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of Wine

호주 와인의 절정! 빅토리아로 떠나는 와이너리 투어

광활한 호주 대륙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다양성을 무기로 세계 와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이 내린 ‘축복의 땅’으로 불리는 빅토리아주 야라 지역은 품질 좋은 와인과 수려한 자연 경관, 특색 있는 와이너리로 호주 와인 투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글 편집부 사진 뚜르드몽드 포토 취재협찬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www.visitmelbourne.com/kr

 

빅토리아주의 야라 지역은 포도 재배에 가장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가진 ‘축복의 땅’으로 불린다

 

흔히 호주 와인을 ‘제 3세계 와인’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호주 와인이 와인 3대 강대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 역수출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호주 와인의 수준이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주는 세계 4위의 와인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의 역사가 200년을 훌쩍 넘겼고, 포도 품종에 따라 최적의 산지를 찾아 포도를 재배하기 때문에 와인의 맛과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빅토리아주의 야라 지역Yarra Vally은 포도 재배에 가장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을 가진 ‘축복의 땅’으로 불리며, 호주 와인이 오늘날 세계에 우뚝 서기까지 이곳의 와이너리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1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장관을 이루는 야라 지역은 호주 최고의 와이너리 투어 코스로, 호주 와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칙칙폭폭.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숲 사이를 힘차게 달리는 퍼핑 빌리

 

와이너리로 향하는 낭만적인 기차 여행

야라 지역의 와이너리 투어는 세계적인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와이너리로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단데농 산맥과 울창한 숲, 그리고 에메랄드 호수가 자아내는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와이너리로 출발하는 이동 수단인 퍼핑 빌리Puffing Billy 증기기관차 또한 명물이다. 벨그레이브역에서 출발하는 퍼핑 빌리는 호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기기관차로 1900년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110년간 단데농 지역의 목재와 농작물을 도시로 실어 나르다가 주변에 도로가 형성되면서 퍼핑 빌리의 실용성이 떨어지자 용도 변경을 통해 관광 열차로 변신했다. 퍼핑 빌리는 벨그레이브역을 출발해 젬브룩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리고 철도 길이가 24킬로미터에 이르며 멘지스 크릭, 에메랄드 타운, 레이크사이드, 젬브루크 등 총 5개역을 지난다. 야라 지역의 와이너리로 가는 사람은 멘지스 크릭에서 하차하면 된다.

 

퍼핑 빌리의 증기기관차. 역무원들이 직접 사진도 촬영해 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퍼핑 빌리는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유명한 관광 코스다. 현재 퍼핑 빌리가 화물 열차에서 관광 열차로 바뀐 후 이곳에는 600여 명의 퇴직한 기관사가 자원봉사를 하며 운영되고 있고, 이들은 모두 당시 의상을 고수하고 있다. 열차의 출발을 알리는 경적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달리는 동안 철도길을 따라 계곡을 중심으로 형성된 농장과 전원도시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덤으로, 단데농 산맥의 울창한 산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기차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퍼핑 빌리에는 다양한 데이 투어가 있는데 필립 아일랜드의 펭귄 퍼레이드, 힐스빌 야생동물 보호구역, 퍼거슨스 와이너리 레스토랑, 야라 밸리의 와인 농장 등 멜버른 동부 지역의 관광명소를 골고루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퍼핑 빌리로 떠나는 데이투어는 화려한 살롱 스타일의 일등석에서 일등급 와인과 점심,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부부와 연인들에게 인기다.

 

퍼핑 빌리의 레이크사이드역에서는 에메랄드 호수공원에서 바비큐, 피크닉, 크리킷을 즐길 수 있고 보트를 탈수 있는 곳과 어린이 풀장도 마련되어 있다. 이어서 에메랄드역에는 특별한 관광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꼬마 증기 기관차 ‘토마스’가 그것. ‘토마스 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퍼핑 빌리의 색다른 관광 코스로, 탱크엔진을 단 토마스의 뚱보 기관사가 페이스 페인팅, 기념 촬영, 동물 보호소 방문 등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 토마스 데이는 봄과 가을에만 운행하고 예약을 통해서만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뭐니뭐니해도 퍼핑 빌리의 최고 인기 있는 투어는 역시 와이너리 데이 투어다. 멘지스 크릭에서 하차하면 야라 지역의 와이너리로 이동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것을 타고 호주 최고의 와이너리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

 

늦가을에 접어든 와인 농장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야라 밸리의 3대 프리미어 와이너리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대륙인 호주는 특유의 기후와 토양, 포도 재배 환경을 갖고 있어 와인의 맛이 매우 다양하다. 빅토리아 주 최상급 포도 재배지인 야라 지역은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갖추고 있다. 이런 지역적 요소를 ‘테리어’라고 한다. 포도 재배에 중요한 야라의 서늘한 기후는 차가운 남대양과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의 고도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그래서 야라 지역에는 자동차로 5분 거리마다 와이너리가 있을 만큼 그 규모나 수준이 실로 엄청나다. 1830년대 이후 야라 밸리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만 40여 개가 넘고 이 중에는 호주 와인의 역사를 대변하는 예링Yering과 프랑스 모엣 샹동Moë& Chandon. 사가 운영하는 도메인 샹동Domain Chandon 등 유명한 와이너리를 만나볼 수 있다.

