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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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러시아]     도시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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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바이칼을 찾아 떠나는 시베리아 횡단기

Siberia

바이칼을 찾아 떠나는 시베리아 횡단기

바이칼 호수 일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으며 투명한 호수 보통의 호수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 호수가 바로 바이칼호수이다.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어로 물을 뜻하는 ‘바다(BADA)’에서 어원이 있다고 한다. 위치는 러시아 중심위치에서 동쪽으로 조금 치우친 곳에 있으며,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열차로 3일, 모스크바에서는 4일이 걸린다. 

360개의 강이 호수로 흘러들어오지만, 단 하나의 강, 아무르 강만이 이르쿠츠크를 거쳐 북극해로 흘러가게 된다. 아무르 강의 은혜로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대도시가 되어 바이칼호수를 찾는 사람들을 폭 넓게 맞아줄 수 있다. 보통 겨울에는 -40도의 혹한이 찾아와 호수는 성난 송곳 같은 얼음을 보여주게 되는데, 그것이 장관이라고 한다. 

열차에서 보는 바깥 풍경 나는 바이칼호수에서 해수욕이 가능한 단 1달, 8월에 다녀와서 이곳이 시베리아인지 싶기도 한 여행을 하였다. 8월의 바이칼호수는 해수욕을 할 수도 있고, 산책을 하면 상쾌한 정도의 땀이 나게 되는 따뜻한 기온이며, 바람도 거의 없다. 대륙성 기후여서 비가 많지도 않아 여행하기 딱 좋은 맑고 건조한 날씨이다. 

바이칼호수를 중심으로 많은 관광지와 패키지가 있어 누구나 준비 없이 와도 여행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환바이칼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숫가를 돌며 청춘을 느끼거나, 호수와 맞닿아있는 동네인 리스트비얀카에서 조용한 바이칼 호수를 즐길 수도 있다.

이르쿠르크역과 기차표 시베리아로 나아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점이자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인 ‘블라디보스톡’에 열차 여행의 전초기지를 세웠다. 밤기차를 타기로 예약을 한 터라, 낮 시간 거의 한 나절만이 열차여행을 준비할 시간이었는데, 핵심 관광지와 쇼핑지가 가깝게 붙어있어 뚜벅이 여행자도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목적지가 바이칼호수인지라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배를 두둑이 채우자는 목적으로 먹기 위한 여행을 하기로 계획하였다. 우선 브런치로 유명하다는 ‘블린’을 파는 집에 가니 한국인이 99.9%였는데, 점원 빼고 모두 한국인인 셈이다. 한국인이 많은 이유는 방송을 탄 집이라 하여 인기가 많았는데, 러시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울란우데역 육교위에서 본 기차그 이후에는 비바람이 몰아쳐 계획과는 달리 쇼핑을 하게 되었는데, 관광도시답게 쇼핑 스팟도 다양하고 매장도 넓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러나 러시아언어인 키릴문자는 너무 생소한데다 영어 안내가 원활하진 않으므로, 오프라인용 번역기는 필수다. 기차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해양공원에 갔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15~20분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한국에서는 귀한 곰새우를 먹기 위해서였다. 

해양공원은 블라디보스톡 사람들의 휴게 쉼터이고 놀이기구도 있다. 그곳에서 먹는 곰새우는 별미인데 맥주와 먹으면 쉼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곰새우의 여운을 남긴 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러 기차역에 돌아왔는데, 역시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가 출발하는 역답게 역사 안에 간이호스텔은 물론 175루블만 주면 샤워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도 여행인프라가 잘 되어있지만 참으로 놀라운 문화였다.

블라디보스톡 해양공원9,288km 그리고 지구의 1/4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1,2,3등석으로 나뉜다. 나는 개방형 객실인 플라츠카르타, 즉, 3등석의 2층 침대를 이용했다. 오르내리기는 불편하지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낮잠을 잘 때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 편안했다. 처음 열차를 타면 침대에 매트만 덩그러니 있는데, 객차의 차장이 시트와 이불, 수건 등을 나눠 준다. 

위생봉투에 담겨져 오는데 삶아 빤 듯한  보송 개운한 느낌이라 3일간 사용해도 산뜻했다. 시트류는 내릴 때 반납해야 하는데 차장이 내리기 1시간 전에 회수했던 기차표를 돌려주며 시트류를 걷어간다. 블로그 후기들을 보면 차장에게 얼마의 돈을 주고 샤워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바이칼호수까지 가는 72시간동안은 드라이 샴푸와 물티슈 등이 있으면 무난하게 보낼 수 있다. 

바이칼 호수열차를 탈 때는 컵라면과 감자 퓨레만 준비하였고, 과일류와 각종 빵은 중간 중간 정차해주는 역에서 조달하여 먹었다. 이따금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며 덮밥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팔러오는 승무원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식당 칸에서 조리장이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었다. 

