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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와 '도비'. 이 두 단어 사이의 무언가를 생각했다. 하루종일 도비 왈라들이 두드리고 헹궈내는 것은 우리들이 가진 원죄일지 모른다. 그리하여 종교는, 힘겹게 빨랫감의 때를 빼고 볕에 넌 뒤 허리를 펴 하늘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안도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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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종일 빨래를 하는 도비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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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만큼 직업이 전문화된 곳이 있을까. 카스트가 사 |
| 라지고 현대화의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
| 인도인들은 부모의 신분과 직업을 그대로 이어 받아 |
| 그것이 어떤 것이든 숙명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간다. |
| 어설픈 거만함 따위를 들고 접근하지만 않는다면, 그 |
| 들의 다양한 직업은 인도라는 신비한 나라에 대해 조 |
| 금 더 깊숙이 알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빨래를 전 |
| 담하는 '도비' 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흥 |
| 미롭다. 어릴 때 힌두교를 '흰두교' 로 잘못 안 적이 |
| 있는데, 그 착각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다. 더러움 |
| 을 극도로 싫어하는 힌두교는 흰색으로 기억되는 종 |
| 교다. 깨끗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힌두교인들은 '도 |
| 비'라는 카스트를 따로 두어 빨래하는 일을 전담시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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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평생 빨래를 하며 사는 이 사람들을 인도에서는 '도시왈라' 라 부른다. 매일 5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 |
| 어 옷가지를 두드려대는 도비 가트는 도비왈라들의 일터이자 게이트 오브 인디아와 함께 뭄바이를 대표 |
| 하는 볼거리 중 하나다. 산업시대 이전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공동 빨래터를 두고 도시의 빨랫감을 해결 |
| 했지만, 도비 가트는 아낙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던 공동 빨래터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남자들이 웃. |
| 통을 벗고 거칠 게 방망이질하는 이곳은 1백여 년 전부터 기계 하나 없이 같은 방식으로 지금까지 유지돼 |
|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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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비 왈라들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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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안을 들여다보자. 왼편 철로에 기차가 들어오면 |
| 무너질 듯 덜컹거리는 판잣집에 둘러싸인 도비 가트 |
| 는 가운데에 있는 긴 수로에 호스를 연결해 맑은 물을 |
| 받고 그 앞으로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물통을 만들어 |
| 더러운 물부터 맑은 물까지 여러 차례 헹굼을 한다. |
| 곳곳에는 동그란 나무통과 옷이 들어있을 듯한 보따 |
| 리가 놓여 있다. 때를 제거하기 위해 도비왈라들은 빨 |
| 래를 허리가 뒤로 꺾이도록 들어올렸다 힘껏 내리치 |
| 는데, 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탁탁, 철퍼덕 소리가 끊 |
| 임없이 들린다. 이렇게 빨아진 옷들은 색깔별로 정연 |
| 하게 빨랫줄에 널린다. 고여 있는 물은 더러운데 빨랫 |
| 줄에 널린 옷은 반짝반짝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
| 그들의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도비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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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빨랫감의 양은 실로 살인적이다. 티셔츠 열 개 정도를 한 손에 잡고 빙빙 돌 |
| 렸다 내리치는 것을 보면 30분만 일해도 녹초가 될 것만 같다. 그러나 이렇게 밤낮없이 일해도 도비왈라 |
| 들의 한 달 수입은 3백 루피(한화로 약 7천원) 안팎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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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숙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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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는 빨래 널 자리가 좁아져 이들의 고생은 더해 |
| 질 것이다. 태양이 뜨겁든 구경꾼들이 방해하든 상관 |
| 없이 하루 종일 물속에서 빨래를 하는 이들의 숙명 앞 |
| 에서 쉽게 내뱉는 불평과 불만은 무기력하게 사라지 |
| 고 만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철교 위에서만 찍도록 |
| 하자. 가이드는 도비왈라는 무척 거칠기 때문에 가까 |
| 이 다가갔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 |
| 만 자신의 삶과 터전을 위에서 내려보며 구경하고, 동 |
| 정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것을 잘 참아낼 이는 절대로 |
| 많지 않을 것이다. 부다. 도비 가트에 가면 조용히 둘 |
| 러본 후 조용히 돌아올 것. 신기하고 놀랍겠지만 이곳 |
| 이 힘든 노동자들의 일터임을 잊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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