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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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스위스]     도시분류 : [베르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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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온몸으로 즐기는 베르비에식 라이프

Valais :: Verbier
Verbier Getaway for Adventurers

온몸으로 즐기는 베르비에식 라이프

베르비에는 알프스 지역에서 스키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다. 봄과 가을 사이에는 산길을 따라 하이킹과 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했던 시간. 베르비에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느새 건강해진다.

글 김수현 기자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스위스관광청, MATTERHORN REGION, Zermatt Tourism, 한진관광

아침 일찍 짐을 가볍게 하고 호텔을 나선다. 하이킹과 스키로 아침을 시작한다. 정오에는 마운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스파에서 피로를 푼다. 저녁을 먹기 전, 발레 주에서 생산한 와인 한잔을 맛본다. 해가 저물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하루의 끝, 이제 남은 것은 샬레, 아파트, 호텔에서의 편안한 휴식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하루는 여느 여행지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베르비에에서는 조금 다른 기대를 해도 좋겠다. 베르비에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떠날 때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발레 주의 숨은 보석, 베르비에

스위스 기차 여행 중엔 안내 방송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 늘 그렇듯 기차는 예정된 시간 목적지에 도착할 테니. 어느 순간 프랑스 식 역 이름이 들려온다. 발레 주의 프랑스 언어권에 들어온 것이다. 마티니 Martigny 에서 동쪽으로 10 킬로미터, 기차를 타고 20여 분이면 르 샤블
Le Chable 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차로 2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분을 올라가면 그곳이 바로 베르비에다.
베르비에.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이 작은 마을은 음악가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꽤 유명했다. 매년 7월 말, 8월 초 사이 2주간 열리는 클래식 음악제인 베르비에 페스티벌 Verbier Festival 덕분이다. 몇 년 전, 이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도 베르비에라는 곳이 조금씩 알려졌다. 지난 2015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리사이틀을 가졌다. 2016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샤를르 뒤트와와 개막 무대에 올랐다. 현지인들은 마을 이름을 내건 이 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에 관해 이야기해달라면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시죠?”하고 되묻는다. 축제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리에는 현수막이 보란 듯이 걸려 있었다.

베르비에의 아름다운 겨울은 축제만큼이나 유명하다. 첫눈이 내리면 베르비에는 새하얀 설국이 된다.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 3,330미터의 몽포르Mont Fort 가 가장 먼저 눈으로 뒤덮인다. 해발 1,500미터에 자리한 베르비에는 겨울철 평균 온도가 6도에서 7도 사이. 같은 날 그리고 같은 시간, 몽 포르는 영하 20도를 기록한다. 이곳에서는 일제히 흰 모자를 쓴 듯한 4천 미터급 알프스 봉우리를 볼 수 있다.
설산의 아름다운 풍경도 한몫 하지만, 이곳의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더 사랑받는 이유는 스포츠 때문이다. 베르비에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베르비에 스키 리조트’. 겨울 스포츠의 천국인 베르비에는 스키로 유명한 지역인 4개의 계곡4 Vallees에 속해 있다. 베르비에를 비롯해 넨다즈 Nendaz, 브루손Bruson, 베이소나Veysonnaz, 타용Thyon 그리고 라 추마츠 La Tzoumaz 까지 6개 마을이 4개의 계곡에 해당된다. 이곳엔 412킬로미터에 달하는 피스트와 90여 개가 넘는 리프트 시설이 있다. 자연환경을 이용한 천연 스키 리조트이지만, 일부로 만든 시설은 케이블카 정도다. 스키어들에게 스키 리조트로서의 베르비에의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알프스 지역 중 스키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해쉬태그가 걸리는 곳이 바로 베르비에예요. 겨울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스키 외에도 봅슬레이, 개썰매, 스노우슈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가죠.” 베르비에관광청 디지털마케팅 담당자인 클레망이 베르비에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반바지 선을 따라 ‘Don’t Stop Running ’이라는 문신을 새긴 그는 실은 바이크와 러닝을 사랑해서 겨울보다 가을의 베르비에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대화의 끝은 늘 겨울 베르비에의 풍경이었다. “북유럽 사람들이 꽤 많이 와요. 화창한 겨울 햇살 아래에서 윈터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이유에서죠. 영국 로열패밀리의 샬레가 있어서 영국인도 자주 온답니다.” 스키 이야기 마지막, 베르비에에서 출발해 스키로 체르마트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의 기준으로 7시간이 걸리는 어마어마하게 긴 코스라는 말도 함께. 꼭 이 코스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11월부터 4월까지 눈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스키어를 위한 천국이다.

