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vence :: Vaucluse
Two Ways to Enjoy Vauclusien Nature

보클뤼즈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

태어나 처음 와본 땅이 이토록 편안해도 되는 걸까. 프로방스 보클뤼즈의 풍요로운 자연 앞에서 매번 놀라운 숨을 들이마시면서도, 마치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준 고향에 온 듯한 따스함에 취해 버렸다. 아마도 프로방스를 꿈꾸는 이들이 가장 바라고, 사람에게 가장 당연한 것인 ‘자연’이 이곳의 아름다움 중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리라. 이토록 싱그러운 보클뤼즈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자전거에 올라타는 일이다. 자전거에 관한 두 가지 장소에서 완연히 다른 이 땅의 두 풍경에 젖어들었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임성훈 기자,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 관광청(Atout-France) www.kr.rendezvousenfrance.com, 
프로방스 지역관광청(CRT PACA) www.tourismepaca.fr

1 7 차나 ATV를 타고 올라오는 것 외에 방투산에 가장 쉽게 오르는 방법은 의외로 등산이다. 
2 방투산 정상. 
3 5 가족 여행객들게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곳이 방투산이다. 조용히 함께 산 아래를 감상하거나, 미리 준비해온 바게트를 쓱쓱 썰어선 가족 모두와 조촐한 점심시간을 갖기도 한다. 
4 해발 1,911미터 높이의 방투산. 한라산보다 약간 낮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6 산 정상에는 희한하게도 젤리 가게가 있다. 체력이 떨어진 사이클리스트들이 자주 먹는 것이 젤리인 걸까.

프로방스의 새하얀 야수, 방투산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나는 한시도 쉬지 못했다. 창밖에 보이는 평화로운 그림들이 자꾸만 놀라운 것이다. 광활한 들판에 마치 솜털처럼 부드러울 것만 같은 풀들이 가득 나 있는가 하면, 동글동글한 나무들과 포도밭에 둘러싸인 오래된 집들이 돌연 나타난다. 그중 감탄이 절로 나오는 들판을 지날 때마다 나는 부리나케 함께 한 현지 친구에게 이 들판에 심어져 있는 것들이 도대체 무엇이냐 묻고는 했다. “그냥 잡초지 뭐. 이런 풍경은 여기에서 아주 흔해”. 매번 돌아온 대답이다. 그렇다. 잡초마저 아름다운 땅이 보클뤼즈다.

프로방스의 공식 명칭인 프로방스-알프스-코트다쥐르에 이에 대한 단서가 있다. 보클뤼즈는 산맥이 지나는 북부 알프스와 바다가 가까운 남쪽 코트다쥐르 사이의 중부, 프로방스에 속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오직 강과 온순한 산, 평원, 햇빛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모습이 가득하다. 처음 보았을 때 아무리 아름다워도 금세 내성이 생기고 마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이런 땅이라면 영영 무던해지지 못할 것 같다. 높고 낮은 산이 생글생글한 밭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보클뤼즈에는 프로방스에서도 산으로서 대단한 명성을 지닌 산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방스의 거인’, 또는 ‘프로방스의 야수’라는 애칭마저 갖는 북쪽의 거대한 방투산이 그 주인공이다. 방투산이 이토록 독보적인 유명세를 지니고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기본적인 프로방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양새이고, 둘째는 사이클 종목이 크게 사랑받는 프랑스 내에서 사이클리스트들의 영원한 정복지가 바로 방투산이기 때문이다.

해발고도 1,912미터. 한국의 한라산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니, 수년 간 단련된 사이클 선수가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높이다. 많은 이들은 산의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오르고, 하이킹을 위해 직접 등반하는 사람들도 있다. 차창 밖으로 서서히 가까워지는 방투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나는 산 정상으로 보이는 만년설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하지만 마치 나의 착각을 ‘짜잔!’하며 놀리기라도 하듯, 정상 자락에서 직접 보니 온통 새하얀 돌로만 이루어진 민둥산이 아닌가. 물론 높은 지대와 세찬 바람 때문에 4월까지도 정상에서 눈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눈이 녹은 후에도 여전히 초록빛을 볼 수 없는 이 석회암 봉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정상까지 오르냐에 따라 천사 혹은 악마로 변신한다.

