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Luzern

The Joy of Trips to Think in Luzern

루체른에서 생각하는 여행의 즐거움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종교는 인민의 아편Religion is the opium of the people’이라면 ‘여행도 아편이다’라는 말은 어떤가? 마르크스는 불의와 부조리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에서 종교는 인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줄 수 없는 존재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런데도 인민들은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서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는 내세에는 잘 살 수 있다는 종교의 약속을 철석 같이 믿고 살아간다고 했다. 과연, 여행은 아편인가라는 복잡한 주제를 스위스 최고의 호반 도시 루체른으로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영국인 재발견 저자)

필라투스 정상에서 내려다 본 경치

과연, 여행도 아편일까?

스위스 최고의 호반 도시 루체른Luzern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을 위한 변명’을 한 번 해 보자.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종교는 인민의 아편Religion is the opium of the people’이라면 ‘여행도 아편이다’라는 말은 어떤가? 마르크스는 불의와 부조리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에서 종교는 인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줄 수 없는 존재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런데도 인민들은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서 올 지 안 올 지도 모르는 내세에는 잘 살 수 있다는 종교의 약속을 철석 같이 믿고 살아간다고 했다. 사제들 자신들도 가서 돌아와 보지 않아서 모르면서도 남발하는 천국으로의 약속은 인민을 속이는 감언이설이라고 질타했다. 결국 여행도 그런 것인가? 여행 중에는 꿈 속인데 결국 돌아 오면 떠나기 전과 전혀 다름없는 차가운 현실이니 이 또한 잠시의 천국을 맛 보는 아편과 같은 현실도피라는 말이다. 그러나 여행과 아편의 차이는 분명 다르다. 아편은 취해 있는 순간만의 환상이고 그 이전과 그 이후는 엄청난 후유증을 겪는다. 그래서 약에 취해서 비현실을 헤매는 영어에서 ‘하이high’라고 부르며 그 순간만을 위해 무슨 대가라도 치르면서 갈망한다. 하지만 여행은 아니다. 여행에 대한 변명 전에 우선 종교에 대한 변명부터 해 보자. 비록 죽음 이후 삶의 존재 여부는 누구도 모르지만 죽어서 가 보기 전까지 믿어서 손해 날 일은 없지 않는가? 예를 들어 어떻게 해도 전혀 나아질 가능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던 참혹한 현실의 중세 노예에게는 죽어서라도 그런 곳을 갈 수 있다는 꿈만으로도 위안을 얻었다면 좋은 것 아닌가?

여행의 즐거움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떠나 끝없는 호기심과 현실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환상을 유감없이 누리고 왔다고 해도 그냥 일상으로부터의 잠시 탈출을 하고 왔을 뿐이다. 고달픈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여행이 전혀 갈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는 것인가? 분명 아니다. 왜? 여행은 마약과는 달리 가기 전과 갔다 와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서이다. 갈 곳을 고르고, 계획을 세우느라, 예약을 하면서, 준비를 하면서, 가방을 싸면서 이미 우리는 충분히 여행의 즐거움의 반은 맛 보았다. 여행 중의 즐거움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녀 와서 침대 위에 몸을 눕히면서 느끼는 내 방에 드디어 왔다는 노곤하나 포근한 안도감은 여행을 다녀 온 사람만이 아는 행복이다. 그리고는 찍어 온 사진을 정리하는 즐거움과 사가지고 온 조그만 기념품을 책상 위 한 켠에 놓으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어떤가? 그리고는 가끔 그런 사진들과 기념품과 함께 기억 속의 추억을 끄집어 내어 남들이 볼 새라 살짝 보는 그런 맛은 또 어떤가? 정말 거의 자신의 생애가 걸린 듯한 멋진 일을 전력을 다해서 해낸 뒤 창 밖이 보이는 카페 한 켠에서 커피잔을 앞에 놓고 혼자서 하는 뒤풀이만큼이나 뿌듯하지 않은가?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일하면서 다음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삶은 아무리 고달프고 찌들고 비루해도 그래도 살아 볼만 한 것이다. 복권을 사면서 반드시 당첨이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만일 반드시 당첨 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제정신이 아닐 게다. 그렇게 쉽게 하루아침에 인생 아래 위가 송두리째 뒤 바뀌는 일이 일어 날 수 있겠는가? 복권을 사는 이유는 그냥 책임이 따르지 않는 기대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다. 그냥 지갑 구석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저 놈이 당첨만 되면 벌어질 인생역전극의 대소동의 흐뭇한 그런 백일몽 때문에 우리는 복권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손 쉽게 얻을 수 있는 짜릿한 행복치고는 복권은 싸다. 물론 여행은 그 보다는 비싸고 시간도 들지만 그래도 멋진 현실도피치고는 가장 타인에게나 자신에게나 무해하면서도 유익한 위안이다. 정말 열심히 일한 당신은 이제 여행을 떠날 자격이 분명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지금 여행을 계획하면서 내 처지에 좀 사치가 아닌가 혹은 조금 미안해 하면서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여행자를 골탕먹이는 그들만의 언어?

