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DLIFE IN NEWZEALAND

 

뉴질랜드에서 만나는 귀여운 동물들

뉴질랜드 남섬의 주요 도시인 더니든의 동쪽, 오타고 항만을 따라 태평양까지 길게 뻗어 있는 오타고 반도는 아름다운 자연과 지역 아티스트들의 갤러리들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이곳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 여행지 중의 한 곳이라는 점이다.

 

글 전준호 기자 사진 뚜르드몽드 포토 취재협찬 뉴질랜드관광청, 에어뉴질랜드

 

더니든 시티에서 오타고 항만을 따라 펼쳐진 해안 도로를 달리다보면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왼쪽 창밖으로는 오타고 항만의 푸른 물이 넘실거리고, 오른쪽 창밖으로는 양떼들이 한가로이 거니는 나지막한 산과 그 산의 중턱에 자리한 예쁜 집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자전거를 타고, 혹은 조깅화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바다의 귀염둥이들을 찾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참을 달려 ‘모나크 와일드라이프 크루즈’가 시작되는 웰러스 록의 선착장에 당도했다. 하루에 다섯 번 출발하는 이 한 시간짜리 크루즈는 배를 타고 반도의 끝 부분인 타이아로아 헤드를 돌면서 물개와 수달,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배에 오르자 커다란 방수 외투와 망원경이 눈에 띈다. 거친 바닷바람을 막으면서 동물들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배는 서서히 출발해 테 라우오네 비치에 접근한다. 배의 반대편 방향에 있던 가이드의 다급한 손짓에 그쪽으로 가 보니, 수달 몇 마리가 비치의 모래 속을 뒹굴며 모래찜질을 하고 있다. 버거워 보이는 명란젓 형태의 몸뚱이를 뒤뚱거리는 녀석들은 귀여움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내려서 쓰다듬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비치를 떠난 배는 육지에 바짝 붙어 타이아로아 헤드로 향하면서 바위 절벽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새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의 선장이 쉴 새 없이 마이크를 통해 새들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고 있지만,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모습에 몰입한 사람들이 그 설명을 듣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이 가장 출현하기를 기다리는 새는,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길이가 3미터에 이른다는 세상에서 가장 큰 새 알바트로스다. 생의 80퍼센트를 바다에서 보내고 알을 낳을 때만 육지를 찾는다는 이 새는 이동 속도가 시속 110킬로미터를 웃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침내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절벽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원과는 달리, 그는 끝까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타이아로아 헤드 주변에 널려있는 바위 위에는 수달과 물개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있다. 입주변의 긴 수염마저 한가롭게 늘어져 있어 보는 사람마저 눕고싶게 만든다. 한 번씩 그들이 몸을 뒤집을 때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노랑 눈의 펭귄을 만나다

배에서 내린 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뉴질랜드에만 서식한다는 노랑눈 펭귄을 찾아 노랑눈 펭귄 보호구역으로 향했다. 펭귄이 살고 있는 곳으로 기지를 안내해준 가이드는 점차 사라져가는 노랑눈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을 노랑눈 펭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노랑눈 펭귄을 보기 위한 작전은 아주 비밀리에 진행된다. 가이드는 펭귄들이 관광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장 통로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고 한다. 해안으로 뻗어있는 넓은 펭귄 보호구역에는, 내다볼 수 있는 틈을 제외하고는 나무로 막힌 여러 개의 관찰용 건물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역시 나무로 지어진 통로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관광객들은 펭귄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 통로를 오가면서 펭귄들을 ‘훔쳐’본다. 각 관찰용 건물은 펭귄들이 가장 머무르기 좋아하는 위치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최소한 몇 번은 펭귄을 만날 수 있다.

 

역시 가이드는 펭귄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는데 도사였다. 멀리서 조그만 펭귄 한 마리가 뒤뚱뒤뚱 걸어오는 것을 발견한 그는, 펭귄이 갈 것으로 추측되는 방향을 따라 기자를 재촉했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 틈에 눈을 대고 있으면, 잠시 후에 틀림없이 아까 그 펭귄이 나타나는 것이다. 각 관찰용 건물에는 이곳에 살고 있는 각 펭귄들의 이름과 특징을 써 놓은 종이가 붙어 있는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결혼과 이혼 스토리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클라크의 사진 밑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클라크. 1999년에 루시와의 사이에서 제프 출산. 2000년 루시와의 사이에서 알버트 출산. 2001년 수잔과의 사이에서 마릴린 출산(루시가 매트와 바람이 났음).’

 

펭귄을 보살피는 가이드의 애정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는 펭귄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위장 통로를 만드는 것만 해도 보통 노력이 아니었을 것이며, 서식지의 곳곳에 부화 상자를 설치해 그들이 족제비나 야생고양이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했다. 관목과 덤불을 자주 심어 펭귄들이 더운 여름에 편안히 쉴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기자를 데리고 간 곳은 부모를 잃은 새끼 펭귄이나 아픈 펭귄들을 보살피고 있는 펭귄 병원. 그곳에서는 펭귄만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아직 머리에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걸로 보아 태어난 지 몇 주 안 된 새끼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다 잃은 펭귄들한테 가이드는 길게 자른 생선이 담긴 접시를 가져오더니 하나씩 펭귄의 입으로 넣어주기 시작했는데, 생선을 받아먹던 펭귄의 긴 부리에 쪼여 손에서 피가 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마지막 한 조각까지 입에 넣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종 새들, 수달과 물개, 그리고 펭귄까지 보고 난 후, 가이드인 피터는 아까 왔던 해안도로가 아닌 언덕 위의 하이클리프 도로로 방향을 틀었다. 풀을 뜯는 양떼를 지나쳐 언덕 위로 올라가자, 오타고 반도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귀여운 동물들이 배려 깊은 보호 아래 무럭무럭 그 수를 늘려가기를 기대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