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Sorrento
A Labyrinth, Magic and Sorrento Appeal

미로 같은, 마법 같은 소렌토의 매력

한 번 TV에서 코미디언 한 명이 “가수들이 참 부러워요. 김정구 선배님은 눈물 젖은 두만강 하나로 평생을 우려 먹고 사시는데 우리는 머리를 쥐어 짜내서 만든 코미디를 두 번을 못 써 먹으니 말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코미디언들의 어려움에 동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노래 하나로 도시 하나가 먹고 산다면 어떻게 되는가? 바로 이탈리아 남부 해안 소렌토Sorrento가 그런 셈이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영국인 재발견 저자)

아말피 해변 포치타노 마을.

노래 한 곡이 소렌토를 먹여 살리다?

인구 16,000명의 도시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든다. 물론 인근의 나폴리, 폼페이, 카프리 섬으로 가는 길에 들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소렌토가 최종 목적지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소렌토의 매력에 빠져 살았거나 지내다 갔다. 예를 들면 DH 로렌스는 당시 세상을 뒤집었던 ‘차탈레 부인의 연인’을 소렌토에서 썼다. 뿐만 아니라 18~19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이면 반드시 다녀 가야 하는 ‘그랜드 투어’ 도시 중 소렌토는 반드시 들어 갔다. 그렇게 해서 찰스 디킨스, 로드 바이런, 존 키츠, 월터 스코트, 요한 볼프강 괴테, 빌헬름 리차드 바그너, 헨리크 입센, 프리드리히 니체, 막심 고르키 등이 소렌토로 와서 오래 머물다 갔다. 이런 이유로 그들의 글 어딘가에 소렌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소렌토를 먹여 살린다는 문제의 노래 ‘돌아 오라 소렌토Torna a Surriento’는 작곡가 에르네스토 데 커티스가 지신의 형 지암 밥티스타 데 커티스의 시에다 곡을 붙여 1902년에 만든 곡이다. 거의 모든 이탈리아의 가곡 가수들이 모두 불러, 부른 사람보다 안 부른 사람을 꼽는 것이 쉬울 정도. 특히 엔리코 카루소가 불러 처음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노래로 최근에 들어 와서는 3인의 테너로 유명한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의 삼중창으로 다시 유명해 지기도 했다.

비운의 마을, 소렌토

일설에 의하면 작곡가의 친구인 소렌토 시장이 당시 이탈리아 수상이 소렌토를 방문한 계기로 작곡을 부탁했다고 하지만 내려 오는 소렌토
사람들의 말로는 이탈리아에서 살기 힘들어 미국으로 이민간 소렌토 사람들을 위해 지어져 미국 소렌토 출신에게 바쳐 졌다고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노래 하나가 한 도시를 먹여 살리는 셈이니 참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필자도 그런 이유로 들르긴 했으니 말이다. 거기서 밥도 먹고 기념품 사고 했으니 일조를 한 셈이 아닌가.

소렌토는 정말 도시라기 보다는 조그만 마을이다. 도시 전체가 깔끔한 마을이고 바다로는 절벽을 면하고 있어 해안으로 내려 가는 길도 좁고
험하다. 해안 쪽으로 난 호텔에서 보면 멀리 소렌토 반도의 낭떠러지 절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소렌토는 역사적으로 외침을 많이 받은 정말 비운의 마을이다.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로 시작해서 1558년에 터키인들이 들어와 약탈을 하고 2,000여명을 잡아 간 것은 물론 해적들이 수시로 쳐들어 오고 심지어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적도 있다. 1861년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이탈리아 왕국의 일원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도시이다.

마법 같은 흡입력, 아말피 해안

이제 소렌토를 벗어나 ‘아말피 해안Costiera Amalfitana’로 나설 순서이다. 세계적인 도서해안 경치 중 최고를 보통은 에게 해에 펼쳐진 그리스 해안과 섬 경치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섬과 육지 해안과 연결된 바다 경치로는 우리 남해안의 다도해와 한려수도를 최고로 친다. 아주 오래 전에 목포에서 부산까지 배를 타고 가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본 광경들이 머리 속에 가끔 눈 앞에 펼쳐진다. 목포를 출발해 진도 완도를 지나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과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을 차례로 거치는 바다는 가히 환상이었다. 오후에 들어서자 해가 옆으로 비끼면서 배 양쪽으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은 정말 한 폭의 그림들이었다. 하도 배가 작아 육지나 섬 아주 가까이를 지나는데 손을 뻗으면 곧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무인도인지 유인도 인지는 모르나 너무나 적막하고 평화롭고 또 아늑했다. 저런 곳 한 곳에 집을 짓고 세상의 시름을 잊고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혈기가 넘칠 그때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저녁이 되어 해가 넘어가는 때가 되자 붉은 황혼에 물드는 바다와 산과 섬들의 광경은 정말 대단했다. 만일 필자가 지금이라도 한국의 한 곳만 가라고 한다면 남해안의 바다를 다시 한번 요트를 타고 가고 싶다.

