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 South-East Asian Dessert
Summer Survival with Asian Dessert

동남아 디저트로 여름나기

동남아시아라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만만한 비행시간, 저렴한 현지 물가, 무한한 즐길 거리들이 넘치는 땅 아닌가.
향신료를 애정하는 미식가라면 그곳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 역시 이미 흠모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연중 내내 여름이 이어지는
나라들이니, 여름에 관해서라면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동남아 디저트로 여름을 이겨내는 법. 서울에서 찾은 베트남,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의 디저트들로 매년 점점 더 따가워지는 지긋한 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보자.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FIM C&C, 하노이바게트, 쿠시나, 뭄알로이, 타이오키드, 머라이언

■ 하노이 바게트

베트남을 여행하며 푹푹 찌는 더위에 지칠 때면 나는 매번 이것이 간절했다. 긴 잔 속에 얼음과 함께 찐득이 담겨 나오는 베트남식 아이스 연유커피 ‘카페 쓰어다 Cafe Sua Da’가 말이다. 한국의 믹스커피도 비웃을 만큼 진하고 달콤한 이 아이스커피는 중독성마저 지닌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만 다가오면 자연스레 이 맛이 그리워진다. 반갑게도 서교동의 반미 샌드위치 집 ‘하노이 바게트’에서 그 진하고 진한 맛을 찾아냈다. 간혹 패스트푸드로 치부되어 버리는 샌드위치이지만 이곳의 반미는 반죽을 직접 발효하고 구워낸 바게트에 신선한 채소와 고기 본연의 맛만을 더한 슬로우 푸드의 진수이다. 특히 여름이면 인기가 좋은 베트남 커피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커피를 위한 필터와 연유, 원두 모두 베트남산만을 고집한다. 첫 입부터 충격을 안겨주는 카페 쓰어다의 농도를 위해 원두와 연유를 아끼지 않는 것이 로컬 맛의 비결이라면 비결. 주문과 동시에 연유가 담긴 잔 위 필터에 원두 가루를 올린다. 똑똑 떨어진 원두액과 녹은 연유를 얼음 가득한 잔에 부어 내면, 잠시 맛보는 달콤한 베트남이 한 잔 진득하게 마련된다.
주소 및 연락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월드컵로 14길 60, 02-6401-9055



▲ 베트남 커피
▲ 베트남 연유
▲ 주문과 동시에 커피를 올리는 드립컵

■ 쿠시나



필리핀 음식에 대한 향수가 있는 이들을 꽤 자주 만난다. 특히 연수를 위해 필리핀행을 감행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 이들에게 흉내가 아닌 진짜 필리핀 음식이 먹고 싶다면 이곳부터 추천하고 싶다. 해방촌에 자리하고 있는 필리핀 음식점 ‘쿠시나’는 21년 전에 한국으로 건너온 필리핀 부부가 3년 전 문을 연 곳이다. 본래 셰프였던 남편과 손맛 좋은 부인의 솜씨로 음식 맛은 이미 국내 필리피노들에게 먼저 인정받았다. 이곳에서 맛본 필리핀의 색다른 과일 디저트인 ‘투론’은 보다 특별했다. 일단 일반 바나나가 아닌 필리핀에서 요리용으로 자주 쓰는 ‘플란틴Plantain’ 바나나만을 사용하며, 그 안에 열대과일인 잭 프룻을 소량 함께 넣고 튀긴 후, 튀김 표면을 탐스러운 캐러멜로 코팅하는 것은 모두 필리핀 전통 방식 그대로이다. 겉은 바삭 달콤한데, 훨씬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플란틴 바나나와 잭 프룻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필리핀식 과일 디저트는 다양한 천연 주스로도 맛볼 수 있다.
주소 및 연락처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4-7 2층, 02-790-1826



