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Wurzburg
A Special Story the Way You Love Wurzburg

뷔르츠부르크를 즐기는 특별한 이야기

독일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의 힘은 하루 이틀 걸려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요즘 지은 현대 건축에서도 손잡이 하나 창틀 하나도 무게나 질감이 다르다. 그러나 영국 물건들 특히 공산품은 뭔가 어설프다. 독일의 호텔에 투숙하다 보면 화장실 변기부터 세면대 하나도 영국 호텔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영국 호텔의 집기들은 새 것이면 이케아 수준보다 조금 나을 정도의 눈가림이거나  아니면 아주 오래되어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르는 상태다. 너무 심하게 비난한다고 하겠지만 욕을 먹어도 싸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영국인 재발견 저자)

얄미울 정도로 감탄스러운 독일의 기술력

패션은 또 어떤가? 유럽 비즈니스맨의 양복은 독일제 보스라면 정통이고 이탈리아 아르마니면 좀 튀는 느낌이다. 여성 패션은 어떤가? 질 산
더라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고급 그러나 결코 돈으로 쳐 바르는 브랜드가 아닌 조용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입는 것 같은 느낌의 옷이다. 진지한 비즈니스우먼들의 옷이라는 느낌이 확연하다면 너무 편견에 사로 잡힌 것인가? 한국에서 인수해서 너무 잘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 MCM은 또 어떤가? 여성 핸드 백이라기 보다는 좀 무겁고 투박하고 그러나 결코 한 10년을 매일 들어도 전혀 망가지지 않을 것 같다. 여성 패션 아이템으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는 무게감과 중후함은 MCM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독일 패션의 특성이 잘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하다. 끝으로 독일 자동차로 독일 명품 의 찬가를 끝내자. 벤츠의 성능과 안전성 내구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와 버금가는 BMW의 명성은 순발력과 함께 중후한 디자인 때문에 굳이 젊은 비즈니스맨의 자동차 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나만 더하고 끝내자. 보쉬, 밀레, 브라운 같은 독일 가전제품은 정말 유럽의 다른 나라 가전제품 메이커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그런 가전제품들에게 느껴지는 튀거나 날리지 않는 디자인에서부터 중후한 질감과 내구성을 갖춘 효율성 등은 정말 독일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제품을 접할 때마다 감탄하면서도 조금은 얄미워서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단하다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환상적인 뷔르츠부르크 궁

그렇다면 왜 이렇게 때 아닌 숭앙에 가까운 독일제품 칭찬을 하느냐고 그것은 바로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방의 주요도시인 뷔르츠부르크를 말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항상 뷔르츠부르크를 말 할 때면 언급되는 ‘로맨틱 가도가 시작되는 도시’라는 표현은 하도 많이들 써서 너무 상투적이 되어 버렸다. 왜 굳이 로맨틱 가도가 시작되는 도시라고만 하는가? 오래 전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할 때는 로마가 세계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그 때의 관점에서 보면 뷔르츠부르크는 로맨틱 가도가 끝나는 도시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괜한 억지인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 가자. 뷔르츠부르크의 오래된 건물에서는 카리스마가 지금도 느껴진다. 특히 뷔르츠부르크 관광의 정점 뷔르츠부르크 궁에서는 정제된 세련미, 중후함과 함께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뷔르츠부르크 궁을 보통 주거지를 말하는 레지던스Residence라고 칭하지만 이것은 분명 왕궁수준이다. 이곳을 짓고 살던 사람이 비록 왕이나 황제로 칭해지지 않은 대공작Grand Duke라고 불리던 지방 제후지만 비스마르크 제상의 주도로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독일은 이런 공작들이 철저하게 분점해서 통치하던 지방자치공화국이었다. 말만 왕이 아니지 분명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왕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통치하면서 옆의 공국들과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발전하고 투쟁하면서 살았다. 지금도 그런 전통이 남아 독일을 연방공화국이라 부르지 않는가? 그래서 이 뷔르츠부르크 레지던스를 궁이라고 부르겠다.

궁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넘친다. 궁의 바닥 면적은 넓이 97미터X길이 167미터 이어서 총 16,199 평방미터이다. 쉽게 이해
하려면 우리 식으로 4,900 평이다. 무려 방이 400 여 개이니 어떻게 이곳을 궁이라고 부르지 않겠는가? 궁이라고 해도 차고 넘칠 뿐만 아니라 오죽 했으면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과 화려한 것을 다 보았을 프랑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교관이라고 부러워했겠는가? 이 궁을 지으라고 명령한 요한 필립 프란츠와 프레드릭 칼 폰 쇤본이 왕자이자 주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왕족들이 성직을 겸임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로 재위하던 1806년과 1813년 사이에 뷔르츠부르크를 지나면서 세 번을 이 궁에 묵었다.
이 궁은 1720년과 1744년 사이에 22년에 걸쳐 지어진다. 계단 천장의 벽화는 세계 최대의 벽화이고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로코코 화가인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에 의해 그려졌다. 항상 자신의 권위에 비해 너무 궁이 작다고 생각을 했는데 요한 프란츠 폰 쉔본이 재판에서 승소
를 해서 받은 거액을 쏟아 부어 만든 궁이다. 현재는 박물관과 뷔르츠부르크대학교로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왕의 생존 전략이 담긴 궁의 속사정

