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버고호를 소개합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이곳은 집도, 호텔도 아닌 크루즈 위다. 바다 위에 있다는 것을 잊고 푹 잠든 크루즈에서의 첫날. 마치 집처럼 서랍 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전날 모든 짐을 정리해두어 캐리어를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새로웠다. 2~3일에 한 번씩 호텔을 옮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스타크루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크루즈 선사다. 홍콩, 싱가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짧게는 1박부터 길게는 5박까지 다양한 운항 일정을 선보인다. 이번 5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함께할 슈퍼스타 버고호는 스타크루즈가 보유한 여섯 척의 선박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다. TTG Travel Awards 에서 ‘최고의 아시아-태평양 크루즈 상’을 10회나 받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7만 5천 톤, 13층으로 이뤄진 선박에는 한 번에 1,870명의 승객과 승무원 900명이 탑승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잘 먹고 잘 자는 것 아닐까. 슈퍼스타 버고호에는 ‘스위트’, ‘발코니’, ‘오션뷰’, ‘인사이드’ 총 4가지 타입의 객실이 있다. 스위트는 호텔의 스위트룸에 해당하는 최상급 객실이다. 침실과 거실이 분리돼 있으며 넓은 발코니를 갖췄다. 

오션뷰는 객실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 는 오션뷰 창문이 있다. 인사이드는 복도 측에 있는 객실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발코니룸은 16제곱미터 객실 안에 더블 침대 또는 싱글침대 2개, 소파형 침대를 두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발코니. 발코니로 나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크루즈 여행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객실이라면 단연 발코니룸이 아닐까. 크루즈 여행에서 언제나 몸에 지녀야 할 필수품은 크루즈 승선 카드다. 항구 에서 체크인 시 발급해준다. 카드에는 이름, 비상시 집결 장소, 객실 번호, 탑승 기간, 캐빈 위치 등이 적혀 있다. 이 카드는 크루즈 여행 동안 세 가지 역할 을 한다. 

첫째는 객실용 키. 객실에 카드를 두고 온 경우 리셉션 데스크에서 재발급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승선 및 하선 시 여권 대신 사용할 신분증. 마지막으로는 신용카드 기능을 겸한다. 크루즈 내에서 결제할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이 승선 카드를 사용한다. 

객실 내 미니바, 음료 및 주류, 쇼핑, 유료 레스토랑 이용 등이 카드에 기록되며 하선 전에 리셉션에서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다. 크루즈에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선상신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전날 밤 또는 다음날 아침 객실로 배달되는 신문에는 하루 동안 크루즈에서 펼쳐지는 모든 행사와 프로그램이 기록돼 있다. 

한마디로 크루즈 여행의 가이드인 셈이다. 첫 면에는 주로 오늘의 날씨와 메인 이벤트, 다음장에는 시간대 별 선내 엔터테인먼트가 실린다. 요가 클래스, 일본어 수업, 영화 상영, 특별 공연, 테마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끝없이 이어진다. 선상신문에 명시된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이야말로 크루즈를 가장 알차게 즐기는 방법 이다. 아참, 스케줄의 모든 시간은 모항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명심할 것. 타이완 바다에서도 필리핀 시간이 적용된다는 말이다. 

바다 위에서 맛보는 풍성한 만찬 

먹는 것만큼은 크루즈에서 신경 쓸 일이 없다. 여행비용에 전 일정 식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단, 음료와 주류는 따로 비용을 내야 한다. 선내에는 무 료 레스토랑 세 곳과 유료 레스토랑 다섯 곳이 있다. 가장 많이 가게 될 레스토랑은 12층에 있는 ‘더 리도’. 뷔페식 조식, 중식, 석식 외에도 애프터 눈 티와 야식을 제공한다. 

