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많은 곳 중 왜 덴버인데?” 덴버Denver로 여행을 가기 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글쎄, 내가 이곳에 왜 왔더라. 사실 이번 여행은 오직 ‘여행’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미국 내 가장 큰 관광전인 IPW 참여를 위해 덴버에 온 것이었다. IPW 행사의 취지는 미국 여행에 대한 의견 교류. 

5월 19일부터 4일간 미국 각지의 관광청, 여행사 등의 전시 부스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곳곳에서 미팅, 기자회견이 펼쳐졌다. 이 관광전은 1년에 한 번, 미국의 각기 다른 도시에서 열린다. 올해의 IPW 개최도시는 덴버. 50주년을 맞이한 이번 행사를 위해 전 세계 70여 개국의 바이어 및 미디어 6천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여행 박람회 참여로 이곳에 오기 전까지 덴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딱 하나. 콜로라도의 주도라는 것뿐이었다. 지금껏 미국 여행을 꿈꾼 적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여행하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 덴버는 없었다. 여행 마지막 날, 관광전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로 이곳에 온 것을 행운이라 생각했다. 

노트는 어느새 덴버에 대한 감상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내게 왜 덴버에 가는지를 물었던 많은 사람은 모두 미국에 살거나 미국을 몇 번이나 여행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진짜 ‘덴버’의 모습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이곳은 예술, 역사, 액티비티까지 우리가 여행에 기대한 모든 것이 있는 완벽한 여행지, 덴버다.

마일 하이 시티, 덴버

1848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금맥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미국 전역에서 30만명 이상이 마차를 끌고, 말을 타고 이곳으로 향했다. 그 결과 작은 개척지던 샌프란시스코는 신흥 도시가 됐고, 캘리포니아 전역에는 교회, 학교, 도로 등이 지어졌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덴버의 역사 또한 골드러시와 함께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이후 9년 뒤인 1858년 여름, 조지아 출신의 탐험가들은 로키산맥 기슭에 자리한 콜로라도주의 역사를 완전히 바꿨다. 이곳의 금광은 대단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았다. 황금을 발견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덴버는 ‘마일 하이 시티’라는 별명이 있다. 

말 그대로 도시의 공식 고도가 1마일, 해발 1609미터이기 때문이다. 들판과 암벽 사이, 덴버의 위치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연상시킨다. 골드러시 전까지 이 땅이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척박한 대지, 높은 고도, 연중 건조한 기후, 한마디로 도시가 들어서고 사람이 살기 적합한 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콜로라도주에는 골드러시 이후 폐허로 남은 작은 마을과 도시가 500여개에 달한다. 도시가 막 발전하기 시작했을 때, 미국의 한 작가는 덴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천사들이 도시를 적절한 장소로 옮기다가 실수로 이곳에 떨어트린 것 같아요”

 

덴버의 심장, 다운타운 산책

오늘날의 덴버는 미국의 여느 대도시와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도시에서 제일 번화한 지역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결코 번잡하지 않다. 덴버는 미국에서 성장이 가장 가파른 도시 중 하나다. 매년 5만명이 덴버로 이주하는데, 대다수가 40대 미만의 젊은 층이다. 덴버에 고작 4일 있었지만, 이런 곳에서라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US 뉴스&월드는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00곳을 선정했다. 1등을 차지한 곳은 덴버였다. 궁금했다. 미국인이 뽑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손에 지도 한 장을 들고 다운타운을 걸었다. 상점이나 커피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 있었다. 누가 덴버에 볼 게 없다고 했던가. 

내게 허락된 짧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이 도시는 매력적이었다. 덴버 다운타운을 둘러보는 첫 걸음은 16번가16th Street Mall에서 시작한다. 직선으로 1.6킬로미터 이어진 길을 따라 노천카페와 각종 상점이 들어섰다. 이곳을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은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 것. 버스는 16번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코너마다 정차한다. 여행자에게 덴버 다운타운을 빠르게 둘러 볼 수 있는 공짜 트롤리인 셈. 물론 주 이용객은 현지인이다.

16번가 시작점에는 로어 다운타운Lower Downtown이 있다. 앞 글자를 따 ‘로도’라고도 불린다. 로도 지역에는 쿠어스 필드Coors Field 야구장, 라이브 음악 클럽, 브루 펍, 클래식한 분위기의 서점인 태더드 커버Tattered Cover 등이있다. 하이라이트는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 덴버의 중앙 기차역으로 1881년부터 100년 이상 콜로라도 사람들의 교통을 책임져왔다. 

