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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호] 대륙분류 : [북아메리카] 국가분류 : [미국] 도시분류 : [포틀랜드]
기사제목
[COVERSTORY] 피노 누와, 윌러메트밸리와 사랑에 빠지다_WI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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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와인’하면 프랑스 보르도 산(産)만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혹은 신세계(新世界)의 와인이라면 캘리포니아 소노마밸리의 그것만을 고집한다면? 지금부터 당신은 오리건 윌러메트밸리 와인의 새로운 매력에 분명 빠져들 것이다. 자, 보르도와 소노마밸리 산 와인을 배신할 준비는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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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와인 세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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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준 로버트 달의 ‘맛(Taste)’이라는 책의 일부를 살짝 인용한다. “음, 그래. 아주 재미있고 귀여운 포도주로구먼. 상냥하고 우아하고, 뒷맛은 거의 여성적이네.(중략) 이건 아주 상냥한 포도주야. 새침을 떨고 수줍어하는 첫 맛이야. 부끄럽게 등장하지. 하지만 두 번째 맛은 아주 우아하거든. 두 번째 맛에서는 약간의 교활함이 느껴져. 또 좀, 짓궂지. 약간. 아주 약간의 타닌으로 혀를 놀려. 그리고 뒷맛은 아주 유쾌해. 위로를 해주는 여성적인 맛이야. 이 약간 경솔하다 할 정도로 너그러운 기분.” 대체, 와인이 어떤 맛이면 귀엽기도 하고, 상냥하며, 우아하고, 또 너그러울 수 있을까. 와인을 두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의 혀가 마냥 신기하고 부러웠다(엄밀히 말하면, 로버트 달의 이토록 대단한 문장 표현력이 부러운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맛’은 불과 몇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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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면 오리건이라는 새로운 지역의 와이너리를 여행한다는 설레임을 더욱 부채질했더랬다. 새로운 와인 세계로, 윌러메트 밸리 워낙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정통성의 우위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데다가 신세계(新世界)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캘리포니아의 소노마와 나파 밸리의 와인 정도를 소위 ‘쳐주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칠레나 호주, 뉴질랜드 산 와인을 즐기는 와인 마니아들이 생겨났고,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가 아닌 오리건 산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져 가고 있는 듯하다. 오리건의 와인 생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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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러메트 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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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이민자들이 오리건의 윌러메트(Willamette) 밸리 지역에서 포도밭을 처음 일구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리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알려진다. 본격적으로 오리건에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40년 전인 1960년 중반부터다. 윌러메트 밸리의 여름은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보다 훨씬 기온이 낮은데, 그래서 이즈음부터 이곳에 포도를 심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데이비드 레트(David Lett)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도네이를 심지 않고 ‘피노 누와(Pinot Noir)'를 선택했다. 캘리포니아에 비해 무척이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그가 선택한 이 피노 누아는 캘리포니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었던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완벽한 피노 누와 생산의 꿈을 이루게 해주었다(실제로 이곳은 부르고뉴 지방의 위도와 같다). 지금껏 피노 누와 품종에 있어서는 부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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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해 왔었고, 그래서 부르고뉴 산 피노 누와가 최고의 것으로 인정받아 왔었다. 따라서 데이비드 레트의 선택은 완벽한 성공이었고, 그는 오리건의 와인 생산에 엄청난 견인차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피노 누와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의 와인 메이커 로베르 드루앵(Robert Drouhin)이 오리건으로 건너와 와인을 생산하게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현재 오리건을 대표하는 와인은 단연 피노 누와이며, 이를 포함해 전체적인 와인 생산 규모에 있어서도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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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피노 누와는 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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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그랬다. 오리건의 대표 와인인 피노 누와를 맛보기 위해 윌러메트 밸리에 자리한 와이너리 두 곳을 찾았고, 이들 모두 피노 누와를 재배하고 있는 와이너리인지라 그토록 대단한 피노 누와를 만날 수 있었다. 포틀랜드에서 99번 도로를 이용해 약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와이너리 ‘렉스 힐(Rex Hill)’은 던디 힐(Dundee Hill) 자락에 자리한 무려 27만 평이 넘는 거대한 포도밭이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정렬된 푸른 초원 같은 포도밭의 한쪽 끝에는 와인을 테이스팅(tasting)하고 판매하는 하우스가 있는데, 이곳에는 독특하게도 와인의 역사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뮤지엄과 와인 관련된 그림과 사진들을 전시 판매하는 작은 갤러리가 자리한다. 1982년, 폴 하트(Paul Hart)와 잔 제이콥슨(Jan Jacobsen)에 의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렉스 힐에서 역시 오리건의 대표 와인인 피노 누와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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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다. 물론 화이트 와인인 샤도네이(Chardonnay)와 피노 그리(Pinot Gris)도 각각 25%, 15%씩, 그 밖에도 쉬라(Syrah)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도 생산한다. 이곳에서는 2004년과 2003년 빈티지의 피노 누와를 테이스팅했는데, ‘2004 Rex Hill Pinot Noir’의 경우에는 풍부한 블랙 베리의 향과 다소 후추향과 같은 매콤쌉싸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피니시가 길기에 연어요리나 초콜릿 타르트와 함께 먹으면 썩 잘 어울린다는 것이 이곳의 와인메이커인 라이런 함스(Ryan Harms)가 알려준 팁이다. 또 하나의 피노 누와인 ‘2003 Pinot Noir Reserve’는 ‘리저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조금 더 묵직하고 풍부한 향과 맛이 입맛에 오래 머무르는 듯했다. 따라서 달콤한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으나, 어쩐지 양념이 진한 편인 우리나라의 음식들과는 썩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렉스 힐의 피노 누와를 맛보고 나서도 얼마큼 이곳의 와인이 훌륭한지를 혀끝으로 깨닫지 못하는, 와인에 무식한 기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눈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증표 하나. 지난 1998년 6월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미해 클린턴과 정상회담 후 만찬 시 제공되었던 와인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 ‘The Rex Hill Pinot Nio Reserve 1994’였다는 사실은 렉스 힐 와이너리 입구에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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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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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스 힐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소콜 블로서(Sokol Blosser)’라는 와이너리에 이르면, 렉스 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와인을 음미할 수 있겠다. 1971년부터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 3년 후인 1974년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는 소콜 블로서는 윌러메트 밸리 와이너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이곳 포도밭의 규모는 약 9만 평으로 렉스 힐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와이너리 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참으로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넉넉한 시간을 갖고 와인을 즐기기에는 아주 적합한 곳이다. 이곳의 마케팅 디렉터인 앨리슨(Alison)을 만나 명함을 받으니 ‘Second Generation Winegrower’라고 적혀 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와이너리의 이름은 ‘소콜’과 ‘블로서’라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각각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현재 이 와이너리의 모든 구성원은 가족으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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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어져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소위 말하는 ‘장인정신’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인 셈이다. 그녀가 더욱 와이너리를 자랑스러워하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3년 전, 미 농림부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와이너리의 상징인 ‘LEED(Leadership in Energy, Envionment and Design)’ 마크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산 오크통도, 유명한 와인메이커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철저하고도 완벽한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곳 소콜 블로서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종류는 기본적으로 피노 누와를 비롯해 피노 누와 로제, 피노 그리, 디저트 와인인 리슬링과 더불어 에볼루션(Evolution)과 메디트리나(Meditrina)라는 블렌딩 와인으로 총 여섯 종이다. 물론 로버트 달처럼 그 각각의 디테일한 맛을 표현해낼 수는 없는 것이 한없이 안타깝지만,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 아래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을 거닐며 마시는 한잔의 와인은 오리건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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