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태양은 우리 머리 꼭대기로 떠올라 더욱 강렬하게 열을 뿜었다. 나는 선글라스를 꺼내 끼었고 평소 패션 감각이 뛰어났던 친구는 가방에서 힙합가수들이 쓰고 다니는 수건을 꺼내 머리에 둘렀따. 그 친구는 잘 생겨서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았는데 두건처럼 쓴 수건이 아주 잘 어울렸다. 둘이 앉아 있는데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아이들 40여 명이 우르르 우리 앞을 지나갔다. 티셔츠에 '구이린'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구이린 어디에 있는 중학교에서 북경으로 수학여행을 온 것 같았다. 새까맣게 탄 얼굴과 맑은 눈이 무척 귀여운 그 아이들은 마침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 옆에서 휴식을 가졌다. 인솔하던 선생님들은 화장실로 가고 아이들 절반 정도는 여기저기로 뛰어 다녔다. 그리고 나머지 열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은서서히 다가오면서 모두 입을 모아 '슈아이 슈아이' 했다. 아이들이 조금은 외진 곳에서 왔기 때문에 외국인을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와 '헌 피아오량!' 하며 수첩을 내밀었고, 내 친구에게는 계속해서 '슈아이 슈아이' 하면서 옆으로 바짝 붙었다(물론 당시에는 이렇게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수첩에 내 메일 주소와 이름을 적어 주었는데, 그 사이 한 여자 아이는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다 내밀었고 한 남자 아이는 자기 가방에서 빵을꺼내 우리에게 주었다. 그 때, 잃어 버린 우리 일행이 왔고 그 중 중국어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아이들과대화를 나눈 뒤 우리에게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 '헌 피아오량' 은 '아주 예쁘다' 는 뜻이고 '슈아이' 는'잘 생겼다' 는 뜻이란다. 아이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온 연예인인 줄 알고 마냥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후 우리는 구이린 아이들 덕분에 학교에서 '한류 열풍의 주역' 이라 불리며 신나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은서우_서울시 성북구 성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