우리 남해안 말고 만일 누가 내가 가 본 해안 경치 중 다음은 어디가 최고냐고 묻는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아말피 해안을 들 것이다. 그래서 만일 폼페이나 나폴리나 소렌토를 갈 일이 있다면 ‘제발’ 시간을 내서 아말피를 반드시 다녀 오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잠깐 다녀와서는 결코 제대로 아말피 해안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발을 들여 놓고 나면 제대로 보기 위해 반드시 다시 온다는 말처럼 아말피 해안의 경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치명적인 매력을 아말피 해안은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남부 해안은 드라마틱하다는 표현 밖에는 다른 표현이 없다. 우리 남해안이나 서해안처럼 평화롭거나 다정하지 않다. 극적이고 화려하고 동시에 위험하다. 그래서인지 영국 언론의 이탈리아 남부 해안선 기사를 찾아 보면 어지간한 일에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영국인들도 흥분하는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우선 그들에게는 경치보다는 싸고 아늑한 호텔 그리고 값싸고 맛있는 와인과 요리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아말피 해안 절벽에 붙어있다. 정말 붙어 있다는 표현 밖에는 더 이상의 표현이 없는 다닥다닥 게딱지처럼 붙어 있는 흰 색을 기본으로 한 그러나 형형색색의 모자이크 같은 집들과 해안 절벽 바다 산맥들. 정말 드라마틱 하고 로맨틱하고 판타스틱 하다는 평이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다. 화폭에서만 존재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을들 정말 바다 옆에 깎아 지른 듯이 펼쳐진 절벽 중간에 매달려 있다. 그 사이 사이에 형형색색의 집들이 레고 블록처럼 끼어 있다.

1 소렌토. 2 5 소렌토 시내. 3 소녀들. 4 기념품 가게.

아말피를 즐기는 3가지 방법

이 아말피 해안은 소렌토에서 출발해 얼마 안가 주택가만 벗어 나기 시작하면 나타나기 시작한다. 40km에 걸친 1,000여 개의 코너를 도는 해안도로는 정말 환상이다. 왼쪽은 산에서 내려오는 직각의 바위 절벽이고 오른쪽은 깎아 지른 듯한 바다로 향한 또 다른 절벽이다. 겨우 2차선 도로를 자칫 벗어 나면 수백 미터 밑의 바다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판이다. 운전을 하면서 오금이 저리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의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여기는 그렇다. 40km의 길이에 1,000 여 개의 구비라면 결국 40m에 하나씩의 구비가 있다는 말이다. 거의 자동차 핸들을 바로 할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오금이 저리고 입이 바싹바싹 탈 수 밖에 없다. 바다 쪽의 도로 가드레일도 뭐 그렇게 튼튼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대도 이탈리아 번호를 단 스포츠카들은 거의 100마일 이상을 달리는 듯 하다. 조금 멀리 상대편 차선에 차가 오는데도 그냥 추월을 해서 S자로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 한다. 보는 내가 더 아찔할 정도이다. 거기다가 가끔 도로 위에 절벽에서 떨어진 돌 조각이 흩어져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존 스타인 벡의 ‘세계 최고의 해안 경치’라고 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말피 해안은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DH 로렌스도 다녀갔고 버지니아 울프와 블룸스버리 그룹 팀들도 매년 다녀갔다. 헨리 롱펠로, 그레엄 그린이 이 해안에서 글을 썼다. 뿐만 아니다. 수많은 영화들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아말피 해안을 가장 잘 이용한 영화는 세기의 최고 미남배우 알랑 드롱이 상체를 드러내고 요트를 모는 모습의 포스터로 유명한 올드무비 ‘태양은 가득히’ 의 새로운 버전 쥬디 로와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탈렌디드 미스터 리플리’ 이다.