2014년 여름, 새 단장을 한 이후 역 안에 레스토랑, 펍, 편집숍, 꽃집, 호텔 등이 들어섰다. 역 중앙의 넓은 공간은 시민들을 위한 라운지가 자리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현지인, 여행객에게 모두 사랑받는다. 16번가의 마지막, 즉 셔틀이 순환하는 곳 근처에는 시빅 센터 파크Civic Center Park가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공원 광장에 푸드트럭이 열린다. 

음식의 퀄리티는 높고 가격은 시내의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다. 덴버는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도시다. 1년에 300일이 맑기에 자리를 깔고 앉으면 그곳이 바로 훌륭한 피크닉 장소가 된다. 푸드트럭이 서지 않는 날에도 근처 숲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덴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공원 광장을 가로질러 가면 골든 트라이앵글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 The Golden Triangle Creative District이 기다린다. 

이름처럼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시간상 딱 한군데만 갈 수 있다면 덴버 아트 뮤지엄Denver Art Museum을 추천한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있지만, 미국 서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서부 미술 작품이 가장 흥미롭다. 참, 이 미술관의 규모는 중부 지역에서 시카고 다음으로 크다. 충분한 관람을 위해 최소 두 시간은 할애하는 것이 좋다. 덴버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특히 미국 서부의 역사와 특유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히스토리 콜로라도 센터History Colorado Center는 콜로라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흑인 서부 박물관Black American West Museum은 개척 시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기여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몰리 브라운 하우스 박물관Molly Brown House Museum은 타이타닉 생존자인 마가렛 브라운이 살던 집으로 19세기 골드러시 당시 그녀가 부와 명성을 얻은 과정에 대해 전시한다. 

다운타운에는 수많은 라이브 카페와 펍이 있지만, 덴버에 온 이상 레드록스 원형 극장Red Rocks Park & Amphitheater을 빼놓고 공연과 음악을 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차로 40분만 가면 일생에서 잊지 못할, 가장 장엄한 공연장이 기다린다. 과장이 아니다. 미국의 롤링스톤지는 레드록스를 ‘미국 내 최고의 야외 뮤직 공연장’으로 선정했다. 

인기 있는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날이면 9천석규모의 공연장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꽉 찬다. 지하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비틀즈, U2 등 이곳에서 공연한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흔적이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한다. 입학식이나 졸업식과 같은 행사도 종종 이곳에서 열린다. 붉은 사막과 암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졸업식이라니, 이보다 더 근사한 순간이 또 있을까.

대자연의 경이로움,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오래전부터 로키산맥을 걷는 일을 꿈꿔왔다. 캐나다 로키, 미국 로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콜로라도에서 나의 첫 로키를 만났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은 덴버 다운타운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지금도 처음으로 로키의 풍경을 마주한 순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이드가 말해준 나무나 꽃의 이름은 이제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보낸 나른한 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여행은 에스티스 파크Estes Park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로키 여행의 관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길가에는 마치 관광지처럼 레스토랑, 캠핑용품점, 기념품 숍이 들어섰지만, 로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베이스캠프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에스티스 파크의 랜드마크는 의외로 호텔, 그 유명한 스탠리 호텔Stanley Hotel이 이곳에 있다. 스티븐 킹은 1974년 스탠리 호텔 앞을 지나가며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고, 이에 영감을 받아 <샤이닝>을 썼다. 소설은 마치 이곳의 배경처럼 외부와 고립된 산속 호텔에서 미쳐가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귀신을 보거나 오싹한 기분을 느낀 것은 스티븐 킹만이 아닌 듯. 호텔 주변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글이 지금도 종종 인터넷에 올라온다. 호텔은 이를 놓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귀신이 출몰하는 장소’라는 것을 내세워 나이트 투어도 진행한다.

에스티스 파크에서 30분을 더 이동하면 비로소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191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약 100년 이상 이곳으로 향하는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침에는 주변에 곰이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행운을 빌어요” 매표소 직원이 말한 행운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을 볼 수 있다는 것일까, 곰을 조심하라는 걸까. 아니, 우선 중요한 건 이곳에 곰이 산다는 것이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동물은 곰뿐만이 아니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900여종의 식물, 250여종의 조류, 60여종의 희귀 야생동물의 터전이다. 산은 해발 7,840피트에서 시작해 14,255피트까지 이어진다. 면적은 415평방마일에 달한다. 이렇게 장엄한 규모를 자랑하니 어딘가에 곰 한 마리쯤 돌아다니는 것은 이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차는 큰뿔산양이 자주 지나간다는 도로에서 멈췄다. 

