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 Sandwiches

Three Bites of Global Sandwiches

앙 물고 싶은, 먼 나라 샌드위치 셋

빵 사이에 웅크린 작은 우주와도 같다. 나라마다 또 사람마다 달리 채우는 속 재료를 따라 수백 가지의 맛과 향, 매력과 추억을 품는 샌드위치. 그 무한한 맛을 쫓다 만난 세 나라에 관한 이야기다. 한 입만 먹어도 여행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특급 샌드위치 셋. 연남동에서 만나는 베트남, 해방촌에서 만나는 모로코, 신촌에서 만나는 쿠바가 전부 두 조각의 빵 속에 담겨 있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윤선미 기자  취재협조 라이라이라이, 리틀 쿠바, 카사블랑카

연남동 라이 라이 라이 Lie Lie Lie  이토록 담백한 반미 샌드위치

거짓은 0퍼센트, 사심과 진심이 가득 담긴 엄지손가락을 그저 쓱 들어 올리겠다. 이제 오픈한지 갓 2달이 되어가는 연남동의 작은 반미 샌드위치 집. 이 작은 공간은 식사 때가 되면 바사삭 바게트를 씹는 소리로 가득 찬다. 건조하게 부서지는 껍질 속으로 사르르 녹는 속살의 바게트에 베트남 길거리에서 먹던 반미 샌드위치에 대한 향수가 꽉 들어차 있다. 베트남어로 ‘반미’가 ‘빵’을 뜻해서 반미 샌드위치라 불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 가게 역시 시작부터 단순한 매력이 풍긴다. 베트남식 반미 집이니 가게의 이름 ‘Lie Lie Lie’ 역시 당연히 그 어떤 베트남어일 줄만 알았다. 하지만 사장이 그저 동명의 이적 노래를 듣다 정한 가게명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 고로 엄연히 따지자면 ‘라이’를 세 번 외쳐야 맞겠지만 어떻게 읽든 그건 방문객의 자유 아니겠는가. 그런 캐주얼함과 재치를 장착해야 이곳의 반미 샌드위치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일단 콜드컷, 스파이시 포크, 베지테리언, 치킨 그릴로 깔끔한 메뉴판이 마음에 든다. 주문이 들어오면 유리통에 쌓아 둔 바게트에 원하는 재료를 채워 건네주는 현지의 반미 샌드위치에다 한국식 그릴의 맛을 가미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근과 고수, 절인 무채, 고추 등의 신선한 채소들을 가득 담으며 소박하되 상큼하고, 솔직한 특유의 즐거움은 지켜가고 있다. 사장이 직접 구운 발효종 바게트와 부드러운 소스, 짭짤한 채소들이 벌이는 맛의 향연이 어찌나 담백하고 화려한지, 흔히 거부감을 느끼는 고수의 체취마저 청량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베트남 칠리소스까지 듬뿍 곁들이면 샌드위치 하나 정도는 뚝딱 이다. 그야말로 수수한 베트남 여행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먹는 내내 잠시 여행했던 호치민이 떠올랐으니, 일단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호치민에서 이보다 맛있는 반미를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일 뿐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5
영업시간 12:00~21:00 (월요일 휴무)
가격 반미 샌드위치 5천 원대, 맥주·음료 1천~4천 원대

해방촌 카사블랑카 Casablanca 모로칸 샌드위치의 얼얼한 중독

모로코식 샌드위치 집 ‘카사블랑카’가 해방촌에 들어선 지도 벌써 4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과 심심치 않은 인사를 나누는 모로칸 형제 사장의 모습에서 토박이와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와힐 사장은 출근길마다 이태원 살람 베이커리의 바게트를 두 손 가득 사들고 온다. 그곳 바게트만의 바삭한 겉과 야들야들한 속이 모로코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모로코 샌드위치에는 기본적인 채소 이외에 덩치 좋은 요리들이 들어가기에 바게트의 속을 어느 정도 파내야 한다. 판매 중인 세 종류의 샌드위치에 항상 들어가는 터줏대감 재료는 바로 ‘마쿠다Makouda’이다. 

