고 있다. 누가 절실해서 죽어가는 마당에 그렇게 긴 글을 쓸 수 있을까? 누군지는 몰라도 버지니아의 일생을 연구해서 잘 창작을 해 놓은 듯 하다.

마지막으로 몽크스 하우스를 돌아 나오다 차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른 동네 펍은 문자 그대로 동네 펍이었다. 겨울이라 관광객도 보이지 않고 온통 동네 사람들뿐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시킨 초코렛 푸딩은 환상이었다. 세가지 맛과 세가지 온도였다. 뜨거운 푸딩 위에 얹힌 찬 아이스크림과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달지만 아주 뛰어나게 감칠 맛 나던 따듯한 온도의 브라운 흑설탕 소스는 정말 잊기 힘들 것 같았다.

1 버지니아 언니의 집인 찰스턴 허우스에만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 전시돼 있다. 
2 버지니아의 창작의 산실인 섬머하우스 집필실과 사과나무. 
3 버지니아의 언니인 바네사 벨의 집인 찰스턴 하우스. 
4 버지니아의 남편인 레어니드 울프. 
5 당신의 인생이 책이라면 제목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