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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5년 09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영국] 도시분류 : [런던]
기사제목
[EPISODE] 9년만의 폭설이 내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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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영국 유학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유학 기간이 끝나갈 즈음 영국에서 1년 가까이 살면서도 그 유학 기간이 끝나갈 즈음 영국에서 1년 가까이 살면서도 그 유명한 캠브리지에 가보지 못한 우리는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꼭 봐야한다'고 의기투합, 버스를 타고 캠브리지로 향했다.
때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눈발 날리는 겨울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추위는 애교에 불과했다. 게다가 아침에는 햇볕도 쨍쨍해서 우리는 별 걱정 없이 도착 시간 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변덕스럽기로 소문난 것이 영국 날씨 아닌가? 2시간만에 도착한 캠브리지에는 바람과 함께 눈발이 아주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
눈발은 점점 거세게 내 얼굴을 내리쳤고, 급기야는 눈을 제대로 뜨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눈 바람이 불어 왔다. 결국 우리는 제대로 구경도 못한 채 하루만에 여행을 접고 런던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 런데 돌아가는 것도 큰 문제였다. 눈은 더 많이 내려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30분이면 고속도로까지 빠져나갔을 거리를 3시간만에 걸쳐 겨우 도착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캠브리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9년만에 내린 폭설로 고속도로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너무 많이 나, 영국 정부에서 눈이 멈출 때까지 모든 대중교통 수단 운행을 중단하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우리는 버스를 타고 캠브리지로 다시 들어가 택시를 타고 다시 런던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 갑자기 택시 기사가 "이대로라면 오늘 안에 런던에 못 갈 것 같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게 어때요?" 라고 제안했다. 여자만 넷이었던 우리 일행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집에 가면 아내와 딸이 있고, 따로 잘 방도 마련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갑시다" 라고 했다. 처와 딸까지 있는 가장이니 괜찮을 것 같아 우리는 그 택시기사 아저씨 집에 가게 되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그 집에 도착하니 아주 예쁜 부인과 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가족은 슬로바키아에서 왔다고 했는데, 슬로바키아 재벌쯤 되는지 집안이 무척 호화로웠다. 그날 우리는 딸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잔다는 사실에 들뜬 우리는 자기 전 그 방을 둘러보았는데, 벽에 댄스 그룹의 큰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었다. 그들의 사진은 엽서에도, 잡지에도 실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사진 속 남녀는 택시 기사 아저씨와 아주머니였다! 그들은 왕년에 슬로바키아에서 잘 나가던 댄스 그룹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신기해 밤새도록 웃고 또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닌 눈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집에 나서기 전 우리는그 댄스 그룹과 기념촬영을 하고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 곳에서의 추억은 9년 만에 내린 폭설이나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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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윤_충남 아신시 탕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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