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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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벨기에]     도시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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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베네룩스 기차 여행 -  벨기에

베네룩스 기차 여행

유럽 여행을 하면 할수록 뚜렷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유독 마음이 가는 도시들간의 공통점이다.
거대한 문화와 역사로 무장한 거대한 도시들은 당연히 모든 여행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흠뻑 정 드는 곳들은 모두 작은 도시다. 괜한 정복욕구가 자극돼 체력을 과분하게 소진할 일도 없이, 마음을 열고 여유로운 산책만 즐겨도 그곳의 어여쁜 얼굴이 충분히 보이는 그런 곳들 말이다. 이번 여행에선 이런 내 마음 속 다락방 같은 도시들만 찾아 나섰다. 아기자기한 세 나라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속의 아기자기한 도시 5곳이다. 일명 ‘베네룩스 3국’으로 묶여 서로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곳을 기차로 여행한 나날들. 단 하루도 낭만적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www.eurail.com, 룩셈부르크관광청 www.visitluxembourg.com, 벨기에관광청 www.visitflanders.com, 네덜란드관광청 www.holland.com

벨기에 겐트


벨기에 북동쪽 동플랑드르 주에 자리하는 도시 겐트의 역사는 630년부터 시작된다. 선교사였던 세인트 아만 St.Amand 이 수도원을 짓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이곳을 선택하면서부터. 켈틱어 ‘Ganda’ 에서 유래된 이 도시의 이름 ‘Ghent’ 는 ‘협류 지점’이라는 뜻을 지닌다. 플랑드르 지방의 주요한 헬데 Scheldt 강과 리스Lys 강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겐트의 역사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조건과 풍부한 문화의 유입이 지속되며 점차 북유럽에서 프랑스의 파리Paris 다음으로 거대하고 부유한 도시로 명성을 높이는데 이르렀다. 비록 겐트의 축축한 땅은 농업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양을 기르기에는 모자람이 없었고, 그로 인해 울 소재의 교역이 활발히 일어났다. 거기에 두 강을 끼고 있어 거둬들일 수 있던 강 통행료 역시 도시에 부를 쌓아 주는데 든든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겐트에 뿌리내린 40명 이상의 상인들이 도시를 뒤흔들 만한 부를 축적했고 이내 길드 Guild 라는 조직을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이내 프랑스의 황제에게도 대적하며 도시를 억압의 길로 빠뜨리긴 했지만, 여전히 길드가 쌓은 업적들이 수많은 건축물과 문화재들로 이 도시를 빛내고 있다. 

지금의 겐트는 그로 인해 숱한 애칭이 따른다. ‘유럽이 숨겨 놓은 가장 아름다운 비밀’, ‘중세의 맨해튼’, ‘플랑드르 역사의 중심지’ 등. 이런 덕에 이 도시의 고풍스러움만을 기대하며 도시에 발을 디뎠었다. 하지만 겐트의 기차역 광장에 나선 순간 나를 둘러싼 건 젊은이들의 매력적인 열기였다. 수많은 대학교들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이제는 벨기에에서 가장 큰 대학생의 도시로 거듭난 겐트는 현재 7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도시에 젊음과 생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도시가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묵직한 역사와 젊은 열정이 만나
완성시킨 도시의 분위기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겐트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이 멋진 조화의 아름다움은 물론 겐트의 강 위를 유람하며 가장 먼저 음미해야 한다. 도시의 중심지에서부터 바다로까지 이어지는 리스 강과 헬데 강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부유하며 플랑드르 시대때부터 기억하고 있는 도시의 분위기에 휩싸여보는 일. 그 위에서 언제든 원하는 때에 흩뿌리는 벨기에의 비를 맞는 일만큼이나 특별하다.

1 겐트 구시가지의 중심지, 리스 강을 사이로 겐트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계단꼴 지붕의 건물들이 그림처럼 세워져 있다. 이처럼 강물이 잔잔한 시간은 투어 보트와 사람들이 잠잠한 이른 아침과 늦은 밤뿐이다.
2 강과 친밀한 겐트에서는 강둑 위로도 매력적인 바와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3 성 바보 대성당의 시계탑.
4 5 보트 투어 중 소나기가 내렸다. 투어 가이드는 당연한 듯 준비한 우산들을 꺼내준다. 빗줄기가 심해질 땐 낮은 다리 밑에 잠시 정박한 채 비 내리는 겐트를 조용히 바라볼 수 있었 다.
6 겐트의 가장 오래된 곡물창고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 벨가 퀸Be lge Queen에서 황홀한 저녁 식사를 맛봤다.
7 그래피티를 자 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해놓은 골목길.