‘스타 다이닝’은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6층에 자리한다. 맛있는 조식과 함께 점심과 저녁으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중국식 요리를 선보이는 ‘파빌리온’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세 곳은 탑승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유료 레스토랑은 한층 더 퀄리티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8층에 있는 ‘사무라이’와 ‘타지’는 각각 일본 음식과 인도 음식이 기다리는 레스토랑. 사무라이에서는 초밥이나 스시와 같은 전통 일식 메뉴를 먹는 것도 좋지만 한번쯤은 테판야끼를 맛보길 추천한다. 쉐프가 해산물, 채소, 고기와 같은 식재료를 철판에 구워 주며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7층에는 아시아 퓨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블루 라군’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팔라쪼’가 기다린다. 블루라군은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배에 있는 동안 언제든 음료, 식사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팔라쪼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 스테이크, 이탈리안 요리를 와인과 함께 먹으며 크루즈를 탄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다. 한 번에 24명만 입장 가능하므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실크로드’는 크루즈 단골 승객들이 좋아하는 레스토 랑이다. 베이징 덕을 포함해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간 고급 광둥요리를 선보인다. 그동안 크루즈에서는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타 크루즈는 편안하게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선내를 돌아다니거나 식당에 갈 때 짧은 반바지와 슬리퍼만 피하면 비교적 캐주얼한 복장으로 다녀도 눈총을 받지 않는다. 물론 갈라 파티가 있는 날이나 정찬 디너 시에는 어느 정도 포멀 한 의상을 갖추는 분위기지만, 갑판에서는 수영복 차림도 가능할 정도로 복장에 제한이 없다. 

 

라스베이거스식 쇼를 즐겨라 

슈퍼스타 버고호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것은 바로 다채로운 쇼다. 쇼는 매일 저녁 7층 ‘조디악 시어터’에서 펼쳐진다. 공연을 앞둔 시간이면 7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승객들로 꽉 찬다. 같은 쇼는 매일 두 차례 펼쳐지는데, 아마 크루즈 탑승객이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쇼를 보게 될 것이다. 크루즈에서 펼쳐지는 쇼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라스베이거스의 쇼를 떠올릴 만큼 수준이 높다. 

크루즈 탑승 첫날 본 뮤지컬 형식의 라틴 댄스 쇼 <All around the world>를 시작으로 빈센트 비그나드의 마술쇼 <Spirit>, 볼룸 댄스 쇼, 서커스를 결합한 쇼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관람했다.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하거나 다른 액티비티에 참여하고 싶은 이들도 첫째 날과 마지막 날 쇼는 놓치지 말자. 가장 볼거리가 많다. 조디악 시어터에서 펼쳐지는 쇼는 모두 무료이지만, 딱 한 공연 <Goddness>만은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19세 이상만 입장 가능하며 승선 카드 키외 카메라, 휴대폰 등은 소지할 수 없다. 관람객의 말에 의하면 ‘남자 탑승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댄서들의 의상과 퍼포먼스가 매우 파격적이었다’고. 이정도면 어떤 쇼인지 눈치 채셨으리라. 

지루할 틈 없는 크루즈 라이프 

5일간 크루즈에서 지내며 왜 사람들이 크루즈를 ‘바다 위의 럭셔리 리조트’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호텔보다 조금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인터넷 연결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 5일 동안 무제한으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한화로 약 7만 원이나 빠른 속도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휴대폰 메신저 앱보다 창밖의 파란 바다를 더 바라보고 인터넷 뉴스보다 선상 신문을 더 눈여겨본다면 진정한 크루즈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다. 

선내에는 재미와 휴식을 모두 만족시키는 편의시설이 있다. 선실 외부에 12층에 자리한 야외 수영장 ‘파르테논’은 바다 위 풀장에서 수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같은 층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피트니스 클럽도 있다. 의외로 매번 사람이 끊이지 않던 곳은 ‘오스카 뷰티 살롱’으로 간단한 헤어 컷,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가라오케, 책 대여와 독서가 가능한 라이브러리 등도 갖췄다. ‘포츠 오 콜’에서는 기항지들의 특산품을 판매한다. 시간이 부족해 미처 쇼핑을 하지 못했거나 기항지에 내리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곳에서 기념품을 살 수 있다. 친절한 크루들은 슈퍼스타 버고호를 다시 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슈퍼스타 버고호에는 총 7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크루즈 승무원은 평균 8개월에서 10개월 연속으로 배를 탑니다. 저를 포함해 지금 이곳에 일하는 한국인 승무원은 이번 크루즈가 2~3번째 탑승이죠.” 지난 2월 다시 배에 탄 임수민 승무원의 말이다. 

