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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로 날아가기 전, 도시의 이름에서는 왠지 모를 친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졌더랬다. 그 친숙함이란 '뭐, 도시 이름에 '항구(port)'가 포함되는 걸 보니, 바다나 강을 끼고 있는, 그래서 야경이 아름다운 항구 도시쯤 되겠지' 라는 뻔한 아는 체였을 테고, 또 하나는 '그런데 대체 어디에 자리한 어떤 분위기의 도시일까' 라는 구체적인 정보의 부재에서 비롯된 막연한 낯섦이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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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를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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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리건(Oregon)주 서북단에 위치한 도시 포틀랜드는 주도인 세일럼(Salem)과 오리건 대학교가 자리한 도시 유진(Eugene)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주 최대의 도시다. 그 이름대로 도시는 역시나 콜럼비아 강과 그 지류인 윌러메트(Willamette) 강을 끼고 자리해 있었는데, 이는 태평양 연안 유일의 담수항이기도 하단다. 태평양을 누비는 선박들은 바다로부터 콜럼비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 윌러메트 강가의 이 아름다운 도시에 닻을 내리고, 목재와 농수산물 등을 한가득 싣고는 다시 태평양으로의 긴 항해를 이어간다. 또한 이 도시는 고층 빌딩과 더불어 공원과 산책로, 광장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어우러져 있기에 인공적인 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워낙 뛰어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는 오리건 주는 바로 위쪽의 워싱턴 주와 더불어 ‘에버그린 스테이트(EverGreen State)’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이기에 포틀랜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의 도시라는 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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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 좀처럼 갖추기 쉽지 않는 푸름과 싱그러움에 잘 보존되어진 옛 건물의 고풍스러움까지 더해져 포틀랜드라는 도시를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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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래서 여유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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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포틀랜드 시민들의 관심사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란다. 하지만 이는 여느 도시에서처럼 최근에 떠올라 잠시 유행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어쩌면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고스란히 배어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이 도시는 현대의 도시가 구비해야할 기능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그 기능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음은 물론, 자칫 이런 기능에만 치우쳐 삭막해질 수 있는 도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여러 요소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며, 시민들은 그 속에서 삶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여러 공원에서 발하는 싱그러움이 그렇고, 쇼핑을 하거나 커피 한잔, 술 한 모금을 마셔도 언제나 아트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생동감이 그렇다. 포틀랜드 시민들의 슬로 라이프를 엿보기 위해서라면 도심 곳곳에 자리한 공원을 찾아보자. 우선 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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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운을 중심으로 북쪽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에는 ‘포틀랜드 클래시컬 차이니즈 가든(Portland Classical Chinese Garden)’이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라도 차이나타운이 있고, 또 그들 특유의 중국식 정원이 있겠지만, 포틀랜드의 그것은 지금껏 보아온 공원 가운데서 단연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중국 남부의 유명한 관광 도시인 소주 지역의 고쟁호(古箏湖)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포틀랜드 클래시컬 차이니즈 가든은 중국 명(明) 왕조 스타일의 정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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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맑은 물속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건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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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 중국 스타일의 위엄을 떨치기라도 하듯 공원의 입구에는 높다란 패루(牌樓)가 자리하고, 이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대나무와 소나무를 비롯한 1백여 종의 나무들과 5백여 종이 넘는 각종 다년생 희귀식물로 가득한 정원의 산책로로 이어진다. 이를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호수를 한바퀴 돌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호수의 맑은 물속에는 낮이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한 명나라풍의 건물들이, 밤이면 휘영청 밝아 오른 달이 떠있다. 이 정원에는 진한 차 향기가 가득한 티하우스, 중국 회화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혹은 그저 쉬어가는 정자 등 총 아홉 개의 건물이 있는데, 각각의 건물들은 ‘선행’, ‘건강’, ‘부(富)’, ‘장수’ 등의 동양적 삶의 개념을 담고 건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를 굴려가며 굳이 이렇듯 세세한 컨셉까지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겠다. 녹음이 만들어내는 충분히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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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잔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니, 얼마든지 정신적 여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바로 이곳에서 포틀랜드 시민들은 진정 슬로 라이프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또 즐기고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미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꽃이 ‘장미’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낭만적인 장미향 가득한 곳에서 포틀랜드 시민들이 즐기는 슬로 라이프를 엿보는 일이란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 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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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로즈 테스트 가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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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의 서남쪽에 자리한 ‘인터내셔널 로즈 테스트 가든(International Rose Test Garden)’은 그 정원 자체의 아름다움을 차치하고서라도, 포틀랜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그 훌륭한 위치 덕분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1917년에 만들어진 이 정원은 전미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로즈 테스트 가든으로 유명한데(현재 미국에는 24개의 로즈 테스트 가든이 있다), 총 5천 5백 평에 달하는 대규모 정원에는 오직 장미들로만 가득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 자태와 향기를 겨루고 있는 장미의 종류만도 5백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일년에 한번씩 포틀랜드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로즈 페스티벌을 통해 ‘최고의 장미’를 가려내는데, 현재는 ‘줄리아 차일드’, ‘레인보우 셔벗’, ‘태리티언 선셋’, ‘와일드 블루 욘더’ 등 네 종류의 매혹적인 장미가 그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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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슬로 라이프는 치열한 경쟁을 거친 장미에게만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경쟁 중인 장미가 모여 있는 ‘테스트 가든’에서만 오랜 시간 멈추어 있지 않는다. 나름의 테마대로 구성된 여섯 개 가든에서 제 힘껏 자라나고 있는 장미들에게도 골고루 사랑의 눈길을 보냄으로써, 그들 삶에 있어서 진정 장미보다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 여유를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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