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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3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오사카]
기사제목
[EPISODE] 사람이 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오사카의 한여름. 아침부터 서둘러 기차를 타고 히메지를 향해 출발했다. 단 한번도 원형이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성인 히메지성으로 가는 길은 낭만으로 가득했다. 오사카 시내를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차도 낭만적이고, 반짝이는 바다도 낭만적이고, 길게 뻗은 아카시 해협대교도 낭만적이고, 큰 도회지의 모습을 벗은 소박한 히메지역도 낭만적이었다.
그 중 가장 큰 낭만은 단연 히메지 시내에서의 자전가 여행. 히메지 역에서는 간단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무료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인파를 헤치고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다보면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역을 출발해서 천천히 주변 구경을 하며 성문 앞에 다다랐다. 성 한구석에는 동물원도 있고, 구석구석 벤치에는 사이좋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바퀴 돌다보니 속도도 붙고, 그 김에 다시 한바퀴를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며 자전거를 가리켰다. 페달을 밟으며 몇 번씩 원을 그리며 광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내심 부러우셨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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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did you get this bicycle?” 갑작스런 영어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대답은 해줘야겠기에, “At the JR station. If you want, you can use a bicycle for free by 5 o’clock.” 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뭔가 어색하다. 짧은 영어에 익숙한 발음. 그것은 4천만 공식 콩글리시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왠지 머쓱한 분위기에서 아저씨는 말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우리는 이제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동양을 여행하다 보면 종종 이런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어색한 외국어보다는 먼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특히 요즘에는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한 외국인들을 만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어를 먼저 말해보면 가끔 횡재도 할 수 있다. 상대가 음식점의 주인일 때는 주인아줌마가 좋아하시는 이병헌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후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나는 도쿄 도청 지하의 오므라이스 집에서 서비스로 공짜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얼마나 뵨사마에게 감사했었는지 모른다.
그나저나, 햇빛 내리쬐는 히메지성 앞마당에서 만났던 그 아저씨는 자전거 여행을 잘 하셨을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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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_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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