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2 인천/LA/리마/브에노스 아이레스

1박 2일, 25시간 비행으로 브에노스 아이레스 도착

인천공항을 출발한 보잉 380 최신형 항공기는 11시간의 장시간 비행 끝에 같은 날 아침에 L.A.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번거로운 미국입국 수속을 마친 후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서 일단 L.A. 시내 코리아타운으로 이동했다.

해장국으로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오늘 저녁 리마경유 브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하는 항공기 출발 시간인 저녁 9시에 맞추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휴식처로 자리를 옮겼다. 당초 계획은 공항 인근의 호텔에 투숙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2시 이전에는 객실 조기 입실Early Check In이 불가하여 차라리 한국인이 경영하는 찜질방에서 잠시 수면하면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날 저녁 9시 정각에 L.A.국제공항을 출발한 칠레 항공사의 란탐LANTAM 항공편으로 9시간 비행 후 리마 공항에 도착하여 환승 수속을 한 후 다시 5시간여 비행 끝에 드디어 오후 7시가 넘어서 아르헨티나의 브에노스 아이래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박 2일 동안 꼬박 25시간을 비행한 탓에 우리 일행은 거의 파김치가 되었고, 브에노스 아이fp스 시내로 들어와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거의 자정이 다 되어 침대에 거의 쓰러지듯 피곤한 몸을 눕힐 수가 있었다.

Day3 브에노스 아이레스/우수아이아 항 크루즈선 승선

또 3시간 30분 비행, 우수아이아 공항에

어젯밤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서 첵크인 시 호텔 직원이 전해준 선사가 보내온 바우처 서류뭉치의 안내에 따라 취침 전 큰 가방에 빨간색 짐택Luggage Tag: Red Colour을 붙여 객실 문 앞 복도에 놓아둔 가방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미 포터들에 의해 옮겨지고 없다.

아침 식사를 위해 내려온 식당 테이블에는 우수아이아Ushuaia 공항까지 탑승할 선사가 제공하는 전세기 탐승권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여행은 남극 탐험 크루즈 여행과 파타고니아 관광이 주목적이었다. 또한 이번 여행에 동행한 일행들도 이미 한두차례 남미 크루즈 여행으로 남미대륙을 경험한 분들이라 가능한 한 일정을 줄이려고 했다.

어제 저녁 늦게 브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 뒤, 다시 오늘 아침 일찍부터 남극대륙 탐험 여행의 관문인 우수아이아를 전용기편으로 출발해야 하기에 100여 년 전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였던 아르헨티나의 수도 브에노스 아이레스의 멋진 볼거리를 즐길 틈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튼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선사가 정해준 미팅 시간에 맞추어 브에노스 아이레스 국내선 공항터미널로 이동했다.

곧바로 탑승한 전세기는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도시이며 아르헨티나의 티에라 델 휴에고 주의 주도인 우수아이아로 향한 후, 3시간 30분 정도 비행 뒤에 우수아이아 공항에 도착했다. 1884년 아르헨티나의 해군에 의하여 탄생한 우수아이아는 이곳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안Yahan Indian 말로 ‘서쪽으로 향한 반도Bay toward to the west’라는 뜻이며 실제로도 우수아이아는 서쪽으로 길게 뻗어있다.

아름다운 만년설과 비글 운하의 우수아이아

우수아이아 도시 뒤로는 깎아지른 듯한 산꼭대기에 한여름에도 언제나 하얗게 만년설이 덮여있고, 도시 앞으로는 아름다운 비글운하Beagle Channel가 그림처럼 흐르고 있다. 대부분의 집과 건물들은 이곳에 이송되어 온 600여 명의 죄수들의 노동으로 벌목된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거의 대부분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아마도 당시에 건물이나 집을 짓던 건설기술자나 건물 주인들이 알래스카의 시티카를 다녀온 경험들이 있어서 어정쩡하게 러시아식 건물 모습을 흉내 낸듯하다고 언젠가 이곳 현지 가이드가 설명해 준적이 있다.

Day4 드레이크 해협 통과하며 전일항해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Drake Passage

어제 저녁 우수아이아 항을 출항한 미드나솔 호는 밤새 비글 운하를 항해하여 드디어 대서양과 태평양이 서로 합쳐지는 망망대해의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에 들어섰다. 밤부터 오전까지는 크루즈선이 높은 파도에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일행들은 새벽부터 느끼기 시작한 심한 뱃멀미로 아침 식사도 못하고 선실 침대에 누워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동안 200여회 넘는 크루즈선 승선 경험으로 단련(?)된 체질 때문인지 그저 배가 많이 흔들린다고만 여겼다. 요즘 크루즈선들이 점차 대형화되어 10만 톤 급 이상인 보통급 크루즈선이나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인 22만 톤 급 크루즈선과는 물론 비교해도 턱없이 규모가 작은 미드나솔 호(16,151톤급)의 요동은 충분히 그럴만하다고만 생각하면서 선내 공용시설 여기저기를 둘러본 뒤 라운지에서 따끈한 핫 초코레이트를 마시는 둥 홀로 여유를 부리기도 했는데....

이 비글 운하는 유명한 영국의 탐험가이며 과학자인 챨스 다윈Charles Darwin이 1831년부터 1836년까지 5년 동안 남미 최남단 지역을 항해하는 도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당시 이 들이 타고 온 배인 비글Beagle호 이름을 따서 비글 운하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비글 운하의 길이는 180킬로미터이며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서로 연결하여 준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까지만 하여도 이곳 우수아이아 지역은 모두 빙하로 덮인 얼음 천지였다고 한다. 우수아이아는 수년 전 이미 필자와 함께 남미 크루즈 여행 시 이곳에서 유명한 지구 최남단을 달리는 꼬마 기차를 타고 광활한 티에라 델 휴에고 국립공원을 관광 한 적이 있다.