이제 루체른으로 가 보자. 그런데 루체른은 항공편 예약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영어로 된 항공편 예약 웹사이트에서는 여행을 가고자 하는 도시를 그 나라에서 뭐라고 부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영어권 사람들이 쓰는 도시 영어 명칭이 중요하다. 자국편의 중심이어서 당연한 듯해도 사실 비영어권 여행자로 봐서는 상당히 불편하다. 우리가 보통 루체른Luzern이라고 부르는 도시를 영어권에서는 루썬Lucerne이라고 부른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로마Roma를 로옴Roma, 토리노Torino를 튜린Turin, 뮌헨Munchen을 뮤니크Munich, 프라하Praha를 프라그Prague로 부르는 정도는 철자가 비슷하니 애교로 보고 용서해주자. 그러나 전혀 상상도 안 가게 바뀌어 버리면 상당히 열이 난다. 일일이 철자를 찾아 봐야 해서이다. 예를 들면 피렌체Firenze를 플로렌스Florence라고 하는 경우는 조금 심하게 나가긴 했지만 독일 쾰른Koln정도는 아니다. 쾰른은 전혀 상상이 안 갈 콜로느이Cologne를 예약 웹사이트에 입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쾰른이라고 입력해도 콜로느이란 제시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전혀 그런 배려가 없다.

하긴 영국에 처음 와서 도시 이름을 비롯한 고유명사 발음으로 상당히 오래 동안 고통 받았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지긴 했다. 예를 들면 매운 소스이름으로 유명한 우스터Worcester라는 도시는 우체스타라고 써 놓고 우스터로 읽는다. 그러나 로체스타Rochester는 그냥 철자대로 발음한다. 무슨 기준이 있는가? 아무런 기준이 없다. 그냥 영국인들이 그렇게 부르면 바로 규칙이 되고 법이 된다. 억울하면 영국인이 되던가 철저하게 배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언어에 남성, 여성, 중성이 있고 격에 따라 엄격한 변화를 하는 러시아어는 외국인이 마스터 하기에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이 가장 고개를 흔드는 언어가 영어다. 이유는 영어에는 정해진 규칙이 지켜지는 경우보다 변칙이 더 많기 때문이란다. 러시아어는 처음에 배우긴 어려워도 익숙해지면 규칙에 따르기만 하면 되니 차라리 쉬운데 영어는 예외가 많아 알면 알수록 마스터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1 루체른 구도시. 2 루체른 호수. 3 카펠교와 루체른 도시. 4 루체른 도시 건물. 5 카펠교 그림.

너무나 짓궂은 영국인들

예를 들면 영어의 아버지라는 제프리 초서의 소설 ‘캔터버리 이야기’에 나오는 ‘타바드 여관’이 지금도 이 곳에 있고 캔터버리로의 성지순례가 시작되던 서덕Southwark을 한국에서 처음 온 사람이 사우스와크라고 발음하지 않는다면 영어에 대단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이렇게 영어의 고유명사 발음은 그 때 그 때마다 알아서 배워 나가는 수 밖에 없다. 다른 예를 들면 런던의 근교도시 베이징스톡Basingstock은 바싱스톡이 아니다. 설기현 선수가 한 때 뛰던 레딩Reading은 ‘읽고 있다’는 동사의 철자와 같지만 발음은 리딩이 아니다. 그래서 영국에 내가 처음 왔을 때 ‘고유명사 발음사전’을 찾으러 서점을 뒤져야 했다. 당시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서점을 찾아 묻고 다녔다. 분명 그런 사전이 있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참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데 그런 사전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을 안 해서이다. 분명히 믿었는데 심지어는 서점 안내사전도 있는데 상당히 많은 서점을 찾아 다녔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런던에서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포일Foyle서점에서 매니저를 찾아 문의를 했다. 그런데 그 매니저 말이 걸작이었다. ‘왜 우리가 너희 같은 녀석guys들의 삶을 쉽게 해주려고 우리에게는 쓸데 없는 그런 사전을 만들겠느냐?’고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국인들은 거의(영국인 중에도 틀리는 사람들이 가끔 있기는 해서 ‘거의’ 라는 표현을 한다) 다 제대로 발음을 하니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는 그의 말이 당시에는 이해가 갔다. 그로부터 34년 후인 지금 런던 주민 중에는 외국인이 거의 50%가 넘는다. 분명 사전을 출간하면 장사가 될 듯 한데 아직도 사전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영국인들은 참 짓궂긴 하다. 정말 우리 같은 외국인들 상대로 정말 장사가 될 터인데도 안 만드는 듯하다.

