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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7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중국] 도시분류 : [황산]
기사제목
[OUTFIELD] 신선, 황산의 구름을 밟다_黃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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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한 시인은 '오악을 보고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나면 오악마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중국의 삼황오제 시절, 세 명의 황제 중 한 명은 황산에서 몸과 마음을 닦고 선단을 먹은 후 무병장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저 높은 산에는 구름을 타고 유유히 산 아래를 굽어보는 신선이 살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 꿈같은 무릉도원에서 살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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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을 빚어낸 구름의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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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으로, 197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1년에 완공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단은 총 6만여 개에 이르며, 험준한 산과 벼랑 사이로 아슬아슬하게나 있는 길은 140여 갈래로 뻗어 있기 때문에 초행인 사람이 혼자서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지대가 험해 벼랑 옆으로 난 길은 종종 70도에 가까운 경사를 보이므로,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오기 전에 미리 기초 체력을 다져두자. 황산에 오를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중턱까지 이동한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산아래서 케이블카의 기착지까지 걸어간다면 쉬지 않고 걸어도 하루가 꼬박 걸릴 뿐만 아니라, 기진맥진해 정상에 도착한다 해도 황산의 절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바위 사이로 빽빽하게 자란 기송들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협곡을 뒤덮은 기송은 황산의 5대 절경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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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 '황산5경'으로는 해발 8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소나무 '기송'과 1억 5천 년 전의 지각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화강암 절벽인 '기암', 바람이 불 때마다 구름이 파도치는 듯한 구름바다 '운해', 수증기와 안개가 영하 10도의 온도에서 소나무 위에 얼어붙어 온통 하얀 나무를 볼 수 있는 '설경', 그리고 종종 원숭이 뗴가 출몰해 사람들과 함께 느긋하게 목욕을 즐긴다는 '온천지'를 꼽는다. 이와 함께 황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 중 하나로 운해 위의 일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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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깍인 바위산은 제각기 독특한 형탤를 띠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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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기가 많아 늘 안개가 자욱한 황산에서는 일년에 20여 일 정도만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황산에서는 해가 산 바로 위로 뜨는 것이 아니라, 마치 뿌연 안개의 강을 유영하는 나룻배처럼 천천히 떠오른다. 황산을 오르다보면 꼭 마주치게 되는 또 하나의 명물은 자기 몸무게와 버금가는 짐을 양 어깨에 이고 산을 오르내리는 '지게꾼'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해 산을 오르기도 버거운데 짐을 잔뜩 들고 산 정상까지 걸어 오르는지게꾼을 보면, '산길 오르기 힘들다'는 불평이 쏙 들어간다. 케이블카를 놔두고 지게꾼을 이용하는 이유는 케이블카 요금보다 인건비가 더 싸기 때문. 이런 지게꾼들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이들의 역할은 처음부터 싼 값에 짐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황산까지 와서도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산길을 오르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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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책마다 주렁주렁 걸려있는 자물쇠들! 이 자물쇠들은 '연심쇠'라 불리는 사랑의 자물쇠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자물쇠에 이름을 새기고 열쇠를 던지면 그 열쇠를 찾을 때까지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열쇠를 찾으러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갈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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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길어온 안개, 그 너머의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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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산을 구경하는데 단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발 1,863미터의 연화봉을 필두로 한 수십 개의 봉우리 중 이름이 붙여진 봉우리는 72개로, 이를 연결하는 길만도 수십여 갈래가 있다. 두 가지 갈림길을 놓고 죽어라 고민했던 로버트 프로스트가 이곳에 살았다면,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같은 시는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황산을 감상하려면 무엇보다 기상 상황에 맞춰 등산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안개는 황산만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등공신이지만, 연간 강우량이 2,500밀리미터에 이르는 습기 많은 산 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황산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그야말로 '그때그때 다르다'. 그러므로 순간순간의 경치를 최대한 즐기는 것이야말로 황산의 절경을 120퍼센트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황산에서 이름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13미터 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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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 돌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하늘을 날 것 같은 모양을 한 '비래석'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황산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비래석에서 내려다보는 황산의 경치는 아찔할 만큼 아름다운데다 비래석을 쓰다듬으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이곳은 늘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황산의 운해를 감상하고 싶다면 '배운정'으로 가보자. 이곳에서는 그 이름처럼 구름이 파로처럼 물결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래석에서 배운정까지는 도보로 40분 정도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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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휑한 가슴을 훑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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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에는 후자관해, 몰필생화, 광명정, 연화봉 등 이름난 절경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서해대협곡은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말 그대로 깎아지른 듯 험준한 계곡으로 둘러싸인 절벽 지대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길이 끝도 없이 길 게 이어져 있는 서해대협곡에서는 기암과 기송, 운해 등 황산의 비경을 다른 어떤곳에서보다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절경을 보기위해서는 그만한 희생이 따르는 법! 이곳은 특히 계단이 높고 경사가 가파를 뿐 아니라 손잡이가 낮은 곳도 많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다리가 불편하다면 무리해서 내려가지 않는 것이 좋다. 6만여 개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지만, 천길 협곡이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를 구경하다보면 몸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지고 만다. 증기로 가득 찬 냄비 뚜껑을 열었을 때처럼 김이 스윽 밀려 올 때, 구름 사이로 걷는 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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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분은 형언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게 구름 걸친 산에 기대어 서자, 뿌연 안개가 잊혀진 옛 이야기처럼 귓가를 맴돈돠. 그 이야기 속에는 스스로 신선이 되고자했던 어느 황제의 불사에 대한 간절함 바람이나 신선의 땅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한 촌부의 덧없는 꿈도서려있을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휑한 가슴을 훑어 짧은 꿈을 깨니, 짙은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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