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발행구분
[2018년 02월호]     대륙분류 : [남아메리카]     국가분류 : [페루]     도시분류 : [쿠스코]
기사제목
[OUTFIELD] Maras & Moray 잉카유적 마라스 & 모라이

Travel :: Peru

Maras & Moray 잉카유적 마라스 & 모라이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미니버스를 타고 안데스산맥의 구비구비 산길을 오르다 보면 페루의 환상적인 자연이 펼쳐진다.
드넓은 평원 위로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한가로이 양떼를 몰고 가는 잉카인의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넋을 잃고 봤다가는 절로 방랑자가 될 듯.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레일을 타기 위해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로 가는 3시간 동안의 여정에서 만난 잉카유적 인 모라이Moray와 마라스Maras는 마추픽추라는 거대한 감동을 느끼기 전의 서곡이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뚜르드몽드 사진부

개인차가 있겠지만 쿠스코에서 그토록 괴롭히던 고산증은 아무리 코카차를 마셔도 차도가 없었다. 걷고 뛰는 것이 정말 행복이구나 하는 소소한 삶의 기쁨을 연명하던 쿠스코에서 출발해 이제 마추픽추를 보러 간다. 미니 버스를 타고 안데스산맥의 구불구불 산골짜기로도 갔다가 꽤 험한 협곡을 지나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안 페루의 자연이 이토록 경이로웠던가 하는 감탄사가 그치질 않았다. 보통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은 비슷한 산과 들이기 마련이지만 오얀따이땀보로 가는 동안은 전혀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낯선 행성에 내려 주변을 돌아보던 우주비행사의 심정이 이러할까? 갑자기 소 몇 마리가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멈춰선 우리를 보고 미안한 듯 서둘러 소떼를 모는 잉카인 아낙네의 종종걸음에 괜찮다고 천천히 가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듯 그리고 낯선 이방인의 모습에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아낙네. 이 모습 자체가 평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을 빠느라 여념이 없는 딸아이의 손을 챙겨 소떼를 따라 멀어지는 모습이 깊
게 각인되었다. 길게 뻗은 평원을 따라 달리다 보니 해발 3000m의 구비구비 낭떠러지 같은 길이 놓여진 협곡으로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잉카인들의 소금을 생산하던 천연 염전인 살리나스 데 마라스Salinas de Maras.


살리나스 데 마라스

안데스 산맥에 걸쳐 있는 험한 지형에 잉카인들은 그들의 뛰어난 지혜를 발휘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걷기도 힘들 정도의 거대한 산비탈에 층층히 만들어놓은 암염전인 살리나스 데 마라스. 수 만년 전에 해저가 융기하면서 암염이 지층에 고루 분포된 탓에 암염이 녹아서 생긴 물을 작은 수로를 만들어 2천개의 계단식 염전에 흘려 보낸 후 안데스 고원의 뜨거운 햇볕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
었다. 이곳 염전의 모습은 마치 화판에 하얀색 물감을 잔뜩 담은 팔레트Palette 같은 느낌이다. 팔레트에 붓을 듬뿍 찍어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의 염전 크기가 4평을 넘지 않고 30cm 미만의 깊이로 통일한 이유는 암염수가 염전에 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다각형의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현지 주민의 말에 의하면 우기를 제외하고는 매월 600~700kg의 암염을 3000개의 염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건 자연스럽게 흘러 드는 암염수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천연 암염인 만큼 미네랄이 풍부해 건강에도 좋아 잉카인들은 이를 ‘태양의 선물’이라고 부른다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3가지로 보통 상품으로 팔리는 붉은 갈색의 소금은 아주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며 약용이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흔한 하얀 색의 소금은 보통 식용으로 사용되고 황갈색 소금은 하류에서 생산되어 불순물이 많아 가축의 사료 배합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염전을 둘러보다 보니 염전이 있는 중턱 부근에서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세상 에나, 이곳에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힘겹게 걷어 부치며 이리저리 오가는 신부의 모습에서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하긴 잉카 유적에서의 웨딩촬영이니 얼마나 흥분될까? 지금에야 고혈압의 주범으로 푸대접을 받는 소금이지만 잘츠부르크의 소금광산으로 오스트리아가 부강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나라의 경제를 부강하게 해주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제는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는 마라스 염전은 오래 전 지각변동의 역사의 현장에서 이를 염전으로 승화시켜 소금을 생산한 잉카인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곳이다.

모라이

3400m의 고도를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해발 3500m의 안데스산맥으로 다시 오르니 심장이 또 바빠지기 시작한다. 어질어질한 순간 눈 앞으로 펼쳐지는 살리나스 데 마라스에서 계곡을 돌고 돌아 한참을 달리면 둥그렇게 파여진 곳이 여러 개 보인다. 그곳이 바로 잉카인의 농업 유적지인 모라이( Moray ). 마치 우주선 착륙장과 같은 이곳은 잉카의 계단식 농경지인 안데네스 Andenes 를 독특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잉카인들은 지형상 부족한 농지 해결을 위해 계단식 농법과 고도에 적합한 작물 생산 시험장으로 ‘농경기술연구소’를 이곳에 만들었다. 고대
잉카제국의 척박한 자연환경에 굴하지 않고 과학적인 농업기술을 통해 극복한 잉카인의 지혜가 무척 경이롭다. 1932년 미국의 탐험가인 로버트 시피와 조지 존슨이 비행중 발견하면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모라이는 마치 원형경기장 같은 형태로 69m의 깊이로 이곳에서 생산한 감자, 옥수수, 밀, 보리 등의 농작물만으로도 쿠스코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큰 돌과 작은 돌을 아구가 딱 맞게 순서대로 쌓아 장마가 와도 걱정이 없을 정도의 과학인 수로를 만들었고 각 계단마다의 높이 조절을 통해 바람과 햇볕의 양을 조절했다고. (각 계단마다 약 15도의 온도차이가 있다) 온도가 가장 낮은 맨 아래쪽은 옥수수나 감자, 코카잎을 재배하고 올라갈수록 냉해에 취약한 일반 농작물을 재배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길을 따라서 바닥까지 내려가고 싶었지만 고산증의 방해가 만만치 않다. 페루에 3800 여종의 감자가 있다는 말이 전혀 허언이 아님을 모라이에서 알 수 있었다. 정밀한 태양력과 고도의 천문학 기술, 과학적인 계단식 밭,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바위 벽 등은 잉카문명이 마야문명과 함께 남미 인디오 문명의 최고봉이었다는 것을 이곳 모라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전글 다음글 리스트

메인페이지 | 회사소개 | 정기구독 | 뚜르드몽드 기사검색 | 커뮤니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