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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5년 07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프랑스] 도시분류 : [파리]
기사제목
[EPISODE] 여러분, 감사합니다!
몇 년 전 유럽 배낭여행 때 있었던 일이다. 배낭여행의 마지막 나라였던 프랑스에서 3일 정도 머물렀는데 나는 그곳에서 두 번의 큰 도움을 받았다. 첫 번째는 파리의 지하철에서였다.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표를 잘못 끊었는지 개찰구에서 '삐삐' 소리만 나고 아무 표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흑인들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듯 개찰구를 뛰어 넘어갔다. '아! 프랑스에서도 이런 걸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 흑인들처럼 개찰구를 뛰어 넘아갔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무슨 일인가' 하고 두리번거리자 경찰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흑인들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고 나는 현행범으로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경찰은 불어로 뭔가를 빠르게 이야기했는데 나는 불어를 못해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대충 "벌금을 내라. 안 그러면 경찰서로 데려 가겠다' 이 정도의 내용인 것 같았다. 한참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동양인 한 명이 나타나 그 경찰에게 불어로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이 나에게 그냥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고마워 그 동양인에게 "땡큐, 땡큐" 했더니 그가 "한국분이시죠?" 라고 말을 건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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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배낭여행하는 관광객 중에 나처럼 잘 몰라서 지하철을 못 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경찰에게는 내가 그 흑인들과 일행이 아니니 선처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우리 학교 선배로, 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온 미술학도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나중에 꼭 한번 찾아뵙겠다고 인사를 하고 연락처도 받았다. 그 후로 다시 만나진 못했지만 지금도 그 유학생 형을 정말 만나고 싶다. 두 번째 도움은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주인에게 받았다. 나는 귀국 날짜를 입대일 이틀전으로 맞춰놓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가야했다. 비행기 시간이 11시라 9시 정도에 출발했다. 그런데 맙소사! 버스와 지하철이 모두 파업이었다.
택시라도 타고 가야하는데 그 날이 여행 마지막 날이라 주머니에는 버스를 탈 돈밖에 없었다. 입대를 이틀 남겨두고 비행기를 놓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난감했다. 하지만 아무 방법도 없어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주인아저씨가 '왜 안 갔느냐' 고 묻길래 자초지종을 말했다. 아저씨는 내 얼굴이 울상인 것을 보고는 자기가 차로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 때 얼마나 고맙던지... 아저씨 차를 타고 공항을 향하는데 도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의 차로 가득차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소나기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색이 되었고 그런 나를 본 아저씨는 "재식아, 너 군대 다갔다" 며 놀리셨다.
다행히 차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5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너무 급한 나머지 주인아저씨에게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뛰어갔고, 무사히 귀국해 입대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아저씨와유학생 형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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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식_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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