또한 카타마란(Catamaran: 쌍동선)을 타고 비글 운하로 나가서 물개, 몸에 표범처럼 점도 있으며 성질이 날카로운 바다표범, 덩치가 아주 크고 이빨이 사나워 보이는 바다사자, 고래 등 바다 야생동물들과 각종 새 떼들 특히, 아르헨티나에만 있다는 날지 못하는 새인 스팀어 닥Steamer Duck과 가마우치 등을 둘러보는 관광을 했었다.

또한 우수아이아에서 빠져서는 안 될 물개섬 바위에 우뚝 서 있는 아름다운 빨간 등대 등을 모두 예전에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우수아이아 시내 중심가를 둘러본 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케이크와 따끈한 커피를 마신 후 크루즈터미날로 이동하여 승선 수속을 진행했다.

웬걸!

일행 모두는 계속되는 뱃멀미로 점심도 거르고 선실 침대에 누워만 있은데 홀로 앉아 평소처럼 점심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점점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가만히 앉아있어도 어지럼증과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뱃멀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 통과에 대하여서는 이미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고 또한, 단단히 뱃멀미에 대한 각오까지 하고 왔지만, 막상 견디기 힘들 정도의 뱃멀미가 지속됨에 따라 어떻게든 내일 아침 크루즈선이 남극대륙 반도에 들어서고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 걱정으로 태산 같았다. 정말 얼마나 고통이 심했던가에 “왜 이곳에 괜히 찾아왔나?” 하는 뒤늦은 후회까지 하염없이 밀려왔다.

이번 남극 탐험 크루즈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혹시 모를 뱃멀미가 걱정되어 그래도 크고 작은 크루즈선들과 일본행 페리선 승객들이 많은 부산항 크루즈터미널 내의 약국이 가장 효과가 좋은 뱃멀미약을 취급하리라 싶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약사가 강력히 추천하는 은행잎 엑기스성분이라는 ‘타나솔’과 ‘귀미테 정’(알약)을 한 보따리 준비해 갔다.

하지만, 선내에서 판매하는 뱃멀미약이 오히려 효과가 더 있지 않나 싶어서 선내에서 산 뱃멀미약을 복용해 보았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필자 역시 저녁을 굶은 채 그나마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그래도 덜 뱃멀미를 느껴서 꼼짝하지 않고 선실 침대에서 빨리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영문건강진단서 및 여행허가 확인서 필수 준비

그뿐만이 아니고, 남극 탐험 크루즈선을 승선하기 위하여서는 대형 종합병원에서 발급한 담당 의사의 승객 개별 영문건강진단서 및 여행 가능하다는 확인서가 필수적이며 건강확인서 미제출시에는 승선이 거부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결핵이나 기타 전염성 질병이 있는 승객들은 청정지역인 남극대륙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이들 남극 탐험 크루즈선들이 건강진단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남극 크루즈 여행은 일반적으로 10만 톤급의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하여 남극 크루즈 관광Antartica Scenic Cruising을 경험 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수천 명의 크루즈 승객들은 남극대륙에 직접 상륙하지 못하고 보통 5~6일 정도를 지루하게 선상에서 그것도 멀리 떨어져 빙하나 빙산 등 장관을 씨닉크루징Scenic Cruising하며 즐겨야만 한다.

따라서 남극 크루즈 여행이나 남극 탐험 크루즈 여행이나 모두 남극크루즈 여행이지만, 선실 요금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서 남극 탐험 크루즈선들(보통 100~250명 승선 인원/최대 550명)의 선실 요금이 일반적인 남극크루즈선(보통 2,000~3,000명 승선 인원) 선실 요금보다 서너배 차이가 나서 웬만한 여행 매니아 아니고는 선득 나서기 쉽지 않은 고가 여행상품이라고 하겠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여행이 보편화하여서 지난 한 해 동안에만 2,800만 명이 넘는 많은 여행객이 해외여행을 경험했는데, 이들 수많은 여행객들 중 이제까지 과연 몇 명이나 남극대륙에 발을 들여놓았을까가 궁금하다. 남극대륙이 아닌 남극반도 인근에 있으며 남미대륙의 최남단인 케이프 혼에서 가장 가까운 섬인 킹조지 섬에 위치한 우리나라 세종기지의 연구원 등 종사원들을 제외하면 겨우 수천 아니 수백 명이나 되겠는가 하다.

남극대륙 탐험은 드레이크 해협 통과가 관건

남극대륙 탐험 크루즈 여행은 엄청난 여행경비도 부담스러운 일이고 또한 의사의 건강검진 확인서 등 까탈스러운 승선 조건도 문제지만 그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악명 높은 드레이크 해협을 어떻게 덜 고통스럽지 않게 항해하는 일이다. 실제로 10여년 전에는 남극 탐험 크루즈선들의 대부분이 승객수가 150명 정도의 작은 탐험선이 드레이크 해협의 거친 파도를 견디어 내지 못하고 결국은 뒤집히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던 선박들의 재빠른 구조 활동으로 단 한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은 자칫 큰일 날 뻔한 대형사고도 였다. 그래도 이처럼 발 들여다 놓기 쉽지 않은 이번 남극대륙 탐험 크루즈 여행 중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일은 당초 크루즈 일정에는 우수아이아 항구를 출항하여 꼬박 3박 4일 후에야 남극대륙의 첫 번째 기항지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그나마 드레이크 해협의 파도가 덜 심한 탓이었는지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2박 3일 후인 오후에 하프문 베이Half Moon Bay에 도착하는 것이었고, 이 소식을 접한 일행 모두 환호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