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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꽃이 피고 새가 날고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녀도 이곳의 음산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는다. 감히 탈옥의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일본 최북단의 형무소. 이곳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딘 수감자들은 과연 죄를 뉘우치며 생을 마감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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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서 나가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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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옥사의 천장에는 아주 가는 철근에 마네킹 하나가 있다. 마 |
| 네킹은 속옷만 입은 채로 천장을 뚫고 탈출하려는 태세다. 안내 |
| 인에게 물으니, 이곳에서 시도된 탈출 중 가장 대범했던 예를 |
| 모형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탈옥에 성공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
| 이 악명 높은 형무소에도 탈옥의 역사는 있었다. 어디에나 불가 |
| 능을 의심하는 자들은 있는 법. 여섯 번이나 탈옥을 시도했다는 |
| '탈옥왕'은 실물 크기의 모형으로 제작돼 감옥 안을 장식(?)하 |
| 고 있다. 주위에는 오로지 산과, 강과, 바다와, 심심치 않게 출 |
| 몰하는 곰뿐이던 이곳에서의 탈출이라...탈옥에 성공해도 암울 |
| 하기는 마찬가지였겠다. 역시 결론은, 죄는 절대로 짓지 말아야 |
| 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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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 나온다, 그 악명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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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감옥은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아주 오래 전, 서대문 형무소 담벼락을 무심코 걸었던 |
|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입구에 다다랐을 때 조금 떨렸다. 아무리 재현하고 복원해 박물관의 이미지가 많이 |
| 난다해도, 짙게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는 외면할 수 없었다. 모든 건물은 깨끗했고, 꽃들은 아름다웠지만 |
| 말이다. 1890년에 건축된 아바시리 형무소의 옛 건물을 복원, 재현한 아바시리 감옥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
| 오래된 감옥으로 아바시리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중죄를 짓고 종신형을 받은 자들이 주로 수감됐다는 이 |
| 감옥은 예부터 북해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도대체 어떤 죄들을 지었기에 이 먼 곳까지 흘러 |
| 들어왔을까? 주의는 황량하고 나무로 된 옥사에서 찬 바람이 쌩쌩 들어왔을 텐데, 북해도의 혹독한 추위를 |
|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만으로도 괴로웠다. 북해도 개발에 땀 흘린 것은 일부 개발자들만이 아니다. 이곳에 |
| 갇힌 수감자들은 마슈호-아바시리 지역을 잇는 그 넓은 도로와 삿포로-아바시리 간의 철로를 만들었다. 그 |
| 거리는 이렇게 글로 읽어서는 절대로 와 닿지 않는다. 차로 한참을 달려 온 그 끝도 없는 거리를 만든다는 |
| 것은 정말 최고의 노역이다. 북해도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간수의 독촉(너무나 순한 표현!)을 도시 건설 |
| 에 동원된 그들도 분명 북해도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상은 없었겠지만. 형무소는 꽤 넓다. 식품 |
| 저장고부터 목욕탕, 처벌방, 면회실, 재판소, 숯 굽는 오두막 등 형무소와 관련된 곳 외에도 아바시리시의 |
| 모형과 당시 수감자의 의복 등을 진열해 놓은 전시실도 있다. 형무소의 핵심 건물로 들어가 보자. 보기만 |
| 해도 두려움이 엄습하는 방사형의 단층 옥사는 메이지 42년에 화재로 소실된 이후 45년에 재건돼, 1984년 |
| 9월까지 형무소의 심장부로 사용됐다. 그러나 형무소 시설의 근대화 계획에 따라 새롭고 근대적인 철근 콘 |
| 크리트 건물의 옥사가 완성됐고 1985년에 박물관으로 이축, 복원되었다. 한 옥사 당 1천 2백 명까지 수용했 |
| 으며, 부분적인 철근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그 모든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 건물은 |
| 정말이지 오래 있고 싶지 않은 느낌을 준다.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오히려 어둠을 극대화시켜 주며, 각 |
| 방마다 나 있는 작은 창문에는 조금의 풀과 조금의 하늘만이 보인다. 몇 개의 방문은 열려 있어 관광객이 들 |
| 어가 볼 수도 있지만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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