 

예링 스테이션의 상징, 붉은 벽돌 건물

 

예링 스테이션은 1838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민자가 정착해 만든 야라 계곡 최초의 와이너리다. 농장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면 맨 처음 로비에서 와이너리 투어가 시작된다. 입구 쪽에는 ‘작은 기적’을 의미하는 현대 조각품이, 옆으로 긴 1층 건물에는 와인 바와 레스토랑, 갤러리, 와인 저장고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 1층 레스토랑에서는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 다양한 메뉴를 마련해 놓고 테이블이 놓인 자리는 드넓게 펼쳐진 농장을 바라볼 수 있는 통유리창으로 꾸며져 와인 테이스팅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저장고로 향하는 복도에는 예링 스테이션의 역사와 세계 각국에서 수상한 예링 와인이 진열되어 있다. 1859년에 지어진 지하 저장고에는 19세기 프랑스 오크통이 장관을 이루고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 이동한 별관에는 예링에서 생산하는 와인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숍과 예술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가 있다.

 

야라밸리의 자랑 예링 스테이션의 와인들

 

와인 못지않게 오랜 역사를 가진 샤또 예링은 와이너리 투어를 즐기는 와인 애호가를 위해 지어진 숙박 시설로, 예링 스테이션의 느릅나무 길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장소다. 영국풍의 건축 양식과 호텔에 구비된 앤티크 가구, 아늑한 분위기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결혼식이나 주말 휴양지로도 인기다. 프랑스 모엣 샹동이 호주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와이너리인 도메인 샹동 역시 이곳 야라 지역의 그린 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그린 포인트는 여름이 가장 빨리 찾아오고 길어 야라 지역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녹음이 남아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모엣샹동의 그 상동

 

세계 4대 와인 에스테이트 중 하나인 도메인 샹동은 호주 내에서 판매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샹동’으로, 해외 수출용은 ‘그린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다가 2000년부터 그린 포인트로 통일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모엣 상동의 명성에 더 이상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린 포인트 와인의 특징은 일반적인 호주 와인에서 연상되는 대담하고 화려한 스타일과는 달리 우아하고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그린 포인트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50여 가지가 넘는 베이스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샤도네이Chardonnay와 피노 누아Pinot Noir는 포도 생산에 가장 이상적인 빈야드를 찾아 포도를 재배하고 프랑스 전통 발포성 와인의 제작 방식인 메토드 트라디시오넬을 채택, 병입 후 이차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복합적이면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 맛과 향을 만들어낸다. 이에 최상급 프랑스 샴페인과 동일한 품질을 보이지만 스타일에 있어서는 그린 포인트 와인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난다.

 

모엣샹동의 짜릿한 공기 방울의 샴페인

 

그린 포인트의 투어는 도메인 상동의 역사, 스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와인 제조자가 와인을 만드는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은 그린 포인트 룸으로 이동해 4종류의 스틸 와인과 4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맛보는 것으로 2시간의 와인 투어를 마무리한다. 와인 저장고에는 제품 출시를 앞둔 3만 병의 와인을 리들링 홀에서 보관하는데 이곳의 와인은 25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하루 2번, 좌우로 병을 돌리는 전통적인 수작업을 통해 오크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전통 제조 과정과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한 그린 포인트 와인은 세계 주요 언론과 와인 업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호주 스파클링 와인의 기준이 되고 있다.

 

차창 밖으로 로츠포드 와인 농장이 펼쳐보인다

 

마지막으로 찾은 로츠포드는 규모는 작지만 호주 와인 경연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한 바 있는 유명한 와이너리다. 로츠포드의 와인은 야라 계곡과 마세돈 산맥에서 생산하며 매년 단 한번도 수상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좋은 품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캐나다 퀘백, 온타리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와인 테이스팅은 로츠포드의 레스토랑, 카페, 갤러리, 배럴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로츠포드는 깊고 부드러운 레드 와인이 유명하기 때문에 테이스팅에 사용되는 와인은 레드 와인이 주를 이룬다.

 

그린포인트의 로비에 대형 오크통이 전시되어 있다

 

로츠포드의 유명세는 이곳의 와인에 버금가는 로츠포드에서 마련한 지역 문화 행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로츠포드에서는 와이너리의 일부를 오픈해 유명 가수의 콘서트와 재즈, 섹스폰, 피아노 등의 각종 연주회를 열고, 학교와 연계해 캠핑장으로 사용해 일년 내내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로츠포드 와이너리가 단순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 농장이나 일회성으로 들르는 관광지가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야라 지역의 와이너리는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이곳의 와인 투어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을 모르는 사람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