우선 궁 앞의 광장은 정말 넓다. 수백 대를 주차할 주차공간도 광장 한 귀퉁이를 겨우 차지 할 뿐이다. 조각돌이 깔린 광장 위를 마차들과 기마병이 행진한다면 그 소리가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궁은 크기뿐만이 아니라 카리스마마저 느껴진다. 영어 단어 ‘장엄하다majestic’가 가장 잘 어울릴 듯하다. 일직선으로 가지런하게 서 있는데 양쪽에 날개를 달고 그야말로 ‘장엄하게’ 서 있다.궁 내부는 화려함과 절제미가 동시에 느껴진다. 궁을 들어 서는 순간 왼편에 보이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가 사람들을 압도한다. 계단은 폭만 해도 18미터이고 길이가 30미터이다. 천장은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가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4대륙을 화려하게도 그렸다. 뿐만 아니다. 다른 방들에 비하면 소박하다고 할 화이트 홀을 지나면 나오는 황제의 홀Imperial Hall의 벽화와 천장화는 순간 눈을 현란하게 한다. 일층에서 올라오던 계단 천장의 천장화도 대단했지만 여기에 비하면 초라하다고 해야 한다. 대공후의 결혼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연의 뷔르츠부르크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



1 궁 광자에서 바로 본 뷔르츠부르크 시내 전경. 
2 궁안의 갤러리 실내가 특이하다. 
3 궁 안에 잘 정돈된 정원. 
4 궁안 실내 장식. 
5 궁안의 갤러리.

유럽의 궁이 이렇게 화려한 이유는 왕으로서의 생존전략이자 통치수단이고 동시에 영업전략이라고 생각해야지 이를 단순하게 사치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대의 정치인은 힘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쉽게 말하자면 대통령이 힘이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옛날 왕들의 권력기반은 왕권신수설을 절대 의심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던 신민들의 지지에도 있었지만 왕가의 재력이 바로 권력을 유지하는 기반이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돈이 있어야 신하들이 모여 들기도 했지만 군대를 유지하려면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만일 왕이 돈이 없어 군대를 유지 못하면 언제든지 반란에 의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왕은 돈이 있든 없든 돈이 있는 척을 해야 했다. ‘돈이 있는 척’의 가장 좋은 방법이 궁을 크게 짓고 궁 안을 화려하게 꾸미는 일이다. 거기다가 하나 만 더 보태 아주 자주 파티를 열면 금상첨화다. 자신의 주위에 중신들을 모아 힘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들을 자신들의 영지에 자주 가 있지 못하게 해서 권력기반의 약화와 함께 반란을 막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뷔르츠부르크궁도 이런 저런 이유로 크게 지어졌고 오늘의 우리는 그 덕분에 호사를 누리고 뷔르츠부르크 시민들은 관광수입을 올린다. 뷔르츠부르크는 결코 들뜨지 않고 차분하면서 위엄이 있던 인상의 도시였다. 관광객들로 인해 도시인들의 삶이 방해 받지 않을 정도의 관광객 그러나 관광객으로 인해 침체된 듯한 다른 독일 도시들과는 달리 적당한 만큼의 활력을 가지는 서로 상호 보완의 역할을 하는 도시처럼 보였다. 



1 궁 내부 출입문들 지금은 뷔르츠부르크 대학교가 쓰는 부분이다. 
2 화려한 천장화 및 벽화에 눈이 현란하다. 
3 뷔르츠부르크 시민들.
4 1377년에 지어진 뷔르츠부르크 도시 한중간에 차지 한 마리앤 성당. 
5 궁 정원과 궁 궁의 규모도 규모지만 정원도 특이하다.

소소하면서도 넘치는 매력의 뷔르츠부르크

독일의 도시들은 구질구질하지 않고 잘 정돈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지방의 오래된 도시들의 특징인 오랜 세월의 흔적이 건물에 배어진 듯이 차분하면서도 안온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독일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다. 독일 도시들은 차고 지나치게 깨끗하고 잘 정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뷔르츠부르크가 그랬다.

뷔르츠부르크는 인구가 12만 5천명 밖에 되지 않는데도 바바리아 지방(야만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바바리안barbarian이라는 일반명사 단어가 바로 이 바바리아 지방 때문에 나왔다)의 주요도시라고 말한다. 독일 도시들은 인구가 적다. 그만큼 지방분산이 잘 되어 있고 전국적으로 잘 분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아는 독일 유명 도시들은 놀랄 정도로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본 32만 명, 프랑크푸르트 53만 명, 뒤셀도르프는 60만 명, 퀠른 100만 명, 뮌헨이 83만 명, 함부르크가 160만 명, 제일 크다는 수도 베를린이 330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

뷔르츠부르크는 대학교 도시다. 뷔르츠부르크대학교는 세계 대학 순위에서 2000년대 초에는 100-150권이었는데 지금은 150-200권이다. 화학을 비롯한 공학 쪽은 아직도 순위가 50위 내로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 1403년에 세워졌지만 몇 년 안 가서 문을 닫았다가 다시 1582년에 문을 열었다. 뷔르츠부르크는 예수회와 관련이 많은 도시이다. 신학에 관한 한 독일을 비롯해 세계 어디에서고 독보적인 존재이다. 대학교 도서관은 30만권의 중세 도서를 보관하고 있는데 이 또한 세계최고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10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도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 도시 안에서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뷔르츠부르크가 바로 그런 도시이다.



1 임페리어 홀의 장관. 
2 화이트 홀. 
3 정면에서 보는 뷔르츠부르크 궁과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