마침 국립공원의 가이드가 방문객들을 모아 놓고 큰뿔산양에 관해 이야기 중이다. “그들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쯤 높은 언덕에서 초원으로 내려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양떼를 기다리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 자주 이곳에 오던 양떼가 있었는데, 관광객 두 명이 이를 보기 위해 언덕에 올라간 이후로 다시 마을로 내려오지 않고 있죠” 그는 이곳은 동식물의 집이며, 우리는 그들의 집에 잠시 들렸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차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몇 번이나 지났다. 가는 내내 차창 밖으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무리와 푸른 숲이 펼쳐졌다. 그렇게 도착한 레인보우 커브Rainbow Curve. 1만 1천피트 높이에 난 길 위에 서니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서늘했다. 5월 말이지만, 숲속 곳곳에는 눈도 쌓여 있었다. 저 멀리 만년설도 보인다. 

“당신, 운이 좋네요. 지난 이틀 내내 구름이 가득했거든요. 흐린 날엔 오직 산꼭대기에 있는 만년설만 보이죠” 투어 가이드 웬디는 로키의 파노라마 뷰를 앞에서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겨우 도시에서 두 시간 떨어져 있는 것일 뿐인데, 모든 풍경이 달라졌다. 휴대폰은 공원 입구에서부터 신호를 잡지 못했다.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기분. 끊임없이 울리던 메시지 알람에서 벗어나니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녹초가 됐던 몸은 바람에 실린 싱그러운 풀향기에 거짓말처럼 깨어났다. 호수 위를 걷는 엘크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뒤편으로 펼쳐진 눈 덮인 산봉우리, 푸른 소나무 숲, 아늑한 농장에 마음을 빼앗겼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늘 보던 초록색 나무들까지 마치 모두 처음 보는 풍경 같았다. 모든 색채가 진하고 생생했던 로키산맥의 풍경은 지금도 나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맥주, 황금빛 물의 유혹

여름밤이면 그 어느 때보다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대체 톡 쏘는 황금빛 물이 뭐길래 우리는 이토록 맥주에 열광하는 것일까. 맥주는 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기원전 4,2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발효한 빵을 만들었고, 이 빵의 맥아를 분해, 당화 하는 과정을 거쳐 맥주와 비슷한 황금빛 음료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수메르 민족의 오래된 기록 중에는 방아를 찧고 맥주를 빚어 신에게 바치는 모습도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맥주는 이집트, 로마를 거쳐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 그리고 맥주를 향한 세계인의 사랑은 지금도 식을 줄을 모른다. 독일, 벨기에, 체코는 이미 유럽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맥주 강국으로 인정받는 중. 그래서인지 술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영국을 대표하는 것은 위스키, 유럽은 와인 또는 맥주라는 공식이 떠오른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술은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시기별로 대중이 즐기던 술이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 음주를 바라보는 시각은 미국인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미국 각지에서는 절주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1839년 <뉴욕의 위험한 계급>이라는 책에서는 ‘술이 빈곤 계급의 75퍼센트를 만들었다’라고 적혀 있다. 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맥주를 대하는 태도는 관대했다. ‘맥주는 액체 빵’이라는 의견이 등장했고, 5퍼센트 알코올을 포함한 맥주는 절주에 이상적인 음료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1870년부터 1920년 사이에는 노동자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이 성행했다. 하지만, 알코올과 주점은 중산층 이상 계급에게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다. 1920년 1월 16일, 결국 미국에서는 술의 제조 및 유통, 판매를 금지한 ‘금주법’이 시행된다. 맥주를 포함한 모든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제조업자들은 미리 만든 술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만 했다. 

미국 주류 산업의 암흑기는 금주법과 함께 약 12년간 지속된다. 금주령 해제 이후 맥주 양조가들은 다시 술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눈 깜짝할 새에 대규모 맥주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했다. 소규모 브루어리들이 설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행인 점은 이것이 모두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레이트 디바이드의 브루 펍 공간. 반대편에 위치한 주조 공간은 맥주 투어로 방문할 수 있다.

맥주에 의한, 맥주를 위한 도시

홈 브루잉이 공식적으로 승인되고, 개인 브루어리 사업의 규제가 낮아진 지는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브루어리 산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미국의 크래프트 비어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성장해왔다. 미국의 금주법 이후에 가장 급격한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 미국 내 브루어리는 고작 92개였다. 

2017년 브루어스 협회에서 발표한 리포트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내 브루어리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브루 펍을 포함해 총 6,266개에 달한다. 미국에 소규모 브루어리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한 맥주를 맛보고,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기 때문. 이들의 특징은 맥주로 이름난 유럽의 국가들처럼 미국 고유의 맥주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식 맥주, 체코식 맥주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는 등 보통의 양조 방식과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도 만들어낸다. 미국에서 맥주로 이름난 도시는 와인으로 유명한 곳만큼이나 많다. 크래프트 비어로 유명한 지역은 포틀랜드, 시애틀 등이다. 그러나 쿠어스처럼 역사 깊은 브루어리가 있고, 쉴 새 없이 새로운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탄생하는 곳을 꼽자면 단연 덴버일 것이다. 

