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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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중국]     도시분류 :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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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濟南, Spring 그리고 버드나무,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Reader's Essay :: China

濟南, Spring 그리고 버드나무,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사실 지난을 두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영어로 'Jinan', 한자로 '濟南'이라 표기하는 이 도시를 우리말로 '진안'으로 읽어야 할지 '지난'으로 읽어야 할지 혹은 '제남'으로 읽어야 할지 몰라 검색을 하는 중에 지난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지쉐이허濟水河, 제강..江이라는 물줄기 남쪽에 있다고 해서 제남, 지난이라고 이름 붙여졌단다. 자매 도시라고 나오는 서울의 강남구江南區는 이 사실을 알고 자매 도시가 된 것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이 물줄기는 우리가 아는 황하강으로 이어져 역사와 문화로 손꼽히는 도시이자 춘추 전국 시대 제나라의 수도였으며 현재 산동성의 성도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글과 사진 윤승철 에디팅 이소윤 기자

윤승철|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 세계 최연소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3회에 걸쳐 실크로드를 횡단했다. 저서로는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달리는 청춘의 시> 등이 있다. 현재는 전 세계 무인도를 다니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천하제일천흑호천 주변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초연루 위에서 내려다본 대명호의 모습.
대명호로 향하는 배.
흑호천 주변에서 쉬고 있는 시민들.


지난, 물의 도시로 가다

지난 공항을 지나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무성한 버드나무가 보였다. 버드나무 하면 자연스레 강이나 호수를 떠올리기 마련. 이 나무가 도시의 가로수일 정도이니 중국의 북쪽에 위치함에도 물이 많은 곳임을 알 수 있다. 머리에 닿을 듯 말 듯한 버드나무 가지를 무의식중에 손을 올려 촉감을 느끼며 걷다 보니 여기저기 개울들이 보였다. 골목으로 크고 작은 개울이 따로 뻗어 내려와, 만났다 흩어지길 반복했다. 현지인들은 지난 어디서든 땅을 파면 물이 나온다고 해서 ‘스프링 시티’, ‘샘의 도시’라 부른단다.

배 위에서 만난 사람

이윽고 ‘대명호大明湖’에 이르러서야 왜 이렇게 버드나무가 많은지, 이렇게 구석구석 흐르는 물은 어디로 모이는지 이해가 됐다. 지난 전역 72개의 샘이 모여 이루어진 천연 호수로 대명호는 중국 사람들에게도 인상 깊었는지 곳곳에서 중국 문인들의 시비를 볼 수 있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문인을 배출한 곳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몇몇 한자들을 읽으며 걸었다. 청나라의 한 시인도 버드나무가 인상 깊었는지 "삼면이 연꽃이고 사면이 버드나무로 덮였네(三面荷花四面柳) 절반은 도시요 절반은 호수로다(一城山色半城湖)"라는 글을 남겼고, 이백과 두보가 함께 잔을 기울이며 시를 지었다고 하는 역하정歷下亭과 북급각北扱閣도 볼 수 있었다.
이백과 두보는 물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의 대명호 누각 위에서 시를 떠올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새벽녘 뿌연 호수의 섬에 있던 둘이 절로 몇 문장을 주고받게 된 것은 아닐지 말이다. 잠시 나눈 짧은 대화들이 안개가 걷히며 함께 증발했을 테지만 매일 새벽 그 말들은 안개와 함께 아직도 대명호에 갇혀 있을 것 같았다. 4,000년이 넘게 흘러든 물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대명호에 갈 때에는 작은 선착장처럼 보이는 흑호천黑虎泉에서 배를 탔다. 물길을 따라 유유히 대명호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배에서 내어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을과 다리를 지나왔다. 천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부터 삼삼오오 모여 물놀이를 즐기는 학생들, 물을 기르는 아주머니들과도 눈을 마 주치며 미끄러지듯 대명호로 나아갔다.


검루동 동굴 옆 절벽에 조각된 불상.
천불사 입구.
먹자골목과 같은 푸롱지에의 모습.
손수 인형을 만들어 파는 할머니.