1 베르비에를 여행할 때면 하늘을 바라보길. 인터라켄 못지않게 수많은 패러글라이딩을 볼 수 있다.
2 베르비에에서 가장 유명한 봉우리는 몽 포르. 그러나 몽 포르로 가는 케이블카는 아쉽게도 주말에만 운영된다.
3 초록색 대자연과 하얀 꽁방 산맥이 어우러진 풍경. 사진 속 풍경은 라 쿠아 드 쿠아르에서 볼 수 있다. 레 후이테스와 함께 베르비에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장소다.


사계절 내내 스포츠의 천국

베르비에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겨울철 훌륭한 스키 슬로프들은 여름과 가을에 하이킹과 바이크 코스가 된다. 초심자에게 안전한 곳도 있지만 스릴 넘치는 코스가 상당수. 그래서 베르비에는 스키 월드컵, 패러글라이딩 월드 챔피온 쉽, 주니어 스키 월드, 뚜르 드 스위스와 같은 대규모 스포츠 경기를 위한 이상적인 장소다.
걷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 화창한 날씨. 가벼운 하이킹을 위해 라 쇼 La Chaux 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10분간 산맥을 올라가면 출구에서 3D 조각 공원 3D Sculptures Parc 이라 이름 붙은 길이 이어진다. 베르비에에서 가장 인기 있고 걷기 쉬운 산책로다. 이 산책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레 후이네트 Les Ruinettes 와 라 쇼 La Chaux 사이, 해발 2300미터 평지를 따라 자리한 20여 개의 예술품이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포스터부터 언뜻 봐선 도무지 의미를 알기 힘든 조형물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평평하고 걷기 쉬운 길이지만 코스 길이가 꽤 된다. 전체를 둘러볼 계획이라면 너무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잠시 쉬어 가고 싶은 풍경 앞엔 늘 의자가 있다.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산맥, 구름, 초원. 이 모든 것을 합쳐 놓으니 누군가 일부로 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미술관에 이 풍경을 담은 그림이나 사진이 걸려있다면 그 앞에서 하루를 꼬박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얕은 물줄기를 따라 한 가족이 수로 비스 두 레브홍Bisse du Levron 을 따라 경쾌하게 걷고 있다. 발레에서는 개울물처럼 보이는 이 수로길을 비스 Bisse라 부른다. 14세기 전까지 발레 주에는 농업을 위해 별도의 수로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가축 개체수가 많아지고 광범위한 식수가 필요해지며 바위 표면을 따라 관개시설을 만들게 된다. 비스의 대다수는 5킬로미터에서 10킬로미터 사이. 발레 주에서 두 번째로 긴 이 수로는 레 후이네트에서 베르비에까지 18킬로미터에 걸쳐 나 있고 전 구간에 물이 흐른다.
이튿날 오전, 다시 라 쇼를 찾았다. 산 위에서 펼쳐지는 요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마운틴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 요가. 난해한 동작이 없어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명상을 하는 동안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생각들이 답을 찾아간다. 천장이 아닌 하늘을 보라는 강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는 이 풍경 속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부신 산 능선과 맑은 공기가 진짜 주인공이다.
베르비에의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면 라 쿠아 드 쿠아르La Croix de Coeur 전망대로 향하면 된다. 베르비에와 라 추마츠 사이에 위치한 곳. 남쪽으로는 꽁방Combin 과 몽블랑, 북쪽으로는 베르너 알프스 Bernese Alps 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레 후이네트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간 후 라 드 플래니 La Planie 길을 걸으면 곧장 이곳에 도착한다. 로컬에게는 하이킹과 다운힐을 위한 최적의 코스라는데, 풍경을 내려다 보면 정말로 산악자전거에 도전하고 산도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겨울철에는 환상적인 썰매와 스키 코스가 될 것이다.
수풀 위에 누워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발레 산 화이트 와인과 치즈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1 영국 출신의 레이첼은 베르비에에서 요가 강사와 테라피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Wholeycow에서 마운틴 요가 수업의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쉽지만 올해는 9월 30일로 마감됐다. 가격은 비회원 기준 1시간에 25스위스프랑이다.
2 3D 조각 공원에 전시된 작품은 2년마다 베르비에에 초청된 예술가들이 만든 것이다. 2킬로미터 이상 이어진 조각 공원 길은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공간 이자 벽 없는 전시회장인 셈이다.
3 레 후이테스에서는 베르비에와 아랫동네인 르 샤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르비에 사람들이 사는 법