충분히 알아 들을 만큼 분명하게 발음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치미를 뚝 때고 골탕을 먹이는 영국인 이야기는 영국에 오래 산 교민들은 누구나 한 두 개쯤은 다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담배 가게에 가서 ‘시가를 달라’고 하니 못 알아 듣고 빤히 쳐다 보면서 되묻기를 여러 번 해서 화가 났다. 화도 나고 옆에 서 있는 아들한테도 창피하고 해서 카운터 안으로 들어 가서 시가를 잡으면서 ‘이것 말이야’라고 했더니 이 친구 말이 ‘아! 시~~이가!’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뉴 몰던(여기서도 New Malden은 뉴 말덴이 아니다) 한인촌에 전설처럼 떠도는 실화다. 원어민 발음은 액센트가 시가의 ‘가’에 들어 가면서 좀 길게 해야 된다. 그냥 아무런 높낮이 음 변화나 액센트 없이 단순하게 ‘시가’라고 무미건조하게 발음했으니 영국인이 못 알아 들을 법하다는 평부터 담배가게에서 시가라고 하면 뭘 말하는지 분명히 알아 들었으면서도 외국인을 골탕 먹이려는
주인의 못된 심보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설이 분분했다. 이렇게 본토인들이 내 발음을 못 알아 들으면 특히 원어민 발음에 신경질적인 열등감에 사로 잡힌 우리 한국인들은 그만 창피하고 당황한 나머지 더욱 발음이 안 되고 버벅대기 마련이다. 너무 서문이 길어졌다. 이제 여행기로 들어 가자

1 4 루체른 구도시. 2 3 루체른 시민들. 5 카펠교.

알 듯 모를 듯한 루체른

루썬 아니 루체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산악 국가 스위스 도시들 중 호수를 끼고 있는 수많은 도시나 마을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도시다. 사실 루체른에는 그렇게 대단한 명승지나 유적지가 없다. 골목이 좁은 구시가지는 역사를 배고 있어서인지 특히 아름답다. 그리고는 ‘카펠교’와 ‘빈사의 사자상The dying lion of Luzern’이 제일 유명한 관광상품이다. 카펠교는 1333년에 세워져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덮인 다리라고는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1993년 버려진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나서 8개월 만에 다시 복구한 다리 일부는 소위 말하는 ‘짝퉁’이다. 그래도 관광객들에게는 카펠교는 가장 인기 있는 증명 사진 촬영감이다. 그리고는 ‘빈사의 사자상’이다. 사자상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에 너무 많아 생략하자. 그러나 사자상이 생긴 유럽 전체에 펴져 있던 불쌍한 스위스인 용병의 이야기는 하고 넘어가자. 지금은 스위스는 ‘명목상 개인당 국내 총생산 금액’은 84,344 달러로 세계 4위, ‘구매력 평가 기준 개인당 국내총생산’은 55,237달러로 세계에서 8위이고 기대수명은 2012년 기준으로 남자 80세, 여자 85세로 세계 2위일 정도로 최고부국 중 하나지만 스위스는 역사적으로 가난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지금 스위스인 중에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배가 고파 풀을 뜯어 먹었다는 기절할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스위스가 잘 살게 된 것은 이제 겨우 100년이 좀 넘었을 뿐이다. 특히 세계 1, 2차 대전이 지나면서 유럽 다른 나라들이 파괴되었으나 전화를 전혀 입지 않은 스위스는 부국의 길로 제대로 들어 섰다. 산으로 둘러 싸이고 특별한 산업이 없던 중세 시절부터 스위스 남자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용병으로 유럽 이 나라 저 나라에 팔려 갔다. 그 때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사자상이다. 사자상에 대해서는 마크 트웨인의 언급이 가장 유명한 모양이다. ‘부랑자 해외 여행기Tramp Abroad’에서 언급한 말이 인터넷에 많이 떠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용은 잘 없다. ‘모양도 맞고, 자세도 맞고, 비율도 맞는데 뭔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루체른의 사자를 세계에서 가장 비통하고 감동적인 석조 작품으로 만든다.’가 제대로 된 한 문장이다. 불쌍한 스위스 용병의 이야기를 조각했는데 그가 그런 감상을 받았다면 조각은 명품임이 틀림없다.