아말피 해안을 즐기는 방법은 세가지 이다. 위에서 얘기한 차로 달리는 방법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그 다음이 걸어서 가는 길이다. 40km 위의
산 위에 마을들이 군데군데 있고 길이 나 있다. ‘신들의 길The Path of the Gods’이라는 이 길은 높은 산 위에서 바다와 바로 아래 절벽에 붙어 있는 마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관광객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고 워낙 오지라 아직도 오래된 변하지 않은 모습의 이탈리아를 볼 수 있어 유럽 전문 워커들에게 매우 유명한 길이다. 특히 가을에 걸으면 환상이라는데 필자에게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함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길이다.다른 한 방법은 바다에서 아말피 해안을 보는 방법이다. 소렌토나 나폴리에서 페리를 타고 아말피 해안을 바라 보면서 건너는 방법이다. 아주 저렴하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의 아말피 해안을 보는 방법으로 아직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추천하는 길이다.아말피 해안은 아주 전통적으로 고급posh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아말피 해안의 마을들은 모두 어업으로 살던 절벽 위의 집들을 전부 호텔과 식당으로 리모델링해 잘 찾으면 아주 저렴한 숙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살인적인 런던의 호텔가에 비하면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싼 호텔도 즐비하다. 커튼을 열면 눈 앞 절벽 밑에 바다가 펼쳐진 그림 같은 경치의 호텔 방이 100달러 이하도 나온다. 거기다가 식당들도 파리의 맥심 못지 않은 가격의 것들부터 일인당 20달러 이하의 것들도 수두룩하다.

1 2 5 소렌토 시내. 3 소렌토 시내 교통 경찰. 4 포치타노 언덕 마을 교회.

미로 같은 아말피

만일 정말 조용하고 저렴하게 아말피 해안을 즐기려면 겨울에 오는 방법이다. 남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겨울은 춥지 않다. 조용하고 저렴하고 산뜻한 철에 보는 아말피 해안은 더욱 매력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역시 관광지는 그래도 조금 북적거려야 축제분위기가 나서 좋다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여름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말피 해안 마을에서 호텔을 잡을 때 조심할 점은 많은 호텔이 그냥 계단과 좁은 골목으로만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무거운 큰 트렁크를 매고 들고 올라 가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말피 패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말피의 린넨옷들과 수공으로 만든 가죽 가방과 핸드백 그리고 신발 샌들들은 유명하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기념품 가게, 옷집, 도자기 숍들은 거의 한 번 들어 가면 도저히 못 벗어날 미로이다.

아말피 해안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이 됐다. 리타리 산맥을 포함해 해안까지 11,231헥타르가 지정이 됐고 이탈리아 내의 50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의 4개의 해상공화국 중 제일 먼저 생긴 것이었다. 동방과의 무역의 중심으로 전매특허를 가지고 있던 곳이다.

필자가 어딘가 글에서 유럽 3국과 극동 3국을 비교한 적이 있다. 영국은 중국, 일본은 독일, 한국은 프랑스라고. 그러나 사실 그건 유럽 3국 중에 프랑스가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말이고 실제는 모든 것이 이탈리아가 우리와 더 비슷하다. 국토의 모양도 비슷하고 놀기 좋아하고 술 잘 먹고 음식 맛있고 하는 국민성을 비롯해 감정적이고 예술적이며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강한 민족성 등 말이다. 사실 요리도 유럽 요리 중서 이탈리아 요리가 가장 입맛에 맞는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에 가면 정말 고향의 느낌이 강하다.

이탈리아 반도의 모습도 사실은 한반도와 참 비슷하다. 물론 좀 더 길고 좁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또 해 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카라반을 몰고 돌아 보는 것이다. 산골 마을부터 해안 마을까지 최소한 1년은 돌아 다니면 거의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돌아 다니다 힘들면 호텔에 들어 가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욕조에서 몸을 담그는 사치만 가끔 누리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가족들이 하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감동적인 스파게티를 먹는 호사도 누리면서. 그렇게 이탈리아를 구석구석 다니는 순서에도 꼭 빠지지 않을 아말피 해안에서 바다를 보면서 며칠은 쉬고 싶은 것이 필자의 간절한 희망이다.

1 아말피 해변 포치타노 마을. 2 아말피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