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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여행 마지막 날에 있었던 일이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간 호텔 프론트에는 사람들이 모여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물어보니 오늘 하루 동안 택시, 버스, 오토바이 등 모든 교통수단이 파업이라고 한다. 네팔 반군인 마오이스트가 정부를 억압하기 위해 교통 파업을 실시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시민을 죽이기 도 한다고 했다.
나는 네팔 여행 중, 반군에 의해 관공서에서 폭탄이 터지기도 하고, 경찰 몇명이 죽기도 한 사실을 접했기 때문에 마오이스트의 잔인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러다가 공항에 못 가 비행기를 놓칠까봐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공항까지는 너무 멀어서 걸어갈 수 없고, 걸어서 간다 한들 비행기 시간에 맞춰 도착할리 만무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혹시나 교통수단이 있을까 해서 거리를 뛰어다녔다. 
10분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다행히 택시 한 대 가 보였다. 택시 기사에게 공항까지 갈 수 있냐고 물으니,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공항에 데려다 줄테니1천 루피를 내라"고 말했다. 내가 "5백루피에 해줘요" 라고 하자 택시 기사는 8백 루피를 제안했고, 나는 수락했다. 원래 2백 루피면 충분하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파업 때문에 거리가 한산해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했던가? 막상 8백 루피를 지불하려니 돈이 아까웠다.
나는 택시 기사에세 "공항세 1천 루피를 내면 5백 루피밖에 안 남으니, 그냥 5백 루피만 받아요" 라고 말했다. "이거 한국 돈인데 환전하면 많이 받을 거예요." 그러자 택시 기사 왈, "거짓말 하지마! 한국 돈 싸잖아!" 그의 강한 주장에 나도 물러서지 않으며 말했다. "이 돈 보세요. 돈에 0이 세 개나 있잖아요. 네팔 돈으로 4백 루피 정도 해요!"- 사실 60루피밖에 안한다- 택시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뭔가 석연찮아 했지만 할 수 없이 그 돈을 받고 돌아갔다. 불쌍한 택시 기사 아저씨. 운 나쁘면 돌아가는길에 마오이스트의 총에 맞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는 14시간이나 연착했다.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마음을 좋게 써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백 번 동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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