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발행구분
[2019년 1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이탈리아] 도시분류 : [피렌체]
기사제목
[ESSAY] 잊지 못할 아름다웠던 시간, 엄마와 함께하는 이탈리아 여행
잊지 못할 아름다웠던 시간, 엄마와 함께하는 이탈리아 여행
우연히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나온 수첩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일명 버킷리스트의 목록을 읽어 보았다. 책 읽기, 자격증 따기 등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하기였다.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엄마와 단 둘이 떠나는 여행도 참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생각만 하고 있어서 막상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엄마도 일을 하고 있고 나도 타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정말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비행기 티켓을 먼저 결제하였다. 엄마는 ‘이 나이에 내가 유럽까지 갈 수 있겠냐’ 면서 걱정이 많았지만 내심 설레는 모습이셨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노윤지 노윤지｜서울시 마포구 라디오 방송 중 김창완의 아름다운 이 아침 프로그램에서 ‘오늘도 추억이 됩니다’ 라며 김창완 DJ가 항상 언급합니다. ‘오늘’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멋진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헛되지 않은 ‘오늘’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엄마와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 나는 항상 혼자 하던 여행에 익숙했던지라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보통 유럽에서의 숙소는 눈만 붙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밥은 서서 끼니를 때울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최고의 여행을 경험하기 위해 깨끗한 숙소, 근사한 레스토랑, 최소한의 이동거리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이탈리아다. 아무래도 예전에 다녀와 본 곳이라 친숙하므로 헤매지 않고 수월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이탈리아 내 도시 이동 열차 예매, 한국인 가이드 투어 검색 등 이러한 준비 과정에서 마음은 벌써 이탈리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에게 로마는 ‘오드리 햅번’의 데이트 장소 열 시간이 넘는 비행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내내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설렜다. 이탈리아 여행의 대표 코스인 로마-피렌체-베니스로 루트로 무리한 일정이 아닌 ‘엄마 맞춤형 관광’으로 둘러보았다. 먼저 로마에 도착해서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이탈리아는 도보로 명소를 둘러 볼 수 있어 유럽 여행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엄마에겐 이탈리아는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곳으로 기억하신다. 앤공주와 조브래들리가 함께 로마를 돌아다니며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로마의 명소가 모두 담겨져 있어 여행하기 전에 꼭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유여행이지만 현지 단체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서 ‘바티칸 투어, 남부투어’에 참여했다. 가이드의 꼼꼼한 설명과 유창한 말솜씨에 즐거워하셨다.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반가운지 단체관광을 더 좋아하시는 듯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가이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나폴리의 유래에 관해 설명하며, “왜 나폴리인지 아나요?” 한 아주머니가 말씀하길 “빨래가 나폴~ 나폴~ 해서 나폴리 아닙니까” 라며 주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함께 온 딸이 부끄러워했다는 이야기. 지금도 엄마와 나폴리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곤 한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 바로 아말피 해변이다. 아찔한 절벽 사이에 촘촘하고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은 건물, 아름다운 해변과 잘 어우러져 정말 장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포지타노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말피 해변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도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한 듯 너무 좋다는 말은 연거푸 하셨다. 가는 곳마다 좋아하시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5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꼭 다음엔 엄마와 함께 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같이 왔다. 특히 이곳에서 모녀의 인생 사진을 찍어준 임성일 가이드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유럽 날씨는 오락가락하다.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에 비가 주적주적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날씨! 다행히 피렌체에 도착할 즈음 거의 그쳤다. 약간 쌀쌀해진 날씨라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유명한 카페가 있어 짐을 풀어놓고 바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면 자리를 맡고 주문을 하러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탈리아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가격이 더 비싸다. 보통 서서 마시면 카페라테는 1.5유로지만 앉아서 마시면 6유로,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엄마는 당연히(?) 서서 마시자고 하시며 스탠딩 바에 자리를 잡으셨다. 처음에는 서서 먹는 게 낯설어 보였는지 두리번거렸지만 이내 적응하여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즐겼다. 엄마도 점점 여행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작은 반찬 재료도 시장을 이용하는 엄마는 이탈리아의 시장이 궁금하셨다. 외국 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피렌체 대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찾은 우리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신기한 채소와 과일이 가득하고 이탈리아답게 파스타, 피자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엄마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라며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생활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엄마랑 시장에 가면 인심 좋은 할머니가 파는 칼제비(칼국수+수제비)를 즐겨 먹었다. 피렌체 시장의 별미를 맛보이고 싶어 곱창버거를 추천했다. 이름부터 낯설어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엄마 입맛에 맞았는지 한 개를 뚝딱 해치우셨다. 앞으로 시장에 가면 계속 생각날 것 같은 곱창버거, 한국에도 들어왔으면 좋겠네.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도시이자 소설가 뒤마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한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베네치아는 여러 섬을 다리로 연결하여 만든 곳이다. 그래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고 배가 주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에 엄마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베네치아가 100년 뒷면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진흙 섬을 간척해서 만들어 지반이 점점 무너져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이 아름다운 섬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울 뿐이다. 베네치아의 대표 명소 부라노섬으로 가기 위해 배를 탔다. 부라노섬은 알록달록한 집들로 이루어져 있어 사진 찍기 아주 좋은 곳이다. 나라에서 페인트를 제공해서 집주인들이 직접 컬러를 선택해서 칠하는 것이다. 평범한 마을에 페인트만 칠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엄마와 형형색색의 집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걷다가 힘들면 벤치에 앉아 잠깐 쉬기도 하고 엄마도 점점 도보 여행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엄마는 요즘 TV에서 이탈리아와 관련된 소식은 아주 꼼꼼히 챙겨보는 버릇이 생기셨다. 심지어 홈쇼핑에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프로그램도 “우리가 갔던 곳이네, 정말 좋았는데….” 하시며 그때를 추억하곤 하신다. 아무래도 제 2의 유럽 여행을 계획해야 될 것 같다. 유럽이 아니고 국내라도 부모님의 몸이 건강할 때 좋은 곳을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항상 건강하세요 엄마, 아빠! ▲ 다음글
▼ 이전글
|
‘빨래가 나폴~ 나폴~’ 그래서 나폴리지요.
아말피 해안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서서 먹는 커피에 익숙해진 그녀.
칼제비 같은 존재, 곱창버거
배가 대중교통수단이라니
Epilogue
| 메인페이지 | 회사소개 | 정기구독 | 뚜르드몽드 기사검색 | 커뮤니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