카사블랑카 샌드위치의 맛에서 제일 뚜렷한 첫 인상을 안겨주는 마쿠다는 모로코식 감자 크로켓. 으깬 감자를 여러 향신료와 반죽해서 살짝 튀겨낸 이 요리는 모로코 사람들이 길거리 음식으로 즐겨 먹는 샌드위치에 항상 들어가는 주재료이다. 케밥보다는 든든한 식사거리를 대접하고 싶고, 거기에 모로코 식문화까지 접목하고 싶었던 와힐 사장 형제는 마쿠다 중심의 모로칸 샌드위치에 다양한 부재료들을 추가해야이국적이면서도 간편하고, 푸짐한 샌드위치를 탄생시켰다. 마쿠다와 함께 모든 샌드위치에 풍미를 더하는 ‘하릿사Harrisa’는 모로코를 포함한 북
아프리카 대륙의 몇몇 나라에서만 흔히 먹는 매콤한 고추 페이스트인데, 특유의 화끈함이 갈릭 마요 소스와 빵 속에서 뒤섞이며 행복에 가까운 맛과 향을 낸다. 훌륭한 한 접시의 요리를 두툼한 바게트 반쪽에 채워 넣은 격이니 배와 마음이 모두 두둑할 수밖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또는 무료한 일상을 특별한 미각으로 보상받고 싶을 때 설렁설렁 방문하기에 제격이다. 한 손에 가뿐하게 들리는 모로코의 맛에 시원한 맥주까지 더하면 먼 나라 모로코의 길거리 위 자유가 금세 곁으로 찾아온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4-8
영업시간 15:00~22:00 (월요일 휴무)
가격 샌드위치 7천 원대, 사이드 메뉴 2천 원대

신촌 리틀 쿠바 Little Cuba  쿠바 샌드위치와 함께 춤을

진짜 쿠바 음식을 맛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장소는 오직 ‘리틀 쿠바’뿐이다. 신촌의 리틀 쿠바에선 다양한 현지식 요리들과 함께 쿠바 음악과 문화까지도 넘실댄다. 작년 6월 처음 신촌 거리에 등장한 이곳은 쿠바에서 나고 자란 아우구스토와 그의 한국인 아내가 구축한 국내 유일의 쿠반 플레이스다.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해 위에 떠 있는 섬나라 쿠바는 열정적인 라틴 문화와 화통한 맛의 음식으로 특히 유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에 오직 5명뿐이라는 쿠바 토박이 중 한 명인 아우구스토가 직접 만드는 쿠바 샌드위치는 과연 어떤 맛일까. 그의 쿠바 샌드위치는 치아바타 속에 스위스 모짜렐라 치즈와 부드럽게 데친 햄, 바비큐, 피클을 넣고 다 함께 꾹꾹 구워 만든, 완전체다운 맛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그리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도 한 번 시작하면 먹는 일을 멈추기가 힘들다. 쿠바에서 가장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인 쿠바 샌드위치는 보통 큼직한 돼지 바비큐를 실은 길거리 노점상들이 주문 직후 썰어 낸 조각을 넣어 뚝딱 만들어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의 조리가 주문을 받는 즉시 시작되는 리틀 쿠바에서는 느긋한 쿠바식 여유로움도 함께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쿠바 럼이 들어간 파인애플 피나콜라다나 유까Yucca 프라이를 곁들여 흥을 더욱 돋우는 것도 방법이다. 쿠바에서 대표적인 뿌리 식물인 유까는 찐 단호박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감자의 고소함
이 더해진 매력적인 사이드 메뉴다. 특히 생 파인애플만을 갈아 만들고, 유까에도 최소한의 조리만을 더하기에 자연적인 맛을 살리는 쿠바식 미식에 더욱 충실하다. 또 재미있는 건 주말이면 리틀 쿠바에서 누구도 계획하지 않던 라틴댄스 파티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틀어 놓는 라틴 음악으로 맛도 흥도 쿠바스럽게 물들이는 이 공간. 흥겹고 맛깔난 그대의 주말 스케줄로 그만이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2-157 2층
영업시간 화~목 18:00~24:00, 금 · 토 18:00~02:00 (월요일 휴무)
가격 쿠반 요리 · 샌드위치 7천~1만 원대, 주류 · 음료 3천~7천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