1 그는 고지를 코앞에 두고 결국 페달 아래로 발을 디뎌버렸다. 
2 이렇게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선수가 사실 그리 많진 않다. 모두 숨을 헐떡거리다 도착과 동시에 신발과 헬멧, 웃통 등을 벗어던진다. 
3 정상 위에서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4 6 매일 수많은 사이클리스트들이 이 산에 도전장을 내민다. 어쩌면 방투산은 그들의 열기를 매일 받으며 하루하루 더 혹독해져 가는 걸지도 모른다. 
5 독일에서 온 존과 데프니. 사이클리스트인 남자친구는 사이클을 타고 정상에 도달했고, 데프니는 차를 타고 뒤따랐다. 많은 사이클리스트의 동행들은 이런 방법으로 방투산을 오른다.
7 나란히 라이딩을 하는 흐뭇한 부자 사이클리스트들이 퍽 자주 보였다. 8 9 ‘조금만 힘내세요!’라며 휘파람을 불고 등을 툭툭 쳐주고 싶은 바람이다.

혹독한 사이클리스트들의 성지

산 정상에 오르면 헐벗은 이곳의 땅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식물이 자라기 힘든 석회암 지대라는 이유도 있지만, 잠깐만 바깥에 서 있어도 온몸을 바람이 연신 휘감는다. 이 날은 비교적 날씨가 쾌청하고 바람도 잔잔한 편이었지만, 방투산에 진짜 바람 태풍이 찾아들면 그 정도가 퍽 잔인하다.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최악의 장소인 셈이다. 식물이 없으니 인간에게도 이로운 산일 리는 없다. 이토록 높은 고도에서 그늘 한 점 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상상을 하며 잠시 눈앞이 아득했다. 그럼에도 한 시간 동안 정상에 머물며 끊임없이 도착하는 사이클리스트들을 목격했다. 그들의 표정은 정말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체력의 한계에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는가 하면, 고지를 코앞에 두고 밀려오는 기쁨 때문에 아찔한 경사도로를 오르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사람들도 있다. 정오가 가까워지며 정상에 도착하는 선수들이 속속 늘어 가니, 산 정상의 분위기는 이내 가족 운동장처럼 화목해졌다. 부모나 자식, 혹은 그 둘이 함께 방투산에 훈련을 오면서 나머지 가족들이 나들이 삼아 차를 끌고 그들을 따라 오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온 사이클리스트들은 항상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족 모두의 환호와 응원을 받으며 정상에 입성했다.

프랑스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 스포츠 대회 중에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이클리스트들이 프랑스
전역을 3주에 걸쳐 일주하는 대회이다. 방투산은 1903년부터 매년 열려 온 이 대회의 마지막 종착지로 몇 번 이름을 올리면서 진정한 사이클리스트들의 성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움직이는 거리는 매년의 대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방투산이 피니쉬 라인이었던 대회 중 2013년의 뚜르 드 프랑스는 대회 거리만 약 240킬로미터였다. 이미 어마어마한 거리를 질주해온 선수들에게 방투산은 가장 잔인한 코스이다. ‘방투산은 물리적으로 두려운 곳이다. 메마른 영혼을 지닌 벌거벗은 산. 특히 이곳의 저주받은 기후는 높이 솟은 지옥 속에서 영웅들을 시험한다’. 프랑스의 철학가이자 사이클 마니아인 롤랑 바르트는 방투산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이클로 방투산을 정복하는 일은 지옥을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사이클리스트들은 이 악명 높은 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이만큼 자신을 나약하게 만드는 대상이 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머리 산은 도전하는 모두를 무장 해제시켜 그 한계를 드러내지만, 선수들은 이를 경험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하게 된다. 물론 정상에서의 달콤한 전망이 숨은 인기의 비결일지도 모르지만.

1 테라방투의 자전거 코스 중 첫 번째로 두 갈래 길이 나오는 곳에 이 표지판이 서 있다. 
2 포도밭이 있는 땅이 오니 프로방스라 상상했던 모습에 거의 근접한 그림들이 보인다. 
3 자전거를 타다 마주친 동네의 건실한 농부. 
4 테라방투 와이너리의 빌 쉬흐 오종 매장 내부. 
5 이제 페달만 밟으면 질주하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포도밭 위를 달려보자.