그녀는 올가을에나 땅을 밟을 예정이지만 크루즈 승무원의 일이 즐겁고 보람차다고 말한다. 안유진 승무원은 오래전부터 크루즈 승무원이 꿈이었다고 했다. “배에서 10개월을 지내면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내릴 때 ‘다시는 배 안 타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배에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죠.” 슈퍼스타 버고호는 이렇게 크루즈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크루들과 함께한다. 

갈라 디너는 5일간의 크루즈 여행의 하이라이트. 하선을 앞둔 하루 전에 열리며 전 일정을 마무리하는 가장 뜻 깊고 상징적인 행사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선내를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이때만큼은 드레스와 정장을 갖춰 입고 로비 ‘그랜드 피아자’에 모인다. 오후 5시, 선장을 비롯한 각 서비스 담당 크루들이 등장해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볼룸 댄스와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지며 갈라 파티가 무르익는다. 

마지막에는 선장 및 크루와의 기념 촬영 시간이 있다. 조디악 시어터에서 마지막 날 쇼가 끝나니 어쩐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이런 승객 들을 위해 12층 선미 수영장에서 댄스파티가 열렸다. 하우스 키핑, 레스토랑, 리셉션 데스크 직원들까지 나와 승객들과 함께 춤을 춘다. 디제잉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들의 열기가 대단해서 결국 조용히 바라만 보던 일행들과 춤판을 벌였다. 다음 날 하선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워 그날 밤은 바와 24시간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오가며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밤을 제대로 즐겼다. 

크루즈에서 5일, 마닐라에서 2일, 총 일주일간의 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다. 매일 아침 아파트 베란다의 커튼을 열며, 푸른 바다가 펼쳐지길 간절히 바라곤 한다. 여행자들이 왜 그들의 마지막 로망이 크루즈 여행이라고 했는지를 알 것 같다. 

아마도 앞으로의 여행은 조금 더 시시해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이번 크루즈 여행 때문일 것이다. 모든 여행을 끝내고 마닐라로 돌아오던 날, 크루즈 발코니에서 보았던,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던 하늘과 바다의 일렁임을 떠올리면 나는 아직도 두근거린다. 그리고 이제야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여행이 사람을 선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도록 여행을 할 것이고, 나는 점점 더 아름다운 표정과 더 깊은 눈빛을 가지게 될 것이다.

 

기항지 투어

ISHIGAKI

기항지 투어로 만나는 이시가키 섬 크루즈에서의 시간 중 가장 바쁜 때를 꼽자면 기항지 투어가 있는 날일 것이 다. 기항지 투어는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선내 엔터테인먼트를 즐긴 뒤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하면 이튿날 여행지에 데려다준다. 움직이는 선상 호텔은 아마 이걸 가리키는 말일 테다. 

기항지를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리셉션에서 기항지 투어를 신청하거나 개별적으로 여행하는 것. 기항지에 내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승객의 자유이므로 크루즈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은 투어를 하지 않고 온 종일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이번 시즌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슈퍼스타 버고호의 첫 번째 기항지는 오키나와Okinawa의 이시가키다. 오키나와 주변 19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진 야에야마Yaeyama 제도의 중심 섬으로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 이곳에 살고 있다. 오전 7시, 기항지 관광을 위해 실크로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하선 절차를 거친다. 미리 기항지 투어를 신청한 사람에게는 먼저 하선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시가키 항은 물이 얕아 슈퍼스타 버고호처럼 큰 배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크루즈에서 입국 심사를 한 후 100인승 텐더보트로 갈아타고 이시가키 항으로 들어간다. 항구에서 세관신고서와 여권 사본을 확인하면 비로소 이시가키 땅을 밟을 수 있다. 