식당 칸은 내가 탄 18량짜리 열차의 맨 뒤 칸에 위치하고, 1등석의 바로 뒤 칸이었다. 식당에서 바이칼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음식이 제일 꿀맛이라 하여 바이칼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식당 칸을 방문했다. 뜨끈한 보르쉬(러시아식 전통 스프)를 마셨는데, 러시아에서 먹은 보르쉬들 중에 가장 맛이 뛰어났다. 

술을 못하는 내게 보드카를 권하는 러시아 총각들 덕분에 허겁지겁 먹고 나오게 되었지만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열차를 타고 오는 내내 평화 그 자체를 즐겼다. 내가 탄 객실에 외국인이 나 혼자뿐인지라 차장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덕분이기도 하였고, 창밖의 들꽃과 나무로 이루어진 평원들과 햇살이 아직도 내 마음에 비춰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한 듯하다.

블라디보스톡의 유명한 해적커피바이칼 호수를 한 발짝 더 가까이...

72시간의 여정을 지나 이르쿠츠크에 왔다. 기차역 인근 호스텔에서 1박을 하고 트램이란 것을 난생처음 타보았다. 흔들거리던 거친 느낌과 손수 내릴 곳을 알려주던 츤데레 차장은 트램의 경험을 감사하게 해주었다. 중앙시장이란 곳에 도착하여 15인용 미니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리면, 바이칼 호수를 맞이하게 되는데 처음 본 순간은 눈이 부신 모습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바이칼 호숫가 숙소에 짐을 풀고 호숫가를 거닐고 있는데 1시간짜리 유람선 티켓을 파는 아저씨가 굉장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았다. 600루블로 알고 갔는데 성수기라서 그런지 500루블에 타보라 하여 냉큼 유람선에 올라탔다. 

바이칼 호숫가에서 먹는 샤슬릭유람선을 타면 바이칼 호수로 나아가는데 시원을 바람을 맞다보면 한적한 호숫가에 정박하여 내려준다. 그 곳의 물의 투명도는 부둣가의 물은 비교도 안될 만큼 맑데 확실히 관광객의 손을 적게 탄 곳이라 그런지 수심이 한참 깊어도 물속이 다보였다. 어린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수영을 하였지만 단벌의 배낭여행객인 나는 그저 발만 담가 보았다. 

날씨는 따뜻한데 반해, 여름 바이칼호수는 맑은 만큼 차갑고, 깊은 만큼 상쾌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이칼 호수는 특별한 생물이 있어 자정능력이 뛰어나 수도 장치 없이 먹어도 탈이 안 난다고 했다.

이르쿠르크 중앙시장다시 부둣가로 돌아오는 길은 좀 더 호수 중심가 쪽으로 크게 돌아오게 되는데, 그 순간 수평선을 마주할 수 있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수평선도 선명하고 파도 너울도 꽤 크다. 리스트비얀카에는 바이칼호수 박물관과 전망대가 있는 동네이다. 박물관에서 나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몸으로 호수를 느끼게 해주는 잠수함 체험을 하였다. 

호숫가에 스쿠버 다이빙 업체가 있던데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큼 호수 속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박물관의 마스코트는 ‘네르빠’라는 물개인데 과거에는 바닷물개였지만 현재는 바이칼호수에 살아가는 귀여운 생명체로 진화하였다. 생각보다 통통하고 애교도 많다. 

바이칼 호수 유람선박물관 앞에 네르빠 인형을 파는 노점상을 지나 30분 정도 뒷길로 걸어가면 ‘체르스키 전망대’라는 박물관이 나온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꽤 걸어가야 해서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이지만 유명 관광지인 덕에 차들만 따라가면 짠! 하고 나타난다. 

체르스키 전망대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는 짚라인을 타고 갈 수 있는데, 길이도 꽤 길고 높이가 상당해 숨겨진 액티비티 명소임에 분명하다. 정상에 올라가면 시야가 뻥 뚫려 바이칼 호수와 아무르 강 줄기가 훤히 보이는데,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온다. 이번 여행의 정점은 이곳에서 찍은듯했다.

리스트비얀카 전경또 그리운 바이칼 호수

혼자가 되기 위해 가방 하나 메고 무작정 떠났다. 자연으로 갈수록 웅장함에 압도되어 나흘로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복잡한 머릿속도 풀어내었다. 여유가 생긴 후,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마주하게 되면 한국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이 가득하여 감당하지 못할 선물을 사거나, 러시아 현지인들을 만나며 사람의 온정이 더 그리워지는 순간도 생겼다. 오롯이 혼자가 되기 위했지만, 여전히 함께 있었고 주변인들의 평범한 감사를 더 느낀 소중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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