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문화유산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라오항공내에서 듣는 마리아 다케우치의 'Let it Be Me'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비행기의 창문 밖을 내다보니 북극에라도 온 듯 하얀 구름이 빙판처럼 펼쳐져 있어 문득 날씨는 괜찮을 지 걱정이 들었지만, 이내 그 장관에 그 걱정 따위 금새 잊어버리고 만다. 

1월의 라오스는 건기로 강렬한 더위도, 축축한 우기의 불편함도 없는 여행하기에 무척 매력적이다. 낮의 강한 태양의 따가움도 그늘의 시원함으로 달래준다.

2011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인 루앙프라방 공항에 내려 숙소로 가다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다. 당연하지 않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니 말이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손대지 않은 빼어난 자연경관에다 소박한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숨 가쁜 문명에 찌든 사람들에게 산소호흡기와 같은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에 충분하다. 

단, 관광객이 많아진 것만 빼면 말이다. 시내 전체에 33개의 사원이 있는 그야말로 불교유적지인 해발 900미터의 고산 도시 루앙프라방. 그래서 많은 비가 내려 메콩강이 범람해도 이곳만은 안전하다. 원래 루앙프라방은 왕족 마을이었는데 베트남전 당시 모두 피난을 떠났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돌아와 호텔 및 카페 사업에 진출하는 등 관광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 비엔티안과 액티비티로 급성장하고 있는 방비엥이지만 루앙프라방에만 태국, 중국, 베트남인 육로를 통해 가장 많이 방문하고 그 뒤를 이어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독일인들까지 연간 총 365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인지 국민소득도 우리와 비교해서는 턱없이 적지만 베트남보다는 많은 2,600달러(2017년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자꾸 무언가를 봐야 하고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런 투어에 익숙한 관광객들이 결국 다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른 여행지와는 다르게 사전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도 하며 곧 말수가 적어지며, 부드럽고 진지하며 기쁨이 넘치는 표정을 갖게 되는 곳이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휴식의 참 맛을 느끼게 되니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겠다.

 

선한 새벽에서 화려한 만찬의 저녁까지

루앙프라방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아침 재래시장과 야시장을 둘러봐야 한다. 또한 매일 새벽 5시쯤 시작되는 스님들의 탁밧이라는 탁발공양 행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비엔티안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무려 1년에 몇 번 볼 수 있을 정도이고 루앙프라방에서는 매일 새벽 5시에 볼 수 있다. 

어스름한 새벽, 공양을 위해 길게 늘어서 앉아있는 주민들 틈에 앉아 있는 외국인들이 꽤 많다. 7년 전만 해도 아주 일부 씩씩한 관광객들만이 체험을 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탁발공양에 참여한다. 루앙프라방의 모든 사원에서 온 수백 명 정도의 오렌지 색 승복을 입고 나타나는 스님들에게 집에서 가져온 음식과 과일을 건네주는 나눔은 참으로 경건하다. 

새벽의 고요한 적막을 가르며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저 부처를 닮았다. 탁발공양이 끝나면 새벽녘에 일어나 탓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재래시장으로 가야 한다. 강변의 포티사랏 거리와 푸와오 거리 사이에 있는 아침 재래시장은 그 이른 아침 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규모가 작을 줄로만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각종 육류와 조류, 야채, 과일, 민물고기가 그야말로 풍성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 이렇게 다양하고 풍성한 식재료를 구입해 집으로 돌아가 아침 식사를 즐길 사람들을 생각하니 나 또한 절로 흥겨워진다. 이것이 바로 재래시장의 참 맛이겠다. 

또한 해가 지는 저녁이면 푸시산 입구에 푸른색과 붉은색의 천막이 쳐지며 야시장이 열린다. 열대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주는 시원한 음료에서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의 다양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메콩 강에서 잡아 소금만 친 후 구워먹는 생선 바비큐는 그 맛이 고소하고 풍미가 있다. 비어 라오와 함께 산해진미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info

탁밧 공양의식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보통 새벽 5시~6시를 기해 각 사원에서 탁밧을 시작하는 종을 울리며 시작한다. 각 사원에서 오는 스님을 맞이하기 위해 골목마다 사람들이 길가에 자리를 깔고 경건한 자세로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갖고 준비한다. 스님들이 도착하면 준비해 온 카오니아오라는 찰밥과 반찬을 조금씩 떼어 스님들에게 공양한다. 이 찰밥을 만들려면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야 하니 그 정성이 매우 지극하다 하겠다. 

300~500명 정도의 스님이 참여하는데 루앙프라방에만 80개의 사원과 1000명의 스님이 있으니 그 절반이 참여하는 의식이다. 가장 연로한 스님을 모시고 서열에 따라 나란히 한 줄로 그 뒤를 따른다. 스님들이 시주를 준비하는 사람들 앞에 서면 바리때 뚜껑을 반만 열고 그때 준비한 찰밥을 조금씩 떼어 담는다. 스님들은 하루아침, 점심 두 끼밖에 먹지 않을뿐더러 먹는 양도 적어바리때에 담긴 음식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시주하는 사람들 끝에서 기다리는 걸인들에게 나눠준다.

 

123 여행자 거리의 웬만한 베이커리에서 맛보는 커피는 수준급 이상이다. 드립커피 한 잔에 여유는 즐거운 여행이다. 샌드위치의 퀄리티는 거뜬한 식사 이상의 프렌치 느낌? 커피와 함께 매번 먹어도 질리지를 않는다. 4 루앙프라방의 최고 인기 스팟인 꽝시폭포 전경. 

2 스쿠터를 타고 꽝시폭포로 가는 길에 커피 한 잔 하기 위해 들른 휴게소 5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국도를 스쿠터로 달리다 보면 푸른 하늘과 경이로운 자연환경 그리고 길가의 이름 모를 꽃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즐겁고 맛있는 여행자 거리

루앙프라방에 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씨엥통 사원에서 조마 베이커리까지 약 2k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칭하는 여행자 거리다. 이곳에서 게스트 하우스와 레스토랑, 길거리 음식, 기념품 가게, 스쿠터 대여, 일일 투어 상품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처음 온 여행자의 경우에는 천천히 걷기를 추천한다. 

그냥 뭘 구경하려고 애쓰지 말고 여행자 거리만 천천히 한나절만 돌아다니다 보면 루앙프라방의 매력을 금새 느낄 수 있다. 처음에 점령했을 때는 쓸모없다고 개발도 등한시한 채 버렸다가 두 번째는 남주기 싫어 다시 빼앗았던 괴팍하고 변덕스러운 프랑스 덕분에 루앙프라방 곳곳에 예쁜 프랑스풍의 건물이 루앙프라방의 전통가옥과 함께 멋진 카페 거리를 형성했다. 

프랑스 식민지 당시 배웠던 바게뜨와 크루아상 같은 베이커리의 수준이 꽤 높아짐에 따라 조마 베이커리 같은 꽤 유명 브랜드도 생겨나고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르 베네통, 인디고 카페, 유토피아 등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생겼을 정도이다. 다들 이 카페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달콤한 베이커리를 즐기며 독서하거나 멍하니 시간의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볼 수 있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면 당장 들고 카페로 와 함께 시간을 누리는 행복을 맛보길 바란다. 현지인들에게는 물론 비싸지만 관광객들에게는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레스토랑이 많아 식도락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피곤하면 다양한 마시지 샵에서 단돈 만 원 정도의 마사지를 받으면서 피로를 풀어보자.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매일매일 받아도 부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