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안의 양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미 배를 채운 뒤 조용히 앉아서 자거나 쉬는 무리와 사람들이 주는 건초를 정신없이 받아먹는 녀석들. 건초는 목장에 들어올 때 돈을 내면 입장권 대신 받는 것으로, 워낙에 양들의 먹성이 좋아 금방 뚝 떨어진다. '양들은 먹이를 먹을 때 절대 사람 손을 무는 일이 없으니 걱정 말고 먹이라'는 축사 관리인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양이 순하다는 건 만천하가 다아는 사실인데, 절대 무는 일이 없다고 설명까지 할게 뭐 있을까. 오죽하면 '양처럼 순하다'는 표현이 다 생겼을라고. 앞에서 먹고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녀석들, 뒤에는 배불리 먹고 나서 마음 편하게 여유를 즐기는 녀석들. 한 무리의 양떼에게서 우리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산책로 따라 걸으며 양떼와 함꼐 자유로워지는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