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THE GREAT COMPOSER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를 만나다

천재는 불운했다. 너무나 빛나서 온몸에서 발산됐던 그의 천재성은 기이한 경박함으로 취급되었고, 옥석 같은 재능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대중들 사이를 돌처럼 굴러다녔다. 그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귀족들은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알량한 물질로 재단하고 희롱했다. 현재의 사랑은 절대 지나간 사랑을 이길 수 없듯, 모차르트가 현재였던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과거로 추억하는 지금의 사람들과 같을 수 없었다.

 

글 편집부 사진 뚜르드몽드 포토 취재협찬·오스트리아 관광청

 

오스트리아는 온통 모차르트의 나라이다. 모차르트 음악회가 낮 시간과 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도시의 뮤직홀에서 연주되고, ‘모차르트 쿠겔’이라고 이름 붙여진 초콜릿을 파는 가게 앞에는 어김없이 모차르트 마네킹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초콜릿을 들고 입간판처럼 서 있다. 지금으로부터 239년 전인 1781년부터, 35살 짧은 인생의 마지막 10년을 비엔나에서 보낸 모차르트의 도시생활 역시 티켓을 파는 그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으리라. 오로지 신만이 부여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 남자는 그날의 초겨울 아침에도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에게 음악을 의뢰할 계약자를 찾아 거리를 배회했는지도 모른다.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며 비엔나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도 잠시. 유행에 민감하고 싫증을 잘 내는 이 도시의 경박한 귀족들에게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여타 평범한 음악가들의 그것과 구분해 낼 능력이 없었다. 남들(살리에리를 포함해)이 중요한 행사의 연주곡을 잘도 따낼 때 모차르트는 싸구려 무도회용 음악을 작곡해주고 푼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는 계약자가 요구하는 대로 모든 걸 맞추어 주는 ‘음악 재단사’이기를 거부하고 대신 궁핍을 택한 자유인이었다. 물론 대가는 혹독했다. 모차르트는 죽은 후에야 각광을 받는다.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훨씬 뒤인 1869년에 이 멋진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첫 공연으로 ‘돈조반니’를 선택했다.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

천재라는 단어에 모차르트처럼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네 살 때 누이인 ‘난네를’이 하프시코드를 연습하는 것만을 듣고 그 곡을 전부 연주해내어 가족들을 놀라게 했고, 다섯 살 때는 소곡을, 일곱 살 때는 소나타를, 아홉 살 때는 교향곡을, 그리고 마침내 열세 살 때는 예술적 요소의 혼합체라 할만한 오페라를 작곡해내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음악가인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시켰던 천재 교육도 이런 그의 천재성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가 보여준 놀라운 재능은 천부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 ‘천재는 요절한다’는 공식도 그에게는 딱 들어맞아, 모차르트는 1791년에 서른 다섯 살의 나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가 이루어 놓은 음악사적인 업적은 다른 이들이 평생을 투자해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모차르트의 사후에 오스트리아의 음악평론가 ‘쾨헬’이 그가 만든 곡들을 주제별로 분류해서 자신의 머릿글자인 K와 번호를 붙여 정리했는데, 곡에 붙인 번호는 626번까지 이어졌고 음악 장르는 소나타와 협주곡에서부터 대규모의 교향곡과 오페라까지 전 장르를 아울렀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의 애증의 도시

모차르트는 지금도 그의 탄생지라는 유명세에 의해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손꼽히는 잘츠부르크에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756년, 온통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1월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게트라이데가세의 9번지에 위치한 모차르트의 생가에는 그가 어린 시절에 사용하던 악기, 직접 쓴 악보, 그의 초상화와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17살이 되던 1773년까지 이 집에서 살았고, 그 이후 1780년까지는 강 건너 마카르트 광장에 있는 ‘모차르트의 집’에서 살았다. 마카르트 광장의 집에도 그와 가족들의 흔적이 몇 개의 전시실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자신이 태어났고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는 어쩌면 그 집들과 도시를 정말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황제의 도시인 빈에서 음악적인 야심을 펼치고 싶어 했고, 자신을 옭아매는 아버지와 자신을 고용해 재충전의 시간도 없이 기계처럼 음악적 재능을 쏟아내게 만드는 대주교 ‘콜로레도’가 있는 잘츠부르크의 속박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했다. “나는 잘츠부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주교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고백처럼, 그는 1780년에 잘츠부르크를 떠났다.

