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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8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제주도]
기사제목
[EPISODE] 병원에서 보낸 신혼 첫날밤
 벌써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기를 소개한다. 2001년 겨울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결혼 바로전 발생한 911테러 때문에 해외로 신혼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가 보려 했지만 양가 부모님은 외국은 위험하니 안전하게 제주도로 가라고 완강하게 주장하셨다. 결국 우리는 제주도로 여행지를 바꾸고 해외로 나가고픈 아쉬움을 첫날밤의 설레임으로 달래며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해산물을 꽉꽉 채워넣고 끓인 해물탕을 뚝딱 먹어치운뒤 호텔 로 향했다. 호텔로 들어가 '밥도 먹었겠다. 슬슬 분위기를 잡아볼까' 하고 소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배에서 이상한 신호가 왔다.
너무 급하게 먹은 탓일까? 배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결혼 첫 날부터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신부에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화장실로 향했다. 한 세번 정도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나니 속이 좀 편해지는듯했다. 이제 다시 분위기를 잡으려는데 이번에는 신부가 쏜살같이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첫날밤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그때부터 시작된 우리 부부의 화장실 쟁탈전은 신혼 첫날의 분위기를 왕창 깨놓은 후에도 좀처럼 잠잠 해지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신부에게 말했다. "창녕씨, 나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신부는 "그래? 난 아직 참을 만 해. 얼른 다녀와."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새 신랑 혼자 병원에 다녀오라니?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화를 낼 기운조차 없어 그냥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니 의사는 화들짝 놀라며 당장 입원 수속을 밟으라고 했 다. 당시 때 아닌 이질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었는데, 내 증상을 보니 이질이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나는 밤새 마루타가 된 기분으로 이런 저럼 검사를 받았고 신혼의 단꿈을 꿀 기운조차 없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어이없게도 장염이었다! 우리는 다음 날, 서울에서 내려오신 부모님의 부축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이질이 아 니라 다행이라고 하셨지만 우리 부부는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신혼여행을 마친 것이 억울하고 또 억울했 다. 여러분! 장염만 남기고 날아가 버린 우리의 첫날밤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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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_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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