이시가키 반일 투어는 페리 터미널에서 시작했다. 크루즈 승객 40명을 태운 버스는 곧장 카비라만Kabira Bay으로 향했다. 카비라만은 250종 이상의 산호초가 있는 아름다운 곳. 바닥이 유리로 만들어진 글라스 보트Glass Bottom Boat를 타고 형형색색의 산호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가 워낙 맑고 깨끗해 흐린 날에는 수심 10미터, 맑은 날에는 수심 15미터 깊이에 사는 산호초와 물고기를 볼 수 있다. 카비라만의 풍경 앞에서 일본의 한 화가는 ‘시적 감상을 가지고 그려도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라 말했다고 하는데,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카비라만 투어 후에는 오키나와의 명물인 요네코야키 시샤 수공예관Yonekoyaki Craft Center, 야에야마 무명 생산지인 미네야 만사 쿠보Mineya Minsah Kobo, 이온 맥스 몰Aeon Max Mall 등을 방문하며 쇼핑과 관광을 즐겼다. 점심으로는 일본식 샤브샤브 요리도 맛봤다. 슈퍼스타 버고호의 출항 시간은 오후 5시이므로 최소 오후 4시 전까지 배에 다시 탑승해야 한다. 기항지 관광에 주어진 시간은 총 6시간 남짓이었다. 평소 같으면 여행지를 떠나며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다. 하지만 기항지 투어만큼 즐거운 바다 위에서의 시간이 기대돼 크루즈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Keelung

타이완 제2의 항구 도시, 기룽 타이완은 아시아를 도는 크루즈가 모항 또는 기항지로 삼는 인기 지역 중 하나다. 타이베이 북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17세기부터 유럽 식민지배 시대를 거치며 무역항으로 발전한 곳인지라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기룽 대신 타이완 북부 인기 관광명소를 여행하기로 했다. 이기카기에 기항할 때와 달리, 기룽은 배가 항구 가까이 정박할 수 있어 곧장 땅을 밟을 수 있다. 40인승 버스에서 다른 탑승객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기룽은 타이완에서도 연간 강우량이 가장 많은 지역.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기룽을 출발한 버스는 황금폭포Golden Waterfall에 들린 뒤 지우펀Jiufen으로 향했다. 바다를 보는 이 언덕 마을은 길이 생기기 전 오지였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는 단 아홉 가구만이 살았는데, 여기서 지우펀의 한자어인 ‘구분九分’이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현재 지우펀은 타이베이 근교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방문하는 곳이다. 홍등이 휘날리는 예스러운 마을의 풍경은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됐다. 약 2시간 동안 주어진 자유 시간은 지우펀에서 타이완의 별미를 먹고, 기념품을 쇼핑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핑시선은 과거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핑시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에 만들어진 철도지만 지금은 석탄 대신 평화롭고 정감 넘치는 시골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을 싣고 달린다. 징통Jington은 이 핑시선의 종착역에 해당하는 곳이다. 1929년에 세워진 일본식 목조 역사로 같은 핑시선 라인의 스펀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대나무통에 소원을 적고 천등을 날리며 저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기찻길 위에 자리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7시간의 기항지 투어를 마쳤다. 크루즈의 기항지는 자주 바뀐다. 이번 슈퍼스타 버고호는 필리핀을 모항으로 이시가키와 기룽에서 정박했으나, 다음 스케줄에서는 모항도, 기항지도 바뀐다. 

짧게 항해하며 여러 도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크루즈 여행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다. 항구가 있는 도시에 기항하므로 단체관광이나 자유여행객이 잘 가지 않는 특별한 여행지를 갈 수도 있는 것도 장점이다. 6월에서 7월 사이 슈퍼스타 버고호는 2박, 3박, 5박 일정으로 기룽에서 출발해 일본 이시가키, 요나구니, 나하 등을 기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