스위스 하면 용병!

지금은 스위스 국민이 외국 군대에 용병을 가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로마 바티칸 교황청은 예외다. 그래서 지금도 교황청 경비병은 오렌지, 붉은색, 푸른색의 르네상스 시대 군인 복장을 하고 검은색 베레모를 쓰고 시대착오적인 나무 창을 들고 있다. 경비병이 되기 위한 조건은 가톨릭 신자이어야 하고 19세와 30세 사이의 스위스 국적의 독신남자로서 키가 174센티미터 이상이 최소의 조건이다. 그런데 월급은 생각보다 적다. 1,300 유로(150만원)에다가 숙식을 제공 받는 조건이다. 물론 월급은 면세이다. 그러나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는 군대조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의 런던탑을 경비하는 비프이터Beefeater라는 별명의 중세복장의 요우맨Yeoman이 이들보다 조금 더 오래되었지만 요우맨은 그냥 의장대역할만의 군 조직이라 군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난 2006년이 교황청 경비대 창설 500주년이었다. 스위스 남부 벨리조나로부터 로마 교황청까지의 680킬로미터를 퇴역경비대원 80명이 한 달간을 걸어서 갔다. 500년 전 200명의 스위스 용병이 걸어서 교황청으로 봉직하기 위해 간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500주년 기념 행군에 앞서 대대적인 행사가 루체른에서 열렸었다.

세계 역사를 바꾼 4개의 사과이야기

한때 ‘세계 역사를 바꾼 4개의 사과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나게 만들어 인류의 고통이 시작되었다는 선악과, 신들의 파티에 초대 받지 못한 불화의 신이 던진 결과로 트로이 전쟁이 터지게 만들고 결국 유럽 문명의 기본이 되는 그리스의 시작을 만든 황금의 사과, 스위스 독립의 불을 불러 일으키며 유럽에 정복자에 대한 약소국의 저항과 독립운동의 상징이 된 윌리엄 텔의 사과, 그리고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만들어 근대 과학의 문을 연 아이작 뉴턴의 사과가 그 넷이다. 최근 버전으로는 윌리엄 텔과 아이작 뉴턴의 사과 대신에 세상의 팝 음악을 그들 이전과 이후로 가른다는 비틀즈를 키운 애플 레코드와 베믈다 만 사과 로고로 유명한 애플사의 사과가 들어갔다. 루체른은 윌리엄 텔의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다. 바로 윌리엄 텔이 아들 머리 위에 얹힌 사과를 활을 쏜 곳이 바로 루체른 건너편 호수 가의 인구 9천 명의 조그만 도시 알트도르프Altdorf이다. 시장거리에는 바로 활을 어깨에 건 윌리엄 텔이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조각해서 크게 세워 놓았다.

언어와 문화의 보고

유럽의 제일 중요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 등의 3개 국어를 사용하는 스위스는 3국의 문화가 적당하게 섞여 있어 다양한 문화의 보고다. 전국에 1,000여 개의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축제가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루체른 축제가 가장 크고 유명하다. 8-9월에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은 클래식 음악 축제로는 정평이 나 있다. 이외에도 루체른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축제가 열린다. 이런 축제를 통해 도시를 선전하고 손님을 끌어 들여서 도시 수입을 올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위스인 다운 노력이다. 사실 루체른에는 미술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로젠가르트 콜렉션은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답지 않게 알찬 콜렉션을 가지고 있다. 23명의 초기 현대미술가의 작품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화가 폴 클리의 125점을 비롯해 32점의 피카소의 후기 작품만 해도 방문을 하면 거의 한나절을 잡아야 감상을 제대로 할 정도이다. 100여 점의 피카소 스케치도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세잔느, 샤갈, 미로 등까지 보려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가야 한다.

스위스에 대해 잘 모르는 몇 가지만 집고 넘어가자. 이런 시험문제는 안 나오겠지만 ‘스위스의 수도를 말하라’ 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이다. 26개의 거의 독립국가 같은 주caton가 모여서 만들어진 나라라 주 마다의 수도가 자신들의 수도다. 베른이 물론 사실 상의 수도이긴 하지만 법상으로는 아니다. 그래서 분명 ‘스위스에는 수도가 없다’가 정답이다. 하나 더. 스위스를 보통 소국이라고 하니 상당히 적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생각보다는 크다. 약 41,285평방키로미터이니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도를 합친 크기이다. 그러니까 한반도의 1/5 정도 된다.

1 루체른 구도시. 2 빈사의 사자상. 3 루체른 도시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