아보카도 주스와 구아바 주스 ▲
바나나 튀김 투론 ▲

■ 뭄알로이



동서남북 지역별로 제각각의 맛을 내는 태국에서도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뒤섞이며 그만의 맛을 새로이 자리 잡은 도시가 방콕이다. 특히 방콕에선 길거리에 실한 열대과일들과 함께 블렌더를 떡하니 올려놓은 노점상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현지에서 직접 연마한 방콕의 맛을 매일 재현하는 태국 음식점인 ‘뭄알로이’에선 여름이면 그 시원한 기억을 떠올리는 음료들을 판매한다. 일명 ‘땡모반’인 수박주스와 길거리에 흔한 아이스 밀크티 ‘차옌’이다. 후끈한 더위에 지친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맛보았던 바로 그 시원한 음료들이 현지의 농도 그대로 제조된다. 달고 질 좋은 수박을 미리 얼려두었다가 바로 그 자체만 갈아 내놓는 땡모반은 여름 내내 매일이라도 마시고 싶을 정도로 청량하다. 차옌은 태국에서 직접 공수하는 태국 홍차를 우린 후 태국 두유와 연유를 섞어 그 빛깔부터 비범하다. ‘맛있음의 끝’을 뜻하는 레스토랑의 이름 그대로 그 음료에서부터 맛깔난 방콕이 가득 느껴진다.
주소 및 연락처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93-113 2층, 070-8236-9138



▲태국 홍차
▲ 태국 두유
▲ 수박주스 땡모반
▲ 아이스 밀크티 차옌

■ 타이오키드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미식의 천국으로 인정받는 태국. 차마 다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태국 디저트 세계의 창의성을 조금이라도 가늠해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국내 최초의 태국 레스토랑인 이태원의 ‘타이오키드’는 방콕의 바이오케 스카이호텔이 직영으로 운영하며 19년 동안 현지의 고급 레시피를 공유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디저트 ‘카오 네오 마무엉’과 ‘카 놈 상카야’는 한 접시의 요리들과도 같다. 태국에서 흔히 즐겨 먹는 찹쌀밥과 망고의 만남이 생소한 카오 네오 마무엉은 코코넛 밀크가 잔뜩 스며든 쫀득한 찹쌀밥과 새콤달콤한 망고가 이루는 맛의
조화가 놀랍다. 특히 오직 부드러운 생 망고만을 사용하기에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찹쌀밥의 진한 맛이 신선한 망고 향으로 금세 덮인다. 망고찹쌀밥은 여러 지역에 망고찹쌀밥 전문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태국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고소한 단호박 속을 부드러
운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메우는 카오 놈 상카야 역시 온순한 단맛 덕분에 두루 사랑받는다.
주소 및 연락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6-9 3층, 02-795-3338



◀ 카오네오마무엉
◀ 카오놈상카야

■ 머라이언



작지만 매운 나라 싱가포르에는 외국의 것을 잘 흡수한 것부터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는 메뉴까지 방대한 종류의 디저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매력이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를 본격적으로 전파하겠다 나선 홍대의 싱가포르 디저트 카페 ‘머라이언’. 싱가포르 셰프와 그의 한국인 친구가 합심해 건대 길거리에서 노점상으로 처음 모험을 시작했다. 얼마 전 홍대로 보금자리를 옮긴
머라이언 카페의 메뉴판은 하나부터 열까지 싱가포르에서만 맛볼 수 있던 현지식 디저트로 가득 차있다. 그중 매일 셰프들이 직접 야자수를 갈아 장시간 졸여 만드는 수제 카야잼과 버터 슬라이스를 함께 담은 바삭한 ‘카야 토스트’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거기에 싱가포르에서 공수하는 원두를 전통 방식 융드립으로 진하게 우려낸 블랙커피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사람들에겐 생활과도 같은 초콜
릿 파우더 ‘마일로’를 이용한 ‘아이스 마일로’나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즐겨 먹는 ‘야자 컵빙수’ 등으로 이국적인 맛과 더위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특히 야자 컵빙수는 코코넛 주스와 함께 팥, 얼음, 시럽 등이 뒤섞여 향긋하다. 이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어머니들이 집에서 가족을 위해 만들던 전통 후식들도 선보이고 있다. 그중 맛본 ‘흑임자 라이스 볼’은 셰프들이 찹쌀로 직접 반죽한 작은 볼 안에 흑임자 가루를 달콤하게 넣어 따뜻하
게 떠먹는 음식이다. 차가워진 속을 달래기에도 좋을 만큼 푸근하면서도 행복한 식감이다.
주소 및 연락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6-20, 010-2654-5334



◀ 싱가포르 야자 컵빙수
◀ 히비스커스+스테비아 차
◀ 흑임자 라이스 볼
◀ 아이스 마일로
◀ 카야 토스트
◀ 싱가포르 블랙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