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St. Petersburg

표트르 대제의 손에서 탄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우 300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지닌 도시. 표트르 1세는 황량한 습지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웠다. ‘유럽으로 향하는 창’을 목표로 건설된 도시는 그의 바람처럼 러시아를 정치, 경제, 예술분야에서 대국으로 거듭나게 했다. 꿈처럼 아름다운 이 도시의 소설 같은 탄생 스토리.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관광개발위원회

170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탄생
러시아가 건립된 후 로마노프의 황제인 표트르 1세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립하기까지의 타임라인.

300년 남짓의 역사. 겉보기와 다르게 참 어린 도시. 이 도시의 탄생 스토리를 들어보면 마치 장난 같다. 1703년 제정 러시아의 황제인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 서북부 네바 강의 하구에 “자, 여기다 새로운 도시를 짓겠소!”하고 뚝딱 지어낸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당시 그 땅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습지였으니, 오늘날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고 있으면 300년 전은 절대 상상불가다. 왕위를 계승한지 15년이 되는 해, 그는 서유럽으로 떠나 무려 18개월을 머물며 유럽의 선진문화를 체험했단다. 황제가 나라를 1년 넘게 비워두는 게 말이 되겠냐만, 열정이 엄청났던 거 같다. 심지어 네덜란드에선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 배 만드는 법을 배웠으니 말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창을 만들겠소!” 모스크바로 돌아온 표트르 대제는 핀란드 만과 네바 강이 만나는 자리를 콕 집어 도시를 계획했다. 암스테르담에 반해 자신도 비슷한 도시 하나 갖기를 꿈꿨던 게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342개의 다리 사이로 수많은 운하들이 마치 혈관처럼 도시를 흐르고 있지 않은가.

그가 모스크바에 있는 화려한 궁전을 뒤로 하고 습지 위에 허름한 오두막을 짓고 살며 직접 공사현장을 지위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맨땅은 하루하루 변해갔다. 이탈리아에서 도메니코 트레치니라는 건축가를 데려와 바로크 양식과 고전주의 양식의 멋진 건물들로 거리를 채워나갔다.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계획도시, 러시아의 대표적인 문화도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러시아 제국이 서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운 이 인공도시는 표트르 대제의 꿈처럼 성장해 나갔다. 그는 도시의 틀을 갖춘 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1917년 혁명이 일어나고 왕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도의 지위를 누리며 러시아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또 위대한 문학가와 예술가를 탄생시킨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해냈다. 표트르 대제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와 여제들 중 몇몇이 정치보다는 호화로운 궁전을 짓고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며 국가의 재력을 낭비하는 탓에 국민들에게 외면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후손들은 그리 섭섭하지 않다. 사치를 일삼았던 황실 사람들 덕에 오늘날의 이토록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존재하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