천국의 와인밭 따라 자전거 타기

방투산의 정상은 척박했지만 낮은 대지는 오히려 정반대이다. 보클뤼즈 지역은 본래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가장 온화하고 목가적인 프로방스의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곳 아닌가. 라벤더와 허브, 포도밭들이 죽 이어놓는 화려한 들판과 높고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흙 빛깔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들까지. 그중에서도 방투산을 포함한 인근의 지역들은 1990년에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선정될 만큼 건강한 자연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이 자연 내음 물씬 나는 땅 위에서 더욱 활달한 여정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그래서 향한 마을은 빌-쉬흐-오종Villes-Sur-Auzon. 이곳은 방투산에서 열정을 불사르고 하산한 사이클리스트들이 짧은 휴식을 즐기다 가는 마을이면서,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욱 반가운 곳이다. 방투산의 생물권 보존지역에는 산뿐만 아니라 산의 경사지를 따라 펼쳐지는 포도밭의 땅도 함께 포함되었는데, 이 마을에서는 그 수많은 포도들의 주인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다. 주변으로 300만 평 이상의 포도밭을 유지하고 있는 와이너리 테라방투Terraventoux이다. 와인을 위한 최상의 포도가 자라기에 완벽한 영양상태를 지니고 있는 방투산 남쪽 기슭의 땅이 테라방투 와인의 고향이다. 마을에 자리한 테라방투 건물에서 훌륭한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일도 물론 추천할 만하지만, 그보다 더 현명하게 테라방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포도밭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한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전기자전거 타고 포도밭 둘러보기’ 체험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른바 테라바이크Terra-Bike라 일컫는 이 서비스는 건물을 시작으로, 포도밭이 펼쳐지는 땅들을 빙 두르며 인근의 작은 마을 두 곳도 방문하는 여유로운 코스를 따른다. 총 길이는 대략 20킬로미터 정도 되지만 엔진이 달린 전기자전거가 두 다리를 이끌어 주니 체력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1 포도밭 위로 바쁜 일손들이 모여든다. 
2 테라방투 표지판. 
3 6 보클뤼즈의 포도나무들은 결코 잎이 많이 자랄 때까지 내버려두지도, 나무의 키가 자라는 것을 그냥 두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다듬어줘야만 완벽한 와인을 위한 포도가 영글기 때문이다. 
4 이곳의 날씨는 일교차가 크지도 않으니 나무가 얼 일도 없다. 진한 와인 맛을 위해 나무에는 물도 자주 주지 않는다. 
5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포도 천국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천국의 맛, 포도밭 나들이

페달만 밟으면 슝 나아간다. 전기자전거의 위력을 직접 체감해보니 이와 함께라면 왠지 방투산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정도로 편안한 탈 것과 함께 하기에 비틀비틀 바닥만 보며 자전거를 탈 이유가 없어진다. 모든 긴장은 자전거 엔진에 맡겨두고, 내 온몸으로 처음 만나는 포도밭 천국의 아름다움을 흡수했다. 보클뤼즈를 돌아다니며 많은 들판들을 보았지만 둥근 언덕들을 따라 앉은뱅이 포도 넝쿨들이 빼곡이 자라나는 모양새는 그 무엇에도 비유할 수가 없다. 본래 처음 프로방스 땅에서 포도밭을 만났을 때, 나는 이제 갓 생겨난 아기 나무들인 줄 알았다. 나무의 키가 아주 작고 잎도 아주 짧게만 올라와 있어 풍성한 맛이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이 지역 와인들이 갖는 하나의 비결이었다. 특히 테라방투의 포도밭이 주로 자리하는 방투산 남쪽의 기슭에서는 포도밭이 잎을 무성히 길러놓았다면 그곳은 누군가가 더 이상 돌보지 않는 버려진 밭으로 간주한다. 최상의 와인을 위한 최상의 포도가 영글려면 정해진 방법대로 꾸준히 나무를 다듬으며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역의 포도나무들은 포도밭을 가꾸기 위한 영양상태가 완벽에 가까운 땅 위에서, 1년 동안 2,700시간 이상의 햇빛을 받기 때문에 기본적인
환경은 자연적으로 받쳐지는 셈이다.

