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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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네덜란드]     도시분류 : [헤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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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베네룩스 기차 여행 - 네덜란드

베네룩스 기차 여행

유럽 여행을 하면 할수록 뚜렷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유독 마음이 가는 도시들간의 공통점이다.
거대한 문화와 역사로 무장한 거대한 도시들은 당연히 모든 여행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흠뻑 정 드는 곳들은 모두 작은 도시다. 괜한 정복욕구가 자극돼 체력을 과분하게 소진할 일도 없이, 마음을 열고 여유로운 산책만 즐겨도 그곳의 어여쁜 얼굴이 충분히 보이는 그런 곳들 말이다. 이번 여행에선 이런 내 마음 속 다락방 같은 도시들만 찾아 나섰다. 아기자기한 세 나라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속의 아기자기한 도시 5곳이다. 일명 ‘베네룩스 3국’으로 묶여 서로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곳을 기차로 여행한 나날들. 단 하루도 낭만적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www.eurail.com, 룩셈부르크관광청 www.visitluxembourg.com, 벨기에관광청 www.visitflanders.com, 네덜란드관광청 www.holland.com

네덜란드 헤이그

네덜란드의 트라이앵글을 들어보았나. 수도인 암스테르담 Amsterdam 과 로테르담 Rotterdam , 그리고 헤이그Hague 를 총칭하는 말이다. 흔히들 암스테르담에서는 모든 걸 할 수 있고, 로테르담에서는 일을 하며, 헤이그에서는 쉬고 돈을 쓴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스갯소리들이 그러하듯 이 말 역시 매우 일리가 있다. 헤이그는 400여 개의 공원과 정원을 지닌 도시이다. 덕분에 ‘그린 시티’라는 애칭도
얻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쇼핑하기에 제격인 활기찬 거리를 물론 찾을 수 있으며, 역사적인 건물과 미술관 등이 여행자들의 걸음을 재촉한다. 특히 이 도시가 자랑하는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소장하고 있는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Mauritshuis Museum은 잊지 말고 방문할 것. 고요한 호프베이베리 연못 주변에 자리하고 있어 전시품에 오랜 집중을 쏟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이 미술관은 왕실 오라녜가가 대대로 수집한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암스테르담의 국립 미술관에도 견줄 법한 수준이다. 특히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의 명작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이를 관람하며 사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푸른 터번을 쓴 소녀’라는 원제목이 있고, 그림 속 귀고리는 사실 진주 귀고리가 아니라는 사실과 이는 습작에 불과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 등을 배웠다. 

파노라마 메스다흐Panorama Mesdag 는 이와 더불어 인상 깊었던 헤이그의 미술관이다. 헤이그파의 화가 헨드리크 W. 메스다흐가 그린 단 한장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그 한 작품의 크기가 세로 15미터, 가로 1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직 이를 전시하기 위해 전망대와 같은 구조로 그림 가운데에 올라 풍경 감상하듯 작품을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헤이그의 푸르름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면 인근의 델프트 Delft 로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시내에서 트램으로 20분 거리인 이곳은 작은 운하를 끼고 경쾌한 거리들이 이어지는 어여쁜 동네다. 바와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여유로이 떠드는 사람들과, 거리 곳곳에서 흘러 나오는 라이브 음악 공연이 기다리는. 벌건 대낮부터 테라스에 앉은 모든 손님들이 가수의 음악을 목청 높여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델프트역에서 시티 셔틀에 탑승하면 네덜란드의 델프트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곳, 로열 델프트 Royal Delft 도 방문할 수 있다. 예쁜 접시를 모으는 취향이라면 아마 이곳에서 기쁨의 몸부림을 칠지도 모르겠다.

 

1 델프트의 중앙 광장.
2 헤이그의 버스. 시민들은 버스와 트램을 가장 애용한다.
3 헤이그 시내 속 노르데인데 궁전.
4 네덜란드의 랜드마크 건물들을 25분의 1 크기로 축소 제작해놓은 테마파크 마두로담도 방문해보자.
5 마우리츠호이스미술관.
6 델프트박물관의 정원.
7 파노라마 메스다흐의 거대한 규모.
8 델프트 도자기의 도안 작업 중인 장인. 9 로열 델프트 박물관에선 아름다운 델프트 도자기들을 구매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히트호른