세상은 넓고 마실 맥주는 많다. 그리고 덴버에는 마실 맥주 중에서도 ‘맛있는’ 맥주가 많다. 덴버에는 미국의 전설적인 브루어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브루어리인 쿠어스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덴버 다운타운과 덴버 근교에는 약 100개의 브루펍, 브루어리, 탭룸이 자리한다. 그중 상당수는 덴버다운타운 북쪽에 위치한 리버노스River North가 고향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브루어리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바로 맞은편에 브루어리가 생겼어요. 우리가 경쟁관계이냐고요? 이곳에선 새로 입주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배척하지 않아요. 이 지역이 브루어리 동네라고 불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거잖아요” 리버노스에 위치한 목커리 브루어리 담당자의 말이다. 덴버의 맥주를 만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브루어리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다. 세네시간에 걸쳐 여러개의 양조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두말할 나위 없이 시음. 각 브루어리마다 내세우는 맥주를 두세종류 맛볼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투어에 참여해 만난 브루어리는 총 세 곳.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레이트 디바이드Great Divide, 리버노스의 목커리Mockery와 라티오Ratio였다. 목커리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어 클래식한 맛과 독특한 맛의 맥주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그레이트 디바이드는 IPA, 개성 있는 캔 디자인이 특징이다. 라티오는 맥주도 맛있지만, 리버노스의 분위기를 즐기며 맥주를 마실 공간이 있어 더욱 특별하다.

리버노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이 지역은 늘 주조 공장의 차지였다. 몇몇 주조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한때 이곳은 덴버의 할렘가로 취급된 적도 있었다. 자연스레 임대료는 내려갔고 돈 없는 예술가들은 비싼 다운타운을 떠나 하나둘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의 취향을 충족하기 위한 훌륭한 레스토랑, 라이브 펍, 편집숍이 들어섰다. 

한마디로 미국의 뜨는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다. 맥주 애호가가 아니라면 덴버에서 가장 힙한 동네를 본단 느낌으로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덴버를 여행하며 처음으로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나처럼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오늘날은 맥주의 황금기이자 최대 혼란기일 것이다. 

크래프트 맥줏집이나 맥주 매장에 가면 일단 수십 가지의 현란한 맥주 진열 코너를 일일이 살펴보며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선택하지 않은 그 맥주에 대한 갈증은 이를 마실 때까지 해소돼지 않는다. 결국 맥주 두어 잔을 들이키거나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맥주를 사고 나서야 그곳을 떠날 수 있다. 

물론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과 맛을 찾아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나는 지금 그레이트 디바이드의 페일 에일을 마시며 지난 여행을 추억하고 있다. 가수 존 덴버는 덴버를 사랑해 자신의 이름을 ‘덴버’로 바꿨다고 한다. 이름을 바꿀 정도로 이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쇼핑 센터, 매일이 축제 같은 다운타운, 도시를 둘러싼 로키 산맥과 환상적인 공연장. 그리고 머무르는 내내 우리를 행복하게 한 맛있는 맥주.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며 아마 아주 오랫동안 덴버를 그리워할 것 같다는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How to Go

미국 여행, 유나이티드항공과 함께

한국에서 덴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환승 후 덴버로 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덴버까지는 약 2시간 40분이 걸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샌프란시스코-덴버 구간 외에도 354개의 목적지로 매일 4,600편의 직항을 운항 중이다. 특히 전 세계 9개의 글로벌 허브 공항을 거쳐 다양한 도시로 떠날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미국 여행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은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직항 노선을 이용하자. 미주 전역 260개 도시로 향하는 편리한 연결편을 제공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글로벌 노선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직항, 1회 경유를 통해 아시아, 호주, 남미, 유럽, 중동 지역 여행이 가능하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보잉787-9 드림라이너를 새롭게 도입했다. 승객들은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기존보다 더욱 쾌적한 비행을 경험할 수 있다. 116석의 이코노미와 88석의 이코노미 플러스는 넓어진 머리 위 수납공간, USB 포트 및 전원 공급장치, 개인 모니터, 3코스 기내식과 간식, 휴대 전자기기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췄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급의 좌석인 이코노미 플러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최대 13센티미터 여유로운 레그룸, 빠른 환승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인다. 전 좌석에서 유료 기내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인 유나이티드 폴라리스도 눈여겨보자. 180도 침대형 좌석, 고급 기내 어메니티 키트,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협업해 제작한 특별 침구, 트로터 프로젝트와 제휴를 통한 업그레이드 된 기내식까지. 업무, 휴식, 수면 모두 부족함이 없는 하늘 위 최고의 공간이다.

문의 www.united.com/ual/k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