자전거 여정의 목적지인 마을 플라쌍Flassan으로 향하는 길에서 많은 것들을 만났다. 포도밭은 당연하고, 체리나무가 무성한 과수원이나 포도밭으로 위장한 트러플밭, 서글서글한 웃음의 농부들을 말이다. 나는 넘실대는 포도밭 사이를 내달리며 사랑에 빠져 버렸다. 비단처럼 이어지는 포도밭 물결, 볼을 스치는 바람, 눈부신 햇살 모두와, 심지어 그 순간 손목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까지도 사랑할 것 같은 기세였다. 지독하게도, 이 사랑은 플라쌍에 도착하며 더욱 깊어지고 만다.

1 페달을 밟으며 서서히 하늘 위로 떠오르는 기분이랄까.
2 3 작은 마을 플라쌍에 도착하니 이미 와인병과 간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 그 자리에서 바로 오픈해 시음하는 일만 남았다. 
4 5 8 플라쌍은 테라바이크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도 직접 와보지도 못했을 정말 작은 마을이지만,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예쁜 마을이다. 과연 프로방스에는 이런 숨은 보석들이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6 포도밭 길을 지나 이제 마을로 들어서는 길. 처음 이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상상만 하던 프로방스의 마을을 자전거 타고 달리는 내 모습에 얼마나 들떴는지 모르다. 
7 와인 테스팅이 세팅되어 있던 분수는 플라쌍의 귀여운 동사무소 바로 앞에 자리했다.

사랑의 촉매제를 맛보세요

플라쌍은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사랑스러웠다. 프로방스의 많은 집들은 흙을 집 외벽에 바르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플라쌍의 모든 건물은 오크나무가 자라던 땅처럼 포근한 빛깔을 띠었다.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의 맑은 분수 위에는 우리를 위한 와인 피크닉이 마련되어 있다. 테라방투가 생산하는 레드, 화이트와인을 한 종류씩 맛보고 거기에 간단한 간식까지 곁들이는 꿈만 같은 시간이다. ‘Drink to forget, Tasting to remember’라는 말을 프랑스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잊기 위해 마시고, 기억하기 위해 테이스팅한다’. 나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 날 처음 몸으로 이해했다. 먼저 맛본 와인은 ‘떼헤 드 트뤼프Terres De Truffes’, 즉 랜드 오브 트리플이라는 이름의 2013년산 화이트 와인이다. 희고 흰 꽃이 떠오르는 상쾌한 첫 맛이 맑고, 살구와도 같은 진한 과일 향의 끝맛이 균형을 이루는 맛이다. 함께 준비된 염소치즈에 아카시아꿀을 얹은 토스트와는 특히나 궁합이 훌륭했다. 두 번째로는 ‘샤또 보나도다Chateau Bonadona’ 2012년산 레드 와인을 잔에 따랐다. 그 맛과 품질을 이미 인정받은 이 와인은 드라이감과 단 맛이 기분 좋은 균형을 이루며, 유독 깊이 다가오는 향을 입과 목구멍에 길게 퍼뜨렸다. 바로 마셔도 될 만큼 영롱한 분수의 물소리를 감상하며 시음한 와인들이니, 그 맛을 어찌 있을 수 있을까. 여전히 그 향과 상큼한 첫맛이 입안에 맴도는 것만 같다.

이토록 이미 행복한 순간도 보다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와인의 힘이다. 프로방스 사람들에게 와인은 삶의 한 부분과도 같다. 와인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더욱 즐겁고 윤택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행복과 사랑의 촉매제와 같은 와인은 함께 즐기는 모든 사람들과의 시간을 향기롭게 한다. 프로방스의 부모들은 이러한 와인의 사랑스러움을 자식에게도 전하기 위해 아이가 아주 어릴 때 보틀 에이징이 되는 고급 와인을 한 병 사둔 후, 아이가 성인이 되는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선물로 이를 개봉해 함께 마시고는 한다. 나 역시도 평온한 마을 속에서 좋은 와인,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유독 맛깔스러웠다. 미미한 취기와 함께 다시 나선 자전거 길까지 포함해서. 포도밭 가운데의 내리막을 내달리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는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환상적인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