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분 후, 쥬젠지호의 황홀한 일몰을 보며 홀로 낭만에 젖어 있는 사이 어둠은 공포와 함께 엄습했다. 산바람이 거세게 매만진 낙엽에서는 기이한 울음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산속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나무 옆에서 사람이 부스럭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는 나의 희망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뛰어갔다. 그런데 그 사람과 나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내 눈에 비쳤던 그의 형상은 커다란 곰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지만, 내 다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곰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그 위험한 행동은 오히려 잘한 일이었다. 밤에 웬 사람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니 곰도 화들짝 놀라 산속으로 도망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줄행랑치기 시작했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피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심히 달리다보니 타야할 버스를 또 놓쳐 버렸다. 미칠 지경이었다. 이 무서운 곳에서 버스를 1시간이나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자동차가 다니질 않는데다, 가끔씩 오는 차도 내가 귀신으로 보였는지 중앙차선을 넘어 도망치기 일쑤였다. 조금 기다리다 도망가던 차중 한대가 유턴해서 나에게 되돌아왔다. 그 일본인은 ‘다음 버스 정거장이 어딘 줄 알고 무작정 걸었냐’고 했다. 그의 말대로 차를 타고서도 한참을 가니 다음 버스 정거장이 나왔다. 여태까지의 상황을 엉터리 영어와 일본어로 이야기하니 그는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게콘 폭포를 보여준 후 니코 기차역에 내려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그냥 기차역에 내려달라고 하고, 추후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덕분에 두려움은 금세 사라지고, 닛꼬의 아름다움도 배가 되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곰의 추억과 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