마을 중심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낮 동안 베르비에는 한적하지만 저녁이면 사람들이 와인샵으로 하나둘 모여들어 금세 떠들썩해진다. 그들은 오래 머무르지 않고 퇴근 후 와인 한잔을 마시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레스토랑은 한번에 밀려온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정신이 없다. 오전 7시, 마을 전체가 조용하다. 오직 치즈 유제품 공장Laiterie de Verbier 만이 훨씬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얼마 뒤 아랫마을 르 샤블에서 열릴 라클렛 축제Raclette Festival 에서 쓰일 치즈를 준비하는 중이다. “치즈 애호가들은 살균하지 않은 우유로 만든 치즈를 더 높이 평가해요. 우리 가게의 특징은 저온 살균한 우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질 좋은 우유는 베르비에 인근에서 방목해 키운 소에서 얻습니다.” 마크는 아버지가 32년 전에 시작한 이 가게를 도와 운영한다. 천혜의 환경 안에서 치즈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베르비에의 유일한 치즈 공장인 이곳은 라클렛 용 치즈가 주 상품인데, 보스턴과 뉴욕으로 수출 중이다. 가을은 비교적 관광객이 적어 치즈 생산량이 많지 않지
만, 겨울 같은 성수기에는 쉴 새 없이 치즈를 만든다. 라클렛 용 치즈는 최소 3개월의 제작 시간이 있기에 곧 공장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베르비에 사람들은 주로 관광과 관련된 일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상업적인 느낌이 덜하다. 프랑스 출신의 클레망은 베르비에 주민들의 성격을 ‘터프하지만 따뜻한 시골 농부 스타일’이라 표현했다. 스위스의 다른 프랑스어권에서 온 린은 이곳에 10년 이상 살고 있다. “베르비에에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뿐만 아니라 저처럼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도 많아요. 겨울 한 시즌을 베르비에에서 보냈는데, 그 겨울은 바비큐, 스키 그리고 파티로 가득했어요. 겨울이 끝날 때쯤 베르비에에 살겠다고 결심했죠.”
늘 날씨 운이 없어 어디를 가든 비를 맞고 회색 구름만 잔뜩 보고 다닌다. 이번 발레 주 여행도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다. 베르비에는 일 년 365일 중 300일이 맑은데, 다행히 300일의 맑은 날 중 하루 이곳에 있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깜깜한 마을의 풍경과 하늘의 별을 바라본 시간. 햇볕이 환하게 들던 낮, 구름이 빠르게 걷히며 드러난 꽁방 산맥의 우아한 실루엣. 저녁이면 노을빛으로 더욱 선명해지는 풍경. 스위스의 모든 작은 마을이 그러하듯, 베르비에는 특별한 랜드마크 없이도 자연과 액티미티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베르비에에서의 하루는 평범했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평범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1 32년간 가게를 운영한 오너 그리고 그의 아들 마크. 베르비에의 치즈 유제품 공장은 기계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2 3 스위스 사람들은 지역의 유서 있는 와이너리를 지키길 원해서 대부분 가업을 잇는다. 6월이면 영양제를 뿌리고 가지를 자른다. 9월 에는 여느 지역처럼 포도를 수확한다. 발레주에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70퍼센트를 차
지한다. 발레 사람들은 맥주보다 와인을 더 좋아한다.
4 라클렛용 치즈. 큰 치즈 하나로 라클렛 80접시를 만들 수 있다. 만든 뒤 바로 판매하지 않고 최소 3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5 이른 아침, 르 샤블로 가는 케이블카 정류장 앞에서 한 남자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맞은편에는 고기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 au Vieux Verbier가 있다.
6 개와 산책 중인 스위스 여성. 레 후이테스부터 베르비에까지 비스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어린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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