천하제일천 

지난 72개 샘 중 으뜸이라 하여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고 불리는 ‘표돌천’ 은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한 물 아래 3개의 샘구멍에서 끊임없이 기포가 올라오는 곳이었다. 과거에는 물이 정말로 세게 솟았는지 북위 시대 때 역도원은 수경주에 "표돌천에 솟구치는 물의 높이가 수척에 이르고 그 소리는 천둥과 같다(突出雪濤數尺 聲如隱雷)"고 적었다. 멈추지 않고 솟는 물 때문에 이름도 ‘도약한다’, 그리고 ‘달린다’라고 해석되는 표돌로 지어졌단다.

물이 고이듯 사람이 모이는 푸롱지에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는 것인데 지난에서는 단연 부용가芙蓉街, ‘푸롱지에芙蓉街’를 꼽을 수 있다. 흑호천과 표돌천, 대명호로 이어지는 사각형의 물길 안에 위치하고 천성 광장, 헌롱 광장과 연결되어 있어 이곳을 둘러 볼 때 함께 들렀다. 길 한 켠에 푸롱천芙蓉泉이 있어 푸롱지에라 이름 붙여졌다니 물의 도시 지난다운 네이밍이다. 물길에서 잠시 벗어나 공원과 광장을
걷나 했는데 여전히 물길 안이다.
이곳은 이른바 먹자골목 같은 곳으로 진기한 음식들을 구경할 수 있어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다. 취두부는 물론 불가사리, 중국식 족발, 전갈 튀김, 파인애플로 만든 팥빙수 등을 파는 신기한 가게를 지나다 보면 한 두 시간도 금방 흘러간다. 왁자지껄한 큰 거리와 달리 골목골목엔 할머니가 직접 딴 석류를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거나, 지난 시민이 사는 집들이 나왔다. 조용한 찻집들을 지나면 청소부 아저씨나 짐을 나르는 사람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모습의 사당들을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볼거리였다.


푸롱지에를 걷다보면 여러 사당들을 마주하게 된다.


길을 걷다 만난, 염색 천을 말리는 모습.


태산 줄기에서 황하를 보다

해발 285미터로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연 전망대, ‘천불산千佛山’은 지난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였다. 지하에 물이 많아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으니 날 좋은 날 이곳에 오르면 멀리 황하강도 보인다. 연신 셔터를 누르는 내게 중국인 친구가 슬며시 다가와 하는 말, "천불산의 그림자가 대명호에 비치는데 드리워진 크기가 딱 맞아.” 300년 이상 된 회나무와 대웅보전, 관음당, 대화정, 미륵전 등이 있다지만 나는 제나라 검루黔婁 선생이 평생 은거했다는 동굴인 ‘검루동黔婁洞’ 과 그 옆 바위에 새겨진 불상들이 참 인상 깊었다. 검루 선생은 청렴하고 지조가 있어 제후들이 극진히 모시고자 등용을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제나라 위왕이 직접 예를 차려 동굴로 찾아왔지만 끝내 응하지 않다가 마지막까지 이불 하나만 남기고 청렴하게 죽었다는 곳. 검루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동굴 입구의 불상들을 감상하는데 한 스님이 곁에서 오래도록 불상을 올려다보셨다.

버드나무의 도시

공항으로 가는 시내 외곽까지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지금의 지난은 늘어진 버드나무들 만큼이나 활발하고 분주하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 라는 느낌을 준다. 홍콩, 싱가폴, 서울, 도쿄 등의 국제 도시는 물론 북경과 천진, 상해, 청도 등과도 인접, 편리한 교통망과 산업 기반을 바탕으
로 많은 인문 자원과 국내외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까지 이뤄내고 있다. 지금은 눈을 돌려 친환경 생태연구단지, 첨단과학단지, 관광 수입의 다
변화까지 고민하고 있으니 지난을 기점으로 새롭게 버드나무의 제방길이 복원되고 있는 듯하다. ‘스프링 시티Spring City 지난'은 지난 시를 대표하는 슬로건이다. 여기에서의 ‘Spring’은 단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뜻을 내포하는 듯하다. 샘, 생기, 활기, 그래서 봄과도 어울리고 확 튀
어 오른다는 의미에서 용수철까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행차 중 우물가에 들러 아낙네에게 물을 달라고 했더니 체하지 말라고 물 위에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 다. 봄의 샘처럼 생기를 가진 이 버드나무의 도시는 튀어 오를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이미 도시 전체에 버들잎이 드리워 띄워져 있으니 체할 일 없이 앞으로 튈 날들이 기다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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