단 기간에 5개 도시를 둘러보는 빠듯한 여행 중 마지막 종착지로 이곳은 훌륭했다.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주변에 감도는 소음이 거의 없음을 감지했다. 차분해지는 청각에 이어 숙소로 향하는 길부터 창밖으로는 오직 초원과 그 위의 양들이 전부다. 호텔에 도착한 후에도 자동차 소리, 사람 소리보다 간간이 들리는 바람 소리가 더 큼을 느끼고 자주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대도시의 열기에서 벗어나 시골의 낭만을 되새기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호텔 더 다머스 판 더 용어 De Dames van de Jonge 는 그렇게 히트호른을 선택한 여행자들을 포근하게 품어준다. 한 가문의 여인들이 3대에 이어 히트호른의 여행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곳이다. 호텔과 레스토랑 운영은 당연하고, 작은 마을 속 남는 집과 방을 모아 코티지 숙소를 제공한다. 본래의 시작은 호텔의 대표 가브리엘라의 어머니 헤이셔 드 용어 Geesje de Jonge 가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조건 없이 베풀었던 환대에서부터 비롯된다. 나는 운 좋게도 그녀의 집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비록 늦은 밤에 찾아가 일
찌감치 나와야 했지만, 아직 방에 들어오지 않은 나를 자정이 넘는 시각까지 기다려주던, 작고 귀여운 방에 군것질 거리와 마실 거리를 듬뿍 놔주던 그녀의 온기가 온집안에 가득했다. 

복층으로 지어진 헤이셔 드 용어의 집은 히트호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초 지붕의 오두막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보트 투어로 물길을 따라 마을을 구석구석 살피며 히트호른의 전통 가옥이 자연과 함께 그려내는 풍경에 여러 번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좁고 얌전한 개울을 따라 사이 좋게 모여 있는 초가집들과 그 정원을 구경하다 보면 잠시 이곳이 동물왕국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잔디밭에 흰 깃털을 잔뜩 뿌리며 물에 뛰어 들던 오리들이 종 별로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고, 말과 양, 염소, 젖소 등 도시민이 쉽게 상상하기 힘든 동물들이 마을 오솔길에 즐비하다. ‘초록빛 베니스’라 불리는 지역의 풍경을 열심히 상상해보았건만 과연 이 정도라니.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과거에는 더욱 중요했던 이 마을의 이동수단은 단연 배였다. 지금도 여러 종류의 배들이 애용되고 있으며, 여행자들은 장대로 운하 바닥을 밀며 이동하는 보트 ‘펀트 Punt ’를 체험하거나 친환경 전기 보트인 ‘위스퍼 보트 Whisper Boat’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면 펼쳐지는 드넓은 호수까지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보트
위에서 낮잠 한 숨 자고 싶던 투어를 마치고는 히트호른에서 가장 분주한 길로 걸음을 옮겼다. 구경 거리가 급증하는 중심가에는 히트호른의 유일한 치즈 가게, 돌 박물관과 같은 흥미로운 장소들이 즐비하다. ‘카스마케레이 히트호른 Kaasmakerij Giethoorn ’ 치즈 가게는 히트호른의 유명한 저지 소의 우유만으로 만든 치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소화 과정이 남다른 저지 소의 우유는 지방 함량이 50퍼센트 이상인지라 고소함이 남다르다. 시식용 치즈들이 맛 별로 넉넉히 쌓여 있으니 기념용 치즈를 사재기 하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다. 더불어 멕시코, 브라질, 마다가스카르 등 온갖 이국적인 나라들에서 수집한 광물을 판매하는 돌 박물관 ‘더 아우더 아르더 De Oude Aarde ’도 놓쳐선 안 된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대도 히트호른에서 건진 최고의 기념품 목록에 돌들만 잔뜩 올라 있을지 모를 일이다.

1 카스마케레이 히트호른 치즈 가게.
2 호텔 더 다머스 판 더 용어의 대표 가브리엘라.
3 보트 위에서 히트호른 마을을 잠시만 빠져 나와도 비어리븐 비든 국립공원의 속살을 관찰할 수 있다.
4 5 낮은 목재 다리들과 좁은 물길. 오리 떼를 스치며 히트호른의 초가집 마을을 유랑하는 보트 투어.
6 물길 외에는 대부분이 좁은 오솔길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도 이색적인 마을이다.
7 하룻밤 묵은 헤이셔 드 용어 할머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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