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 자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담았다는 설명을 해 준다. 이윽고 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은 고추, 김, 산동 |
| 백잎으로 만든 부각과 도토리전병, 산초두부와 샐러드. 김치와 버섯과 함께 쫄깃하게 입에 달라붙는 맛 |
| 이 일품인 도토리전병과 새콤한 매실엑기스가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도 좋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
| 산초두부다. 산초열매를 빻아 만든 기름으로 맛을 낸 두부에는 산초열매 조각이 남아 있어 아작아작 씹 |
| 히는 맛이 독특하다. 천식에 탁월한 효능이 있고 구충제 역할도 하는 산초열매와 고기 대신 훌륭한 단백 |
| 질 공급원이 되는 두부가 영양 면에서도 썩 어울리는 조합이다. 돌솥밥과 된장에 각종 나물과 장아찌로 |
| 한상 가득 차린 밥상이 사찰정식의 본 코스. 접시에 담긴 나물들이 내보이는 고유의 색깔을 눈으로 즐기 |
| 고, 이들이 내뿜는 향을 한번 맡아보기만 해도 이미 자연은 반쯤 내 몸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파, 마 |
| 늘, 달래, 부추, 흥거 등의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들기름과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낸 참나물, 취나물, 비 |
| 름나물 등은 코끝에 맴도는 향이 은은하면서도 맛깔스럽다. 계절에 맞춰 40여 가지의 나물이 밥상에 오 |
| 른다고 하니 입맛 잃기 쉬운 환절기에 제철 나물들로 '미각 전환'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여기 |
| 에 각종 장아찌가 담백한 나물들 위주의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상차림에 포인트를 준다. 윤기 나는 밥 |
| 을 한 술 가득 떠서 나물을 얹어 입에 넣고 나면 저도 모르게 깻잎, 무말랭이, 산초장아찌로 젓가락이 간 |
| 다. 매콤 짭조름한 맛이 하나같이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아 다른 나물들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
|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밥도둑들이다. 워낙에 찾는 사람이 많아 장류와 함께 따로 판매도 하고 있을 |
| 정도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별다른 손이 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사실 나물 반찬을 만드는 |
| 건 여간 시간과 정성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다.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만드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주 |
| 인이 직접 산에서 채취하거나 구입한 나물들로 손수 만들어 내오는 반찬에 대해 그 맛의 비결을 물어보 |
| 니 역시 돌아오는 답은 음식만큼이나 수수하다. |
| |
|
|
불교혼과 대왕의 넋이 있는 곳 |
| 사찰음식으로 위 속을 '정화' 했다면 이번엔 여주 일 |
| 대를 둘러보며 눈과 마음을 한번 정화 시켜볼 차례 |
| 다. 식당을 나와 목아박물관의 야외조각공원을 거닐 |
| 며 우리나라 불교 유산의 아름다움을 한번 음미해 |
| 보는 것이 그 첫 번째. 목조각 부문의 중요무형문화 |
| 재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손수 만들거나 수집한 작 |
| 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현대적 세련미를 가미해 |
| 만든 미륵 삼존대불을 비롯한 석상뿐만 아니라 각종 |
| 정교한 목조각품들로 가득한 박물관은 종교와 상관 |
| 없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볼거리가 된다. |
| 박물관에서 여주대교 쪽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신륵사 역시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 |
| 다. 조선시대 한강 물길을 이용해 조공을 운송하던 중요한 길목이었던 이곳의 조포나루터는 현재는 뱃 |
| 놀이 장소로 인기가 많다. 팔각정에 서서 푸른 남한강 위에 유유히 떠있는 황포돛배를 보며 옛 정취를 |
| 느껴보는 것도 좋고, 건너편 나루터에서 직접 배를 타 보는 것도 좋다. 경내에는 화강암을 사용한 여느 |
| 석탑과는 달리 대리석으로 만든 독특한 다층석탑이 있어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 볼 일이 |
| 다. 신륵사에서 나와 여주대교를 건너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 세종대왕릉에 닿는다. 조선시대, 아니 |
| 우리 역사를 통틀어 최고로 명민한 왕의 하나였던 세종대왕이 잠들어 있는 곳답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