벨기에 앤트워프

이 여행에서 가장 멋진 역을 어디였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앤트워프를 떠올릴 것이다. 처음 플랫폼에 내렸을 때부터 철과 유리로 된 거대한 돔 속에서 캐리어를 끌며 잠시 넋을 잃었다. 고전 영화에 등장하는 유럽 역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는 앤트워프 중양역은 19~20세기 사이에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현재 현대적으로 개축 중이라지만, 입구 홀의 높은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창이 있으며 ‘철의 대성당’이라 불릴 만큼 도시의 주요 문화재 중 하나다. 이 으리으리한 역 건물을 나와 길거리에 들어서면 고즈넉함이 지배적이던 겐트와는 사뭇 다른 대도시의 속도감이 느껴진다. ‘다이아몬드의 도시’라 불릴 만큼 다이아몬드 세공의 중심지이자 수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을 발굴한 앤트워프. 그 위용을 가장 벅차게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기차역 주변의 호텔에 짐을 풀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서 20분 이면 도달하는 구시가지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성모 마리아 성당 Cathedral of Our Lady 이 바로 그곳이다. 성당 입구에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 건물 사이사이로 모습
을 드러내던 시계탑의 자태만으로도 그 웅장함이 느껴졌다. 마치 레이스 세공을 해놓은 듯 섬세하게 조각된 성당의 북탑은 시계의 철제 틀과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높이 123미터의 이 탑과 함께 벨기에 최고의 고딕 건축으로 꼽히는 성모 마리아 성당은 169년에 걸쳐 완성된 시내 중심의 걸작이다. 화려한 외관 속에는 바로크 시대의 화가 루벤스가 그린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부활’, ‘성모의 승천’ 네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더욱 유명하다. 유럽내의 잊지 못할 성당 중 한 곳이 되어버린 성모 마리아 성당 속에서 영험한 공기를 마시며 예술작품을 감상한 일은 도시 앤트워프에서 받은 첫 번째 선물과 같았다. 

도시 내에는 고딕 건축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 성당을 비롯해, 우아한 바로크 양식의 성 카롤루스 보로메우스 교회 St. Carolus Borromeuskerk, 그리고 화려한 르네상스 건축물인 시청사 등이 공존하고 있다. 그저 걷기만 해도 유럽 건축의 역사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물론 그 산책 코스에는 루벤스의 집Rubens House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바로크풍으로 지어진 루벤스의 대저택은 그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이후 대를 이어 온 집을 사들여 주거지 겸 아틀리에로 꾸며놓은 공간이다. 이곳은 뻔한 유명인의 생가를 방문하는 일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루벤스의 수많은 작품을 비롯해 동시대에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알차게 수집돼 전시 중이다. 더불어 루벤스가 생전에 그토록 사랑했다는 저택 속의 정원에서 고요한 사색에 잠겨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직 루벤스만을 추억하며 앤트워프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청 앞 광장에서 역동적인 몸짓과 함께 세워져 있는 조각상을 비롯해 길거리 곳곳에 자리하는 조각상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해보자. 이 도시 사람들이 전래동화처럼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면 더욱 흥미롭게 탐구하게 될 것이다. 앤트워프의 헬데 강에는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거인이 있었다. 그는 강 위를 지나는 모두에게 통행료를 요구했고 누군가 이를 거부할 시엔 그 사람의 손을 잘라 강으로 던져버렸다. 이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앤트워프 사람들의 독특한 취향 때문인지 도시 속 많은 조각상들의 손이 유독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1 앤트워프의 성모 마리아 성당은 먼 발치에서도 그 시계탑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 것만 같다.
2 앤트워프에는 겐트와 같은 헬데 강이 흐르고 있다. 이곳의 야경이 마치 한강 같아 기분이 묘한 밤이었다.
3 강변에 우뚝 솟아 있는 헤트 스틴 성.
4 루벤스의 집 전시관.
5 앤트워프 시청 앞 광장의 브라보 분수.
6 앤트워프 토박이가 추천한 이 동네 최고의 와플 집은 데지레 드 릴Desire de Lile이다.
7 앤트워프 중앙역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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