그를 키운 것의 8할은 여행이었다

사실 모차르트는 전 유럽에서 만들어낸 음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세기의 유럽은 나라의 구분이 그리 배타적이지 않았고, 모차르트는 독일로,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음악 여행을 다니며 자신의 천재성 위에 각지의 대가에게서 얻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더해가며 발전시켰다. 모차르트의 첫 연주 여행은 신동으로 소문난 아이들의 손을 이끈 아버지와 함께 여섯 살 때부터 3년이 넘게 지속되었으며, 이후에도 그는 짧은 35년의 생애 중 10년 이상을 여행으로 보냈다. 당시의 교통수단인 마차가 시속 20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모차르트의 생가에는 그가 인생의 3분의 1을 여행하는 동안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는데, 그 당시의 여행이란 너무나 열악한 것이어서, 그가 요절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의 지나친 여행으로 인한 피로의 누적 때문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신동으로 칭송받다가 비극적으로 사라져갔지만

여전히 모차르트는 세계인의 가슴 속에 나름다운 선율로 기억된다

 

 

빈에 남겨진 모차르트의 흔적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서 모차르트를 추억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은 그가 3년 동안 거주하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완성시켰던 ‘피가로하우스’다. 슈테판 성당의 뒷골목 쪽에 있는 피가로하우스는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거주지에 비해서 보존 상태가 소홀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검고 큰 헤드폰을 끼고 레퀴엠을 눌러 그 음울하고도 웅장한 음의 조합을 들으며, 나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떠올렸다. 천재가 될 수 없는 살리에리의 질투 섞인 음모 때문에, 죽어가는 몸으로 자신의 장송곡을 써내려가던 모차르트의 마지막 비극을 말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사실과 추측이 뒤섞여 있다. 모차르트가 빈에서 보낸 시절은,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말년은 막대한 양의 창작 활동으로 항상 과로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길 없는 가난으로 얼룩진 시절이 맞았다. 짝사랑했던 여인의 동생이었던 ‘콘스탄체’와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고 건강도 나빠졌다. 하지만 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살리에리가 의뢰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발제크 백작으로 알려진 잿빛 의상을 입은 한 백작의 의뢰였다.

 

무덤과 관련된 모차르트의 비극

모차르트의 생가와 살았던 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그의 무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또 다른 모차르트의 비극이다.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그는 자신이 죽던 해인 1791년에 마지막 오페라 ‘마적’을 작곡하면서 극도로 쇠약해졌고,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미완성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은 그가 죽은 다음날인 12월 6일에 행해졌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칭송받는 현재의 명성과는 동떨어지게, 그의 시체는 여러 구의 시체를 한꺼번에 포개 묻는 하류층 가난한 사람들의 방식으로 매장되었다. 게다가 가족 중 누구도 끝까지 매장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 없었고, 악천후로 인부들마저 그 자리에 비석을 세우는 것을 잊는 바람에 그의 묘지는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모차르트가 죽은 지 64년이 지난 1855년에야 뒤늦게 시 당국이 모차르트의 매장 장소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었고, 1859년에 추정 위치인 마르크스 묘지에 기념비를 세웠다. 그리고 사망 100주년인 1891년에 그 기념비를 베토벤과 슈베르트 같은 음악가들이 잠든 중앙묘지의 한가운데로 옮기고 마르크스 묘지에는 가묘와 비석을 꾸몄다.

 

그리고 칭송은 계속된다

모차르트의 생애는 칭송과 굴곡을 넘나들었지만 그가 죽은 지 2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을 선사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너무나 간결해서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듣는 사람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돈된 방 안에 들어갔을 때의 산뜻함과 아늑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겨운 대청소가 필요하듯, 그의 간결한 음악에는 놀라운 재능이 숨어있다. 그리고 여러 번 듣고 분석할수록 그 안에 숨겨진 깊은 감동이 흘러나온다. 흔히 모차르트와 비교되곤 하는 베토벤은 부단한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천재지만,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였다. 그가 빠르게 써내려간 곡들에 일생동안 계속된 감정의 기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작곡의 매커니즘을 알고 있는 그의 천재성 때문이라고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천재적이지만 궁핍했던 모차르트의 생애는, 그가 탄생한지 2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그 억울함을 달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흔적을 보러 매년 많은 관광객이 오스트리아를 찾는 것에서도. 오늘도 빈의 왕궁 정원 한 가운데에서 한 손에 악보를 든 모차르트의 동상이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다. 푸른 잔디 위에 꽃으로 수놓아진 높은음자리표가 유난히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