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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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스리랑카]     도시분류 :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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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Srilanka 보물섬으로의 여행

Reader's Essay :: Srilanka

Srilanka 보물섬으로의 여행

세계적인 탐험가 마르코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극찬한 나라가 있다. 마치 보물상자와도 같은 그 나라는 초록으로 광활한 차밭을 품고 있고, 드넓은 정글 속에 신비로운 고대 유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형형색색 산호와 물고기가 이루는 바다가 숲을 끼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밧드의 모험>에서는 이곳을 보물섬인 ‘세렌디브’로 묘사하기도 했다. 진귀한 보물로 가득한 그곳의 이름은, 스리랑카다.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이다. 거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여행지로 결정했다. 그곳에 가면 이제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글과 사진 최민지 에디팅 이소윤 기자

최민지|일본 나고야시 메이토구
오늘도 ‘사람 냄새’를 찾아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여행자. 태국의 한 섬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일본으로 이주했다. 
베이스캠프를 옮기고 아기 엄마가된 후에도 여행만큼은 계속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차 여행지 중 하나인 스리랑카의 차밭 풍경


스리랑카인의 보물, 세계 최대의 차 생산지
스리랑카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단연 차밭이었다. 홍차를 일컫는 ‘실론티’라는 말도 스리랑카의 옛 국호인 ‘실론’에서 따온 것일 정도로 스리랑카는 세계 최고의 차 생산지로 손꼽힌다. 특히 오밀조밀한 언덕이 고원을 이루는 중부 지역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캔디Kandy, 우바Uva같은 차 생산지가 자리하고 있다. 하퓨탈레Haputale역시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아는 홍차 브랜드 립톤Lipton의 창시자인 립톤이 사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 콜롬보에서 하퓨탈레로 가는 길. 느린 열차는 낯선 이방인을 스리랑카의 깊은 속살로 안내한다. 몇 시간을 달려도 쉼 없이 이어지는 차밭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쯤에야 다다른 하퓨탈레는 고원지대의 상징인 자욱한 안개로 나를 반겨주었다. 하퓨탈레에 도착한 내가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립톤싯Lipton’s seat. 립톤싯은 말 그대로 립톤이 앉은 자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퓨탈레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오르면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진다. 세상이 온통 초록 융단으로 가득 채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찻잎을 수확하는 현지인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찻잎을 따는 타밀족 소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수줍게 웃는다. 그리고 가장 여린 연두색 찻잎 하나를 꺾어 우리에게 건넨다. 더없이 기쁜 순간이었다. 소녀의 호의로 스리랑카라는 나라가 한 걸음 더 가깝게 느껴진다.



립톤싯에서 바라본 하퓨탈레 차 생산지.
립톤싯을 알리는 표지판.
차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에서 이주된 타밀족

인류의 보물, 싱할리의 수도 캔디와 시기리야 고대 왕궁
하퓨탈레를 뒤로 하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스리랑카의 심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 스리랑카는 독자적인 왕국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그 싱할리 왕국의 수도가 지금의 캔디Kandy로, 현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즈넉함이 물씬 풍기는 캔디의 중심에는 부처님의 치아를 모시고 있는 절 불치사가 있다. 하루 두 번 열리는 의식을 지켜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불교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국의 사찰과 달리 절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고, 방문객들이 흰 옷을 갖추어 입었다는 것은 생소했지만 연꽃을 든 사람들이 촛불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모습만큼은 우리와 닮아 있었다. 불치사 앞에는 캔디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고요한 인공 호수가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싱할리왕이 불치사에서 기도를 드릴 때 이용하던 비밀 통로가 이 호수 아래에 있다고
한다. 캔디의 또 다른 볼거리인 캔디안 댄스 Kandian Dance 역시 전설을 담고 있다.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 받던 왕이 세 명의 주술사가 추는 춤을 보고 병을 떨쳐낸 것이다. 이처럼 캔디를 거니는 동안에는 스리랑카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캔디에서 북쪽으로 90킬로미터를 달리면 스리랑카의 또 다른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거대한 바위 위에 세워진 고대 왕국 시기리야
Sigiriya 다. 시기리야 왕궁 은 한반도가 삼국시대이던 기원후 400년대에 세워졌는데, ‘카사파’라는 인물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뒤 복수가 두려워 도피하여 세운 요새이다. 이토록 높은 바위 위에 왕궁을 세우면 그 누구도 자신을 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이 시대 시기리야를 찾는 여행자들은 얼떨결에 바위를 오른다. 다행스럽게도 철로 만들어진 계단이 있어서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갈 수 있다.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시기리야 바위의 내부에 그려진 벽화도 볼 수 있는데, 이 벽화 역시 약 1,6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시기리야의 탄생과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벽화는 21명의 여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인도 아잔타 유적처럼 천 년이 넘은 것임에도 보존상태가 좋아서 당시의 복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한다. 그렇게 쉬엄쉬엄 바위를 오르다 보면 마침내 요새의 끝, 왕궁에 다다른다. 왕궁은 세월 속에 사라져 터만 남아 아쉬웠지만 바위를 둘러싼 주변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산과 들판, 정글과 나무, 안개가 자욱한 호수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몽환적이고 신비한 풍경에 모두가 넋을 놓은 듯하다. 신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스리랑카에 취한다.

세계문화유산 도시이자 싱할리 왕국의 수도인 캔디.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마치 수족관 같다.
부처의 치아를 모시고 있다는 불치사
피전 아일랜드의 에메랄드빛 바다.

에메랄드빛 산호섬, 피전 아일랜드 국립공원

스리랑카에는 인도양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해변도 줄을 잇는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피전 아일랜드 Pigeon island 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먼저 닐라벨리Nilaveli 해안으로 가야 한다. 닐라벨리는 현지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진 해안가는 명성에 비해 단출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내전으로 인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기도 했고,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기 때문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오히려 그런 점이 닐라 벨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여느 해안가를 따라 들어서 있을 법한 호텔, 식당, 유흥가가 보이지 않는다. 소리 높여 호객 행위를 하는 여행사도 없다. 코코넛 나무와 백사장만이 여행자를 반긴다. 거대 자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다가 다른 어느 휴양지보다 찬란하다. 여행사 하나 없는 닐라벨리 해변에서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다른 여행자들과 즉석에서 팀을 꾸리고, 배를 빌려 피전 아일랜드로 간다. 해변에서 고작 2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15분이면 갈 수 있는 피전 아일랜드는 새하얀 산호가 눈부신 보석 같은 섬이다. 물빛이 너무나도 맑아 해안가를 오가는 물고기들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다. 이 섬에서는 일광욕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데, 해변에서 조금만 헤엄쳐 들어가도 바위 사이사이를 수놓은 형형색색 산호와 수십 종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거북이, 무리 지어 노는 200여 마리의 물고기 떼 속에서 수영하다 보면 스리랑카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푸른 차밭부터 고대 유적,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스리랑카. 도시마다 지닌 고유한 색깔이 마치 이곳 여인들의 치마폭처럼 다채로워 여행의 즐거움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보물 같은 이 나라가 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여행을 선사하면 좋겠다.

스리랑카에 고대 문명이 존재했다는 증거, 시기리야 바위.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시기리야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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